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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3. 9. 소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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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기는 일터
1. 푸른 풀밭으로 이끄시는 은혜 (노희승)
2. 도시와 사람을 초록으로 물들이는 기업 ‘브라더스키퍼’
3. 생태적 삶을 꿈꾸는 녹색교회 이야기
1. 푸른 풀밭으로 이끄시는 은혜
출처 : 『봄의 빛깔, 초록』 빛과 소금 / 두란노 2025년 3월호
글쓴이 노희송은 캐나다 토론토 큰빛교회 담임목사입니다.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는도다”(시 23:2)
푸른 풀밭이 기대되는 봄이 다가오고 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곳 캐나다 토론토에는 여전히 곳곳에 눈이 쌓여 있다. 4월에도 눈 오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곳이기에 한국보다 훨씬 늦게 푸른 계절을 맞이하겠지만, 그래도 어김없이 찾아올 봄이 기다려진다. 아내와 함께 유학 시절을 보냈던 미국 캘리포니아 LA 지역이 산불로 인해 황폐해졌지만, 시간이 지나면 푸르른 모습을 회복할 것이라고 믿는다. 또한 뉴스 매체를 통해 한국이 혼란과 갈등 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하나님의 회복의 역사가 임해 모국에도 곧 푸른 봄이 오길 바란다.
우리에게 익숙한 시편 23편은 다윗의 아름다운 시(詩)이다. 찰스 스펄전 목사가 이 23편을 '시편의 진주'라고 표현했을 정도이다. 어느 때 묵상하더라도 너무 귀한 말씀이어서 결혼식에서나 장례식, 그 밖의 어떤 상황에서도 은혜가 된다. 특히 이 구절이 우리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이유는, 대부분의 신학자가 언급했듯이 다윗이 자신의 아들 압살롬에게 쫓기면서 고백한 시로, 그의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고난의 터널을 통과하는 가운데에서도 하나님을 찬양했기 때문이다.
깊은 상처와 패배감, 배신감, 아픔 가운데에서 어떻게 이러한 믿음의 고백을 할 수 있었던 걸까? 그것도 다른 원수가 아닌 자신이 사랑하는 아들 압살롬의 반역으로 인해 쫓겨 다니는 신세가 되었는데도 말이다. 왕으로도 아버지로도 실패한 그였기에 광야로 쫓겨난 채 신세타령이나 하고 원망과 회의감에 사로잡히기에 충분했을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푸른 풀밭으로 이끌어 주시는 하나님을 찬양하고 있다. 현실을 부인하는 것인가 아니면 다른 차원의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인가?
많은 신학자는 시편 22, 23, 24편을 메시아 예언적 관점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과 구속, 부활, 그리고 승천에 대한 과정들을 예언적으로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편 23편을 22편과 연결해서 묵상할 때 그 깊이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 시편 22편은 시편의 십자가로 표현할 수 있다. “내 하나님이여 내 하나님이여 어찌 나를 버리셨나이까 어찌 나를 멀리 하여 돕지 아니하시오며 내 신음 소리를 듣지 아니하시나이까”(시 22:1).
이 구절은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께서 마지막 호흡을 다하기 전의 절규를 떠오르게 한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너무나 처절하게 절규했지만 예수님은 십자가를 통과해야만 했다. 십자가의 죽음 없이는 부활의 생명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절규 후에야 비로소 시편 23편의 진주와 같은 고백이 나오는 것이다. 마치 조개가 고통을 감내하고 나서야 아름다운 진주를 만들어내는 것같이 말이다.
우스갯소리로 시편 23편 2절은 이곳 북미에서 골프를 좋아하는 성도들이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라는 말이 있다. 골퍼들이 푸른 초장에서 여유를 즐기며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은 감사한 삶이겠지만 다윗이 바라보는 푸른 풀밭은 단순히 우리가 즐기는 평탄하고 싱그러운 자연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가 노래하는 푸르름은 절망적 상황에서도 다시 부활하고 회복하는 생명을 상징한다. 마치 지금은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어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봄이 되면 다시 살아나 푸르름을 자랑하는 잔디밭으로 변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상황을 초월한 푸른 풀밭과 쉴 만한 물가를 경험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1) 하나님은 푸른 풀밭으로 이끄신다
최근에 건강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전문 식당들이 늘어나고 있다. 'Fresh greens'(신선하고 푸른 식당을 의미함)라는 이름처럼 건강한 채소를 재료로 하는 음식점도 있다. 나는 비교적 자극적이고 기름진 고기, 튀김 등을 좋아하기에 가끔 지나치면서 ‘도대체 이런 음식은 누가 돈 주고 사 먹을까?’ 하며 의아해한 적도 있지만 그 음식점은 제법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지인 중에도 즐기는 이들이 많다. 몸에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은 좋은 습관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일이다. 집에서 통밀빵만 먹고 자란 첫째가 학교에서 친구들이 흰빵을 먹는 것을 보고 놀라 “엄마, 세상에 흰 빵이 있어요!”라며 놀라던 모습이 기억난다. 그러고 보니 집에 놀러 온 조카들이나 친구들이 맛없게 억지로 먹는 모습을 보며 웃었던 기억도 난다. 그렇다면 영적인 입맛은 어떻게 길들일 수 있는가?
푸른 초장(greens)의 맛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몸에 좋다고 권해도 경험해 보지 않으면 무시할 것이다. 하지만 질병이 찾아오거나 다른 이유로 건강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 이들은 받아들인다. 마찬가지로 세상의 입맛에 길들어져 있는 사람들에게 하나님께서 이끄시는 푸른 초장은 생소하고 매력 없는 풀밭에 불과할 수 있다. 오히려 그들이 추구하는 푸른 풀밭은 성공, 명예, 성취, 인정 등 사람들의 주목과 부러움을 살 만한 것이다. 담백하고 유익한 것을 선호하기보다 자극적, 선정적, 폭력적인 것들에 영혼의 입맛이 길들어진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반면에 믿는 자들에게 푸른 풀밭은 어떠한 상황 가운데에도 하나님께서 최선의 길로 인도하심을 믿는 것이다. 지금은 힘들어도 결국은 우리에게 유익하고 주님께서 성장과 성숙을 주실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시편 기자처럼 하나님을 찬양하며 감사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은 늘 변함없이 푸른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좌절, 실패, 실망 가운데에서도 다시 피어나는 푸른 풀밭같이 인간적인 절망, 부족함 가운데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욱 강하게 역사하는 그리스도의 생명력이 우리의 인생에 푸르름을 선사한다. 다윗은 이미 그러한 생명의 회복력을 경험한 영적인 입맛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2) 하나님은 쉴 만한 물가로 이끄신다
이 구절을 깨닫기 위해 양들의 특성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양은 배가 고프면 누울 수 없다고 한다. 따라서 양이 누워 있다는 것은 풍족함을 경험했다는 증거이다. 그뿐만 아니라 아무리 목이 말라도, 물살이 조금만 빠르게 흐르면 마실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연약한 존재다. 그래서 자상한 목자는 물이 흐르는 것을 막아 잔잔하게 만들어 양들이 목을 축이게 한다. 이처럼 우리는 목자 되신 여호와 하나님의 손길과 인도하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이다. 목자를 떠나서는 스스로 생존할 수 없고 쉴 수도 없다
목자와의 거리가 멀어지는 만큼 우리의 삶에 두려움과 염려도 늘어난다. 우리 삶 가운데 쉼이 없다면 시간적 여유보다 목자 되신 하나님과의 거리가 멀어져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아야 한다. 물질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많은 것들을 누리고 있는 요즘, 가정의 파괴, 관계의 갈등 같은 분노나 불안 가운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심지어 믿음의 공동체인 교회 지도자들도 신뢰와 사랑을 잃어가고 있는 시대이다. 수많은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우울증, 공황장애 및 정신적 질환 등으로 고통 가운데 신음하고 있다. 이곳 북미 신학교에는 목회자 과정보다 상담 과정에 더 많은 학생이 몰리고 있는 추세이다. 좋은 상담사 예약을 수개월씩 기다려야 할 정도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많다.
2024년 아마존 종합 1위 도서인 『불안 세대(The Anxious Generation)』의 내용을 보면, 스마트폰과 SNS로 인하여 북미와 유럽 등 선진국의 아이들이 심각한 불안증에 노출되어 있다고 한다. 세계 어디든 인터넷과 연결되어 있어 많은 사람과 쉽고 빠르게 소통할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더 고립되어 외롭고 불안한 시간을 보내며 끊임없이 자신을 알리고 사람들의 반응에 일희일비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문자나 소셜 미디어에 즉각 반응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쫓기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저녁과 주말에 쉼을 누리지 못하는 영혼들, 예배와 개인 묵상의 시간에도 끊임없이 울리는 스마트폰이 우리를 하나님의 임재 안에 깊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집중력을 키울 수 있는 시기, 충분한 수면을 취하며 성장해야 하는 시기의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며 창의력과 사회성을 성장시킬 기회를 잃고, 사회적 경쟁, 위험 요소 등의 허울을 입고 과잉보호 속에 살아간다. 과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쉴 만한 물가는 어디일까?
다윗은 주변의 조롱하는 소리가 아닌 여호와의 선하신 음성에 귀 기울였다. 자신을 실패와 좌절감에 사로잡힌 처량한 패배자가 아닌 목자의 품에 안겨 있는 양으로 보았다. 비록 광야에 있는 신세이지만 그는 하나님의 임재 가운데 그분의 선하신 주권을 신뢰하기에 영혼의 쉼을 얻었다. 쉼(rest)과 신뢰(trust)는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신뢰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온전한 쉼을 누릴 수 있다. 목자에게 맡기는 자가 쉼을 얻는다. 반대로 아무리 좋은 환경에 있을지라도 불안과 초조함이 해결되지 않으면 쉼을 얻을 수 없다. 우리 사회는 온전한 쉼을 누리기 어려운 것 같다. 더 빨리 더 많이 무언가를 계속 만들어 가야 하는 중압감 가운데 살아간다.
영성을 추구하는 교회조차 멈추고 쉼을 누리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준다. 쉴 만한 물가로 인도해 주시지만 우리는 그 품을 누리지 못하고 불안함 가운데 살아간다. 주위를 둘러보면 피곤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목회자들 중에도 피로와 스트레스에 쌓여 쫓기듯이 사역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우리의 영혼이 쉼을 얻을 때 비로소 푸른 생명력을 회복할 수 있다.
어려운 인생의 계절을 지나고 있더라도 푸른 풀밭으로 인도하시는 여호와를 바라보며 신뢰 가운데 쉼을 누린다면 영혼이 소생하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국제적으로 어려움과 갈등 가운데 있을지라도 하나님은 변치 않는 섭리로 당신의 자녀들과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통해 푸른 생명의 싹을 틔우게 하실 것을 믿는다.
2. 도시와 사람을 초록으로 물들이는 기업 ‘브라더스키퍼’
출처 : 『봄의 빛깔, 초록』 빛과 소금 / 두란노 2025년 3월호
브라더스키퍼 김성민 대표 인터뷰, 취재 이승연
욕망을 몰고 오는 욕망으로 이 세계의 '초록'은 점점 지워져 가고 있다. 회색빛 콘크리트 더미 위에서 초록 생명들은 시들어 가고 있다. 문명의 이기들로 넘쳐나는 세상, 그러나 ‘초록’이 없는 세상은 텅 빈 사막과도 같다. 하여, 도심 속에 초록을 수혈하는 건, 세상에 다시 산소를 주입하는 일과 같다. 황량한 인간의 마음에 다시 빛을 드리우는 것과 같다.
브라더스키퍼는 그와 같은 일을 하는 기업이다. 삭막한 도심에 자연을 선물하고, 자립준비청년의 삭막한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김성민 대표를 만났다. 붓을 들고 도시와 사람의 마음에 초록을 칠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1) 브라더스키퍼의 대표적인 사업을 소개해 주십시오.
아동양육시설에서 퇴소한 자립준비청년들을 돕기 위해 2018년 5월에 설립한 사회적 기업입니다. 벽면 녹화 업체이고요. '브레스키퍼'(숨을 지킨다)라는 브랜드 네임으로 녹화 사업뿐 아니라 식물 관련 다양한 사업도 진행하고 있어요. 이를 통해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창출하고, 일을 통해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있지요.
사실, 저희가 올해 비영리단체 설립을 준비하고 있어요. 영리와 비영리사업이 한 회사에서 동시에 진행되다 보니, 저희에게 관심 가져 주시는 분들이 혼란스러워하더군요. 그래서 비영리 단체를 따로 설립, 자립준비청년과 보육원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육과 지원, 권익과 인권 대변, 이를 위한 법안 제안 사업 등을 하려고 해요. 교회와 연합해서 이 사업들을 진행하려고 계획 중인데, 관심과 기도 부탁드려요.
2) '녹화사업'이라는 업종을 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모든 사람이 식물을 키워본 경험이 한 번씩은 있잖아요. 그리고 식물을 죽여 본 경험도 있고요. 식물을 잘 키우기 위해서는 관심과 사랑이 필요해요. 사람의 관심과 사랑이 없으면 식물은 시들고 죽어요. 당연한 이야기이지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관심과 사랑을 줄 때 정서적 회복률이 10배나 높아져요.
자립준비청년들이 식물을 가꾸면서 그들의 정서도 회복되어지길 소망했어요. 실제로 함께하는 친구들이 식물을 키우면서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대요. 식물을 가꾸는 시간을 통해 자신도 소중한 존재라는 걸 많이 느꼈대요. 제가 이 일을 하면서 깨닫게 된 건, 사람이 사랑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랑을 하는 것, 사랑을 주는 것도 너무 중요하다는 거예요. 사랑하는 행위들이 사람의 생각을 변화시켜요. 마음의 상처를 회복시키지요.
3) 자립준비청년들의 이직률이 높다고 들었습니다. 브라더스키퍼에서 일하는 분들은 어떤 편인가요?
녹화 사업을 택한 이유이기도 한데요. 예전에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직업을 소개해 주었어요. 가장 오래 근무한 친구가 3개월, 보통 한 달 안에 다 그만두더군요. 그러니까 직원들이 잘해주면, 내가 보육원 출신이라 불쌍하게 여기는 건가? 잘못을 지적하면, 내가 보육원 출신이라 함부로 대하는 건가? 이런 이상한 감정들이 이 친구들을 요동치게 했던 거예요. 그런데, 조경업 회사로 연결시켜 준 한 친구는 적응을 너무 잘하더군요. 관심과 사랑으로 초록 식물을 가꾸다 보니 정서가 회복이 된 거지요. 초록 식물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안정되거든요. 이거다 싶었지요.
또 미세먼지, 황사 등 공기 오염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았기에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고요. 현재 브라더스키퍼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10명이에요. 자립준비청년 5명, 일반 청년 5명. 여기에서 잘 성장해서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브라더스키퍼가 아닌 다른 곳에서도 너무 잘 적응하고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지요.
4) 브라더스키퍼는 회색빛 도심을 초록으로 물들일 뿐만 아니라 자립준비청년들의 잿빛 마음도 초록으로 물들이고 있군요.
맞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보통의 사무 공간은 업무 중심적인 공간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분위기가 삭막하거든요. 회색 또는 하얀색 벽면에 살아 있는 공기 정화식물을 설치하고, 실내 정원을 조성해 주면, 그 공간은 사람 중심의 공간으로 바뀌게 되지요. 가장 많이 받는 두 가지 피드백이 있어요. '자연과 가까이하다 보니 마음의 안정감을 얻었다.', '일의 능률이 올랐다.' 녹색은 창의력을 높여 주는 색상으로 평가되고 있어요. 정서적 안정감, 창의력이 높아지면 업무 효율이 자연스럽게 올라가기 마련이지요.
그리고 우리 자립준비청년들! 이 친구들은 잿빛 묘목이잖아요. 이 친구들의 마음에 초록 새싹이 돋아나게 하고, 그래서 이 친구들이 사회에서 꽃 피우고, 열매 맺게 하는 것이 브라더스키퍼의 목표예요.
5) 도심 속 녹화 사업이 대표님에게 주는 특별한 의미가 있을 거 같습니다.
저는, 이 사업을 하면서 하나님 창조의 의미를 많이 느끼고 있어요. 사람들이 저희 보고 이런 말을 해요. "삭막한 공간을 참 아름답게 만드셨네요!" 그런데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은 원래 아름다웠어요. 이 아름다운 세상이 인간의 욕망으로 훼손되고 변형된 거죠.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셨을 때, 온 세상이 초록빛이었을 거 같아요. 그래서 브라더스키퍼는 원래 아름다웠던 세상을 원래 아름다운 모습으로 되돌리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이 일이 저에게 주는 의미가 커요.
6) 식물을 대하면서 대표님에게 찾아온 마음의 변화가 궁금합니다.
예전에 공원 산책하면서 나무를 보고 있노라면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홀로 잘 자라고 있네!' 그런데 사업하면서 다시 보니 나무는 홀로 자라는 게 아니더군요. 나무가 자라기 위해서는 땅이 필요해요. 물과 햇빛이 필요하죠. 하나님은 땅과 비와 바람과 햇빛을 주셔서 나무를 자라게 하셔요.
마찬가지로 홀로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되어 주어야 해요. 자립준비청년들도 홀로 자립할 수 없어요. 관심과 사랑,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 필요하지요. 이 일을 하면서 변화된 제 마음이요?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 만물이 너무도 소중하다는 것! 이 마음이 더욱 분명해졌어요.
7) 봄의 색깔 하면 초록이 떠오르는데요. 하나님께서는 수많은 색 중에서 왜 초록을 택하셨을까요?
저희 집에 식물이 많아요. 눈을 뜨면 바로 보는 색이 초록이에요. 초록 식물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져요. 복잡한 마음의 리듬이 안정감을 찾아요. 슬픈 감정, 우울감, 또 마음속에서 들끓는 욕심들을 내려놓게 되지요. 그래서 초록 식물을 보면 자연스럽게 기도하게 되더군요.
초록은 변치 않는, 요동치지 않는, 안정적인 하나님을 묵상하게 하니까요. 봄은 우리에게 무언가 '시작'할 수 있는 마음이 들게 하잖아요. 삶의 시작을 하나님과 동행하도록 하기 위해서, 그리고 하나님께로 시선을 돌리게 하기 위해서, 하나님은 우리에게 초록 빛깔을 허락하신 게 아닐까요?
3. 생태적 삶을 꿈꾸는 녹색교회 이야기
출처 : 『봄의 빛깔, 초록』 빛과 소금 / 두란노 2025년 3월호
글 서진아
간절히 기다리던 봄이 왔건만 꽃 소식보다 황사가 먼저 달려 나오기 일쑤다. 여름은 덥다 못해 점점 더 뜨거워지고, 그로 인해 틀어대는 에어컨으로 대기의 열기는 악순환된다. 지나치게 비가 내리거나,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극단적인 일기는 가을 과실이 맺히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겨울의 삼한사온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계절의 운행이 삐거덕대면서 (당연하게도) 자연의 질서가 슬금슬금 금이 가기 시작했다. 거기에 더해 나 하나쯤이야, 이번 한 번쯤이야 하는 각자의 안일한 태도가 공유의 세상을 오염시키고 있다.
밭에서 딴 사과를 바지에 슥슥 문질러 한 입 베어 무는 것은 이제 동화 속 상상으로만 가능한 것일까. 당연하게 누려 왔던 하나님의 '선물'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음에도, 환경오염, 기후 위기, 생태계 붕괴라는 용어는 이제 더 이상 경고로 작동하지조차 않는다.
안일한 태도에서 비롯되었든, 무책임과 무관심에서 비롯되었든 결과가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버린 지금, 개인의 책임과 결단에만 의지하기에는 위험 수위가 꽤나 높다. 개인의 실천을 이끌고 나아갈 공동체의 결속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러한 세상의 요구에 교회가 응답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생명문화위원회와 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2006년부터 기후 위기 대응에 앞장서 온 교회를 '녹색교회'로 선정해 시상해 오고 있다. 녹색교회는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한 삶을 실천하는 교회를 의미한다. 더하여, 신앙을 바탕으로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생태적 책임을 다하는 것을 중요시하는 교회 운동을 나타내기도 한다.
녹색교회 운동은 단순히 환경보호를 넘어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회복하고 모든 생명체와 화해를 이루는 신앙의 실천인 것이다. 현재까지 130개 교회가 녹색교회로 선정되어 지속 가능한 실천을 통해 기독교적 가치와 환경적 책임을 실현하고 있다. 어렵거나 거창하지 않다. 개인, 가정, 교회에서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실천에 가깝다. 몇몇 녹색교회의 실천을 통해 우리 삶에 새로운 가치가 이식되기를 기대한다.
1) 은총의 숲에서 자라나는 신앙
서울 동대문구 전농교회(이광섭 목사)는 2020년 녹색신앙을 실천하는 녹색교회를 선언했다. '세상을 살리는 은총의 숲'을 모토로, 교인 각자가 하나님께 받은 은총을 간직하고 서로 의지하며 숲을 이뤄 간다는 의미를 담았다. 숲의 색인 '녹색'은 전농교회의 상징이다. 그 녹색에는 기후 위기를 맞은 지구에서 교회가 감당해야 할 청지기의 사명이 담겼다.
전농교회에서는 8년 전부터 종이컵 안 쓰기와 함께 텀블러 사용하기를 실천해 오고 있다. 개인 텀블러를 가져가면 지역 주민에게 무료로 음료를 제공한다. 지구의 날(4월 22일)이나 세계 환경의 날(6월 5일)에는 거리로 나가 환경 보호 캠페인을 벌인다. 교회가 전도 목적이 아닌 환경 문제를 외치는 것에 긍정적인 반응이 꽤 나타났고, 그로 인해 예수 믿겠다고 교회를 방문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교인 만보 걷기운동'을 열어 각 지역별로 50만 걸음을 달성할 때마다 스티커를 제공한다. 또 교인 1인당 만보를 인증할 때마다 100원씩 적립되어 지역의 에너지 약자와 전 세계 기후난민들을 위한 선교기금으로 활용하고 있다. 해마다 750만 원 안팎이 모이는데, 7억 5,000만 걸음이 모인 결실이다.
지난해부터는 평신도에게 환경 선교의 성경적 근거를 제시하는 새로운 개념의 성경공부를 시작했다. 교회가 환경 선교에 앞장서 왔지만, 성도들 사이에서는 교회의 환경 관련 사역이 성경적으로 뒷받침되는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어 왔기 때문이다. 녹색성경공부는 교회에서 자체 제작한 교재를 바탕으로 10주간 진행된다. 환경 문제에 대한 성경적 이해를 넓히고 실천 방안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과정을 마친 후에는 국내외로 생태 기행 겸 종강 여행을 진행한다.
2) 창조질서 회복은 쓰레기를 줍는 일부터
푸른 담쟁이 넝쿨로 덮인 충북 청주 광림교회(정대위 목사)는 외관부터 '녹색' 교회다. 2020년 갑자기 불어닥친 코로나19 광풍은 막 부임한 31살의 정대위 목사에게 적지 않은 고민을 던졌다. 한국교회가 손가락질 받던 그 시기, 시대를 이끌어온 선배 신앙인들과 교회의 위대한 신앙을 회복하자는 마음을 가지고 기도하던 끝에 뜻밖의 응답을 받았다. 교회 주변에 있는 쓰레기를 치우는 일이었다.
20여 년간 교회 주변은 쓰레기 처리장처럼 방치되어 있었다. 여름이 되면 악취로 견디기 힘든 상태가 되었지만 누구 하나 해결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정 목사는 쓰레기 투기 지역의 지저분한 풀을 제거하고 쓰레기 배출 금지 안내판과 현수막을 내걸었다. 또 쓰레기가 가장 많이 버려지는 시간대에 4-5시간씩 지키고 서 있었다.
이런 노력으로 한 달 만에 문제가 해결되었고, 청주시는 정 목사의 모범 사례를 공유하며 다른 불법 쓰레기 투기 지역 7곳의 문제를 해결했다. 이후 정 목사는 청주시 '모범시민 표창까지 받았다. 그런 선한 실천은 자연스럽게 환경과 생태 목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정 목사는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위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시도했다. 교회 내 생명살림선교팀을 꾸려 걷고 뛰면서 주변의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활동을 시작했다. 또 버려진 쓰레기나 재활용품을 활용해 새 제품을 만드는 친환경 잡화점 ‘리케아’를 운영해 오고 있다. 지역협동조합 '복대동사람들'의 중점 사업 중 하나인 리케아는 마을 명소로 소문이 자자하다.
교회 안에서도 주보를 만드는 데 종이 대신 사탕수수 잔여물로 만든 사탕수수 복사지를 사용하고, 버려진 과자 상자를 엮어 메모지로 재활용한다.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시작된 쓰레기 줍기가 교회를 다시 일으키고, 나아가 지역사회를 녹색으로 물들이는 선한 영향력의 마중물이 되었다.
3) 환경을 지키는 청지기
경기도 평택 기쁜교회(류승빈 목사)에는 새가족팀, 예배준비팀, 주차팀 등 스무 개가 넘는 팀이 있다. 성도들이 주인이 되어 하나님의 몸 된 교회 곳곳을 세워가는 구조다. 2007년 꾸려진 환경팀도 그중 하나다. 기독교인이 환경을 지키는 청지기가 되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환경교실과 환경캠프 개최, 초록가게 운영, 생명밥상 운동 등 환경을 지키고 가꾸는 일에 자발적으로 헌신하고 있다.
2004년 지은 교회 건물은 주변과 어우러진 친환경적 건축물로 알려져 있다. 2층짜리 낮은 높이에 담장과 문턱을 없앤 건물은 지역 주민들과 벽을 쌓지 않고 함께 사귀어 조화를 이루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교회 주변에 조성된 푸른 잔디와 나무들은 기쁜교회에 ‘녹색교회’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유를 수긍하게 한다. 같은 해에 지은 어린이집도 다음세대를 위해 전부 친환경 자재를 사용했다.
2019년 기쁜교회에 부임한 류승빈 목사는 2011년부터 4년간 미국 플로리다 UMC한인교회를 담임했다. 교회에서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품을 사용하는 등 미국에서도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놓지 않았다. 2015년 귀국해 안성제일감리교회에 부임한 뒤에는 예배 시간에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을 초청해 올바른 분리수거와 재활용 방법 등을 성도들에게 알렸다. 그런 류 목사의 가치관에 힘입어 기쁜교회 환경팀은 더욱 적극적인 활동을 펼칠 수 있었다.
환경팀은 환경과 관련된 책 한 권을 선정해 26주간 오의경 국제대 교수로부터 강의를 듣는 환경교실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충북 음성에서 친환경 사과 따기, 평택 인근 정수장 방문하기 등 현장 학습도 다녀왔다. 2008년부터는 성도들이 쓰지 않는 물품을 가져와 판매하는 초록가게를 매주 진행해 오고 있다. 빈 용기를 들고 와 주방세제, 세탁세제, 섬유유연제를 담아 가는 '리필 스테이션'도 추가되었다. 수익금은 몽골 '은총의 숲' 가꾸기, 기독교 환경교육센터 후원 등에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