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문간 오른쪽에는
오래된 살구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네.
봄이 오면
거칠고 검은 나뭇가지 사이로
연분홍빛이 감도는 꽃망울이 맺히고,
며칠 지나지 않아
하얀 살구꽃이 마당을 밝히며
바람이 불 때마다
꽃잎 몇 장씩 돌계단 위에 내려앉았네.
꽃이 한창 피는 날이면
마당에는 은은한 살구꽃 향이 감돌고,
그 향기는 흙냄새와 섞여
어린 내 코끝에 오래 머물렀네.
여름이 가까워지면
꽃이 진 자리마다
작은 열매가 하나둘 맺히고,
처음에는 푸르고 단단하던 살구가
햇볕을 받아 점점 노랗게 익어갔네.
잘 익은 살구 하나를 따서
손으로 문지르면
따뜻한 햇살과 풋풋한 나무 향이 함께 묻어났네.
가끔 바람이 세게 불면
익은 살구가 툭,
마당에 떨어지는 소리가 났고,
아이들은 그 소리를 듣고
먼저 달려가곤 했네.
살구나무 아래 돌계단에는
꽃잎도 떨어지고
익은 살구도 떨어지고
비 온 뒤에는 빗물까지 고였네.
그러나 어린 나에게는
그 모든 것이
그저 우리 집의 풍경이었네.
나무 아래 서서 올려다보면
무성한 잎 사이로
푸른 하늘이 조각조각 보였고,
한낮에는 잎사귀 사이로 스며든 햇빛이
마당에 얼룩무늬 그림자를 만들었네.
저녁이 되면
살구나무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고,
어머니가 마당을 쓸고 나면
흙바닥 위에는
빗자루 자국이 가지런히 남았네.
그때는 몰랐네.
내가 매일 보던
그 살구나무의 꽃과 향기와 열매가
훗날 내 나이 들어
고향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찾아오는
기억될 줄은.
지금도 살구꽃 향기를 맡으면
내 마음은 어느새
그 오래된 돌계단 앞에 서 있네.
바람에 흔들리는 살구나무 잎 사이로
어린 날의 햇살이 비치고,
마당 한쪽에서는
어머니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고,
나는 아무 걱정 없이
살구나무 아래를 서성이던
그때의 아이가 되네.
세월은 흘러
나무도, 집도, 사람도
모습이 달라졌겠지만
내 기억 속 살구나무는
아직도 그 자리에서 꽃을 피우고 있네.
그리고 그 향기는
오랜 세월을 건너
오늘의 나에게까지 와서
조용히 말해 주네.
“네가 어디에서 왔는지
잊지 말거라.
여기가 네가 처음
세상을 바라본 곳이란다.”
그때 비로소 알겠네.
살구나무는 단순한 나무가 아니었네.
그 나무의 뿌리처럼
나의 뿌리도 그 집 마당 깊숙이
박혀 있었던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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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시
살구나무 집
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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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8.2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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