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탄생을 보고
우리들의 가족은 어떻게 만들어 졌을까. 여자와 남자가 만나고 결혼을 하고 그리고 그들의 자식이 태어나고 이렇게 되면 하나의 가족이 탄생 했다고 생각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가족이란 단순히 피가 섞인 관계를 말하는 것 일까. 가족의 탄생이란 영화는 이러한 질문을 던지게 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의 시작은 남녀의 만남에서 시작한다. 기차 안 , 남자는 여자에게 접근하고 둘은 금방 친해진다. 나중에 알겠지만 이 둘은 각각 두 집안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들이며 또한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암시하는 인물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차라는 장소는 같은 곳을 바라보며 나아가야 하는 관계, 즉, 가족과도 같은 의미를 갖는다. 여기서 그 둘이 한 가족이 될 것이라는 복선을 발견 할 수 있다. 가족의 탄생을 암시하며 영화는 남자와 여자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그들의 기원으로 올라가면 과연 가족이란 무엇일까 하는 의문과 만나게 된다. 여자의 엄마는 둘이다. 둘 모두 여자와 피가 섞인 관계가 아니다. 그저 철없는 동생의 나이 많은 아내의 이전 남편의 전 부인의 딸이었던 여자가 어떻게 철없는 동생을 둔 누나와 철없는 동생의 아내와 가족이 될 수 있었던 것일까. 남자의 가족도 마찬가지다. 하나뿐인 누나는 아버지가 다르다. 그렇지만 이들 역시 가족이다. 여자는 엄마들이라고 부르면서, 남자는 누나라고 부름으로 그들이 가족임을 말해준다. 그럼 단순히 피가 섞여있다는 것만으로 가족이냐 아니냐를 결정할 수는 없다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기게 된다.
영화에서 우린 두 종류의 가족을 만난다. 혈연관계로 이루어진 가족,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곁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며 세월을 지나온 가족, 이 두 종류의 가족 중 어떤 것이 진짜 가족일까. 여자의 가정사를 돌아보면 철없는 동생은 군 제대 후 5년 만에 집으로 돌아오고 나이 많은 아내를 누나에게 소개한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집을 나가곤 소식이 없다. 비록 피가 섞이긴 했지만 때문에 누나 동생 이라고는 하지만 남보다 못해 보이는 둘 사이를 본다면 피가 섞여있다는 것이 그 둘이 가족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충분조건이라고는 생각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남자의 가정사를 살펴보자면 그의 누나는 어머니를 미워하지만 어머니가 남기고간 유품을 끌어안고 우는 장면을 보면 그 둘의 유대 관계가 가늘지만은 않았음을 말해준다. 그리고 어머니와 딸과의 추억을 담은 유품은 그 유대 관계가 어디서 생성되었으며 무엇이 그들을 가족으로 만들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럼 그들이 함께 지내온 세월들은 그들이 가족이라고 주장 할 수 있는 충분조건이 되지 않을까. 여자(채현) 역시 의지하며 자란 두 늙은 여자들을 엄마라고 부르게 된다. 남자(경석)역시 의지하며 세월을 보낸 누나를 우리누나라고 부른다. 이처럼 이 영화는 무엇이 가족을 가족답게 하는지에 대해 말해주며 또 그 가족의 탄생으로 만들어낸 남자와 여자가 또 다른 가족을 만들게 됨을 암시한다. 사실 또 다른 가족을 만들어내는 남자와 여자 역시 피가 섞이지 않은 남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티격태격하며 이겨낸 갈등, 세월 들이 그들을 가족으로 만들 것이다.
따라서 감독이 관객에게 주고자 한 메시지는 꼭 핏줄이 섞여야만 가족이 아니라 서로가 끌고 안고 보듬어주고 이해하는 관계, 즉 사람과 사람간의 정으로 이루어 진 것이 진정한 가족이라는 것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관계를 살펴보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가족의 모습은 우리가 보편적으로 생각했던 가족의 개념을 좀 뒤엎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이해하기 어려울 수는 있으나 어떻게 보면 그것이 더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의 잘못된 방식의 사랑으로 인해 생기는 갈등들이 주 내용인데 그 갈등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철학적 자세는, 역시나 여러 가지 주관적인 생각(등장인물들의 사랑방식)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노력 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우리는 이 영화를 보고 진정한 가족의 의미와 가족 간의 사랑 이란 무엇일까 되짚어 봐야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