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노벨문학상 한국문학 쾌거, 성경의 눈으로 보기
최근세 목사 (함께하는 교회)
한강 작가가 우리나라 최초로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에 선정됐다. 아시아 여성 작가로서도 최초다. 스웨덴 한림원은 문학상 선정 이유에 대해 “역사의 트라우마에 맞서는 동시에,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시적 산문”이라고 전했다.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은 지난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의 평화상 수상에 이어 두 번째다.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과, 김 전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은 모두 한반도의 분단, 전쟁, 군사 독재 그리고 민주주의와 노동권을 위한 피비린내 나는 투쟁으로 점철된 격동의 현대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
작가 한강은 세계 3대 문학상의 하나인 부커상을 한국인 최초로 받았던 ‘채식주의자’부터, 5·18 광주가 우리에게 무엇이었는지를 집요하게 묻는 ‘소년이 온다’까지 한 작가가 파고들었던 문학의 본질에 합당한 심사평이다. 수상 소식이 알려지면서 서점에는 문전성시를 이루고, 한강 작가의 모든 작품들이 금세 소진됐다.
한강의 노벨문학상은 한국 문학의 위상을 세계 수준으로 올려준 국가적 쾌거이기도 하다. 이로써 노벨문학상 수상자 배출이라는 한국 문학의 오랜 숙원이 풀리게 됐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개인의 영광을 넘어 문화 강국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세계 각국 문학 독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한국 문학 국제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 분명하다.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뜨겁다. 대한민국의 문화적 역량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아왔지만, 문화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문학상을 받지 못해 서운했던 게 사실이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의 K팝에 열광하고,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 한국 영화는 아카데미상과 에미상의 주인공이 됐다. 여기에 한국 문학도 가세하며 한국은 명실상부 대중문화뿐 아니라 문학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한반도 역사에 일찍이 없었던 큰 성취가 이어지고 있다.
한강 작가는 노벨상을 수상한 상황에서도 '세계 곳곳(팔레스타인·우크라이나)에서 치열한 전쟁으로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 상황에 무슨 잔치를 하느냐'며 기자회견도 하지 않고 고향 마을의 잔치도 취소하게 한 사람이다. 그의 작품은 가볍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니라 삶과 죽음과 폭력과 고통에 대해 깊이 공감하게 만들기에, 읽는 도중에도 읽은 후에도 마음이 힘들었던 작품이다. 대다수 인간이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인간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드러내다 못해 후벼 파는 이야기다. 독자로서 내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고 힐링된다기보다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트라우마가 지금부터 생겨나는 느낌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그의 작품은 단순한 문학을 넘어 우리 시대의 양심을 일깨우는 깊은 울림이 되어 세계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고 평했다.
성경의 안목으로 볼 때 아쉬움
한국 문학사에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우리 국민 모두에게도 대단히 자랑스런 일이다. 그러나 노벨 문학상을 마냥 즐거워하고 축하만을 할 수 없는 현실을 우리 교회는 직면하고 있다. 성경이 증거하는 그리스도 신앙의 본질에 합당한가 하는 물음이다.
송영옥 교수(영문학 박사)는 논평을 통해 노벨 문학상을 받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 작품으로 여겨지는 채식주의 자에서 자신에 대한 사회적, 규범적 요구로부터 해방하려는 극단적 시도를 통해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거부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몸에 꽃을 그리며 욕정을 탐하는 형부와의 관계에서 성적욕망을 예술적 표현으로 둔갑시켜 가정을 깨뜨림에는 아무런 죄의식이 없는 타락의 극치를 보여준다. 소강석 목사는 한강 작가는 성경적 세계관과 다르며 동성애를 비롯한 반기독교적 가치관으로 오염될 우려를 지적하며 “제 자녀가 어린아이라면 권독하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파리 올림픽을 통해서 성만찬 페러디로 기독교를 조롱하며 동성애를 지향하는 서구 사회는 이미 동성애를 통해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거부하고 있다. 다음세대들이 신 앞에 무릎 꿇을 수밖에 없는 인간을 그려낸 톨스토이의 작품 같은 고전이 아니라 신의 질서를 거부하는 현대 작품에 노출되어 의식과 문화가 점점 더 사탄의 품에 안길까 두렵다. 다음세대들에게 더욱 더 고전 문학과 성경을 읽게 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작가의 노벨상 수상이 일회적 영광에 그치지 않게 하려면, 우리의 문화적 역량이 더욱 고양될 수 있도록 좋은 작가와 좋은 책이 발굴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사회 전체가 '한강 신드롬'으로 들썩이고 있다. 해외 서점가에서는 번역본뿐 아니라 한국어 원서도 절판되는 상황이다. 한강의 작품을 구매하기 위한 서점 오픈런도 벌어졌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23년 발표한 국민 도서 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종합 독서율은 43%로 역대 최저다. 국민 6명 중 1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뜻이다. 서점가에 불어 닥친 ‘한강 특수’는 매우 반갑지만 금세 사그라들지는 않을지 걱정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