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사태이후 거리 교통에 상당한 변화가 생겼다. 좋은 변화가 아닌 나쁜 변화이다. 바로 오토바이의 증가와 오토바이의 난폭 운전이 더욱 급증했다는 것이다. 나는 하루에 일정하게 서울 시내 일정한 거리를 운행하는 사람이다. 벌써 몇년동안 그렇게 해 왔다. 그래서 도심 교통 흐름에 대해 나 나름대로 분석도 해 보곤 한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배달수요가 크게 늘었고 그에 따른 오토바이 배달 라이더들도 급증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무법 질주를 벌인다는 것이다. 코로나 초기에는 그럴 수도 있겠지 어느 정도 진행되면 경찰의 단속이 이뤄지고 그러면 나아지겠지 그렇게 판단했다. 하지만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한번 무법자처럼 운전했던 오토바이족에게 교통법규를 준수하자고 말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느껴진다.
얼마나 오토바이의 횡포에 시달렸으면 여기가 베트남이냐는 소리까지 나올까. 실제로 나는 베트남에서 상당기간 살았던 사람이다. 퇴직후 뭔가 할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베트남으로 발길을 옮겼던 사람가운데 한 명이다. 베트남 하면 한국사람들이 가장 많이 기억하는 것이 바로 오토바이 아니든가. 실로 베트남에서 차량 운전은 감히 생각을 못한다. 세계에서 차량 운전을 가장 잘 하는 사람들이 바로 베트남인이 아닌가라고 나는 평가하고 싶다.
그렇다면 왜 베트남인들이 오토바이를 급하게 그리고 막무가내로 모는지 아는가. 그것은 바로 베트남이 가진 고유한 특성때문에 그렇다. 베트남은 일년내내 덥다. 그리고 공산주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베트남은 보통 하루 35도이상의 고온이다. 습도도 특히 우기때에는 엄청나다. 그야말로 매일 매일이 열대야이다. 아직도 가정에 에어콘이 없은 곳이 많다. 그러니 집에 머물 수가 없다. 그래서 오토바이를 몰고 나오는 것이다. 온가족이 오토바이에 탄 채 말이다. 낮에도 마찬가지다. 아직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못해 가까운 거리도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 조금이라도 빨리 달려야 시원한 감을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은 태어나자 마자 오토바이에 의존하며 산다. 오토바이위에서 잠자는 것은 예사이다.
그리고 베트남은 공산일당 독재체제이다. 당연히 국민들은 이런 저런 제재를 받는다. 베트남도 공안 즉 경찰 조직이 발달해 특히 정부를 비판하는 경우 쥐도 새도 모르게 연행돼 여러 피해를 입게 된다. 국민들의 반감이 상존하고 있다. 그런데 오토바이까지 단속하겠다고 나서면 국민들의 대정부 반감을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어 그냥 놔두는 것이다. 베트남에서 오토바이 헬맷착용이 의무화된 것도 불과 몇년전부터이다. 하도 오토바이 사고가 많고 인명피해도 많아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었다. 그런 오토바이 나라가 바로 베트남이다. 그리고 인도차이나 반도국가들이 대부분 이런 상황이다.
아마도 인도차이나 국가를 제외하고 오토바이 난폭운행이 심한 곳이 바로 한국 아닌가 생각한다. 그 이유는 이른바 배달의 민족이라는 택배시스템에 기인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한국처럼 택배시스템이 발달한 나라도 드물다. 빨리 빨리 문화가 만들어낸 상황이기도 하다. 빠른게 좋은데 어떻게 오토바이가 교통법규를 지키기를 기대하겠는가. 교통법규 제대로 지키면서 어떻게 빠르게 택배가 가능하겠는가. 오토바이 난폭 운행은 한국인의 빨리 빨리 문화가 만들어낸 사생아일지도 모른다. 초보 운전자들과 외국인 운전자들이 가장 공포스러워 하는 것이 바로 오토바이 난폭운전이라는 소리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
오토바이와 접촉사고를 경험한 운전자일 경우 오토바이라면 정말 학을 뗀다. 사소하게 부딪혔을 경우 당연히 쌍방과실인데 대부분 적당히 타협하고 보험처리를 한다. 하지만 이때 엄청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나도 경험한 일이다. 별것 아닌 부딪힘인데 오토바이 수리비 2백만원 이상 그리고 대인 치료비 3백만원이상 합계 5백만원 이상의 보험금이 지급됐다. 조금만 사고에 오토바이 이곳 저곳 다 고치고 찰과상정도인데 그동안 미뤘던 몸 여기저기 다 치료받는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 교통흐름을 방해하지 않겠다고 경찰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가 뭐해서 그냥 보험처리한 것이 나중에 보험료 과다 인상으로 돌아온다.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마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오토바이족도 보험으로 처리하자고 한다. 경찰이 와 조사를 하면 대부분 쌍방과실이 되는데 그러면 자신들도 보험료가 높아질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꼭 그렇지는 않겠지만 접촉사고가 나길 기다리는 것처럼도 생각된다.
‘횡단보도 질주’ ‘신호 무시’ 등 배달족들의 무법질주에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칼을 빼들었다고 한다. 3천 명의 공익제보단과 하반기 제보단 추가 모집에 나선다는 보도를 접한다. 공익제보단은 인도에서 통행하는 것과 신호를 위반하는 등 배달족들의 도로법규 위반 단속 활동을 한다는 이야기다. 배달족들의 무법 질주가 도를 넘어서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토바이와 관련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횡단보도를 질주하는 배달라이더의 모습이 포착된 게시물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는 언론 보도이다. 과태료를 피하기 위해 ‘번호판 가리기’도 일삼는다고 한다. 얼마나 오토바이의 난폭운전이 심했으면 이러겠는가.
이것은 코로나 사태로 먹고 살기 위해 할 수 없이 저지르는 생활형 범죄가 아니다. 이것은 일종의 습관이자 교통문화를 저해하는 지극히 우려스러운 행태이다. 먹고 살기 힘들어서 교통법규를 위반한다 그런 아니다. 차량 사이를 이리저리 지나다니가 접촉사고 내고 거액의 보험금을 타는 것을 어떻게 코로나 탓으로 돌리겠는가.
지금 한국에서 힘들지 않는 사람이 없다. 갑부들과 금수저들을 제외하고 말이다. 길거리에 오가는 사람들이 다 힘들게 산다는 것이다. 오토바이족들만 힘든 것이 아니다. 살기 힘들다고 법규를 위반하는 것은 먹고 살기 힘들다고 편의점 등에서 물건 훔쳐 나오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코로나 핑게 대지 말라. 그리고 경찰은 왜 엄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가. 선진 외국에서 오토바이 난폭 운전이 드문지 아는가. 선진 외국도 택배 시스템이 있고 상당수의 택배 종사자들은 생활이 넉넉치 못하다. 하지만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것은 나라의 기본 질서를 위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그들은 생각한다. 그래서 오토바이 난폭운전을 엄하게 다루는 것이다. 물론 오토바이족들은 불만의 소리를 낼 것 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엄연한 나라의 질서를 파괴하는 것이고 교통문화의 저질화를 가져오는 아주 나쁜 습관이기 때문이다. 경찰도 정말 엄한 단속을 펼쳐야 한다. 승용차에 대해서는 눈을 까뒤집고 단속하면서 왜 난폭 오토바이는 묵인하는가. 엄중한 단속이 절실한 시점이다.
2021년 3월 14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