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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로그리는자화상 14
박기옥 수필선집 『달의 진화』
북랜드의 한국현대수필100년 기념 100인 선집으로 간행
979-11-7155-041-8 / 190쪽 / 147*210 / 2024-01-31 / 12,000원
■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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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문학이라는 자신 삶의 원본을 찾아 나선 박기옥 작가가 용암처럼 끓어오르는 문학의 열정으로 피워낸 “수필”이라는 풀잎, 꽃밭에 핀 각양각색 꽃만큼 아름답고 개성 있는 수필 작품을 선정하여 수록하였다. 한국현대수필 100년 100인 선집 〈수필로 그리는 자화상〉 열네 번째 박기옥 수필가의 『달의 진화』이다.
“수필은 연구할수록 아름답다. 끝없이 나를 설레게 하고, 몰입하게 하고, 긴장시킨다. 수필 한 편 쓰고 나면 자신이 더욱 새로워지고, 너그러워지고, 부드러워짐을 느낀다. 엣지(edge) 있는 수필을 쓰려고 노력한다. 작가의 개성으로 봐주면 좋겠다.”(머리말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4부에 나누어 실은 50편의 작품에는 그야말로 박기옥 작가만의 “엣지”가 살아있다. 여기서 “엣지”란, 사전적 의미의 ’모서리‘나 ’날카로움‘ 같은 차가움이 아니라 유머와 휴머니즘, 로고스와 파토스, 감동과 공감, 독특함과 개성을 갖춘 박기옥 작가의 따뜻한 수필 스타일을 말한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 담백하고 읽기 쉬운 문장, 서정과 지성이 조화로운 균형 잡힌 사유 등, 수필 문학의 모범을 보여주는 작품에 독자의 마음을 두드리는 특별한 “엣지”를 겸비한 작가의 이 작품집은 한층 더 “진화”한 수필의 참모습을 보여준다.
■ 저자 소개
박기옥
• 《한국수필》 등단
• 대구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주강
• 『아무도 모른다』 『커피 칸타타』 『쾌락의 이해』 『아하』 『시간속으로』 출간
• <김규련 문학상> <서정주 문학상> <대구의 작가상> 수상
• 대구수필가협회 회장 역임/ 대구문인협회 부회장/ 한국수필가협회 운영이사
■ 목차
머리말|내 안의 원본
1부 봄
해맞이 / 그들만의 세상 / 늪 / 껌과 초콜릿 / 몸 / 사랑 예감 / 오브제의 기억 / 유채꽃 단상 / 죽을 죄 / 통속적인, 인간적인 / 작심삼일 / 웃은 죄
2부 여름
삼겹살과 프로이트 / 눈맞춤 / 소리 / 벌 / 시간을 거슬러 / 샤갈과 히틀러 / 어머니의 수채화 / 그대 먼 별 / 냉장고를 고치며 / 틈 / 죽순 / 맥주 한 잔 / 대니 보이
3부 가을
썸 / 가을 소묘 / 커피 칸타타 / 오래된 라디오 / 달의 진화 / 심초석 / 낭만의 오해 / 부자 / 애도 / 내 앞에 놓인 잔 / 아무도 모른다 / 을의 반란 / 마이 웨이
4부 겨울
팩트체크 / 쾌락의 이해 / 초상화 / 어물전 천사 / 개와 낭만 / 발 / 아버지의 모자 / 쉘 위 댄스 / 가족사진 / 구석방 / 아하 / 꼴찌의 변
■ 출판사 서평
“나는 웃고, 고개를 저어 기억하기를 포기한다. 이름이 대수던가. 그들은 이미 저 달 뒤로 사라졌다. 노래도, 나무도, 벤치마저도 사라졌다. 술을 몇 잔 마신 아들이 창밖을 보며 가만히 노래를 흥얼거린다. ‘달의 몰락’이다.
나를 처음 만났을 때에도 그녀는 나에게 말했지./ 탐스럽고 이쁜, 저 이쁜 달…./ 그녀가 좋아하는 저 달이 지네./ 달이 몰락하고 있네.
시간만큼 엄격한 것이 세상에 또 있을까. 어느덧 밤은 깊어 레이저쇼는 그쳤다. 못 한가운데 보름달만 덩실 떠 있는데, 달은 그러나 몰락하지 않았다.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표제작 「달의 진화」 중에서)
먼저, 일상의 희로애락을 유머로 품격있게 헤쳐나가는 작가의 여유와 긍정을 담은 작품으로「그들만의 세상」, 「죽을죄」, 「작심삼일」, 「웃은 죄」, 「삼겹살과 프로이트」, 「썸」, 「커피 칸타타」, 「내 앞에 놓인 잔」, 「을의 반란」, 「마이 웨이」, 「꼴찌의 변」 등이 있다. 읽다 보면 웃음이 크게 나고, 눈물도 조금 나게 하는 듯한 수필의 묘미에 즐겁고 행복해진다.
“네 살짜리 막내까지 손가락을 물고 화면에 꽂혀 있었다. 얼굴을 박고 열중하느라 내가 들어간 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들만의 세상이 펼쳐져 있는 것이었다.”(「그들만의 세상」 중에서)
“…인간의 영혼은 유리알처럼 예민하여 눈길 한 번, 글 한 줄에도 떨림을 경험하고 마침내 부서지기도 하는가 보았다. <아하>의 갈망이다. 밤이 깊었다. 누군가가 소주잔을 들어 건배를 외쳤다. “프로이트를 위하여!” 깜짝 놀란 삼겹살이 서둘러 익기 시작했다.” (「삼겹살과 프로이트」 중에서」)
““언니. 어차피 내 앞에 놓인 잔은 자기가 비우게 되더라구요. 제가 지금 그걸 겪고 있잖아요. 결국은 본인이 극복해야 할 문제라니까요. 술이나 마십시다.” … 우리는 각자 내 앞에 놓인 잔을 들어 다시 한번 ‘원더풀’을 외쳤다.”(「내 앞에 놓인 잔」 중에서)
어긋남 없이 조화로운 자연에 우리의 삶을 비추어 보고 건강한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 작품으로 「늪」, 「유채꽃 단상」, 「벌」, 「틈」, 「죽순」, 「가을 소묘」, 「오래된 라디오」 등이 있다. 본향인 자연에서 멀어진 채 천천히, 느리게, 더불어 사는 아날로그적인 삶을 외면하고 문명의 이기와 편리, 복잡, 더 나아가 욕망만을 추구하는 지금의 우리를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들이다. 심오한 주제를 유쾌, 상쾌, 명쾌하게 풀어나가는 작가의 글솜씨에 빠져들며 공감하게 된다.
“다행히도 그는 지금 한창 그의 방에서 사랑하는 벌레에 몰두해 있다. 그는 주로 가상의 벌레들과 친하고 그것들과 즐거움을 나누는 데 열중한다. 자기의 생활에 방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기 원하는 시간에 자기 마음대로, 자기 방식대로 사랑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한다. 나는 아들의 이기적인 사랑을 걱정한다. 배려가 없는, 연민이 없는 사랑을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틈」 중에서)
“자체의 맛이 있는 듯도 하고 없는 듯도 한 그것은 탕(湯)의 경우 톱니 모양으로 나붓나붓 썰어져 국물 맛에 기여한다. 볶음이나 무침에서는 은근히 자신을 과시하며 자기 존재를 증명하기도 한다. 주연이면서 대체로 조연이고, 조연인가 하면 때로는 주연이다. 우리 안의 욕망이 그러하듯이.”(「죽순」 중에서)
“나 또한 그것들과 다름이 없으리. 내 속에 너무 많은 나를 가지고 있어 조금만 어긋나도 상처를 입는다. 언제쯤이면 위풍당당하게 모노로 돌아갈 수 있을까. 오래된 집에, 오래된 라디오와 오래된 사람이 서로의 ‘복잡’에 발목을 잡혀 낑낑거리며 살아가고 있다.”(「오래된 라디오」 중에서)
상처와 아픔을 돌아보는 데 있어 더없이 진솔한 작가의 작품은 사람 간의 진정한 관계와 화합에 대해서도 감동의 여운을 남기는데, 「눈맞춤」, 「소리」, 「그대 먼 별」, 「낭만의 오해」, 「아무도 모른다」, 「을의 반란」, 「팩트체크」 등이 그렇다. 상처는 서로에 대한 무관심과 몰이해에서 비롯된다는 것, 상대의 아픔은 나의 아픔임을 느끼고 다름에 대한 이해를 통해 진정한 소통과 화해에 이를 수 있다는 깨달음을 부드럽게 이야기하는 작품에서 우리가 서로에게 가져야 할 “연민”이라는 또 다른 사랑의 감정을 알게 된다.
“세상의 모든 아픔을 희망으로 바꾸는 힘”(「샤갈과 히틀러」)인 사랑의 드높은 가치를 이야기하는 작품에서 작가는 우리 삶이 그려내는 다채로운 사랑의 모양과 빛깔을 그려내면서 사랑에 경의를 표한다. 약자에 대한 사랑(「사랑 예감」), “그와 함께한 젊은 날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물건에 대한 사랑(「오브제의 기억」), 어머니를 여읜 아버지의 또 다른 사랑(「통속적인, 인간적인」), 화가와 독재자의 예술을 대하는 다른 사랑의 방식(「샤갈과 히틀러」), 믿음과 배려의 사랑(「냉장고를 고치며」),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심초석」, 「대니 보이」), 부자간의 사랑(「부자」), 온전히 몰입된 사랑(「쾌락의 이해」), 어려운 타인에 대한 사랑(「어물전 천사」), 이론이 아닌 실천하는 사랑(「발」), 가족 간의 사랑(「가족사진」) 등 우리 삶 안에 순리로 살아있는 사랑의 참된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내가 어른이 되어 ‘사랑’을 고민하기 시작했을 때 내면 깊숙이 두 분 노인의 깊은 신뢰와 말 없는 배려가 작용한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랑은 결국 몸을 사용함으로써 완성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자식이 엄마에게 용돈을 드리는 것만 사랑이 아니라 외출에서 돌아와서 양말을 반듯하게 펴서 세탁기에 넣어주는 것 또한 사랑이라는 뜻이다. …… 이 큰 덩치가 작은 센서 하나로 살아날 수도 있단 말인가. 반대로 이 큰 덩치가 센서 하나의 고장으로 멈추고 말았다는 것인가. 하늘에서 떨어졌는지 땅에서 솟았는지 본 일도 없는 ‘센서’에게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것은 아마도 사랑이나 배려, 혹은 자연이나 운명과 닿아있는 이치일 것이었다. 우리 삶이 언제나 헝클어진 실타래 같다가도 어느 한 가닥에 순리가 들어있었던 것처럼.”(「냉장고를 고치며」 중에서)
삶에 대한 작가의 날카로운 “엣지”가 돋보이는 작품들도 있다. 유한한 우리 삶의 실체와 자신 인생의 의미를 숙고하게 하는, 「해맞이」, 「껌과 초콜릿」, 「시간을 거슬러」, 「초상화」, 「셸 위 댄스」, 「아버지의 모자」가 있다. 한 번뿐인 삶- “금빛 햇살을 뿌리면서 떠오르는 저 해는 철썩이는 저 바다와 산이 온 힘을 다해 진통하여 낳은 새로운 해였다.”, 온전히 최선을 다하는 삶- “소녀는 온 신경을 혀 위에 있는 초콜릿으로 모은 다음 시간을 잊고 천천히, 그 속으로 녹아드는 것처럼 보였다.”, 시간에 대한 완전한 이해- “나 또한 이제 그들의 코스를 밟고 있는 중이다. 늙음을 거쳐 죽음에 이르는 긴 여정이다. 나쁘지 않다. 처음 가는 길이라 어리둥절하고 생소할 뿐이다. 시간은 천재다. 그 길에도 곳곳에 아름다움과 기쁨을 숨겨 놓았을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며 좀, 천천히 가려고 한다.”, 이것이 바로 나의 모습- “나는 누구인가. 나는 과연 어떻게 살아왔는가. 무엇을 추구하며, 무엇을 사랑하며 살아왔는가. 나의 온전한 모습은 어떤 것인가.”, 정성으로 삶을 대하는 자세- “단지 이상하게도 죽음을 앞두고 두루마기에 낡은 갓까지 쓰고 혼을 바쳐 조상께 절을 올리던 아버지의 마지막 그 모습만은 오래도록 자식들 마음에 남아있었다.”, 삶은 자신의 무지를 아는 것- “춤이란 게 그런 게 아니거든요. 아무리 연습해도 이게 잘 안 되어서 말이지요.” 등, 유려한 구절 속에 깃든 삶의 의미와 바른 자세를 온전히 배우게 된다.
50편의 작품 한 편 한 편 모두 결코 놓칠 수 없는 재미와 의미와 감동을 담은 『달의 진화』. 작가의 새롭고 부드럽고 너그러운 목소리가 아름다운, 그래서 “엣지 있게” 진화한 새로운 수필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첫댓글 박기옥 부회장님
수필 에세이집
달의 진화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이사회때는 반가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