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시대 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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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자:2007-04-02 |
FTA협상 타결 … 무역량 증가로 한인경제에도 활력소될듯
자동차 - 3000cc이하 승용차 관세 없애 쇠고기 - 관세‘10년이상 기간’단계 철폐 지재권 - 인정기간 50년서 70년으로 연장
14개월을 끌어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양국간 새로운 자유무역시대가 열리게 됐다. 양측 대표단은 서울에서 1일과 2일에 걸친 최종 마라톤 협상을 통해 FTA 체결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자동차와 쇠고기, 섬유 등 주요 쟁점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 냈다. 특히 양국간 무역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 농업, 섬유 등 경제 분야는 이번 FTA 체결로 상호 무역량이 증가하는 등 상당한 경제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핵심 쟁점이었던 자동차 분야의 경우, 한국이 자동차 수입관세(8%)를 즉시 철폐하고 미국은 수입관세(2.5%)를 배기량 3000㏄ 미만은 즉시 철폐, 3000㏄ 이상은 3년 내 철폐키로 합의를 보았다. 현대자동차 미주법인은 한국산 승용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 2.5%가 철폐될 경우 가격 경쟁력이 강화돼 대미수출이 8억달러 이상 증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다른 핵심 쟁점이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과 관련 양측은 ‘10년이 훨씬 넘는 상당한 기간’ 이후 한국이 수입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한다는데 의견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그동안 ‘관세 즉시철폐’를 요구해 왔다. 쇠고기 검역 문제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의 미국 쇠고기에 대한 광우병 평가등급이 나온뒤 그 결과에 따라 우리측이‘뼈 있는 쇠고기’까지 수입을 구두 약속하는 선에서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 따라서 오는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등급을 확정하면 한국이 수입재개 절차를 시작하게 된다. 지적 재산권 인정 기간은 현행 50년 인정에서 미국 요구대로 ‘70년 인정’으로 늘리기로 합의점을 찾았다. 금융 분야에서는 한국이 요구한 세이프가드(외환위기 때 돈이 일시적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조치)를 도입키로 합의했다. 이번 FTA 체결은 미주한인사회에도 경제 활력소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자동차-섬유 ‘햇살’ 농업-의약 ‘먹구름’
<문답 풀이>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은 한미양국의 관계가 지금까지의 군사동맹 위주에서 ‘경제동맹’으로 한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미 FTA의 경제력 규모는 미국 입장에서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이어 두번째, 한국 입장에서는 가장 큰 규모이다. 이번 FTA 협상의 궁금증을 문답형식으로 풀어본다. <편집자주>
미국차 가격 10% 인하 한국차 8억달러 추가 수출 가능 값싼 쇠고기·오렌지 쏟아지면 축산·농업 피해 불보듯
-FTA는 무엇이고 왜 양측이 체결을 원했나. ▲‘Free Trade Agreement’(자유무역협정의 줄임말이다. 국가간 무역 장벽을 철폐, 무역과 투자를 촉진하려는 것이다. 수입품에 부과되는 관세를 낮추거나 없애고 갖가지 수출입 제도와 무역 규제에 대한 장벽도 허물게 된다. 이번 FTA 체결을 통해 세계 최대의 시장인 미국에서 한국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등 수출지향적인 한국으로서는 FTA 체결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한국정부의 판단이다. -FTA가 체결되면 값싼 미국산 식품들이 쏟아져 들어오나. ▲업종, 품목별로 상황이 다르지만 미국산 식품 수입가격이 점차적으로 낮아지고 수입도 증가하게 된다. ‘LA갈비’같은 뼈가 있는 미국 고기도 뼈있는 쇠고기의 수입 문제가 풀리면 한국으로 수입될 수 있다. 경쟁력 있는 미국산 쇠고기가 낮은 관세로 들어오면 이미 한국에 들어와 있는 호주, 뉴질랜드산 쇠고기 가격은 물론 한우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농가의 피해는. ▲미국산 쇠고기가 국내로 쏟아지면 축산 농가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특히 뼈있는 쇠고기까지 수입된다면 축산 농가는 위축돼 시골에서 소 구경하기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오렌지는 감귤의 대체적 성격이 있어 값싼 미국산 오렌지가 식탁을 점령할 경우 감귤재배 농가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결국 경쟁력이 부족한 많은 농업 분야에서 폐업과 구조조정의 회오리가 예상된다.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미국과 한국산 자동차는 얼마나 싸지나. ▲미국산 자동차는 현재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8%의 관세를 문다. 관세가 철폐되면 특소세, 부가세 등 관련 세금까지 낮아져 10% 가량의 가격 인하 요인이 발생한다. 또 미국에서 생산되는 일본차들의 가격 경쟁력 제고로 국내로 우회 수입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한국산 자동차는 미국에 수출되면서 2.5%의 관세를 문다. 현대와 기아 미주법인은 2.5% 관세가 철폐되면 가겨 인하로 인한 경쟁력 강화로 약 8억달러의 추가 대미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생활면에서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화물이 미국의 공항이나 항만에 머무는 시간이 종전 최장 5일에 달했으나 통관분야 합의를 통해 48시간 이내로 규정, 미국 현지 통관절차가 한결 신속해진다. 특히 특급화물의 경우 통관 서류를 최소화하고 절차를 대폭 간소화해 원칙적으로 통관서류 제출 후 4시간 이내에 반출을 허용키로 했다. 의약품 분야의 경우 미국 업체들의 신약 특허권에 대한 보장을 강화해줄 경우 국내 업체들의 복제약 판매가 위축되고 상대적으로 비싼 신약을 써야해 소비자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 -문화생활에는 어떤 영향이 있는가. ▲극장에서 한국 영화 보기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스크린 쿼터 ‘현행유보’ 인정 여부 때문이다, 이를 인정하면 앞으로 한국영화 점유율이 떨어지는 상황이 와도 정부는 스크린쿼터를 다시 늘릴 수 없다.
<최대 수혜자는> 소비자들 물가하락 덕 연30만원 소득증대 효과
한국과 미국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실행되면 가장 큰 혜택은 소비자가 볼 것으로 전망된다. 농업과 중소기업 등 특정 산업과 집단의 피해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한미 FTA 협상을 일관되게 추진한 가장 큰 이유는 FTA가 국민 대다수 소비자의 후생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믿음에 있다. FTA는 시장 개방과 수입관세 인하가 핵심이다. 관세 인하로 수입제품의 가격이 하락하면 국내생산자들 또한 가격을 낮추려는 노력을 경주하게 되고 결국 국내물가는 전반적으로 하락한다. 소비자들은 지금보다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는 논리다. 서비스 분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현재는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의 폭이 좁지만 한미 FTA가 체결되면 소비자들의 다양한 선택이 가능해져 이 역시 소비자 후생 증가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국민소득으로는 1인당 약 30만원, 4인 가족 기준으로는 연소득 120만원의 소득증대 효과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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