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평화기원 메시지
오늘 제주도의 중심 도량인 관음사에서 중국불교협회와 일중한국제불교교류회 여러분들, 그리고 각계 지도자 여러분을 모시고 제11차 한중일불교우호교류위원회 제주대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를 대표해서 다정한 환영의 인사를 드림과 동시에 반갑고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우리 불가에서는 깨달음의 길을 함께 가는 이들을 도반이라고 합니다. 인류평화와 안녕, 지구촌 환경보존을 함께 생각하고 실천하기 위해 모인 우리들은 금생만이 아니라 세세생생 굳게 맺어진 도반들입니다.
올해 세계는 에너지위기로 휘청하였습니다. 이미 국제 원자재 값 폭등과 식량 위기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습니다만 기름 값 급등으로 인한 타격은 힘없는 제3세계의 빈곤한 이들이 직접적으로 받았습니다. 가난한 이들이 더 고통 받고 굶주리는 이런 비극이 왜 없어지지 않는 것일까요. 이는 우리의 잘못된 삶의 방식에서 비롯한 것은 아닐까요?
보다 많은 소비가 미덕인 생활방식이 지속되는 한 환경은 지속적으로 파괴될 뿐입니다. 우리 인류는 모두가 복은 아끼고 베품에는 인색하지 말아야 합니다. 탐욕적인 경제활동이 지속되는 한 필연적으로 자연파괴와 인간소외, 부족한 자원을 독점적으로 확보하려는 전쟁과 폭력은 되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무한의 욕망을 만족하려는 광기어린 소비문화로 인해 환경을 생각하지 않고 질주하던 인류문명은 식량위기, 농지의 사막화, 기상이변, 자원 고갈이라는 대규모 재해를 불러일으킨 것입니다. 이제 환경문제는 생존문제라는 공감대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모든 존재는 서로 의지해서 존재합니다. 그것이 불교의 인연법입니다. 나의 생존은 바로 남의 존재, 내가 생존하는 환경을 전제로 할 때에야 비로소 성립하는 것입니다. 남이 없으면 나 또한 없다는 것이 불교 환경관의 핵심 내용입니다.
그래서 생명의 존중과 생명에 대한 무한자비가 불교의 근간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불교도는 생명이 처한 위기, 환경문제에 적극 대처하여 올바른 해결방향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대승심지관경』에서 부처님께서 "보살은 마땅히 자비심으로 십방의 인민 및 날벌레, 길벌레의 무리에 이르기 까지도 어여삐 생각하여 갓난아기와 같이 보고 일체의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하셨으니, 이는 곧 중생들과 자연계에 대해 깊은 존경심과 애정을 가지고 대하라는 말씀입니다. 환경문제를 바라보는 불교적 시각은 바로 이와 같은 자비심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그렇게 될 때 비로소 인간중심주의, 인간우월주의로 포장된 리기주의를 극복하고 동체대비정신이 구현된 범생명주의로 나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불교인의 삶과 수행은 바로 이런 의식을 투철하게 간직하고 실천적으로 구현하는데 있습니다. 살아있는 생명체는 물론 무정물까지도 중생으로 인식하고 자비의 대상으로 삼는 불교적 세계관은 얼마나 놀라운 경지입니까. 중생을 희생시키기 보다는 차라리 자기 자신을 희생하는 부처님의 전생담과, 자비와 희생이 인격화된 보살사상이야말로 인류문명의 위기를 돌파할 희망의 선언이 아닙니까. 사분율에서 "땅을 파지 말라, 살아 있는 나무를 꺾지 말라, 고의로 축생의 목숨을 뺏지 말라, 벌레 있는 물은 마시지 말라”고 제계하신 말씀은 환경선언이라 해도 무방하지 않습니까.
이곳 제주도는 하늘이 내리신 자연환경을 간직한 천장지비의 소중한 곳입니다. 산과 숲과 물과 바다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곳입니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제주도도 해방의 감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4.3사태라는 비극을 겪었습니다. 이념적 대립이 불러일으킨 잔혹한 역사의 비극을 딛고 지금의 풍요와 아름다움을 되살리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인류평화와 안녕에 대한 갈망이 어느 곳보다 더하며 환경보존에 대한 의지와 실천이 두드러진 곳입니다. 이번 제11차 한중일불교우호교류위원회 제주대회를 통해 부처님의 뜻이 세계인류의 평화와 안녕, 그리고 환경보존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원해 마지않습니다.
모두 공생의 길로 매진합시다.
불기 2552(2008)년 10월 10일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 |
지 관 |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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