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 Dimanch!
À la messe avec un petit enfant
즐거운 일요일,
아이와 함께하는 미사
엠마누엘 레몽 달리악 글
에드위지 라페르귀 그림
전세계 가톨릭 교회의 큰딸이라 불리는 프랑스는 인구의 60% 이상이 천주교 신자인 가톨릭 국가다. 프랑스에는 유명한 성모 마리아 발현지가 있는데 피레네 산기슭에 위치한 루르드(Lourdes)라는 마을이다. 파리 시내 한 복판에 위치한 ‘기적의 메달 성모성당(Chapelle Notre Dame de la Medaille Miraculeuse)’도 성모 발현지다. 1831년 조선의 선교사를 파견한 파리외방선교회와 가깝다. 파리에 살았을 때 자주 찾았는데 순례자들도 많았고 분위기가 거룩했는데 성모상이 매우 아름답고 신비로워서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1830년 11월 27일, 성모 마리아가 까트린느 라부레 (Catherine Labouré) 수녀에게 발현하여, 인간 모두에게 내리는 은총과 구원의 상징인 메달을 만들라고 했는데, 19세기 수백만 사람들을 믿음으로 이끄는 촉매가 된 이 메달은 치유의 확신을 갖고 목에 걸고 다닌 많은 사람들의 병을 낫게 하고, 회개를 통한 하느님의 은총을 깨닫게 하는 ‘기적의 메달’이 되었다. 천주교 신자들이 많이 하는 목걸이가 바로 이 기적의 메달이다. 이러한 까닭에서인지 프랑스 신자들은 성모 마리아에 대한 신심이 각별하다.
내가 살았던 파리 15구 그랑파부아(Grand Pavoir) 근처의 ‘나자렛 성모성당’에는 주일미사에 아이들을 데려오는 부모들이 서너 명 있었다. 미사 중에 아이가 울어도 신부님이 화를 내거나 부모를 나무라지 않았는데, 미사 시간에 아이들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은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를 안고 있는 어머니가 질책을 당할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많은 성당에 유아방이 있지만, 파리의 성당에서는 그런 공간을 본 적이 거의 없다. 신부님이나 교우들은 아이가 우는 것을 지극히 자연스럽게 여겼고 미사에 방해가 될 정도로 시끄럽게 울면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밖에 나갔다가 다시 들어온다. 어른들을 위한 미사에 아이들이 와서 불편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미사 참례는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아기들 모두를 위한 것이고 그래서 함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번에 소개하는 프랑스 그림책은 엠마누엘 레몽 달리악이 글을 쓰고 에드위지 라페그귀가 그림을 그린 <Bon Dimanch! À la messe avec un petit enfant- [bɔ̃ dimɑ̃ːʃ ɑ la mεs avεkœ̃ pətitɑ̃fɑ̃] >이다. ‘봉 디망쉬’는 일요일에 하는 인사말이다. ‘Bonjour-봉주흐’는 아침과 낮에, 저녁에는 ‘Bonsoir!-봉수와’라고 한다. Bon Dimanch는 ‘좋은 일요일’이라는 뜻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날이니까 <즐거운 일요일, 아이와 함께하는 미사>로 번역했다. 프랑스 사람들의 평상적인 생활 속에서 가족이 함께 주일미사에 참례하는 모습을 잘 묘사한 책이다. 상상 속의 멋진 이야기나 심오한 철학이 담긴 교육적인 내용만이 아니라 평범한 삶의 이야기도 기쁨을 줄 수 있음을 알게 해 준 책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속에 스며있는 작은 감동과 아름다움이 바로 문화라고 한 시인*의 말을 떠올리게 하는 이 책은 프랑스 사람들의 종교적인 삶, 특히 가톨릭 교회의 전례와 예식을 친근하고 알기 쉽게 표현했다. 엄마, 아빠와 함께 하는 가족의 사랑, 친구들과 즐겁게 뛰노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함, 교회 공동체 안에서 이웃과의 교제 등 평범하지만 매우 귀중한 가치를 사랑스런 그림 속에 잘 담아냈다.
전체적인 글의 흐름에 따라 이해하기 쉽게 요약하여 번역했으며 프랑스적인 어법은 한국인의 언어 습관에 맞게 표현하였다. 이 책의 그림을 그린 에드위지 라페르귀(Edwige Lapergue)는 연필과 붓을 먼저 사용하여 그림을 그린 후 포토샵을 활용하며, 마음이 자유로울 때 그림이 잘 그려지고, 머릿속에 생각이 떠오르면 즉시 종이에 옮긴다고 한다. 요제프 차페크*의 <Doggie and a Pussycat>라는 강아지와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그림책과 같이 “두 딸에 대한 이야기를 나만의 개성이 있는 그림책으로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즐거운 일요일, 아이와 함께하는 미사
오늘은 일요일, 갸스파는 일어나 엄마 아빠 방으로 달려갑니다.
엄마가 반기며 “우리 귀여운 갸스파 왔구나.”라고 말합니다.
갸스파는 엄마 볼에 뽀뽀하고 맛있게 아침을 먹습니다.
아빠가 시계를 보고 말합니다.
“갸스파, 준비해라. 성당 가야지.”
갸스파는 엄마, 아빠와 함께 성당에 도착합니다.
친구들과 인사를 나눈 부모님은는 갸스파를 위해 맨 앞줄에 앉습니다.
신부님과 부제님, 성가대 어린이들이 도착하면 모두 성가를 부릅니다.
미사가 시작되고 신부님이 제대 앞에 서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하고 성호를 그으면
신자들이 모두 따라 합니다. 물론 갸스파도요.
신부님이 우리의 잘못을 용서해 주기를 청합니다.
“주님,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미사해설자가 마이크 앞에 서서 선창하면
“주님께 영광!” 노래를 함께 부릅니다.
독서 시간.
엄마가 앞에 나가 제1 독서를 합니다.
그 모습이 갸스파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제2 독서가 끝나고 복음을 듣는 시간입니다.
모두 일어나 알렐루야를 부릅니다.
부제님이 복음을 낭독합니다.
갸스파는 귀를 쫑긋하고 복음 말씀을 듣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의 이야기를 아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신부님의 강론이 끝나면 신자들의 기도가 이어집니다.
세 번째로 나온 사람이 온 세상 사람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예물 봉헌 시간, 주님의 식탁을 준비하는 순간입니다.
키 큰 여자 아이 둘이 각각 빵과 포도주를 들고
두 청년이 불 밝힌 초를 하나씩 들고
갸스파는 헌금 바구니를 든 아빠 곁에 서서
조심스럽게 걸어가 봉헌합니다.
이제 성찬의 전례가 시작됩니다.
신부님이 제대에 서서 두 팔을 벌려 기도합니다.
“거룩하시도다… .”
신부님은 두 손을 빵과 포도주 위에 모으고
성령에 의해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이제 미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입니다.
“이것을 받아 먹어라. 이것은 내 몸이다.”
종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갸스파와 아빠는 무릎 꿇고 두 손을 모은 채,
고개를 들어 바라봅니다.
신부님이 포도주가 담긴 잔을 들고 말합니다.
“이것을 받아 마셔라. 이는 내 피다.”
신부님께서 아이들을 제대 가까이 부르십니다.
손을 잡고 둥그렇게 원을 그리며 제대를 둘러 싼 아이들은
신부님과 함께 소리 내어 기도를 드립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
주님의 기도가 끝나고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시간.
신부님과 인사를 하고
아빠와 엄마에게 인사하고
옆에 있는 교우들과도 인사를 나눕니다.
“평화를 빕니다.”
갸스파는 엄마 팔에 안겨 볼에 뽀뽀를 합니다.
“갸스파, 조심해야지. 엄마 뱃속에 아기가 있잖니?”
성가를 부르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제대 앞으로 걸어갑니다.
성체를 영하는 순간입니다.
갸스파는 아빠 손을 잡고 앞으로 나갑니다.
신부님과 부제님이 동그란 밀떡 같은 성체를 손에 들고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말하자
신자들이 “아멘”하고 답합니다.
갸스파는 너무 어려서 성체를 받아 모실 수가 없습니다.
신부님은 갸스파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해 줍니다
모두 자리에 돌아와 앉습니다.
갸스파는 눈을 감고 예수님께 기도 드립니다.
신부님이 일어나 제대 앞에 서서 성호를 긋고 신자들을 축복합니다.
“그리스도의 평화와 함께, 안녕히 가십시오.”
갸스파와 모든 신자들이 대답합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미사가 끝나고 신부님과 부제님, 성가대 아이들, 신자들이
제대를 뒤로 하고 밖으로 나갑니다.
성당 앞 뜰에서 갸스파는 친구들과 술래잡기하며 뛰어놉니다.
미사 후에 친구들과 노는 것이 정말 즐겁습니다.
갸스파의 부모님은 신부님께 인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신부님. 봉 디망쉬!”
부모님은 레아 가족을 집으로 초대합니다.
같이 차를 마시고 맛있는 과자도 먹을 것입니다.
레아랑 놀 수 있는 일요일, 갸스파는 행복합니다.
*요제프 차페크(Josef Čapek 1887-1945)
20세기 초 체코 입체주의를 대표하는 화가다. 무대 미술가와 극작가로도 활동했으며 그래픽 디자인과 일러스트레이션 분야에서도 독창적이고 빼어난 작품들을 많이 남겼다. 동생 카렐 차페크와 창작의 아이디어를 늘 함께 나누었고, 몇 편의 작품을 공동으로 집필하기도 했다. 『정원가의 열두 달』을 비롯해 카렐 차페크의 여러 책에 재치 넘치는 삽화를 그렸다. 1939년 반反파시즘 활동으로 체포되어 베르겐-벨젠 수용소에 수감되었고 그곳에서 생을 마쳤다. (Yes24 작가 소개에서 발췌)
<아동문학사조 여름호>
첫댓글 어린이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점선으로 그려진 부분에 스티커를 붙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프랑스 그림동화책 소개 너무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