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저는 MBC와 전혀 무관한 사람임을 밝힙니다.
오히려 그 대척점에 있는 라이벌공영방송사의 일원입니다.(못 믿으시겠으면 제 아이피를 개인적으로 추적해 보시길...)
그리고 전라도와 전혀 인연이 없는 대구에서만 20년을 살아 온 사람임을 밝힙니다.(이건 뭐 개인적으로 만날 일이 없으니 제가 증명할 방법은 없습니다.하기야 있기도 하죠. 그게 의심되면 대구에 대한 어떤 질문이라도 하시길... 예를 들면 '금복주'사장집이 어디 있는지나 대구시민야구장 어떤 자리가 가장 치어리더 구경하기 좋은 지등...)
내가 MBC와는 전혀 관계없음을
내가 대구사람임을 밝힘으로써
'니가 그 쪽 사람이니까'하는 혐의를 미리 벗기위해서입니다.
이제 본격적인 얘기를 풀어보죠.
* 그래도 나는 문화방송이 좋다.
여러분의 글을 읽었습니다. 냉정하면서도 찬찬히 설득력있게 비판하시는 분도 있고 조선일보식의 '아니면 말고'의 글도 있더군요.
글을 읽다가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된거죠.
문화방송을 비판하는 주된 목소리는,
'문화방송은 정권의 주구에 지나지 않는다 '
'어차피 자사이익추구다'
'조선보다 더 심한 나팔수였으면서 왜 이제 와서 정의로운척 하느냐'
'김중배 사장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MBC에는 전라도사람이 판친다' 등등 입니다.
우선 "문화방송은 정권의 주구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말에 대해서는
물론 주구정도는 아니더라도 '친여적'성향, 일정부분 인정합니다. 물론 그 부분은 정부의 영향력이 미치는 공영방송이니까요. 하지만 그 약간의 친여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꼭 비판받아야 할까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그 친여적성향이 과거의 단순한 나팔수 수준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90년 4월 사태를 기억하십니까? 관선 김영수사장을 몰아내기 위한 그 투쟁은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 이후로 KBS 사람들도 MBC노조는 인정합니다. 한국에서 가장 강한 노조를 자처하는 KBS노조(요즘은 삐걱되고 있지만)에서 조차 MBC노조는 세계에서 가장 강하다라는 우스개소리를 하죠.
즉 공영방송이라도 정부의 어느 선 이상의 간섭은 내부적으로 도저히 인정치 못하는 분위기라는 겁니다. 그러기 때문에 '감히' 97년 대선에서도 김대중후보의 당선을 예상했던 모험을 감행했던거죠.
2001년 작금의 언론현실이 90년 그 때보다 자유롭다는 건 누구나 다 알겁니다.
방송과는 전혀 무관한 김중배사장이 낙하산타고 내려온 거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 낙하산인사를 MBC내부에서 강한 반발을 하지 않은 것은 김중배라는 사람이 주는 MBC라는 배를 개혁으로 이끌 수 있는 인물이라는 내부적 결론이 났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개혁성은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등의 프로그램에서 충분히 실현되고 있구요.
지금 MBC가 흔들리고 있는 건 정부의 지나친 간섭때문이 아닙니다. 연제협사태등 그 동안 너무 '왕따'짓을 한게 서서히 결과로 돌아오는 겁니다.
솔직히 입바른 소리 너무해서 적을 너무 많이 만든 탓입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제일 좋아하는 프로인 'PD수첩','시사매거진 2580'에서 언론은 물론이고 종교단체,스포츠신문,연예계같은 다룰 수록 적만 생기는 프로만 만들어왔다는 거죠.
결국 그 화살은 MBC에게 스스로 돌아온거죠.
요즘 조선일보 조금만 자세히 보십시오. 얼마나 MBC에 대해 악의적으로 보도하는지를 알게됩니다. 진성호,이지형 문화부기자 해도 해도 너무하더군요. MBC시청률 조금만 떨어져도 그게 다 MBC의 '주구적 보도행태'에 시청자들이 등을 돌려서 그렇다는 둥 맨날하는 그 참을 수 없는 '방송의 가벼움'을 끝없이 얘기하죠.
방송사 3사를 뭉뚱거려 비난하지만, 결국 그 타겟은 MBC에 있지 않나 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스크랩하고 있는 것만 봐도 3일에 한번 꼴로 MBC 까댑니다. 거기에다가 자매지인 스포츠조선은 더 노골적으로 MBC를 정말 착취적이고 악의적인 집단으로 몰더군요.(MBC가 스포츠신문의 폐해를 강하게 비판한 거 다 아시죠?)
조선일보만 그런가요, 가끔 동아일보 염장지르지, 중앙일보는 어설픈 양비양시론으로 MBC 잘 한거 없다는 식으로 얘기하지 더욱 못마땅한 건 우군인줄 알았던 한겨레 마저 외면하죠.
이러면 정말 왕따죠.
그렇다고 정부가 庶子인MBC챙기나요. 嫡子인 KBS나 챙기지요.
그리고 MBC가 진정한 '친여주구방송사'가 되려면 '안동수충성서약메모파동'같은 보도는 KBS처럼 지그시 눈감아 줬어야 하지 않을까요?
"어차피 자사이익의 추구다"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맞는 말입니다. 미디어렙사태에서 부터 정말 MBC가 말 그대로 '공익'만을 추구해 왔다면 거짓말이죠.
말이 공영방송이지 광고가 주재원인 상업적인 경영을 할 수 밖에 없는 어정쩡한 분위기에서 '자사이익추구'없이 자신의 봉급도 못 챙기니까요.
앞서도 말했듯이 MBC의 위기의식은 바로 이러한 부분에서 나온겁니다. 이러한 위기의식에서도 지금 개혁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는거죠. 그게 어찌 '끝없는 자사이익 추구' 로 단순히 몰아갈 수 있겠습니까?
누가 봐도 자사이익은 커녕 폭주기관차에 화약안고 뛰어드는 것입니다.
솔직히 MBC는 무모하다할 정도로 많은 '성역'들을 건드렸으니까요.
"조선일보보다 더 한 나팔수였으면서 왜 이제 와서 정의로운 척 하느냐"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맞습니다. MBC 정말 정권의 나팔수였죠.
조선일보보다 더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못지않은 앵무새였던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어떤 분의 말마따나 MBC는 한겨레일수는 없습니다. 지울 수 없는 엄연한 과거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MBC는 자아비판을 통해서 어느 정도의 반성을 했다는 겁니다. 어떤 분이 '미디어비평'이라는 프로에서 다른 신문들만 일방적으로 비난했다고 했는데 제가 그 프로 보니까 자기반성적인 부분도 있던데요. 그리고 '이제는 말할 수 있었다'에서는 조선일보 등과는 달리 '평화의 댐'을 다룬 프로그램에서 자기들의 선배였을 기자의 생생한 과거 장면을 보여주면서 충분히 자기반성하더군요.
물론 누구다나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겠죠. 하지만 그런 반성의 기미를 어떤 희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방송은 시대가 진보하는 대로 비교적 언론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이러한 논의는 보도태도를 위주로 한 것 입니다. 방송의 선정성과 같은 끝나지 않을 허점에 대해서 얘기한다면 할 말이 없구요.
적어도 박통전통 때보다는 노통때, 노통때 보다는 YS때, YS때 보다는 DJ때가 어론보도의 다양성과 자유가 신장되었다고 보기 때문이죠.
그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이제라도 늦었지만 '정의'를 외치고 '개혁'을 외치고 '성역'을 건드리는게 뭐 잘못되었습니까?
물론 당연히 그러시겠죠. 차기정권에서는 이런 태도가 또 친여적으로 바뀔거라구요. 저도 그럴 개연성이 다분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건 그 때 가서 신랄히 비판해야된다고 봅니다.
지금 잘하고 있는 걸 가지고도,
과거의 행태때문에,친여적이라고 매도하가면서, 자사이익추구라고 멍에를 씌우는 일은 없어야 할 겁니다.
물론 저도 MBC에 못마땅한거 많지만,
언젠가 말했듯이 방송3사 중에 그래도 제일 똑바로 하고 있는 MBC를 밀어주자는 겁니다.
어차피 '방송이 다 그렇지'라는 식으로 일반화시켜버리면 머리는 안 아플지언정 언론의 자유니, 개혁이니 만무하겠지요.
그래도 덜 미운 놈 밀어주자는 얘기지요.
"김중배 사장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앞에 한 얘기와 중복되기도 합니다만 어차피 MBC도 주식회사인 기업이다 보니 사장 눈치 안 본다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덜 보느냐 더 보느냐의 작은 차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얘기하긴 싫지만 KBS얘기를 안 할 수 없네요.
수치적으로 통계적으로 산출할 수는 없지만 KBS 박사장의 입김이 아마 세다면 휠씬 셀것입니다. 이미 자리에 앉은 지도 오래돼서 사내의 입지도 강하고 정권의 서포트도 보통이 아니죠. 그런데다 노조도 이빨빠진 호랑이가 되었으니까요.
박사장의 전횡은 여러 곳에서 발견됩니다. 말끝마다 한국최고의 영향력 운운하시고 김정권의 힘을 업고 정말 센 입김을 내뿜고 있습니다.
사내에 공공연히 '전주고몇인방'하는 말이 나돌정도니까요. 이와 더불어 처음 사장으로 임명됐을 때의 그 수많은 기대가 다 수포로 돌아가기도 했지요.
하지만 MBC 김사장은 잘은 모르지만 문제될 정도의 세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내부사정이라 저 또한 추측성 얘기는 못하겠습니다만 겉으로 보기엔 김사장 사람들 심었다는 얘기나 내부개혁이 중단되었다거나 하는 얘기는 안들립니다.
"MBC에는 전라도사람이 판친다" 라는 얘기에 대해서는
아까 어떤 분이 MBC에 있는 전라도 사람들 이 쫙 깔렸다고 하셨는데 얼핏보니 많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직접 조인스닷컴 인물 탐색에서 MBC간부들 뒷조사(?) 좀 했다. 대상 370여건을 검색해보니 '전라도사람'이 쫙 깔렸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 일일히 얘기할 수는 없지만 사장 밑에 보도,제작,편성,경영본부장(이사급)의 출신지를 살펴보았습니다.
보도본부장 엄기영이사는 서울대 출신으로 '춘천'이 출생지였고,
제작본부장 지석원이사는 성균관대 출신으로 '서울'이 출생지였고,
편성본부장 여태성이사는 성균관대 출신으로 '서울'이 출생지였고,
경영본부장 구본홍이사는 고려대 출신으로 '대구'가 출생지이더군요.
물론 사장인 김중배씨는 전남대출신으로 '광주'가 출생지죠.
내가 이 높으신분들 자료만 가지고 '지역편중 없었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좋은 표본은 되리라 봅니다.
나 또한 바보 아니라 이 정권 들어서 전라도출신이 어느 정도는 득세(?)한다고 본다. 난 단지 그 과하지 않은 정도의 득세는 인정하자는 겁니다.
이걸 '엽관주의'라고 생각해도 좋고 그 동안 설자리가 없었던 호남인들에 대한 상대적인 배려라고 좋게 생각할 뿐이죠.
수십년 동안 경상도 사람들이 좋은 것 많이 가져 갔으니 이제 좀 줘서 비슷하게 만들어주자는 거다. 물론 이 약간의 나눠가짐도 못 견디는 수많은 수구기득권세력이 있긴하지만 말입니다.
*마치면서...
이 글에서 곳곳에 숨길려고 해도 숨길 수 없는 제 감정의 과잉이 어느 정도는 있었음을 인정하지만 하고 싶은 말은 어느 정도 했습니다.
제가 진정으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옳고 그름'에 대한 문제가 아니고
일방적인 헐뜯음이 아닌
서로 적절한 논거를 가지는 건강한 토론을 통해 좀 더 높은 곳을 지양하자는 거죠.
자기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인정할 수 있는 그런 '공존'의 정신이 필요하지 않나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