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내의 부탁으로 강아지 주사를 맞히기 위해 장거리 자전거 여행 계획은 포기했다.
그리고 일요일 아침 부터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기에 여행 계획을 이미 바꾸어서 기분상 전혀 문제는 없었다.
아침 봄볕이 너무 좋아 오늘의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서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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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호수공원 이다. 요즘 보기 드물게 오늘은 미세먼지도 없고 봄볕이 화사하다 못해 뜨겁게 느껴지기도한 아주 화창한 봄날 이었다.
매년 봄가뭄에 고생하던 계절인데 올해는 비도 적절하게 와줘서 실록이 아주 화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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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함께 동물병원에서 광견병 주사를 맞히고, 아팠을 텐데 낑낑 소리한번 안내고 잘 참아준 서열 2위 윙크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호수공원을 한바퀴 돌았다. 나는 기본적으로 토종 똥개를 좋아 하지만 이 강아지도 분양 받아 키우다 보니 정이들어 어떤 때는 제법 이쁘짓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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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와 아들을 집에 데려다 주고 나는 잔차로 바꾸어 타고 아파트 뒷길로 나오는데 출발하는 길 부터 유채 꽃이 길가를 노랗게 물들인게 예뻐서 한컷 했다. 일반적인 시골의 풍경인데 ... 오늘은 왠지 사진을 많이 찍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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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연 농공단지를 지나 구치소 가는길 농가에 예사롭지 않은 오래된 살구 나무의 만개를 보면서 "버티고 끝까지 오래 살아 남는게 대단한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 각자가 다 제 때를 알아서 계절을 가득 채우는 것이겠지만, 세상 온 천지에 화려했던 벗꽃이 한줄기 비바람에 모두 지고 그야말로 화사한 봄날 홀로 돋보이게 피어난 살구꽃 이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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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수석동 농촌 마을의 어느 마늘밭 이다. 뚝에 앉아 잠시 쉬면서 초록과 하늘색이 좋아 숙여서 보는데, 무성한 마늘대들이 푸른 하늘로 팔벌려 만세를 하고 혹은 하늘을 이고 있기가 무거운 건지 고개를 숙이고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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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런히 쟁기질 된 밭은 그 상태로 아름다움 이다. 지금은 당연하지만 어쩔수 없이 기계의 힘으로 농사를 지어서 먹어야 한다. 암소와 할아버지가 쟁기를 사이에 두고 협력하던 어릴적 생각이 났다. 동물과 인간의 협력으로 서로가 먹을 것을 수확하던 시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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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동을 지나 목장길 쪽으로 방향을 잡는데, 길가에 조경하는 회사 같은 집이 있길래 지나치다가 되돌아 왔다. 멋지게 생긴 고목인지, 일부러 고목 같이 만든 나무인지, 우야튼 사진은 멋지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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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미 거성리 목장길 초입니다. 여기에 오면 탁 트인 푸른 바다를 보듯이 그냥 눈이 시원하다. 6월 부터는 초록의 목초들이 일렁거리는 게 꼭 바다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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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장 언덕을 올라가고 싶었으나 문이 모두 닫혀 있고, 명종대왕 태실비까지 가서 언덕을 돌아 볼까 했지만 국도에 차가 너무 많고 위험하여 방향을 틀어 개심사 쪽으로 가다가 사람도 많고 몇번을 간 곳을 또 가는 것이 싫어 성암저수지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쯤 되니 노래 한곡이 생각 났다 "종로로 갈까요, 명동으로 갈까요, 차라리 청량리로 떠날까요, 을지로 길모퉁이에 나는 서 있네" 목적지 없이 나온 여행의 당연한 고민일 것이다. 여정이 가장 길다고 할수 있는 인생에서도 그러할 것이다. 나의 여로는 어느 방향이고 지금 나는 어디쯤 인가? 성암저수지로 향하는 도당천의 어느 다리 위에서 초록으로 자신을 채색하는 물풀들이 차라리 나보다 더 힘있게 이 봄을 맞이 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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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암저수지 끝 수문 근처. 보트 탄 강태공 들이 시간을 낚고 있다. 위험해 보였지만 여유로웠다. 소나무도 멋지고 유유자적해 보이는 강태공들도 한가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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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초지가 눈을 시원하게 해주는 가좌리 라는 마을이다. 저 멀리 서산 목장과 개심사가 있는 산도 보였다. 앞이 탁 트인 경치가 참 좋은 동네였다. 그래서 그런지 전원 주택이 제법 있었고 조용한 시골 마을인데 참 좋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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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고속도로 굴다리 아래에 멋진 기와집이 있었다. 작은 청와대 같았다. 주인의 정성이 들어가지 않고는 이렇게 멋지게 관리 될수 없었다.
관리가 중요한 것이다. 시작은 해놓구 관리가 안되어 망해버린 것이 얼마나 많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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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산면 쪽으로 방향을 잡고 언덕을 신나게 내려 오는데 드넓은 청보리 밭이 브레이크를 잡아 주었다.
보리가 익어 추수를 하고 탈곡기에 타작하고 나면 껄껄한 검불이 더미로 쌓이게 나오는데, 거기에 불을 붙이면 스멀스멀 불이 타들어 간다. 그때쯤이면 마늘이 다 커서 캐 먹을 수 있는데, 마늘 몇통을 캐어 그 속에 묻어 두면 그야말로 진짜 구운 마늘이 된다. 이 얼마나 맛이 좋았던 시절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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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다니는 고등학교가 있는 조용한 시골마을 운산면 이다. 점심때는 이미 지났고 배도 많이 고픈 상태. 범상치 않은 칼국수 집이 보여서 들어갔고, 맛나게 잘 먹고 나왔다. 칼국수도 그렇지만 배추 김치와 넓적하게 썬 무 깍두기가 일품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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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이제는 서산에서 수선화 집으로 꽤 유명해진 유기방가옥을 갔지만, 때가 지나 수선화는 다 지고 없었다. 그래도 관광객은 있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입장료로 1천원을 받고 있었다. 작년까지는 요금이 없었는데, 시에서 보조금도 나올텐데 ... 그런데 수선화로 유명해진 곳에 수선화가 없는데 입장료를 받다니? 나도 서산 사람이지만 이건 아니다 싶었다. 기분이 약간 다운되어 나오는데 길가에 밟혀 죽을 것 같이 핀 씀바귀 꽃이 한아름 아름 다웠다. 그러고 보니 오늘 하루 지나온 시골길 여기 저기에 이 꽃이 많이 피어 있었다. 내 관심이 다른 것에 있어서 보이지 않았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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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방가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오늘의 여행지라 할수 있는 곳을 찾았다.
지은지 40년 쯤 되었다는 농가인데, 그곳의 주인이신 노부부와 이야기를 하고 인생이란 이런 것이다 라는 것을 느꼈다. 다른 여행지는 사진찍고 감상하고 하는데 고작 10분 이상을 보내지 않았지만, 이 집에서는 1시간 이상을 보낸 것 같다.
나이가 70이 되신 아주머니는 밭일 일구시다 내가 지나쳤다가 주변이 너무 예쁘게 꾸며져 있어서 다시 돌아보는 동안 내곁에 오시어 말씀을 건네 주셨다. 굉장히 많은 종류의 정원수와 과실수들이 있었고 나무나 화초 하나하나 모두에게 정성이 가득 들어가 있었다. 넒은 마당 한쪽에는 동요 노랫 말에 나오는 계수나무가 멋지게 자리 잡고 있었고, 가꾼지 20년이 되었다는 연산홍은 만개하여 농가의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교접된 개복숭아 꽃의 화려함은 이루 말로 표현이 안되었고, 나는 이름도 모르는 보라색 작은 화초들과 누워있는 소나무 그리고 오래 간만에 보는 할미꽃 까지 ... 나는 아주머니에게 "아주머니가 진짜 예술가 이십니다" 라고 말씀 드렸더니 아주머니 말씀이 진짜 예술이었다. "아이고 무슨~ 그런말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게 다 시간 정성이지 시간 정성" 이라고 하신다. 그렇다! 나도 그렇지만 요즘은 모든 것을 너무 빨리 요구하고 있다. 도대체 시간이란 것을 무시한다. 아무리 뛰어나고 특별해도 꼭 시간이 지나야 되는 것들이 있는데 말이다.
아주머니가 내오신 시루떡은 조금 굳어 있어서 그것의 맛은 별루 였지만, 봄날의 햋볕과 차지도 뜨겁지도 않은 평온의 찻물을 함께하니 매우 별미스러웠다. 아마도 좋은 기분이 조미 되어서 그랬을 것이다. 떡을 5개나 먹었더니 진짜로 배가 불렀다.
집에서 키워 낳은 유정란을 한바구리나 싸주시어 용돈이라도 드리려 지갑을 뒤지니 현금이 1만원 뿐이었지만 그거라도 드리려 했지만 한사코 거부 하시더니, 다음에 지나다 혹시나 오게되면 음료수나 한박스 사오시란다.
해는 서산을 넘어 점점 길어지는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지만 나는 바쁘게 서두를 필요도 없었고 그렇게 할수도 없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말씀 그대로 여유로워 보이기만 하는거에요 ^^
멋진 풍경 예쁜꽃 상세한 설명~~
좋은구경 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앞으로도 쭉 계속 부탁 드립니다~~
감사해요~~*♡^~~
감사합니다. 제가 평생동안 취미라 곤 없었는데 여행하고 기행문 적는게 취미가 된것 같습니다. 일기 형식으로 적고 있고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 블로그에 저장하고 여기에 같이 올리는데, 나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멋지네요,
즐라하세요^^
후기또한 멋져유~~~
감사합니다. 그냥 짧은 주관적인 기행문 이죠 ^^
문장이 예술입니다.
감상 잘 했읍니다.
부끄럽습니다 ^^
장소장님 기행문 읽는
재미에 푹~빠졌습니다
앞으로도 쭈~욱 올려주세요~
전주에 사는 펜입니다~
감사합니다~^~^
아니고 감사합니다. 너무 띄워 주시는 것 같은데요 ^^
한가한 하루를 유유자적하며 보내셨네요~~ㅎ
보는이로 하여금 마음이 편안해지는 글과 사진 잘감상하고 갑니다
옙 비오는 좋은 하루 되세요.
여유가있는 하루....겁나좋으네요~~사진좋고 글 좋고~~ㅋ
맞습니다. 잔차 타기 전에는 몰랐던 것들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