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수수료 5년새 171만→867만원… 정부는 4개월째 대책 못내집값 뛰면서 급등… 소비자 불만 폭주
남자천사
2021.07.01. 06:09조회 0
댓글 0URL 복사
중개수수료 5년새 171만→867만원… 정부는 4개월째 대책 못내
집값 뛰면서 급등… 소비자 불만 폭주
정순우 기자
입력 2021.07.01 03:13
부동산 중개 수수료 부담이 과도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강남 일대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집값이 비싼 지역은 중개수수료만 수천만원에 달하고, 서울 외곽의 중저가 아파트도 최근 4~5년 사이 수수료 부담이 4~5배로 늘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한 부동산중개업소 시세판./연합뉴스
지난달 서울 성동구의 20평대 아파트를 13억원에 산 50대 A씨는 중개수수료 청구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공인중개사가 요구한 수수료는 1100만원. 법정 최고 수수료에서 70만원 빠진 금액이었다. A씨는 “세입자가 있어 집을 보지도 못했는데, 단순히 거래를 알선한 대가로는 너무 과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흔히 ‘복비’라고 부르는 중개수수료에 대한 소비자 불만도 폭발하고 있다. 강남 일대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집값이 비싼 지역은 중개수수료만 수천만원에 달하고, 서울 외곽의 중저가 아파트도 최근 4~5년 사이 수수료 부담이 4~5배로 늘었다.
중개수수료에 대한 불만 여론이 들끓자 정부는 지난 2월 수수료 개편 작업에 착수했지만, 공인중개사업계와 이견 조율이 안 돼 최종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단기적으로 수수료를 내려도 지금처럼 집값 불안이 이어지면, 수수료 논란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며 “중개사가 임차인 관리, 하자 보수, 법률·세무 컨설팅까지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처럼 우리도 중개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상계주공 수수료, 5년 새 5배로 뛰어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84㎡(이하 전용면적)는 2016년 6월 13억3000만원이던 실거래가가 올해 5월엔 28억5500만원으로 뛰었다. 법정 요율을 적용할 경우 수수료가 2570만원으로 중형차 한 대 값에 맞먹는다.
/그래픽=양진경
강북 지역은 수수료 상승 폭이 더 심하다. 5년 전엔 집값이 9억원이 안 돼 수수료율이 0.4~0.5%였지만, 지금은 최고 요율(0.9%)이 적용되는 아파트가 급증했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11단지’ 79㎡는 수수료가 5년 전 171만원에서 올해 867만원으로,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84㎡도 수수료가 426만원에서 1656만원으로 4~5배 늘었다. 6월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中位) 가격이 10억원이 넘는 현실이니 전체 아파트의 절반 이상은 매매 거래 때 ’1000만원대 수수료'를 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중개수수료는 법정 요율을 상한으로 거래 당사자와 중개사 간 협의에 따라 정해진다. 하지만 부동산 관련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은 중개사가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했을 때 적절히 대응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실제로 부동산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는 수수료를 놓고 고민하는 글이 수없이 올라온다. 지난해 서울 중랑구의 한 아파트를 매수한 30대 직장인 B씨는 “시세보다 싼 급매물을 추천받는 대가로 법정 상한에 맞춰 수수료를 줬다”며 “반값 수수료를 내건 온라인 플랫폼이 더러 있지만 매물이 적은 데다 아직은 선뜻 이용하기에 불안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중개사들 “집값은 정부가 올려놓고...”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월 부동산 중개수수료 개편안 네 가지를 발표했고, 국토교통부는 이를 토대로 정부안을 만드는 중이다. 애초 6~7월 중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연구 용역이 아직 진행 중이고 공인중개사업계와 적절한 합의점을 찾지 못해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정부 개편안은 국민 선호도가 가장 높았던 권익위 2안이 뼈대가 될 전망이다. 9억원이던 고가 주택 기준을 12억원으로 높이고, 9억~12억원 구간의 수수료율을 낮추는 게 핵심이다. 이 방안대로면 10억원짜리 아파트의 매매 수수료가 현재 900만원에서 550만원으로 낮아진다. 하지만 권익위 2안은 2억~9억원 구간의 수수료율이 현행보다 0.1%포인트 올라간다. 중저가 아파트를 사고팔 때 오히려 수수료 부담이 커질 수 있는 구조다.
일선 공인중개사들은 정부의 수수료 개편에 대해 “부동산 실정(失政)에 따른 국민 분노를 공인중개사에게 돌려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서울 성동구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정부가 진정 국민의 부담을 낮추고 싶다면 눈덩이처럼 불어난 취득세부터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취득세도 집값에 비례해 늘어나는데, 현재 9억원 넘는 집을 사면 1주택자도 3.3%를 취득세(지방교육세 포함)로 내야 한다. 6월 기준 서울 평균 가격(11억4283만원)인 아파트를 사면 취득세만 3771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