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초 3-5학년 학생들이 유둔리를 돌아보며 지역 공부를 한다고 안내해 달라한다.
6학년은 고흥청의 하와이 연수를 떠나고 1,2학년은 어려 이해가 어려울 듯해 제외해 달라 했다.
19일 수요일에 날을 잡았는데, 미리 한번 돌아보자고 낙안 금전산 가기 전에 차를 당산나무아래 멈춘다.
당산나무를 보고 87년 무렵의 민주청년회 사무실을 보니 자리는 남아 있는데 그 시절의 사무실 흔적은 없다.
창욱의 시 앞에서 무슨 말을 할까 생각하니 막막하고 먹먹하다.
골목을 지나 박노해 시인의 '사람이 희망이다.'를 지난다.
난 박시인을 잘 모른다. 모르면서 아이들에게 하는 말에 무슨 힘이 생길까?
영국이가 소재지 정비 사업 총무를 하면서 병섭 형의 도움을 받아 창욱과 박 시인의 시를 타일로 새겨 넣고
면사무소 자리도 병의원에 넘기지 않고 역사문화관의 공공시설로 만든 모양이다.
옛면사무소인 역사관으로 들어가니 서갑철이 못 알아보며 긴장하며 문을 연다.
못 본 이가 각진 모자를 쓰고 와 누군가 했다고 한다.
다음주 수요일에 들르고 싶은데 문이 열리냐하니 그렇댄다.
나더러 지역에서 아이들에게 좋은 일 하라고 격려를 해 준다.
그와의 이런 저런 이야기로 길어진다.
난 동강의 또래들과 두루 어울리지 못하고 극히 일부친구만 만났다.
마륜에서 대서로 학교를 다녔고, 동강 근무할 때도 고흥읍에서 버스 통근을 하며 어울리지 못했다.
그래도 날 동기로 인정하며 힘을 주니 고맙다.
4시가 다 되어가자 인사를 나누고 차로 걸어간다.
4시 15분이 다 되어 산길로 접어든다.
가을 햇살이 바위를 타도 좋겠는데 늦었다.
가파른 길을 힘내어 오른다.
조망이 열리는 중간 바위에서 들판을 내려다 본다.
첨산이 우뚝하고 비조암 병풍산 줄기가 또렷하다. 고흥 반도의 산도 능선이 잘 보인다.
바위 오르기를 참고 금강암으로 걷는다.
바위가 하얗게 빛난다.
노란 단풍이 든 나무가 반겨준다.
단뭉나무는 끝부분이 빨갛게 물들고 있다.
지난 번 물이 많던 극락문은 물이 없다. 금강암 극락전은 조용하다.
나무아미타불 소리도 없고 사람 사는 느낌도 없다.
고동산 뒤로 우뚝한 조계산 장군봉이 햇빛을 받아 또렷하다.
가지 않았던 마애불상 옆에 앉을만한 자리가 좋다.
이걸 용화세상이라 해야겠다.
캔맥주를 놓고 앉아 낙안 벌판과 멀리 물들어가는 하늘을 보자니 막 기분이 좋아진다.
마음을 담은 시라도 한줄 나오면 좋으련만 난 술만 마신다.
금방 져가는 해는 힘이 세다.
강한 햇살을 보내온다. 그러다가 금방 산줄기 뒤로 바삐 간다.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면서 사진을 찍는다. 사진이 뭔지도 모르면서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구태어
사각형으로 보려한다. 어리석다.
피어난 하얀 억새를 앞에 두고도 찍어본다.
바위를 타고 내려가거나, 저 바위 사이 또는 너른 바위에서 별을 보며 잠을 자면 나는 조금 더 선해질까?
신선에 가까워질까, 신선이 뭘까?
해가 져도 사위는 아직도 밝다.
잎 떨어진 나뭇가지 아래 남은 빨간 단풍을 보며 또 멈춘다.
산줄기가 높아서인가, 해가 져도 길은 아직 어둡지 않다.
낙안온천에 다 내려와도 산줄기 뒤는 여전히 밝은데 온천 보안등엔 불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