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어 달 전에 이사를 했다.
이사하는 날, 청소를 하면서 이 집에 벌레가 많으리라는 예상을 했다.
부엌 곳곳에 바퀴벌레 약이 잔뜩 묻어 있었다.
앞 뒤 배란다, 그리고 가구들이 나간 텅 빈 거실 바닥에는 다양한 벌레 서신이 흩어져 있었다.
그것을 보자 중개인을 따라 처음 집을 보러 왔던 날이 떠올랐다.'올망졸망한 아이들 셋이 집안을 뛰어다니고 있었는데,
과자부스러기와 음료수 깡통, 장난감들로 바닥이 난장판이었다.
불길한 예상과 달리 두어 달 동안 바퀴벌레는 눈에 띄지 않았다.
서서히 마음을 놓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젯밤, 드디어 그것을 만났다.
물을 마시러 부엌에 들어갔다.
불을 켜자 시커먼 생물체가 부엌 한 가운데 버티고 있었다.
달아나지도 않았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집안에서 바퀴벌레를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시골에 살 때는 개미나 거미, 풍뎅이 같은 것들과 자주 마주쳤다.
가장 끔직한 건 지네였지만 다행히 우리 집에서 본 것은 아니었다.
잠이 오지 않았다.
침대에서 뒤척이다가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쇼핑몰로 들어갔다.
이 구역에서 최강자는 '나'라는 것을 보여주마.
갑자기 전의가 들끓었다.
잘 죽지 않는 미국바퀴까지 깡그리 박멸한다느 맹독성 연막탄과 독먹이 같은 무기를 죄다 구입했다.
그리고 세벽같이 일어나 부엌 청소를 했다.
강력 살균세정 효과가 있다는 세제를 싱크대와 부뚜막에 잔뜩 뿌렸다.
세제의 상표를 보니 최근 가습기 살균제로 문제가 된 바로 그 회사 제품이다.
새균을 죽이고, 집안을 청결하고 위생적으로 만든 뒤, 하얀 거품들은 어디로 갈것인가?
하수구를 통해 개천으로, 강물로 흘러들어가겠지.
문득 궁금해졌다.
그 커다란 바퀴를 죽이거나 마비시킨 독약들은 어디로 갈 것인가?
공기 속으로 또 강물 속으로?
독성이란 결국 농도읨 누제일 텐데.
지속적인 살충제 살포는 결국 길고 느린 인류의 자살극으로 마감될 것인가.
그렇다고 바퀴벌레와의 치열한 전쟁을 포기할 수도 없고, 어떡하나. 부희령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