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하고..얼어있는 상황에..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그저 입을 다물고 있는 일이었다.
이를 어떻게 하지?
그럼..나 결혼도 못하고 죽고....또 처음으로 가출해서 죽는 거야?
이제보니...결혼을 못한 것이 후회가 된다.
여기까지 오니..별게 다 후회로군.
그냥..히노 선배와 간단하게 결혼을 할 걸 그랬나?
하지만..난 어린애를 키워서 잡아먹는 짓 따위는 하지 않는다구우!!
이를 어쩌지?
내 똑똑한 머리도..너무나 황당한 순간이기에..정확한 요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흠흠..이제 내 머리도 물러날 때가 되었나?
그런데..갑자기 가던 행렬이 멈췄다.
그건..바로 족장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에....
멈춘 이유는 바로 들어났다.
샤라락-
누군가 숲에서 아주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도착지는 바로 이 곳...
우리 곁을 거의 호위 비스무리한 것을 하면서 가던 엘프들은 활을 들고..한 곳을 지목했다.
아무래도..숲과 동화되어 있기에..금방 알 수 있는 것인가?
한 5분도 되지 않아서 나타난 그 알 수 없는 '무엇'
그 '무엇'은 점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키가 크고..날씬한 몸매에 가느다란..허리.
그리고 붉은색이면서 길게 내려온 머리.
가느다란 허리가 똑- 하고 부러질만큼이나 무겁게 보이는 검.
흐음...어디선가 본 모습인데...
잠깐,,, 가물가물..이거 참. 나도 나이를 먹어가는 것일까?
하지만..내 머리는 다시 제정상으로 돌아왔다. 다행이었다.
"카이!"
바로 그 '무엇'은 잠시 휴가를 떠났던 카이였던 것이다.
갑자기 엘프들은...활을 내렸다.
그녀가 드래곤이라는 것을..이 들은 눈치를 챈 것인가?
"카류리드 드 크레티야 아르윈?"
의아하다는 듯이..내 풀네임을 말하는 카이였다.
"카류리드 드 크레티야 아르윈?"
그 다음으로 또다시 내 풀네임을 말하는 누군가..
바로 그 누군가는 아까 전까지만 해도..불 같이 화를 내던...족장.
내 성을 보고도..내가 누군지 모르지는 않겠지.
아까...저 엘프들이 나를 알아본 것으로 보아..저 족장도 나를 알고 있겠지.
카이는 내게 다가왔다.
물론 다른 엘프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면서 비켜주었다.
"결혼식은 어떻게 되었나?"
으윽...내 마음에 비수가 푸욱- 하고 찔렸다.
이런 결과를 낳은 이상..난 다시 성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내 가출은..하루를 장식하지 못하고 끝이 나는 것이다.
그럼..오늘내로 결혼식이 다시 거행될텐데...
카이는 내 복장을 쭈욱- 훑어보았다.
카이의 그런 행동이 계속될수록..내 마음은..점점 양심의 가책으로 물들었다.
이게 무슨...말도 안돼는 짓인가?
왕이 가출이라니...그냥 보통 소년도 아니고..아니, 왕에게 가출따위가 가능하기나 한가?
"뭔가 사정이 생겼군."
카이는 그렇게 지금의 이 상황을 평가했다.
족장은 카이에게 다가왔다.
족장은...카이를 다른 종족으로 대하고 있었다.
자신보다 강하다고 해서...몸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다른 종족으로 자신과 똑같은 위치로 보고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카이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보니..난 이 곳으로 와서 참으로 희한한 장면을 많이 보는 것같았다.
엘프와 드래곤의 만남이라니..이게 어디 쉬운 장면인가?
족장은 카이와 몇 마디를 나누고..나에게 말을 걸었다.
"인간의 왕께서..어찌 이런 깊은 산 속에 계시는 것입니까?"
가출했다고 말을 해야겠는데..이래서야 어디 체면이 서겠는가?
하지만..최선의 방법은 진실이었다.
"가출을 했으니까....요.."
점점 갈수록 내 목소리는 자신감을 잃어서 작아졌다.
"가출?"
"가출?"
카이..너 까지 그렇게 놀라서 큰 소리로 말하다니....
족장은..이해가 갔지만..말야....
카이 너 놀라는 모습...처음 본다.
신기했다. 카이도..놀랄 수 있는 구나.....
곧 황당하다는 시선들이 나에게 집중되었다.
난 면상이 팔려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일단 이 숲을 벗어나서 마을로 가는 것이 내 가출의 첫 목표이니...일단 그 곳으로 가는 것이 우선이었다.
"족장?"
일단 나도 다른 종족이니까...평등한 자세로 대화를 해야겠지?
그러자...족장은 왜 부르냐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갑자기 난 말이 나오지 않고 이상한 생각으로 빠져들었다.
바로 저 귀.
귀가 너무 길었다. 엘프들은...
족장뿐만이 아니라..여기에 있는 모든 엘프들이..
..저 귀를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들었냐하면...
바로 토이렌에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동화가 있었다는 것이 떠올랐다.
거기서..임금님의 귀가...엘프의 귀처럼 커졌으니까...
그 임금님은..혹시 엘프였다는?!
토이렌에서는 엘프라는 종족이 없어서 당나귀로 표현했지만..아마 그 동화가 이 쪽으로 전해져 온다면 이런 제목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갑자기 엘프가 된 임금님.'
그 임금님은 갑자기 귀가 길게 늘어난 것이니까...
흐음..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었군.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이런...젠장, 생각이 길었다.
역시나 다들 날 이상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특히나 족장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뭐지?"
족장은 결국 제 풀에 나에게 질문을 했다.
"나 이제 풀어줄거죠?"
당연한 물음이었다.
"물론이다. 당신은 인간 족의 왕이므로..함부로 건드려서는 좋은 일이 없지. 하지만 한가지 약속을 해줘야겠다."
"약속?"
흐음..무슨 약속일까? 난 해가 지기전에..이 숲을 빠져나가야 하는데..
"우리들을 만났다는 걸..비밀로 해줬으면 한다."
뭐..그 정도라면...상관없겠지?
"좋아."
난 그렇게 자유의 몸이 되었다.
엘프들은 카이와 나를 그렇게 풀어주었고..우리는....이 아닌 나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카이만 없으면....
"그런데..휴가는 잘 다녀왔어?"
급격하게 굳어있는 카이.
난 그런 그를 조금이라도 풀어볼 생각으로 질문을 던졌다.
"휴가라고 할 것까지는 없다. 잠시 내 레어에 다녀온 것 뿐이다. 그나저나 결혼식은 어떻게 된 것인가?"
으윽.그 문제 만은...
"그러니까..내가 가출을 했어."
"왕도 가출을 하는가?"
"으응...내가....지금....그렇잖아...."
"다시 돌아가지."
"싫어."
난 내 의지대로 강하게 대답했다.
곧 의외라는 얼굴의 카이가 나에게 질문을 했다.
"왜지?"
"결혼식을 하지 않을 거니까..."
"네가 아직도 어린애라고 생각하는가?"
"아니."
"아니면..그렇게 책임감이 없나? 특히 왕이라는 직업은 책임의식 아주 강해야 한다. 그리고 결혼식 문제도 카류리드, 네가 직접 대답한 것이라고 나는 기억하는데..."
책임감. 우습게도 난 그 것을 잊고 있었다.
왕이라는 책임감. 그 것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강한 것이었다.
그리고 왕이라는 직업에서 자신이 말한 것을...이런 식으로 도피하다니..
왕이라는 직업. 백성들을 모두 책임져야 하는..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난 그런 중요한 것을 잊어먹고 있었다.
내가 왕이라는 것...
왕이라는 이름 자체가 나에게 얼마나 크나큰 위엄으로 다가왔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물론 내전의 목표는 내가 왕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그 때의 왕은..내가 살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고..
지금의 왕은...그 때와는 다르다.
하지만..결혼식 문제만큼은 어쩔 수가 없었다.
차마 리아가문과 한 약속을 져버릴 수가 없었고....
어린애를 키워서 잡아먹는 짓을 할 수는 없는 일이고...
정말..내 양심에 대한 문제였다.
"무엇을 갈등하는 것인가?"
물론 난 내 고민을 말할 수가 없었다.
"......."
"성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인가?"
카이는 나에게 물었다.
성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냐고...
"아니. 좀 나중에....나중에 돌아가려고..."
아직은 이르다. 어떻게..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돌아간다는 말인가?
나중에..라는 말을 할 때..히노 선배의 얼굴이 내 눈에 잠시 스쳐갔다.
금빛 실로 수가 놓여진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었던...아름다운 히노 선배.
아름다움과...귀여움이라..
내가 애들을 귀여워하는 것이..이런 징크스를 낳다니..
어떻게 해야될 지 정말..나에겐 너무나 심각한(?)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아마도..이 세상에..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은 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 일단 해가 지기 전에...마을로 가야겠군."
카이는 정말 고맙게도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넌 성으로 안 가?"
"내 목표는 너를 지키는 것이지 성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카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난 괜히 기분이 좋아져..가벼운 발걸음으로 카이를 따라 나섰다.
성과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묘했다.
이 곳으로 와서..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나 혼자 어떤 일을 한 적이 있을까?
아마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이제 내가 그 일을 시작하려고 한다.
곧 다시 돌아올 것이다.
좀 더 성숙해서...그 때는 책임감이 투철한(?) 왕으로 변신(?)해서 돌아와야겠다.
난 그렇게 걷기 시작했다.
몇 시간 전...성.
"어찌된 일인가!"
리아가문의 사람들은 불만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들어내어 분노를 표시하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은 의아할 수 밖에 없었다.
여태까지 카류리드 왕의 행실(?)을 보아서 절대로 나오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나 불안해하는 것은 에르가와 딜티였다.
에르가와 딜티는 몇 시간동안 성을 뒤졌지만..카류리드의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으니...더욱더 긴장하는 그 들이었다.
에르가는 혹시나 해서..히노에게 다가갔다.
"히노양. 혹시 아까 카류를 본 적이 있습니까?"
오늘따라 더욱더 아름다워 과연 사람이 어느 정도까지 아름다워질 수 있는 가에 대한 의문을 품게할 정도로 아름다운 히노가 입을 열었다.
"아뇨."
대답은 단호했고..눈빛또한 흔들림이 없었다.
누가 알았겠는가..히노가 이렇게 거짓말에 능숙할 줄은..
"알겠습니다."
몇시간이 흘러도..카류리드 왕은 나타나지 않았고..귀족들은 모두들 지쳐서 각자의 숙소로 돌아갔다.
그리하여 남은 것은 리아가문의 사람들뿐..
"아니! 어찌하여 폐하가 저희에게 이러실 수 있는 것입니까?!"
가장 분개하는 사람은...히노의 아버지인 프리란트 였다.
리아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분노를 표시했다...
하지만 리아가문에서 유일하게 웃음을 짓고 있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히노였다.
그녀는 아무도 모르게 기쁜 웃음을 지으면서 속으로 말했다.
'그 분은..성장해서 돌아오실 것입니다. 이번 여행은....꽤나 많은 것을 그 분에게 가르쳐드릴 것입니다. 저는 그 때까지 천년이고 만년이고 기다릴 수 있답니다.후훗.'
그렇게 결혼식은 정리가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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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핫?!
좀 늦었죠?
그래도 오늘은 좀 길게 적고 갑니다.
오늘에서야 시험이 끝나서 컴퓨터를 하는데..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제 글이..조회수가 꽤나 많더군요..
그와 함께..느껴지는 양심의 가책이.....흠흠.
앞으로 열심히 쓰겠습니다.
그리고 감상밥을 남겨주신 류시온*아더*카미엘님 그리고 카르아르카님과 우유푸딩님, 라르님, 썽이당님, 튀김가루30g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