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에야 배우로 전업해 화려한 경력을 쌓는 일은 쉽지 않다. 유명 미국 드라마 '소프라노스'의 스타 제리 애들러는 무대 감독과 연극 감독으로 일하다 1991년 시트콤 '브루클린 브리지'에 출연해 연기자로 변신한 뒤 30년 이상 경력을 쌓았다.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일간 USA 투데이에 배우가 "잠을 자다가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확인했다. 1929년 2월 4일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났으니 96세를 일기로 등졌다. 네 딸을 유족으로 남겼다.
고인은 대학 재학 때 부친의 권유로 연극계에 뛰어들어 30년 넘게 종사했다. 줄리 앤드루스, 앤잘라 랜스베리, 리처드 버튼 같은 스타들과 어울려 활약하다 은퇴를 생각하던 시점에 연기자 전향을 제안 받았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그가 연출한 연극 작품으로는 1956년 오리지널 '마이 페어 레이디'(스무 살의 줄리 앤드루스 출연)와 1969년 '코코'(캐서린 헵번이 패션 디자이너의 전설 샤넬을 연기)가 있다. 그는 또 1977년 오리지널 뮤지컬 '안느'와 1980년 리처드 버튼 주연의 '캐멀럿'도 연출했다.
그가 TV에 진출한 것은 연기가 처음이 아니었다. 1980년대와 90년대 초 10편 정도의 프로덕션에 무대감독 등으로 활약해 여러 차례 토니상을 수상했다. 은퇴를 고민할 시점에 한 친구가 전화해 1992년 영화 'The Public Eye' 출연 제의를 받았다. 이어 1993년 영화 'Manhattan Murder Mystery'와 1996년 영화 'Getting Away with Murder' 등에도 얼굴을 내밀었다.
1999년 호평을 받은 HBO 시리즈의 첫 에피소드에 토니 소프라노(제임스 간돌피니)의 고문 헤르만 헤시 랍킨으로 얼굴을 내밀어 마지막 시즌까지 그 캐릭터를 계속 연기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고인의 연기 전향을 다르게 전했다. 고인이 지난해 펴낸 회고록 '말로 표현하긴 너무 재미있는'(Too Funny for Words)에 줄리아 루이스 드레퓌스의 남편 브래드 홀이 "어느 날 나를 막아 서더니 배우냐고 물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책에다 "나는 그에게 내가 누구인지 말했고, 그는 '브루클린 브리지'라는 드라마 파일럿을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한 명의 캐릭터가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고 적었다.
"네 남자가 테이블에서 카드 놀이를 하는 장면이었는데 익혀야 할 대사도 몇 줄 안 됐다. 모든 것이 가능한 주말에 모두 끝날 일이었다. 난 동의했고, 흥미로울 것이라고 생각했고, 주말 시간이 비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 그것이 두 번째 커리어가 될 나의 첫 연기 과제였다."
애들러는 이어 '광속인간 샘'(Quantum Leap)나 'Northern Exposure' 같은 드라마에 출연했는데, 후자는 나중에 '소프라노스'를 만든 데이비드 체이스가 제작했다. 그의 책에서 애들러는 체이스가 전화를 걸어 처음에 카메오로 묘사된 '소프라노스' 파일럿에서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털어놓았다.
애들러는 또 '시네도키 뉴욕'(Synecdoche, New York), '앵글리스트맨'(The Angestest Man in Brooklyn) 및 '모스트 바이어런트'(A Most Violent Year) 같은 영화에 출연했으며 '굿 와이프'와 그 스핀오프인 '굿 파이트'. '매드 어바웃 유', 'Raising Dad' 및 'Transparent' 같은 TV 드라마 크레딧에도 이름을 올렸다.
'굿 와이프'를 제작한 로버트 킹은 엑스(X)에 올린 추모 글을 통해 애들러가 쇼의 한 에피소드에만 출연할 예정이었지만 "너무 재미있어서" 더 많은 에피소드를 위해 다시 데려왔다고 회상했다. 킹은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협력자 중 한 명"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