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안 좋은 일 있으신가 봐요?

[선비]

근로자의 날, 아니 나에게는 노동절이다.

나는 '노동'의 숭고한 의미를 지키고 존중하는 1인이다.

노동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하는 게 아니다.

그 얘기는 다음에 시간 내어서해보겠다.

노동절 날 시간이 흘러 자정이 넘어갔다.

나의 택시는 을지로 2가 구 중앙극장 앞에 있었다.

한두 달 전만 하더라도, 중앙극장 건물이 영업을 안 한 채 몇 년간 꿋꿋이 서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허물어지고 터다지는 작업이 한창이다.

나에게 톰 행크스의 <포레스트 검프> 영화의 추억이 서린 곳.

이곳도 재개발이란 명분으로 사라지는구나.

이렇듯 우리에게 골목과 추억이 어린 장소는 자본이 다 덥석 물어서 무너뜨리는구나.

허먼 멜빌의 <모비딕>에 대한 리뷰 작성을 위해

포스트잇 플래그를 붙인 곳과 밑줄 친 부분을 읽으며 다시 복기하고 있는데

젊은 여성이 윈도를 똑똑 두드린다.

야탑 가느냐 하기에 타라고 했다.

얼마에 가느냐 하기에 미터 요금으로 간다고

다시 얼마 정도 나오느냐 묻기에 얼추 2만 원대 초중반 정도일 거라고

그러니 내 차에 오른다.

휴일 밤이라 손님이 없던 차에 잘 됐다는 안도감과

목을 고르는 탁월한 선구안에 스스로 도취되어

1호 터널을 지나고 한남대교를 건너

올림픽대로를 타는 날갯죽지를 돌 때

잠깐 동안 느꼈던 안도감과 자아도취를 비롯한 평화는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우~에 액!!!

순식간이었다.

조금이라도 언질을 주던가 예감이라도 있었다면 방비를 했을 텐데

허를 찌른 공격에 그냥 당할 수밖에 없었다.

곡선 램프를 돌면서도 기민하게

나의 왼손은 운전석의 수납 함을 뒤적거려

더 이상의 불상사를 막기 위해

비닐봉지를 뒷좌석의 그녀에게 건넸다.

그 봉지에 그녀는 머리를 처박고 조금씩 욱~욱~

속을 게워내고 있었다.

안전지대에 차를 붙이며 잠잠하기를 기다렸다.

진정의 기미가 보이는 듯해서 괜찮으냐고 물으니

출발하란다.

창문을 열고 수서- 분당 간 고속화도로에 오르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이 여인네가 나의 구세주일 줄 알았는데 나를 사지로 모는구나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그녀가 뭘 먹었는지를

내가 왜 교감해야 하는지에 대해

삼신할미를 비롯해 모든 신에게 원망의 화살을 쏘았다.

탑마을 **아파트에 도착했다.

카드를 내밀기에 결제를 하고 건네주면서

뒷자리 안 봐도 괜찮겠냐며 조심스레 물으니

괜찮다며 담담히 말한다.

정말 그럴까 싶어 목을 돌려 뒤를 보니

맙소사!

토사물이 매트를 흥건히 적시고 있는 게 아닌가.

그녀의 상의며, 바지에도 그 흔적을 고스란히 묻혀 놓고서는

괜찮다는 말이 어떻게

그리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지

정말로 반문해 보고 싶었다.

손님! 이렇게 흥건하게 적셔놓았는데 괜찮다니요?

조금은 무안한지 자기가 닦을 거라면서 손님은 휴지를 찾는다.

손님! 휴지로 닦을 정도면 제가 말도 꺼내지 않습니다.

이건 세차를 해야 해요! 그리고 그에 대한 비용을 주셔야 해요!

강하게 어필했다.

그제야 그녀도 자신의 흔적에 대해 일말의 양심은 있는지

얼마 드리면 되냐고 묻는다.

그걸 제 입으로 어떻게 얘기해요!

그렇게 말하니

5,000원 드리면 돼요?

아놔! 미촤버리겠네.

결국은 그 돈에서 몇 푼 더 받는 것으로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굳어지고 난감한 나의 얼굴을 흐릿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차에서 내린 그녀의 말이 결정적으로 나의 머리를 강타했다.

뭐, 오늘 안 좋은 일 있으신가 봐요?

이보다 더 안 좋은 일은 없어요.

그 말이 입안에서 맴돌았지만

차마 입 밖으로는 꺼내지 않았다.

왔던 길을 거슬러올라

20여 분을 달려 집 근처의 셀프세차장을 찾았다.

그녀가 남긴 흔적을 닦고 닦고

지우고 지우고…

결국 세차를 마치는 시간이 일을 끝내는 시간이 되었다.

그렇게 냄새나는 밤이 지나갔다.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신레이]

ㅋㅋㅋㅋㅋ 이 나라에서 택시타는 "일부" 손님 수준이 그렇죠 뭐 ㅋㅋㅋㅋㅋ 차에 오바이트 내질르면 자가용 운전자라고 해도 화가 날 수 밖에 없는데 오늘 안 좋은 일 있으신가봐요? 라니 ㅋㅋㅋ 그러곤 세차비 5000원.... 5만원 달라고 했으면 진상 부렸을려나? 시트에 빈대떡을 얼마나 부쳐놨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못 받아도 5만원~10만원은 받아야죠 핸드폰 찾아다 주는 것도 기종에 따라 최소 3만원부터 시작인데.... 저는 뒷좌석을 한강으로 만들어 놓은 손님의 아버지랑 한 판 붙은 적이 있었는데 최저가 5만원 요구했더니 자기가 닦고 + 3만원 주더군요 그것도 어찌나 투덜거리던지... 남한테 피해 끼쳤으면 미안한줄 알아야지 짐승들...

[신레이]

도착후에 대충 계산하고 혹시나해서 뒤 돌아봤는데 도망가려는 듯이 허겁지겁 하길래 바닥을 보니까 한강~ 도망가려고 하는거 잡아놓고 이거 어쩔거냐고 이제 할증피크도 못하고 일 못해서 쌩입금 꼬라박게 생겼다고 따졌더니 그럼 자기가 어떻게 하면 되겠냐고 하길래 10만원 요구 했더니 어버버 하더니만 아버지 호출... 그러더니 그 여자 아버지가 애들한테 너무 한거 아니냐고 어떻게 어린 애들한테 10만원씩이나 부르냐고 하면서 투덜투덜... 2명다 20살이상의 성인이더만 애는 무슨? 그리고 그렇게 아프면 병원을 가야지 병원비 아끼겠다고 꾸역꾸역 집으로 가다가 저런 일 터진거였음 비싸다고 싸우다가 5만원으로 깎아줘도 투덜투덜 ㅉㅉ

[다잇]

공통점 투덜된다, 일단 크게 불러애누리 왜5천만 받으셧는지? 오만해도 되는데

[백석]

세차비 달라면 안되고 운휴 보상비 청구한다고 해야 된다고 그러던데요?

[택시독립]

오바이트 .. .. 뭐 할수없지요. 그냥 똥밟은 케이스라고 생각해야지요. 그래도 비닐봉다리 갖고 다니시네요. 비닐봉다리 중에 제일 좋은것은 지퍼백 대형(이마트에 팝니다)입니다. 크기가 엄청커서 머리도 들어갑니다. 그거 가지고 다니는게 좋고 봉다리를 YF소나타의 경우 조수석왼쪽 센터페이스쪽에 작은 홈이 있는데 거기 넣고 다니면 딱입니다. 될수있으면 만취자는 태우지 마시기 바랍니다. 나는 지금껏 택시 안에 쏟은 경우는 만나지 않았는데 창문열고 나몰래 토한 놈들은 몇있습니다.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 무조건 봉다리를 줍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