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sports-g.com/2022/02/14/fa%ec%bb%b5-%ed%87%b4%ec%9e%a5-%ea%b7%b8-%ed%9b%84%eb%8c%80%ea%b5%ac-%ed%99%8d%ec%a0%95%ec%9a%b4-%eb%b6%99%ec%9e%a1%ec%9d%80-%ec%a1%b0%ea%b4%91%eb%9e%98-%ec%82%ac%ec%9e%a5%ec%9d%98-%ed%95%9c
솔직히 나는 현장에서 봤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홍정운이 왜?
일단 이거 하나는 분명히 말씀 드리고 싶다. FA컵 결승전에서 내가 퇴장 당한 장면은 내가 잘못한 행동을 했기 때문
이다. 지금부터 하는 말은 억울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그 당시에 어떤 상황이 있었는지 설명해드리는 것이다. 오해
가 없었으면 좋겠다.
나는 그게 아직도 꿈이었다고 믿고 싶다. 나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한 번도 퇴장을 당해본 적이 없었다. 그 때 처음으
로 퇴장을 당했다. 뭔가 씌인 것 같았다. 내가 하지 않던 행동을 나도 모르게 했다.
그날 뭔가 이상했다. 내 퇴장을 만들어낸 상대 선수는 전남드래곤즈의 황기욱이었다. 황기욱과는 연령별 대표팀이
나 올림픽 대표팀에서 몇 번 만났던 선수이자 친구다. 그런데 FA컵 결승 2차전에서는 결승전이라는 무게감 때문인
지 서로 인사를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하필 이 경기에서 내 맨투맨 상대가 (황)기욱이었다. 그리고 그 코너킥 상황
에서 문제의 장면이 나왔다.
나는 내 나름대로 주심에게 “그 전 상황도 봐달라”고 이야기했다. 그 코너킥 상황에서 서로 치고받고 하다가 그 장
면이 나온 것이었다. 나도 기욱이에게 몇 대 맞기도 했다. 그 상황만 딱 잘라서 본다면 내게 불리하겠지만 전체적
으로 상황을 본다면 다른 판정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억울하다는 것이 아니다. 상황 설
명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판정은 나의 퇴장이었다. 정말 내가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었다. 그 이후에 나는 라커룸에서 혼자 스
마트폰으로 경기 중계를 지켜봤다. 그 날 따라 경기가 엎치락 뒤치락 했다. 눈물도 났다가 안도도 했다가 그랬다.
기쁨의 감정은 없었다. 그날 내가 가장 긍정적으로 느꼈던 감정은 안도 수준이었다.
그런데 스마트폰 중계를 보다보면 현장보다는 시간이 느릴 수 밖에 없다. 관중의 함성 소리가 스마트폰보다 빠
르다.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가 관중의 함성 소리와 함께 장내 아나운서의 “골~!”이라는
소리가 들리면 안도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밖이 조용해지고 소수의 사람들만 소리를 지르면 불안해졌다. ‘제발
실점이 아니라 우리 팀이 좋은 기회를 놓친 거여라’고 빌었다.
솔직히 정말 그 날은 우리 팀도 뭐에 씌인 것 같았다. 우리 팀이 그렇게 네 골이나 실점할 팀이 아니다. 그런데
그렇게 대량 실점을 했다. 대구 팬들께 너무나도 죄송했다. 다들 우승컵을 기대하고 컵을 드는 모습을 상상하
면서 경기장에 오셨을텐데 우리가 그러지 못했다.
너무나도 죄송한 마음에 나는 FA컵 준우승 메달도 받지 못했다. 경기가 끝나고 시상식을 할 때 나가서 준우승
메달을 받아야 하는데 내가 그라운드에 나가지를 못하겠더라. 너무나도 죄송스러워서 팬들 볼 낯이 없었다. 내
가 퇴장을 당해놓고 어떻게 그라운드에 나가서 메달을 받겠는가.
그 이후에도 이제 경기장을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그 날 따라 구단 버스 앞에 팬들께서 정말 많이 몰려오셨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무서워서 나가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나가니 팬들께서 제 이름을 막 불러주시면
서 사인을 요청하셨다. 당시 내가 사인을 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지만 몇 분은 해드리고 버스에 탑승했다.
SNS에서도 정말 많은 비판 메시지가 왔다. 80% 정도가 욕이었다. 하지만 욕 먹을 짓을 한 것은 나였다. 다 받
아들여야 했다. 그나마 20% 정도 격려와 응원 메시지가 있었다. 굉장히 힘들었지만 이 격려와 응원을 보면서
겨우 버틸 수 있었다. 사실 결승전 끝나고 며칠 동안은 잠도 자지 못했다. 너무나도 힘들었다.
그리고 시즌 끝나고 사실 아내와 함께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지난 시즌 돌아보면 AFC 챔피언스리그부터
빡빡한 일정으로 인해 집에 거의 가질 못했다. 지난해 6월에 아내가 출산을 했지만 해외 경기에 격리로 인
해 제대로 돌보지도 못했다. 그래서 기분 좋게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아내와 함께 제주도를 가기 위해 비행기
티켓을 미리 예매했다.
그런데 그렇게 경기를 망쳤으니… 계획한 것을 취소할 수는 없어 비시즌에 제주도를 갔지만 이게 여행이 아
니었다. 제주도에서 어디 나가지도 못하고 그냥 틀어박혀 있었다. 이후 이번 동계 전지훈련에 합류할 때도
팀 동료들을 제대로 쳐다보기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