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계기삼락 (榮啓期三樂) - 영계기의 세 가지 즐거움, 자족하며 살아가는 행복 [영화 영(木/10) 열 계(口/8) 기약할 기(月/8) 석 삼(一/2) 즐길 락(木/11)]
어떤 사람이 행복할까. 남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자만이 또한 행복을 얻는다고 서양 철인은 말한다. 동양에선 書經(서경)에 나오는 대로 五福(오복)을 갖춘 사람이 행복할 것이다. 장수, 부귀, 건강을 뜻하는 壽(수), 富(부), 康寧(강녕)에다 덕을 좋아하고 행하는 攸好德(유호덕, 攸는 아득할 유), 명대로 살다가 편안히 눈을 감는 考終命(고종명)이다. 이런 것을 갖춰 남이 볼 때 더없이 행복할 사람도 자기 스스로가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으면 불행하다. 오복을 갖추지 못했더라도 모자란 듯 自足(자족)하는 사람이 진정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이런 면에서 중국 春秋時代(춘추시대) 榮啓期(영계기, 기원전 571~574)가 가장 행복을 누린 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 孔子(공자)와 비슷한 시기에 살았던 은둔 현자로 음률에 정통하고 박학다식했으며 사상이 자유분방했다. 그는 사슴가죽 옷에 새끼줄로 허리를 두른 초라한 행색이었지만 언제나 거문고를 연주하면서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공자가 어느 때 泰山(태산)에서 노닐다가 이런 영계기를 보고 무슨 일로 그렇게 즐거워하는지 물어보았다. 道家(도가)의 전설적인 사상가 列禦寇(열어구)가 서술했다는 ‘列子(열자)’의 天瑞(천서)에 대답이 나온다.
영계기는 즐거움이 아주 많지만 사람으로 태어난 것(吾得爲人/ 오득위인)이 일락, 남자로 태어난 것(吾既得爲男/ 오기득위남)이 이락, 이미 90세가 되었으니(吾既已行年九十/ 오기이행년구십) 이것이 삼락이라 했다. 그러면서 가난이란 선비에게 늘 있는 일이고, 죽음은 마지막인데 그것을 기다리는데 무슨 근심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공자는 참으로 여유로운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삼국시대 魏(위)나라 王肅(왕숙)이 편찬한 ‘孔子家語(공자가어)’에는 榮聲期(영성기)로 되어 있다. 東晉(동진)의 전원시인 陶淵明(도연명)은 유명한 ‘飮酒(음주)’ 2수에서 그를 부러워한다. ‘구십 노인 허리띠 줄이며 가난하게 살았거늘, 젊은 내가 어찌 이를 못 참겠는가(九十行帶索 飢寒況當年/ 구십행대삭 기한황당연).’
영계기가 남자로 태어난 것을 이락으로 치면서 男尊女卑(남존여비)란 말이 나온다. 오늘날 평등한 사회에서 보면 90노인이 무슨 망발인가 하는 페미니스트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차별로 보지 않고 태어난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거움을 찾았던 영계기로서는 여자로 태어났어도 즐거웠을 것이 틀림없다. 남자와 여자는 대립하는 존재가 아니고 잘 하는 일이 다르게 태어났을 뿐이다. 남자가 큰일을 이뤘어도 그 남자를 움직이는 것은 여자다. 남녀 조화를 잘 이뤄야 진정 행복할 수 있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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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