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간 낙타 / 김정임
호주 케이블 비치
이십삼 킬로의 길게 연결된 해안
포말이란 흰 검에 수없이 찍힌
영겁의 세월을 산 갯바위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며
그리움을 수놓은 모래톱 위에
사막을 점유해 평생을 살아온 낙타가 줄지어 앉아
커다란 앞니를 좌우 흔들며 쉼 없이 되새김 하고 있다
사막의 거친 바람과 모래 위에
쉼 없이 올라오던 빛의 굴절이
낙타의 눈을 멍들게 하고
바다를 흠모하게 했던가
결국 낙타는
인간의 필요에 의해
바닷가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두 산의 굽은 등에 사람을 태우고
성경에는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는 구절이 있다. 그 많은 동물 중에 왜 낙타였을까.
아라비아 반도의 유목민들은 신이 99개의 이름을 가졌다고
믿었는데 98개의 이름은 인간들이 알지만 마지막 99번째 이름은
낙타만이 안다고 믿었다. 그만큼 신성시했다는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사막의 유일한 이동수단인 낙타는 “사막의 배(船)”
라고 불린다. 한번에 500㎏의 화물을 운반할 정도로 힘이 세며,
장시간 물을 마시지 않고 지낼 수 있기 때문에 일찍이 가축화
되었다. 낙타를 길들인 시기는 대략 기원전 2,500여년 즈음인데,
낙타는 몇백 킬로미터를 무리없이 이동할 정도로 장거리 이동
능력을 가지고 있어 낙타를 이용해 북아프리카의 사막지대를
넘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낙타의 서식지는 사막이 아닌 극지방인 엘스미어 섬이란 가설이
있다. 2013년 사이언스 데일리는 극지방인 엘스미어 섬에서
2006년에 발견된 화석들이 단봉 낙타와 유사하다고 보도하였다.
연구 결과를 토대로 단봉낙타의 넓은 발은 극지방의 설원에서
이동하기 위해 발달하였고, 등에 지방을 축적하는 것도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발달한 것이라는 가설이 제기되었다.
낙타가 왜 극지방에서 사막으로 옮겨갔는지 상당히 신빙성이
있는 가설로 받아들여진다. <바다로 간 낙타>에서도 사막에
있어야 할 낙타는 지금 바다에 와있다. 호주 케이블 비치 23킬로의
길게 늘어선 해안,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모래톱 위에 사막에서
온 낙타가 줄지어 앉아 되새김질 하고 있다. 무슨 이유일까.
국내 유원지에도 늙은 낙타가 사람을 태우고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듯이 이 낙타들도 해변을 찾아오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돈벌이에 동원된 것이다. 사람에 의해 사막이 아닌
바다가 삶의 터전이 되어버렸다. “낙타와 바다”는 어울리지 않지만
여전히 낙타는 사람의 필요에 의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바다와 낙타”가 충돌할 때 파생되는 파열음(破裂音)속에
무언지 모를 애틋함이 담겨있다.
/ 마경덕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