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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아아- 철썩... 쏴아아- 철썩... 조용하고 아름다운 섬. 그 가운데에 9명의 사람이 누워있다. 아직은 아무것도 모른 채 단잠에 빠져있는 9명의 사람들. 어쩌면 영원히 일어나지 말았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들 중 한명이 깨어나면서 게임은 시작된다.
흑과 백 01
「…으음…」
어째 몸이 찌뿌둥한것이 일어나도 잠을 자지 않은것처럼 상쾌하지 못하다. 두통도 밀려오는 느낌이다. 나는 그런 기분에 눈을 찌푸리며 등을 일으켰다. 내 몸을 지탱한 손바닥으로 느껴지는 감촉이... 아프다. ....어라. 아프다?
「?!」
...! 놀란 마음에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언덕 비스무리한 것들과 바다가 전부였다. 꿈에서 들린다고 생각했던 파도소리가 꿈이 아니였던거다. 어처구니 없는 마음에 나는 내 옆에 누워있는 사람들을 살폈다. 아... 아무리 봐도 단 한번도 마주친 적 조차 없는 사람들이다. 나까지 합해 모두 9명. 그리고 가운데에 하얀 봉투같은 것이 놓여져있다. 나는 일단 봉투를 제쳐둔 뒤 내 옆 사람을 깨우기 시작했다.
「저기요, 저기요 일어나보세요」
「…아씨.」
「지금 이렇게 태평하게 자고 있을때가 아니거든요?」
내 옆에 누워있던 여자 하나가 신경질을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내 목소리에 사람들이 슬금슬금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나와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여긴 어딜까?’ 하는 그런 반응. 나는 그들을 한번 본 뒤 봉투를 들었다.
「그건 뭐죠?」
「몰라요. 나도 일어났더니 이게 우리 가운데 있었어요.」
우린 둥그렇게 원처럼 누워 자고 있었다. 그리고 모두의 발끝이 향하는 그 정가운데에 이 편지가 놓여져있었다. 나는 편지를 펼쳐들고 읽어내려갔다. 휘갈겨 쓴 듯 성의없는 글씨체에 눈이 저절로 찌푸려진다.
- 안녕하십니까? 치명적인 살인게임 ‘흑과 백’ 에 초대되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여러분들 모두가 이 게임을 갈망해오셨다는 것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상황을 부정하려 하지 마세요. 지금 몹시 머리가 아프시죠? 그 두통은 잠깐뿐이니 심각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9명의 신사 숙녀 여러분께서는 본인이 누워있던 자리를 파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얼마 가지 않아 무언가가 나오게 됩니다. 그것들은 약 한 달 동안 여러분을 살릴수도 죽일수도 있는 중요한 물품들입니다. 1주일치의 식량, 충분한 양의 물 그리고 단 한 자루의 칼과 침낭, 라이터 또 아주 중요한 여러분들 서로간의 프로필을 담아두었습니다. 저는 한달 뒤 최후의 1인을 위하여 이 곳에 들를 계획입니다. 그 기간동안 여러분은 이 곳을 빠져나가실 수 없습니다. 9명 전원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은 버리시기 바랍니다. 서로 죽여야만이 당신이 살 수 있습니다.
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행운을 빕니다. -
「...」
모두 잠시 경악한 표정으로 멍하니 앉아있다가 각자 뭔가에 쫓기듯이 자리를 급히 파보았다. 가장 먼저 자리를 파본 진우리(男, XX고등학교 서열 1위급)가 놀라 털썩 주저 앉았다. 정확하게 모든 물품과 비닐에 곱게 넣어진 우리들의 프로필이 그를 반겼다.
「이...이게 정말이란 말이야...?」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한유리(女, 학창시절 손희정을 괴롭히는데의 주동자)가 웃으며 말했다. 나 역시 어이없는 것은 물론이었다. 문득 옆을 바라보니 묵묵한 표정으로 자신의 짐을 챙기는 천우진(男, 05년 분당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보였다. 그는 이 상황에서 믿기지 않을 정도로 침착하고 차분했다. 나는 그런 그를 보며 소름이 끼쳤다. 아. 괜히 연쇄 살인범이 아니었어.
「....흐으읍...」
이런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은 몇가지 반응을 보일 수 있을까. 천우진처럼 차분한 반응일까? 한유리처럼 어이없다는 반응일까? ...결국 손희정(女, 학창시절 괴롭힘을 당함)과 최민영(男, 소심하고 눈물이 많음)이 울고 만다. 곁에 있던 외국인처럼 보이는 여자가 손희정을 위로하고 강휘찬(男, 최민영의 단짝친구)이 최민영을 안아 위로한다.
그런 강휘찬과 최민영의 모습이 마치 연인처럼 다정해보인다. ....아, 젠장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윤상아.」
나는 그 외국인처럼 보이는 여자의 이름을 조용히 불러보았다. 윤상아(女, 피해망상증이 있음)이라는 그 혼혈아는 프로필에 의하면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라고 했다. 그리고... 피해망상증이 있다고 했다. 치명적이구만.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씨발, 말도 안돼! 난 쇼핑을 하고 있었는데! 이게 뭐야!!」
「조용해요! 다들 마찬가지라고요!」
「씨발 너희 내가 누군지 알기나 해!?」
아주 고급스러워 보이는 옷을 입은 단발의 예쁜 여자가 소리쳤다. 나는 프로필을 뒤적여 그녀의 프로필을 확인했다. 박지아(女, 유명그룹의 외동딸). 젊고 아름답다. 그리고 뒷배경도 여간 탄탄한게 아니다. 그런 박지아의 히스테리에 손희정이 울먹거리며 외쳤다. 나는 그 상황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프로필을 다시 훑었다. 나는 뭐라고 되어있을까.
「...」
웃음이 나온다. 유 빈(女, XX대의 천재). 그건 나다. 그나저나 웃기는군. 천재? 누가 천재야. 나는 갑자기 밀려오는 짜증에 나를 진정시키며 모두를 쳐다보았다. 여전히 최민영은 강휘찬에게 안겨있었고 손희정은 거의 진정이 된 듯 싶었다. 박지아는 짜증난다는 얼굴로 앉아있었고 한유리는 복잡한 표정으로 머리를 감싸쥐었다. 윤상아는 손희정을 다독이면서도 불안한 눈으로 우리를 몇번 휙휙 살폈다. 천우진은 그 예의 차분함으로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진우리 역시 담배를 태운다. 아주 거지같은 상황이네 이거.
「그나저나 우리 어떡하죠?」
「...살인게임이라는거잖아요, 이거」
「나 사람을 죽이고 싶진 않아요.」
「그건 모두가 마찬가질걸요.」
손희정이 걱정스레 묻자 진우리가 대답했다. 그러자 박지아가 또 버럭했고, 윤상아가 약간은 어눌하게 말했다. 살인게임이라... 겪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참 흥미로운 네 글자다. 나 역시 그랬다. 살인게임. 그 말도 안되는 네 글자를 보며 코웃음을 쳤던게 나다. 그런데 이런게 사실로 닥쳐오니 그저 이가 딱딱 부딪히며 떨려온다. 공포. 그리고 두려움.
그러고 보니 이 사람들에게 나는 죽을 수도 있다. 지금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 아. 그것보다 나는 믿어도 될까.
「우리... 서로 죽이지 말아요.」
「...그건 당연한거 아닌가...?」
「하지만.... 식량이 부족해요... 우리 9명이 다 살아나가려면 한달은 버텨야하는데...」
「식량은 구하면 돼요.」
「후... 제발 서로 죽이지 말아요. 서로 믿자구요 우리... 네?」
한유리가 약간 빌다시피 말했다. 모두 동의했다. 그때 박지아가 또 히스테리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난 못 믿어. 누가 먼저 배신 때릴 줄 알고 믿어달라는 거야!?」
「배신이라뇨. 그런거 없어요! 지금 우리 상황을 봐요. 다 똑같다고요.」
「웃기지마, 당신 천재라며. 그럼 여기서 어떻게 빠져나갈지나 생각해!!!! 건방지게 희망따위나 심어주지 말란 말이야!」
「진정해요 박지아씨. 후. 그래요 그 맘 이해하는데 지금은 서로 믿어야해요 그래야 나갈수 있다구요!」
박지아의 말에 내가 발끈해서 반박해버렸다. 나답지않은 짓이었다. 박지아는 씩씩대더니 곧 진정을 하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래. 서로 믿자.
「그럼 서로 믿는거에요.」
「...네」
「아무도 죽이지 않기에요 우리..... 이건 단순한 게임이 아니잖아요...」
「.....」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게임은 벌써 시작해버렸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말이다....
나와 진우리, 그리고 박지아가 장작거리를 구하러 숲으로 들어갔다. 아직 저녁때가 아니라 어둡진 않았다. 진우리가 앞장서고 박지아, 그 뒤로 내가 따랐다.
「이런거만 주우면 되겠네요」
바싹 마른 나뭇가지를 주워든 진우리가 우리에게 다소 부드럽게 말했다. 나와 박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우리는 아무런 대화도 없이 묵묵히 나뭇가지를 주웠다. 어느정도 모으자 우리는 그만 숲을 빠져 나가기로 했다.
거꾸로 내가 앞장서고 그 뒤로 박지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진우리가 따라오는데... 그 때였다...
「아아악!」
「...!!!!!!!! 꺄아악!!!!!!!!!!!」
순식간에 끈에 한쪽 다리가 딸려 진우리가 공중으로 올라갔다. 거꾸로 올라가져 있는 그의 모습이 우습기도 했지만 나뭇가지가 부러진다면 그는 잘못될수도 있다. 그 생각에 나는 진우리에게 소리쳤다.
「우리씨!!!!!!! 칼...칼을 꺼내요! 칼을 꺼내서 줄을 끊어요!!!!!!!!!」
「아....씨발 줄이 내 다릴 점점 더 조이고 있어!!!!!!!!!!!!!!!!!!!!!!! 씨발!」
「칼!!!!!!!!!」
진우리가 주머니를 뒤적이는 듯 했으나 거꾸로 매달리는 통에 칼이 바닥으로 떨어진 모양이었다. 점점 더 조여온다는 밧줄에 그가 비명을 질렀다. 피가 툭툭 떨어졌다.
「흐읍!!!!!!!!!!!!」
내가 온 힘을 다해 칼을 줄을 향해 던졌다. miss. 빗나갔다. 툭. 다시 떨어지는 칼을 주워들고 나는 다시 줄에 칼을 던졌다.
「아..제발!!!!!!!!!!!!」
「죽을것같아...!!!!!!!!!!!!!!」
박지아는 겁에 질린 듯 아무것도 못하고 하얗게 질려있었다. 젠장, 또 miss. 나는 빌다시피하는 심정으로 칼을 다시 던졌다.
휘익----- 팍!!!!!!!!!!!!
「우리씨!!!」
털썩, 하는 소리와 함께 진우리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나는 재빨리 달려가 다리에 묶여져있는 것을 칼로 절단했다.
「괜찮아요? 네!?」
「아...씨발.... 괜찮아요..」
「아, 이거 올가미였잖아....」
점점 더 세게 조인다는게 올가미때문이었나보다. 피에 젖은 올가미를 나는 멀리 던져버렸다. 휘익- 털썩... 작은 소리가 들려오고 나는 진우리의 상처부위에 내 겉옷을 찢어 묶어두고 진우리를 부축해 박지아에게 향했다. 박지아가 다시 진정한 듯 싸늘히 웃으며 내게 말했다.
「미쳤어. 그렇게 무식하게 칼을 던져대면 어떡해요」
「......」
「잘못해서 그 칼에 우리씨가 맞을거란 생각은 안 해봤나?」
「...아...」
「...참 어이가 없어서... 믿자구요? 그래 믿는데 벌써 누군가는 이렇게 우리씰 죽이려고 이런것까지 설치해놨네요. 참 재밌네요 이 게임. 그쵸?」
박지아가 싸늘히 웃으며 앞장서 걸어갔다. 나에게 의지한 진우리나 진우리를 부축한 나나 아무 말이 없었다....
그래. 어쩌면 우리 둘의 마음은 똑같았을지도 모른다. 누군가 우리를 죽이려했다. 그것은 누구여도 상관없었을것이다. 이 게임이 갑자기 실감나면서 진심으로 무서워졌다. 제발. 살아나가게 도와주세요.
첫댓글 공포소설......재밌긴 한데 섬뜩하네요....다음편도...무서울까요오..?
기대해주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