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 프런트가 논란의 중심에 서는 일이 잦다. 지난 4월 하순 김기태 감독이 갑자기 사퇴하면서 LG 프런트가 한 달여 홍역을 앓았다. 감독이 성적 부진을 책임지고 자진 사퇴한다고 밝혔지만 그 시기나 배경을 놓고 구단 프런트와의 마찰이 거론된 것이다.
이어 지난 5월 말에는 롯데 프런트가 권두조 수석코치의 돌발적인 보직 사임을 계기로 구설수에 올랐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임에도 ‘선수단 대표가 구단 고위층에 건의 해 이뤄졌다’는 루머가 더 설득력을 얻을 정도였다.
선수단이 멋진 경기를 펼치도록 지원을 하고, 팀의 미래 비전을 실천할 수 있도록 선수단과 조화를 이뤄야 하는 프런트가 마찰의 근원지처럼 비춰진 것이다.
모기업의 지원을 밑천 삼아 운영하는 ‘한국적 프로야구단’에서 프런트는 어떤 모습이어야 잘한다고 할 수 있을까. 첫째는 조직 내 소통이고, 둘째는 조직을 믿고 위임하는 것이다.
이에 앞서 팀에 대한 구단주의 일관된 메시지가 ‘0순위’다. 구단주가 팀 운영의 철학이 없이 운영책임자를 결정하고, 즉흥적으로 팀에 주문해서는 성적도 나지 않고 마케팅에도 실패하는 ‘냉온탕 구단 운영’이 될 수밖에 없다. 장기계획에 따르지 않고, 일시적으로 천문학적인 투자를 한다고 단숨에 좋은 성적과 명문 이미지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격에 어울리는 소통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소통의 엇갈래가 문제를 부른다. 구단 고위층이 소통이 잘 이뤄져야 할 감독, 직원과는 통하지 않고, 교감이 이뤄져서는 안될 코치와 선수와 소통할 때이다. 이른바 줄서기 병폐가 발생하기 쉽고, 그에 따라 선수단 팀워크를 해칠 가능성이 높아진다. 코칭스태프가 구단의 눈치를 보게 해서는 좋은 팀을 만들 수 없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사장, 단장 등 구단 고위층이 전문성을 갖기 힘들다. 야구단에서 10년은 커녕 3년 이상 버티기도 힘든 실정이다. 구단 임원을 모기업에서 주기적으로 내려 보내는 탓이다.
자신의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전문화된 직원의 의견을 반영하고, 선수단 수장인 감독의 의중을 꿰뚫어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프런트 직원이 잘 훈련되어 있어야 하고, 구단의 비전에 맞는 철학을 지닌 감독을 선임하는 전제가 따른다.
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그때부터 논란의 불씨가 자라기 시작한다. 그나마 성적이 뒷받침되었을 때는 문제없이 넘어가다가도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 그때부터 구단 결정권자는 프런트 직원보다는 외부에서 해결 방안을 찾고, 감독보다는 코치나 선수와 소통하는 유혹을 받는다.
보다 바람직한 프런트는 구단에서 잔뼈가 굵어 미래비전을 이끌어 온 구단 고위층과 전문화된 직원이 화합을 이루는 것이다. 이들 팀에는 세대교체를 비롯, 급격한 전력변동에 따른 문제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어 잡음이 거의 새어 나오지 않는다.
감독 계약기간 3년째를 맞는 LG와 NC의 올 시즌 행보는 달랐다. NC는 미리 재계약을 발표해 혼란을 예방했다고 할 수 있다
선수단과 직원에 위임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책이 구단 고위층이 선수단과 직원의 의견에 전적으로 따르는 것이다. 프로야구단을 전혀 모르는 구단 고위층이 부임에 왔을 때 할 수 있는 방안이다.
어느 정도 전문화된 선수단과 직원의 의견에 따라 소리 없이 지원만 했는데도 좋은 성적이 나고, 잡음도 없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프런트가 기본적인 업무만 차질 없이 하고, 감독이 소신껏 선수단을 지휘할 수만 있어도 전력을 강화하는 셈이다.
문제는 지켜보기만 하던 구단 고위층이 1~2년이 지나며 얻은 지식을 강요하는 경우이다. 스스로 터득한 것도 있지만 구단 사정을 잘 모르는 외부 전문가의 조언이 큰 영향을 미치곤 한다.
이 경우가 가장 위험한 케이스다. 대부분의 조언이 단기 성적을 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구단의 미래를 생각하는 직원의 건의는 묵살되기 십상이다. 직원은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것을 몇 번 겪으면 방임 상태에 돌입하게 된다.
제 2구장이 없는 현실을 극복하는 방안을 찾기 보다는 선수단에 책임을 떠넘기는 쪽을 택한다. 제 2구장의 역할이 팀의 유망주 육성에 얼마나 중요한 지 알면서도 그렇다. 미래형 트레이드를 비롯, 우수 신인 스카우트, 유망주 육성 등이 후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