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

[덕유]

                                     반지

                                                                                황영자

세 월 속에서 많은 인연을 만나는 것 같다.

그 중에는 스쳐 지나가는 안개꽃 같은 만남이 있는가 하면 가슴시리도록 아픈 인

연도 있고 서로를 가슴으로 안는 동반자로서의 언약이 있는가 하면 가끔 무엇을 하든 생

각이 나는 희망으로 된 약속의 믿음도 있다.

그 인연을 소중하게 간직하거나 어쩔 수 없이 지나갈 때면 뭔가 가슴에 남는 것을 서

로에게 남기려고 하는데 그런 부분도 다 성향이 다르다.

책갈피에 본인의 사진이나 예쁜 낙엽, 말린 들풀 등... 자신의 성격만큼이나 꼼꼼하

게 정성들여서 남기는 사람도 있고 이름도 모를 갖가지의 향수를 그리고 영원히 간직 해

달라며 가죽 주머니에 곱게 도장을 넣기도 하고 계절에 가까운 꽃을 한아름 가슴에 안겨

황홀함에 혼미함을 느끼게도 하는데… 이 모든 것이 내게는 다 소중 하지만 그래도 가장

잊혀지지 않는 것은 나와의 동행자로부터 언약한 보석이 있는 것과, 희망으로 가득 차

서 날아간 무지개 같은 마음을 지닌 링으로 된 두 개의 반지이다.

부모님의 반대도 무릅쓰고 사랑이라는 믿음 하나로 남편과 함께 스물세 해를 살아오

면서 힘이 들고 외로울 때마나 내 마음을 제자리에 있게 한 반지의 공로는 참으로 크다.

자기혼식(결혼 20주년)에 빨간 보석이 박힌 쌍반지를 술에 취해서 어색한 모습으로

내게 건네주며 많이 부족한 나를 위해 살아 줘서 고맙다며 끼워 주던 그 모습은 아직도

생생해서 마음 한 구석이 아려오기도 한다. 보석을 하는 것에 미흡해서 잘 하지는 않지

만 나와 함께 한 시간을 생각 하고 남편과의 추억도 그리면서 가끔씩 꺼내 보는 동그란

반지는 사랑속에 영글어 가는 낭만이 있어 좋다.

그리고 보석반지만큼이나 내 손에서 잘 벗어나지 않는 예쁜 커플링이 있다 가볍고

단순한 디자인처럼 의류 매장을 운영 할 때 같이 일하던 아가씨였는데 청운의 푸른 꿈을

안고 멀리 미국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다고 했을 때 축하와 함께 섭섭함이 가슴으로 밀려

오고 많은 정을 오래도록 기억 하며 순수함과 부드러움이 함께 할 수 있는 반지를 생각

하고는 딸처럼 예쁜 경원이를 데리고 금방에서 디자인을 고를 때는 참으로 즐겁고 행복

했다.

이렇게 특별히 반지를 좋아 하는 것은 어느 곳 하나 모난 데가 없이 둥굴게 되어 있어

서 삶의 한 부분처럼 와 닿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힘이 들고 지쳐 있을 때 문

득 손가락 위에서 반짝이는 반지를 바라보노라면 삶 자체가 부드러워지고 현실의 무게

감이 편안한 선을 유지 해 주니 포근한 안식처 같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러기에 우리는 뜨거운 열정으로 새 삶을 바라볼 때면 이글거리는 태양을 생각하기

도 하고 그리움이나 감동으로 사고 할 때면 잔잔한 달을 보며 사색에 잠기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둥근 원으로 되어 있어 마음속에 여유로움을 주니 우리의 마음에 변화가 오지

않을 수 있을까!

요즘 신문이나 TV를 보면 자기 생각이나 이치가 옳다고 온통 아우성인 그 분들에게 동

그란 세상사를 보여 주고 싶다. 내가 추구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을 한다면 상대방도 그

렇다는 마음이 아닐까 싶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 발자국만 뒤로 물러서서 서로가 추

구 하는 것을 진지하게 대화를 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원을 그린다면 그 보다 더 좋은 그

림이 없을 듯하다.

나는 오늘도 추억과 약속이 깃든 반지를 보면서 웬만한 일이면 모가 나지 않는 부드러

운 삶을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2004. 19집

[이현자]

자기 생각이나 이치가 옳다고 온통 아우성인 그 분들에게
동그란 세상사를 보여 주고 싶다. 내가 추구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을 한다면 상대방도 그
렇다는 마음이 아닐까 싶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 발자국만 뒤로 물러서서 서로가 추
구 하는 것을 진지하게 대화를 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원을 그린다면 그 보다 더 좋은 그
림이 없을 듯하다.

[즐기자]

사람이 살아가면서 힘이 들고 지쳐 있을 때 문득 손가락 위에서 반짝이는 반지를 바라보노라면 삶 자체가 부드러워지고 현실의무게감이 편안한 선을 유지 해 주니 포근한 안식처 같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러기에 우리는 뜨거운 열정으로 새 삶을 바라볼 때면 이글거리는 태양을 생각하기도 하고 그리움이나 감동으로 사고 할 때면 잔잔한 달을 보며 사색에 잠기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둥근 원으로 되어 있어 마음속에 여유로움을 주니 우리의 마음에 변화가
오지 않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