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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만 대군은 있는데 군인이 없고, 스타는 널렸는데 장군이 없다”
김아진 기자
입력 2023.06.03. 03:00
<아무튼주말>민병돈 장군 -영상미디어 이신영 기자 (아무튼주말 게재 전 사용금지)
노병(老兵)은 자나깨나 나라 걱정뿐이다. 구순을 바라보지만 마음에는 주름이 없다. 6·25에 참전하고 군인의 꿈을 꾸던 유년 시절의 신념을 간직하고 있다. 민병돈(88) 전 장군은 1989년 3월 육군사관학교장 시절 “북한은 우리의 적”이라며 노태우 대통령 앞에서 북방정책을 비판하고 옷을 벗은 ‘진짜 군인’으로 기억된다. 정전협정 70주년이자 호국 보훈의 달을 앞둔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 자택. 몇 주 전 만날 약속을 정하면...
진중권 “이쪽도 씹고 저쪽도 씹고 고독했다, 그래도 생계형 찬양은 안해”
김아진 기자
입력 2023.05.27. 03:00
서울 마포구 자택 테라스에 앉아 있는 진중권. 4년 전 이 넓은 테라스가 마음에 들어 17평짜리 빌라를 매입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이 남자는 독설가다. 좌든 우든 인정사정없다. 한때 친구였던 조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가까웠기 때문에 더 신랄했다. 진중권(60)은 “내 생각을 부정하면서까지 누구 편을 든다면 살 이유가 없는 것”이라며 “원칙을 지킨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진중권은 1998년 우연한 계기로 논객의 길을 걷게 됐다. 사회주의자였던 그는 극우세력뿐 아니라 주사파도 벌레 보듯 했다. 거침이 없었고, 모두가 그를 미워했다. 그렇게 논객이란 이름으로...
“잠수교 패션쇼 보셨나요? 서울은 세계가 주목하는 무대, 난 세일즈맨”
박돈규 주말뉴스부장
입력 2023.05.20. 03:00
서울 잠수교가 런웨이로 변신했다. 지난달 29일 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이 연 국내 첫 패션쇼. 산울림의 ‘아니 벌써’가 울려 퍼지자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배우 정호연이 모델 출신다운 워킹으로 등장했다. 루이비통 측은 “한강은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상징적인 장소”라고 했다. 16일엔 다른 명품 브랜드 구찌가 경복궁 근정전을 패션쇼 무대로 삼았다. 두 이벤트는 유튜브 등 온라인으로 세계에 중계됐다. 지난 14일 세...
미군 기지 앞 아홉 살 전쟁고아, 주한미군의 30년 스승 되다
정상혁 기자
입력 2023.05.13. 03:00
지난달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교육동 강의실에서 한국어 수업 도중 이청자씨가 환히 웃고 있다. 양옆으로 앞줄에 앉아 열심히 공부하는 주한 미군 학생들의 팔이 보인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영어로 give and take, 한국어로는 주고받기. 서로 번갈아 가진 것을 내어주는 오랜 미풍양속. 이청자(82)씨는 30년 넘게 주한미군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부모 없이 거리에 나앉은 아홉 살 꼬마에게 내밀어 준 손길”을 잊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군 장병에게 구조돼 영어를 익힌 이씨는 “페이백(pay back)하는 심정으로” 1992년부터 ‘캠프 롱’ ‘캠프 페이지’ ‘캠프 이글’ 등 전국의 미군 기지를 돌...
“禁女의 벽 깬 30년… 다시 태어나도 여자, 공무원이 되겠다”
김아진 기자
입력 2023.05.06. 03:00
김경희 기획재정부 개발금융국장이 지난 1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 총회가 열리는 인천 송도 컨벤시아 행사장에서 카메라 앞에 섰다. 이날도 밤 늦게까지 일한 그는 “고시를 보겠다고 마음먹었던 때처럼 지금도 국민 편익 향상과 국가 발전을 위해 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기획재정부에는 여성 차관보, 여성 차관, 여성 장관이 없었다. 얼마 전까지는 여성 국장도 없었다. 김경희(54) 개발금융국장은 이곳에서 금녀(禁女)의 벽을 연파하고 있다. 사무관, 서기관, 과장, 부이사관, 심의관, 국장까지 ‘여성 최초’ 타이틀만 여섯 번째다. 2017년 복권위원회 사무처장이 됐을 때는 기재부 신설 68년 만에 첫 여성 국장 탄생이었다. 지난 1일 밤 10시,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가 열리고 있는 인...
안성기 “이 시련도 배우에겐 금은보화… 내년 봄엔 촬영장에 있을 것”
박돈규 주말뉴스부장
입력 2023.04.29. 03:00
배우 안성기는 “매일 한 시간씩 근력 운동을 하고 빨리 걷는다”며 “연말까지는 아프기 전의 상태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통창으로 봄볕이 쏟아져 들어왔다. 마주 앉은 남자는 친숙하면서도 낯설어 보였다. 폭설처럼 머리에 내린 백발 때문이었다. 웃을 때 얼굴에 밭고랑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는 주름들은 영락없는 배우 안성기(71)였다. 혈액암 투병 중인 그는 반년 전만 해도 머리카락이 한 올도 없는 민머리였다. 하지만 며칠 전 제4회 ‘4·19 민주평화상’ 시상식엔 백발로 참석했다. 서울대 문리대 총동창회가 수여하는 이 상을 영화 배우가 받기는 처음. 안...
머스크가 만든 ‘지구 구하기’ 경쟁에 뛰어든 70대 물리학자
최인준 기자
입력 2023.04.22. 03:00
임지순 포스텍 석학교수가 연구실에서 화학 분자 모형을 들고 있다. 요즘 그의 최대 과제는 대기 중 온실가스를 포집할 신물질을 개발하는 것. 그는 “시간이 아까워 연구실에서 가까운 이발소에만 가다 보니 수십 년째 70년대 장발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조명이 꺼진 어둑한 복도에서도 물리학자 임지순(72)의 연구실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입구에 헝클어진 머리의 아인슈타인 사진이 담긴 높이 1m의 대형 액자가 서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또 다른 아인슈타인이 보였다. 화학식과 수학 계산이 휘갈겨진 칠판, 논문 서류·전공 서적 더미가 쌓인 책상 사이로 1970년대 장발 스타일의 임지순이 낮잠을 자고 있었다. “점심 먹고 잠깐 잡니다. 꿈에서 뱀이 자기 꼬리를 물고 도는 모습...
박정희의 매운맛, 임춘애의 헝그리 정신… 라면 60년이 대한민국 현대사
정상혁 기자
입력 2023.04.15. 03:00
‘오무라이스 잼잼’ 등의 음식 만화로 일가를 이룬 인기 만화가 조경규(49)씨가 한국 라면 60년의 굵직한 순간을 그림으로 맛깔나게 구현했다. 라면의 역사는 곧 대한민국 현대사였다. /일러스트=조경규
“라면 먹고 갈래?” 이 말에 담긴 구애(求愛)의 속뜻을 모르면, 한국인을 이해한다고 할 수 없다. “넷플릭스 보고 갈래?”(미국)보다 정겹고 “가려운데 좀 긁어줄래?”(홍콩)보다 간접적이며 “새벽에 같이 커피 마실래?”(일본)보다 푸근한 사랑의 대사. 양은 냄비에서 목구멍을 지나 비로소 한국인의 몸과 마음의 일부가 된 라면. 라면만큼 우리를 살 찌운 소울 푸드가 있으랴. 라면을 부숴서 과자로도 먹는 유일한 민족 아니던가. 라...
‘이건희 주치의’가 의사인생 마무리한 곳은 고향 보건소였다
이옥진 기자
입력 2023.04.08. 03:00
의사 이종철은 대형 병원장, 재벌 주치의라는 화려한 이력을 뒤로하고,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며 보건소로 내려가 4년을 일했다. 인터뷰 내내 의료계 현실에 대한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지만, 의사라는 업(業)을 향한 애정은 숨기지 못했다. “의사는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어 좋은 직업입니다. 저는 다시 태어나도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노(老)의사는 빙그레 웃었다.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2017년 10월, 새 보건소장을 찾던 경남 창원시에 뜻밖의 인물이 이력서를 보내왔다. 이력이 화려했다. ‘삼성서울병원장, 삼성의료원장, 대한소화기학회장, 성균관대 의무부총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심사평가위원장….’ 지역 보건소에 지원하는 의사가 거의 없다시피 하는 마당에 그의 ‘스펙’은 황송한 수준이었다. 시 공무원들을 깜짝 놀라게 한 주인공은 의사 이종철이었다. 이듬해 초 창원보건소장으로 임명됐다. 그의 나이 일흔이었다....
“이대 男총장과 서울대 女총장, 누가 먼저 나올지 두고 보자고요”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입력 2023.04.01. 03:00
<아무튼주말> 이화여대 교수들-영상미디어 이신영 기자 (아무튼주말 게재 전 사용금지)
“다음은 여러분의 입학을 축하하는 무대입니다. 우리 대학 남성교수중창단의 축가가 있겠습니다.” 지난 2월 24일 서울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2023학번 입학식. 사회를 맡은 이명휘 교무처장이 소개를 마치자 정장에 빨간 넥타이를 맨 40~60대 9인조 ‘보이 그룹’이 신입생 3000여 명 앞에 등장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에 이어 이문세가 2010년 발표하고 2021년 임영웅이 리메이크한 ‘사랑은 늘 도망가...
“60년 아나운서 인생 너무 짧더라, 60년 해온 일이 열 마디로 설명되더라”
김윤덕 선임기자
입력 2023.03.25. 03:00
김동건 아나운서가 ‘링컨의 일생’ 초판본을 들고 활짝 웃었다. 김동길 박사가 1977년에 펴낸 이 책을 머리맡에 두고 지금도 읽는다고 했다. 지난해 작고한 김 박사는 아나운서 김동건을 두고 “세상에서 가장 예의 바른 사람”이라고 했지만, 가수 조영남은 “그래서 가장 재미없는 형님”이라고 했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60년 아나운서 외길을 어떻게 걸었느냐 묻는 이에게 김동건(85)은 소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로 답한다. 러시아 출신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솔제니친의 출세작으로, 강제노동수용소에 끌려온 지 8년이 된 이반이 새벽 5시에 기상해 취침할 때까지의 하루를 시시콜콜 묘사한 소설이다. “이반은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온도계가 영하 40도 아래로 내려갔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요. 40도 아래로 떨어지면 그날 작업이 취소되...
“나라에 버림 받고도 후세를 먼저 걱정한 서애 류성룡은 세계 공직자의 표상”
허윤희 기자
입력 2023.03.18. 03:00
최병현 소장이 서울 충정로 풍산빌딩에 있는 연구실에서 자료를 들고 서 있다. 그는 최근 버클리대 동아시아연구소에서 서애 류성룡의 영문 전기 '조선의 재상 류성룡'을 출간했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IMF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 어느 날, 영문학자 최병현은 퇴근길 꽉 막힌 도로에 갇혀 있었다. 라디오를 켜니 난데없는 설전이 흘러나왔다. 강경식 당시 경제부총리와 모 야당 인사가 외환위기의 원인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고 있었다. 서로 네 탓 내 탓 하는 걸 들으니, 그의 머릿속에 서애 류성룡(1542~1607)이 쓴 ‘징비록’이 떠올랐다. “400년 전 임진왜란 때도 적과 싸우기도 전에 동인과 서인이 다투면서 책임 공방을 ...
20% 대폭락 예측한 부동산 족집게? ‘건축왕 정세권’ 발굴한 하버드 박사입니다
김윤덕 선임기자
입력 2023.03.11. 03:00
지난달 28일 서울 계동 북촌한옥역사관에서 만난 김경민 교수. 대중에겐 ‘부동산 족집게’ ‘하박(하버드 박사)’으로 유명하지만, 그는 ‘셰어하우스’ 등 청년 주거 복지 혁신과 부동산 데이터를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오픈데이터 운동에 열심인 도시계획 연구자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하버드대에서 도시계획과 부동산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돌아온 김경민(51) 서울대 교수는 대한민국을 두 번 놀라게 했다. 코레일과 서울시가 ‘단군 이래 최대 개발 프로젝트’라며 밀어붙이던 31조 규모의 용산국제업무지구에 ‘파산’을 경고한 것이 그 첫째다. “시장에 대한 과학적 분석 없이 ‘한국판 롯폰기 힐’ 같은 피상적 구호에 함몰된 대형 개발에 머지않아 큰 파고가 닥칠 것이란 두려움”에 펴낸 <도시 개발, 길을 잃다>...
박정희 대통령이 4번 다녀간 백년식당 “秘法은 따로 없다, 상식 지킬 뿐”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입력 2023.03.04. 03:00
전남 해남 ‘천일식당’ 오현화(왼쪽) 대표와 서울 ‘해남천일관’ 이화영 대표가 떡갈비, 낙지볶음, 갓김치, 각종 젓갈이 빼곡하게 차려진 교자상을 방으로 들여왔다./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따뜻한 온돌 바닥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 잠시 기다리자 창호문이 양옆으로 열리더니 교자상이 들어왔다. 불향 그윽한 떡갈비와 매콤한 낙지볶음, 짭조름한 보리굴비, 톡 쏘는 맛이 일품인 갓김치, 구수한 배추된장국, 남도(南道) 밥상에 빠질 수 없는 각종 젓갈 등 그야말로 상다리가 휘도록 들어찬 상이었다. 교자상을 맞든 전남 해남 ‘천일식당’ 오현화(64) 대표와 서울 ‘해남천일관’ 이화영(57) 대표는 “서울사람 입에 맞을지 모르겠...
퀴즈왕 출신 흙수저, 1%의 주주 권리로 K팝 지축 흔들다
이혜운 기자
입력 2023.02.25. 03:00
230219 아무튼주말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대표 -이신영[아무튼주말 게재전 사용금지]
“가자, 책방으로!” 2004년 어느 여름날. 대구 반야월에 살던 세 모자(母子)는 자전거를 타고 서점으로 향했다. 생활보호대상자로 넉넉하지 않았던 형편의 그들에게 서점은 유일한 놀이터였다. 시원한 에어컨, 가득 찬 책들. 책을 보다 출출해지면 몰래 구석으로 가 준비해온 볶음밥 한 통을 나눠 먹었다. 서점 문이 닫히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강변을 따라 달릴 때 얼굴에 닿던 바람은 시원하고 행복했다. 그로부터 20년. 홀로 두 ...
핏빛 조국 하늘 지켜낸 96세 노장… “폭탄이 날아와도 두렵지 않았다”
허윤희 기자
입력 2023.02.18. 03:00
'대한민국 공군의 살아있는 전설' 김두만 장군이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전시된 F-51D 전투기 앞에 섰다. 6·25 전쟁 당시 그가 공군 최초로 100회 출격 기록을 세운 전투기와 같은 기종이다. 96세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꼿꼿한 자세로 그는 "하늘 위에선 무념무상, 오직 내가 할 일만 생각했다"고 했다. /장은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김 중위, 폭탄 10발을 갖고 가서 문산철교를 폭파시키고 오라!” 1950년 6월 27일 오전 10시. 김두만 공군 중위가 T-6 훈련기를 몰고 여의도 기지를 이륙했다. 비행기 날개 밑에 폭탄 걸이를 장착하고, 15㎏짜리 소형 폭탄 10발을 매단 채였다. 6·25전쟁 발발 사흘째. 그에게 부여된 첫 임무였다. 날이 좋지 않았다. 1500피트 상공에서 구름 속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항공기가 균형을 잃고 회전하며 곤두박질쳤다. 조...
별에서 온 총장님? 오늘도 ‘무당이’ 타고 캠퍼스 누비는 91세 여걸
남정미 기자
입력 2023.02.11. 03:00
가천대 명물 ‘무당이 버스’는 이길여 총장이 학생들을 위해 직접 아이디어를 내 만든 것이다. 이 총장은 “아낌없이 주면 자란다는 게 내 지론”이라며 “나 역시 어머님을 통해 이를 배웠다”고 했다.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남자 이름이 왜 이길여야?” 1951년 전북 전주 전시연합대학 정문에 붙은 합격자 방(榜)을 보고 사람들이 쑥덕거렸다. 6·25 전쟁으로 대학 수업이 어려워지자 문교부(현 교육부)는 각 피란지에서 교수와 학생이 연합대학을 형성해 교육받을 수 있게 했다. 후방인 부산·광주·전주 등에 전시연합대학이 세워졌다. 여기에 속했던 서울대도 ‘방’을 붙여 신입생을 발표했다. 사람들은 여자가 서울 의대에 합격했다가 아니라, 서울 의대에 합...
전설의 입시학원 접고… 그는 왜 대한민국 최북단에 사과밭 일궜나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입력 2023.02.04. 03:00
<아무튼주말>애플카인드-영상미디어 이신영 기자 (아무튼주말 게재 전 사용금지)
강원도 양구 해안분지는 ‘펀치볼(Punchbowl)’로 더 유명하다. 6·25전쟁 당시 종군기자들이 “이곳 지형이 넓고 우묵한 화채 그릇(펀치볼) 같다”며 붙여준 별명이다. 이 화채 그릇에 7년 전 사과 농장 하나가 들어섰다. 휴전선에서 불과 5km 떨어진 북위 38도17분13초에 위치한 대한민국 최북단 사과밭이자, 축구장 25개를 합친 것보다 넓은 6만평(19만8347㎡) 면적에 사과나무 1만5100그루를 심은 국내 최대 규...
6평 집무실서 시작된 못난이 김치 의병운동 “나는 장돌뱅이 도지사”
이옥진 기자
입력 2023.01.28. 03:00
김영환 충북지사가 도청 내 자신의 ‘6평’ 집무실에서 ‘못난이 김치’를 들어 보이며 웃었다. “못난이 김치는 쇄빙선이에요. 이 김치가 개척한 길에 못난이 감자, 고구마, 사과, 복숭아 등이 줄을 이을 거예요.” 못난이 김치를 비롯해, 충북의 매력을 입이 마르게 설명하는 그는 마치 신명 난 장사꾼 같았다. 그는 “충북은 (인접한) 바다는 없지만, 꿈의 바다가 있는 곳”이라고 했다. /장은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못난이 김치’는 김치만은 우리 것을 먹자는 ‘김장 의병 운동’이자, 버려지는 농산물을 도시 사람들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는 ‘못난이 컬리’입니다. 생긴 건 못났지만, 맛은 정말 잘났답니다, 하하!” 도지사인가, 장사꾼인가. 현란한 말솜씨에 감탄하던 찰나, 그가 자못 진지해졌다. 대뜸 “날 비호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말도 많고 뺀들뺀들해서.” 대답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다시 말을 이었다. “근데 튀지 않고는 ...
‘50억’ 유혹 물리치고 겸재 되찾아 온 신부님… “007 작전 저리 가라였죠”
허윤희 기자
입력 2023.01.14. 03:00
선지훈 신부가 겸재 정선 화첩의 첫 장인 '금강내산전도'를 펼쳐 보였다. 2005년 독일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으로부터 화첩을 돌려받아 직접 들고 온 그는 "비행기에서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그림을 지켰다"며 웃었다. 사진 속 화첩은 영인본이고, 진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기탁돼 있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2005년 10월 28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소속 마흔다섯 살 선지훈 신부가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머리 위 선반에 가방을 조심스럽게 올려 놓은 그는 비행 11시간 내내 먹지도 자지도 않았다. 수시로 선반을 올려다보는 얼굴엔 긴장이 역력했다. ‘조금만 참으면 서울이다···’. 이윽고 29일 오전 11시 30분. 비행기가 인천공항 활주로에 닿았다. 신부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조선 후기 대표 ...
이금희 “꼰대 탈출하려는 부장님, 일방통행 화법부터 바꾸시죠”
최인준 기자
입력 2023.01.07. 03:00
이금희는 라디오 생방송 시작 5분 전까지 인터뷰 사진 촬영을 했다. 촬영 기자가 시계를 보며 불안해하자 “우리 제작진은 1분 전에 모두 ‘스탠바이’된다. 걱정 마시라”며 웃었다. 지난해 말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찍은 모습이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이금희(57)는 과거 자신이 진행한 KBS ‘아침마당’에서 만난 노부부에게서 말하기의 핵심을 배웠다고 했다. 예순 넘어 배움의 길을 걷기 시작한 무학(無學)의 아내와 그를 도운 남편의 사연이었다. 남편은 중학교 교장으로 정년 퇴임했지만 아내는 집안 사정으로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했다.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아내는 낮에 김매고 밭을 일구면서 영어 단어를 중얼거렸다. 시험 기간이면 밤 늦게까지 공부하기 위해 냉커피를 한 사발씩 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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