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몇 번이고
흐린 창을 닦으며
오늘은
이 세상 어딘 듯한
그 투명한 유리의 저편에
나의 얼굴을 묻어본다
표정 없는 나의 얼굴이
누우렇게 떠 있다
詩.한기팔
시집"바람의 초상".시와시학사.1999.
: 유리창을 닦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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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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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와 나 사이에 뿌옇게 끼어 있던
: 유리창을 닦으며 알게 되었지.
: 내 바깥에서 내 속으로
: 그대가 들어오려 했다는 것을,
: 아니 어쩌면 그대의 바깥에서 내가
: 그대 속으로 들어가려 하기도 하고,
: 그런 눈부신 기억 속에 정작
: 그대 거기 없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 나는 알게 되었지.
: 지울수록 더욱 검어지는
: 마른 손수건에 눈물 자주
: 비틀어 짜며 온 몸으로 아파해도
: 그대 내 쪽의 유리면,
: 나는 그대 쪽 유리면
: 서로 닦아줄 수 없었다는 것을,
: 우리 마주 섰으나
: 바라볼 수 없었다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