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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오후 다섯시. 옷을 사기 위해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지도 한시간이 훌쩍 넘었는데 아직 티쪼가리 한장 사지 못하고 입어보기
만 하는 라희. 그냥 자기 마음에 드는 걸로 사면 되는 걸 일일이 리준이한테 물어보느라 괜찮은 옷도 다 놓치고 말이다.
"쭌아, 이건 어때? 예뻐??"
"별로."
"그럼 이건??"
"이상해."
"리준아. 누나 옷 예쁜데 왜 그래~"
"아니야! 구려."
"우리 아들, 또 질투 하는구나? 누나가 료 만나러 가는게 그렇게 싫어?"
"...."
쇼파에 앉아서 심통난 표정으로 바닥만 뚫어져라 노려보며 발을 꼼지락거리고 있는 리준이를 무릎 위에 앉혔다. 아까 밥 먹
을 때까지만 해도 둘이 사이가 좋아보이더니, 옷 사러 가잔 말에 신이나서 또 료 얘기를 늘어놓는 라희 때문에 기분이 상했
는지 계속 툴툴 거리는 리준이. 오랜만에 외출 한다고 베이비 로션도 듬뿍 바르고 나왔는데 이 모든게 료를 만나러 가기 위
한 준비라는 걸 알고나서 무지하게 기분이 상한 모양.
"리준아. 엄마 봐봐."
내 무릎 위에 마주보고 앉아서는 여전히 뚱한 표정으로 내 가슴께에 달린 장식만 만지작거리는 리준이의 머리를 스윽 쓰다
듬었다.
"아들. 누나가 아직 철이 없어서 그래~ 그러니까 그냥 리준이가 이해해주면 안 돼?"
"안 오꺼야...."
"응?"
"지금 료한테 푹 빠져서, 가면 다시 안 오꺼야 누나."
아..... 지금 리준인, 라희가 다시 안 올까봐 걱정하고 있는 건가? 어린 마음에 그게 무서운 건가? 참.... 멀리도 보는구나
우리 아들. 역시 다른 애들이랑은 다르다니까.
"엄마. 누난 언제 철드러?"
"응????"
"지금은 철이 엄쓰니까 료한테 가면 안대. 위허매. 나중에 철들면 가라해."
"리준아..."
넌 어쩜 그렇게 말을..... 애늙은이처럼 하니.
"엄마. 누난 왜 료가 조테? 원래 여자들은 바람둥이 조아해?"
"말했잖아~ 아직 누나가 철이 없어서.... 뭐라고??"
"료 여자이써. 어떤 인형가치 생긴 여자 애한테 뽀뽀하는 거 내가 다 봐써."
"정말!? 언제???"
"옛나레~"
"예....뻐?"
"웅. 누난 께임이 안대. 그러니까 빨리 정신차리라해."
"헐.... 리준아. 이거 당분간 누나한텐 비밀이야. 알았지? 누나가 알면 울지도 모르니까 무조건 비밀로 해야 돼?"
"웅. 나 약쏙 잘 지켜."
그동안 리준이가 료를 왜 그렇게 못마땅해 하나 했는데, 역시 다 이유가 있었어. 그냥 단순히 질투하는게 아니라 숨겨논 여
자친구가 있는 료를 좋아하는게 마음에 안 들었던 거야. 혹시라도 라희가 그 일로 상처 받게 될까봐 그게 마음에 걸렸던 거
야. 아.... 누구 아들인데 이렇게 속이 깊니. 도대체 내 아들 왜 이렇게 잘났니.
"기특한 것."
방금 들은 얘기는 라희를 위해서 일단 비밀로 하기로 하고, 아무 것도 모르는 채 혼자 신이나서 옷을 고르고 있는 라희를
불쌍하게 바라보았다. 그럼 내 옆에 앉아서 가여운 얼굴로 라희를 바라보며 땅이 꺼져라 푸욱- 한숨을 쉬는 리준이.
"괜찮아 리준아.... 누나 괜찮을 거야."
보통 세 살이면 아무 걱정 없이 먹고 자고 싸기만 해도 바쁠 나이에, 곧 남자친구한테 걷어차일 누나 걱정에 남몰래 속앓이
를 하고 있던 우리 아들 어깨를 힘껏 두드려 주었다. 진짜 왜 이렇게 감격스러운 건지, 이런 애가 내 아들이라니....
"엄마!! 나 이거 살래. 이거."
"응, 이쁘ㄷ..."
"안대. 치마가 너무 짤바."
"리준아, 이거 안 짧아~ 이 정도면 괜찮은 거야."
"모가 갠차나? 구려."
"힝... 그럼 누나 옷 사지마?"
"웅. 집에 만차나."
"아랐어... 엄마. 나 옷 안 살래."
엄마 아빠 말보다 동생말을 더 잘 듣는게 좀 웃기긴 하지만, 거의 울기 직전인 표정으로 안 사겠다고 말하는 라희를 그냥
보고만 있을 순 없어서.
"방금 입어본 옷들 다 계산해주세요."
간만에 지름신이랑 친구 먹고 통큰 엄마가 되어준 나. 내 옷도 이렇게는 안 사는데, 좋은 엄마가 되기란 정말 쉬운 일이 아
닌 것 같다. 어쨌든 오랫동안 화장실에 못간 탓에 슬슬 신호가 오던 나는 잠시 아이들을 매장에 맡겨두고 혼자 화장실로 향
했다. 오랜만에 하이힐을 신고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꽤 도도한 모습으로 걷다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가 있는 층으로 올
라오는 애란이를 보고 반가워서 인사를 하려던 찰나, 뭔가에 쫒기듯이 급하게 화장실로 뛰쳐들어가는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
리며 천천히 화장실로 향하는데.
"오애란!! 오애란 어딨어. 니가 숨으면 내가 못 찾을 줄 알아!?"
그 뒤로 심상치 않은 얼굴을 하고 소리를 버럭버럭 질러가며 애란이를 찾는 남자의 모습에 너무 놀라서 걸음을 멈추고, 엄
습해오는 긴장감에 내가 다 무서워서 손이 떨리는 지경이였지만 이 순간 왜 제일 먼저 류가 생각나는 건지 둘이 이미 헤어
졌다는 걸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류한테 전화를 걸고 있는 나.
-여보세요?
"...."
-여보세요.
"...."
-아, 왜 장난질이야. 끊...
"어디야...?"
-뭐야, 뜬금없이.
"혹시 우리 백화점이랑 가까이 있어?"
-어떻게 알았냐? 나 지금 너네 백화점인데.
마침 여자랑 데이트라도 하고 있었는지 전화기 너머로 애교 섞인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런 거 신경 쓸 때가 아니였
다. 정신이 없어서 상황 설명도 없이 무조건 4층으로 와달라고 했더니 내가 거길 왜 가냐며 전화를 그냥 끊으려는 류. 그리
고 그 순간 다시 한 번 애란이의 이름을 부르며 미치광이처럼 소리를 지르는 남자의 목소리가 백화점 안에 울려퍼지고 다행
히 류도 그 목소릴 들었는지 전보다 한톤 낮아진 목소리로 욕을 지꺼리더니 뚝- 끊어진 전화.
-.....씨발. 애란이 잘 지켜.
전화가 끊어지기 무섭게 무조건 화장실을 향해 달렸다. 그리고 살짝 열려진 칸막이 사이로 새어나오는 흐느낌 소리에 천천
히 문을 열어보면, 변기 위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서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이 떨고있는 애란이.
"애란아...."
혼자 얼마나 무서웠으면 평소에 잘 울지도 않고 겁도 없는 애가 이렇게 화장실 구석에 숨어서 혼자 울고 있는 건지 너무 놀
랍고 안타까운 마음에 애란이를 안고 울지 말라고 다독여주면, 그래도 조금은 마음이 놓이는지 더 크게 소리내어 울며 무섭
다는 말만 반복하는 애란이.
"도대체 저 남자 누군데. 너 왜 그래...! 울지 말고 나랑 같이 나가자. 응?"
"싫어. 나 무서워 지애야... 안 나갈래. 안 갈래."
내 손을 꼭 잡고서 굵은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며 정말 가기 싫다는 듯 간절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고개를 젓는 애란이 때
문에 이유도 모르고 점점 속만 타들어 가는데. 때마침 걸려온 류의 전화에 조용히 전화를 받으면, 핸드폰을 귀에 대기도 전
에 다급하게 들려오는 류 목소리.
-어디야?
"화장실. 그 남잔 어떻게 됐어?"
-소란 피우다가 경호원들한테 끌려갔어. 애란인...?
"같이 있어. 빨리와... 지금 많이 겁 먹은 거 같애."
-어, 금방 가.
전화를 끊고, 아직도 겁에 질려 있는 애란이한테 말했다.
"그 남자 방금 경호원들한테 끌려나갔데. 그러니까 이제 안심해도 돼. 그리고..."
"혹시, 류야...?"
"어?"
"아니... 방금 목소리 들린 것 같아서."
한방울 떨어지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내며 너무나도 가엽게 또 허탈하게 웃어버리는 애란이를 보니 왠지 마음 한구석이 아
리는 느낌. 도대체 내가 없는 동안 둘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너도 아직 류 잊은 거 아니지...? 그치? 너무 궁금한게 많
았지만 지금은 물어 볼 때가 아닌 것 같아서 조용히 휴지를 뜯어 애란이 손에 꼭 쥐어주었다. 애란이도 이제 조금은 진정이
되었는지 애써 웃는 얼굴로 이제 가자며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금방 다리에 힘이 풀려 다시 주저앉아버렸고, 바로 그때 여기
가 여자화장실임에도 불구하고 한치의 망설임 없이 불쑥 들어와서 애란이 앞에 자세를 낮추고 등을 보이는 아류.
"업혀."
"...."
"아무 것도 안 물을 테니까 그냥 업혀."
"그래 애란아..."
"...."
"집에 가야지~ 류한테 업혀. 응...?"
"...."
아무리 타이르듯이 어루고 달래도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꿈쩍도 안 하는 애란일 보며 점점 애가 타는데.
"제발 좀 업히라고!!! 나 같은 거 꼴도 보기 싫을 만큼 행복하다고 했잖아. 그래서 꺼져줬더니, 이게 행복한 거냐? 니가 말
하는 행복은 이런 거야??"
"흑... 흐흡."
"적어도 그 미친놈 보단 내가 더 잘 해줄 수 있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내가 기다리는 사람도 넌데.... 아직 난 털끝 만큼
도 못 잊었는데..... 정말 안 되겠냐?"
"흐윽..."
"....이제 그만 돌아와주라."
항상 시건방진 말투로 사람 약올릴 줄만 알았지 처음 보는 류의 진지한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지는 나. 어느새 촉촉히 젖어
버린 류의 눈가가 너무나도 간절해 보여 내 마음을 더 안타깝게 만들었다. 혹시 모를 상황 때문에 옆에 있긴 하지만, 내가
계속 여기에 있어도 되는 건지 점점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는 것도 민망해지려는데.
"그만 울어... 그만 울고 고개 좀 들어봐."
애란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조심스레 얼굴에 번져있는 눈물을 닦아주는 아류. 그리고 드디어 처음으로 어렵게 자신의
마음을 얘기하는 애란이.
"미안해서... 너무 창피해서 도저히 고개를 들 수가 없어."
"미안한 거 알면 이제 그만 속썩이고 나한테 오면 되겠네. 나 멍청한 거 알지? 니가 나한테 줬던 상처, 벌써 다 잊었어.
그러니까 너도 잊어. 그딴 거 아무래도 상관 없으니까 신경쓰지 말라고."
자식.... 쫌 멋지네? 자칫 느끼할 뻔 했지만 욕만 안 섞였을 뿐 원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서 자기만의 방식대로 얘기하
는 류를 보고도 끄떡 없던 애란이가 오빠 말 안 들리냐는 류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콧방귀를 뀌었고, 웃
으니까 좀 예쁘다는 둥,심지어는 또 피식 웃는 애란이 입술에 가볍게 입맞추는 류를 보고 결국 배알이 꼬여서.
"꼴값을 떨어요... 여기가 어딘 줄 알고. 너넨 나 없으면 어쩔 뻔 했냐?"
"안 그래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근데 말투가 그게 뭐냐?"
"내 말투가 어때서!! 너나 잘해."
"하여간, 질투 하난 끝내주게 잘 하지. 남편도 있는 애가 뭐가 그렇게 부러운게 많냐?"
"야.... 꺼져. 누가 부럽데?? 여유 좀 생겼다고 그새 나불거리는 거 재수없어."
"그러시겠지."
"됐고. 애란이가 그렇게 좋냐?"
"너보다 백만배쯤?"
"잘 먹고 잘 살아라."
"안 그래도 그럴 거다."
"이거나 쳐먹어."
"저게 진짜...!!"
"메롱."
쾅-!!! 가운데 손가락을 곱게 쳐들고서 한껏 약올린 뒤 다른 칸막이로 쏙 들어와버린 나. 평소엔 잘 안 그러는데, 이상하게
류랑만 있으면 성격도 괴팍해지고 입이 거칠어진단 말이지...?? 그래도 우리가 알고지낸 세월이 몇 년인데 나보다 애란이가
백만배쯤 더 좋다는게 말이 돼!? 아무리 나는 넘볼 수 없는 여자라지만 그건 좀 너무하잖아. 안 그래?
그런데 사실 지금 류보다 더 얄미운 건 바로 오애란 저 것이다. 기껏 도와줬더니 나한텐 고맙다는 말 한마디도 안 하고, 우
리가 이렇게 피 튀기며 싸우는 동안 자긴 아무 상관 없다는 듯 무심하게 코나 풀고 앉았고. 아..... 이래서 남자 앞에선 친
구고 뭐고 다 필요 없다는 건가?
"엄마.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나 배고파 죽는 줄 알았잖아!"
애란이와 류가 나간 뒤 혼자 시원하게 볼일을 보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시 매장으로 돌아오니 그새 배가 고파서 죽을 지경
이였다며 나보다도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뿐사뿐 뛰어와 냅다 안기는 라희. 말은 칭얼대는 것 같아도 입은 찢어지게 웃고 있
는게 아무래도 방금 한 쇼핑 때문에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리준아. 리준이도 배고파? 누나 배고프다는데 밥 먹고 갈까?"
"아니, 피고네. 집으로 가."
"그래 그럼. 라희야, 밥은 집에 가서 먹자. 리준이 피곤하데."
"응, 엄마!!"
나 혼자 이 많은 쇼핑백을 어떻게 다 들고다니나 걱정 했는데, 차라리 잘 됐지 뭐.
"리준아, 누나 손 꼭 잡고 걸어~"
"...."
"라희야, 리준이 잘 챙겨. 알았지?"
"응!! 걱정마 엄마~"
여섯개가 넘는 쇼핑백을 혼자 양쪽으로 들고 지하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 어깨에서 흘러내리는 쇼핑백 챙기랴 힐 신고 똑바
로 걸으랴 신경쓸 것이 한 두개가 아닌데 잘 따라오고 있냐는 물음에 한참 동안 아무 대답이 없어서 놀란 채로 뒤를 돌아보
니, 한 남성 매장 앞에서 왠 남자랑 같이 희희덕 거리고 있는 내 꼬맹이들. 자세히 보니 지호 오빠다.
"저것들이 진짜...."
"엄마!!"
빨리도 부른다.
"너네 없어진 줄 알고 엄마 간 떨어질 뻔 했잖아! 이제 부르면 어떡해."
"아, 미안. 내가 경솔했어. 너무 오랜만이라 반가워서."
"아니에요~ 잘 지냈어요? 연락 좀 하지."
"나야 뭐... 무거워 보이는데 좀 들어줄까?"
"괜찮아요~ 별로 안 무거워요."
"그래? 표정은 그게 아닌데~ 그러지 말고 이리줘. 그냥 보고만 있는 것도 매너가 아니지."
"오빠 그렇게 여자들한테 잘 해주는 거~ 여자친구가 별로 안 좋아할 텐데."
아마 내가 여자친구면 진짜 완전 싫을 거야. 쇼핑백 반을 넘겨주며 장난스럽게 건넨 말에 그냥 씩 웃기만 하는 지호 오빠.
한 팔로 리준이를 안고 한 손으로 쇼핑백을 가득 든 채 서있는게 조금 힘겨워 보이긴 하지만.
"고마워요. 오랜만에 만났는데 차라도...."
아.... 리준이 때문에 안 되지 참.
"형아. 나 아스크림."
"리준이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어~"
"리준아, 안 피곤해? 빨리 집에 가고 싶다며."
"형아랑 놀래. 나 형아 조아."
"그래, 그럼. 아빠 오시기 전까지만 가면 되지 뭐."
아직 한시간 정도 여유 있으니까. 멀리 갈 것도 없이 백화점 내에 있는 까페로 자리를 옮겨서 리준이가 먹고 싶다던 아이스
크림과 라희가 고른 딸기빙수, 커피 두잔을 시켜놓고 한가롭게 여유를 부리고 있을 때였다.
"저기.... 이거."
수줍은 듯 양볼이 발그레한 채로 조심히 다가와서 테이블 위에 초콜렛 하나를 올려두고 쏜살 같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다
가 철퍼덕 넘어지는 여자 아이. 아무래도 너무 긴장해서 스텝이 꼬인 듯, 다섯 발자국도 못가고 넘어져서는 많이 다쳤는지
일어나질 않는 바람에 내가 더 놀라서 얼른 달려가 괜찮냐고 물으면.
"히잉... 창피해."
많이 다친게 아니라 창피했던 모양인지 바닥에 완전히 주저앉아서는 고개를 못드는 아이. 근데.... 가까이에서 보니까 꽤
낯이 익는단 말이지.
"꼬마야. 안 다쳤어??"
"네에. 아줌마 아들 잘생겼어요~"
"응???"
"헤헤."
넘어졌는데 울지도 않고 오히려 해맑은 얼굴로 엉뚱한 말만 늘어놓는 아이가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
다. 넘어져있는 아이를 일으켜 세워서 더러워진 옷을 털어주는 동안, 누군가를 찾는 듯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가 리준이와
눈이 마주치고는 또 금방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홱 돌려버리는 아이. 아무래도 우리 리준이한테 반한 모양이다.
"아줌마 아들이 그렇게 잘생겼니?"
"네. 우리 오빠도 엄청 잘생겼는데~ 우리 오빠보다 더 잘생겼어요! 헤헤. 꼭 왕자님 같아."
당연하지!! 누구 아들인데.
"자, 이제 됐다. 엄만 어디계셔?"
"엄만 화장실 가ㅅ..."
"헤라야! 너 여기서 뭐해? 엄마가 얌전히 앉아있으라고 했.... 어?"
뭐지? 뒤에서 여자애 엄마로 추정되는 목소리가 들려와 아무 생각 없이 뒤로 돌았다가 동시에 커져버린 눈. 도대체 이게 어
떻게 된 일이야...? 내가 지금 뭘 잘못 보고 있는 건가??
"혹시...."
"어머. 맞구나!! 안녕하세요~ 너무 오랜만이다. 이렇게 보니까 더 반가운데요?"
맙소사!!! 지금 내가 잘못 본게 아니란 말이야????
"료 어머니!! 여긴 어쩐 일이세요? 언제 오셨어요!!"
"어제요. 안 그래도 어떻게 연락해야 되나 막막했는데, 한국에 온 보람이 있네요?"
"그게 무슨..."
"료가 하두 라희 보고 싶다고 징징대길래 무작정 오긴 왔는데, 연락처를 잃어버린 거 있죠. 덕분에 아들한테 무지 욕 먹었
어요~ 이 근처에 산다고 해서 어제부터 얼마나 돌아다녔는지 몰라."
"어머. 정말요?? 사실은 저도 라희 때문에 조만간 일본 갈 예정이였거든요~ 잘 됐다."
도대체 이게 무슨 우연일까? 이 애가 료 동생일 줄이야.... 어쩐지 낯이 익다 했어!! 그런데 라희야..... 얘. 그렇게 토끼
눈을 하고서 벌떡 일어날 필욘 없잖니. 엄마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리준이한테 들은 정보에 의하면 료 바람둥이래. 너 말
고도 만나는 여자 있대!! 것도 완전히 인형 같이 생긴 애. 엄마로써 이런 말 하긴 미안하지만 너랑은 게임도 안 된다고 리
준이가 그랬어.
"아줌마!!!"
"오!! 이게 누구야~ 우리 라희 못 본새 더 예뻐졌네!? 아줌마 안 보고 싶었어??"
"보고 싶었어요!! 료는요???"
"료는 지금 할머니 댁에 있지~ 아줌마가 전화 걸어줄까? 통화할래??"
"네!!!!"
젠장. 순식간에 팔불출이 되어버린 라희를 보며 씁쓸한 웃음만이 입가에 맴돌고, 옆구리를 찌르며 제발 목소리 좀 줄이라고
해도 내 말은 들리지도 않는지 료 엄마가 건네준 핸드폰을 귀에 딱 붙인 채 침을 꼴깍 삼키는 라희. 지금 내 심장이 얼마나
타들어가고 있는지 아마 넌 모를 거야. 지금 당장이라도 료 따위 다 잊어버리라고 말해주고 싶은 엄마 마음을 니가 알아?
"후우...."
쌔카맣게 타들어가는 심정으로 아무도 모르게 한숨을 쉬며 얼음물로 목을 축였다. 그런데 갑자기 작은 손 하나가 내 손을
꾹 쥐는 힘에 물끄러미 고개를 내려 보면, 알쏭달쏭 이상한 표정으로 어느 한곳을 바라보며 내 손을 잡아당기는 리준
이. 그리고 그 입에서 나온 말은.
"인형..."
뭐라는 거야. 안 들려.
"응? 리준아 뭐라고??"
"쟤 빨간 야옹이. 료가 뽀뽀해떤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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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은 잘 보내셨나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
[업쬭 = 숫자]
첫댓글 777 리준이가 료동생 좋아할거 같은데요?ㅎㅎ
그런가요? ㅋㅋㅋ 이제 애기 두명이 더 등장시키려면 완전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야 할 듯 ㅠ ㅋㅋㅋ
777777리준이 왤케 귀엽나용ㅋㅋㅋㅋㅋ아공ㅋㅋㅋㅋㅋ빨리오셔야되요!
어린애가 너무 진지해서 더 귀여운듯 ㅋㅋㅋㅋ 그쵸 ㅋㅋ
애들옷...지름신 강림!!! 허걱걱
진짜 비싼데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애들옷이 금값이죠! ㅠㅠㅠ 추석전에 아는 집이 돌잔치해서 옷사러 갔다가 깜짝 놀랐어요, 천도 별로 안들어가서 휘리릭 재봉하면 될 듯 한데, 윤니 비싸!
맞아요 ㅠㅠ 애들 옷이 잠옷 아니면 다 비싸서.......ㄷㄷ 저도 친척동생들 옷 살 때 손 떨린다는 ㅋㅋㅋㅋㅋㅋ 아직 학생이신데 그런 선물도 하시고 ㅠ 주변분들이 좋아하시겠어요 ㅋㅋ
541314421
완전 재미있어용 ㅜ_ㅜ///ㅋㅋㅋㅋ
ㅋㅋ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ㅠ 닉네임이 항상 맘에 걸리는 힘들어님 ㅠㅠ ㅋㅋㅋ
리준이가 착각한건가요 ㅋㅋ 그나저나 리준이나 라희나 애답지않게 마음이 너무 성숙해서 보면서 놀라게 되네용
요즘 애들이 얼마나 성숙한지, 실제로도 깜짝 놀랄 일들이 많아요 ㅋㅋ
7 리준이 너무 귀여워요~ㅋㅋㅋ
리준이 귀엽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인형이 설마 료 동생?
네 ㅋㅋㅋ 리준이가 바람핀다고 오해했던 여자애가 료 동생이에요 ㅋㅋㅋㅋ
17777 다행이에요ㅋㅋㅋ라희가 상처받을 일은 없겠네요,이제ㅋㅋㅋㅋㅋ근데 저는 애들도 좋지만 로하가 더 좋아요ㅠㅠ로하랑 달달한 이야기 좀 써주세요~~~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야죵 ㅋㅋㅋ 다음편엔 로하 등장!! 두둥. ㅋㅋㅋㅋㅋ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꺄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애들 귀엽죠? ㅋㅋㅋㅋ
77777리준이 너무 귀엽네요ㅋㅋ
리준이 귀엽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당 ㅋㅋㅋㅋㅋ
777777 어쩜ㅋㅋㅋㅋㅋ오해한게 료 동생? 어쩜ㅋㅋㅋㅋ남매가 이렇게 귀엽나요ㅋㅋ리준이 너무 어른스러워ㅋㅋㅋ너무귀여워욬ㅋㅋㅋ오늘은 로하가 안나왓군요!!!ㅋㅋㅋ아무튼 이번편 잘보구 갑니다! 다음편에서 뵐게요~
제가 볼 땐 리준이가 애늙은이라서 더 귀여운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항상 감사합니다 ㅋㅋ 담편에서 뵈요~~ ㅋㅋㅋ
123 재밌어요
항상 감사해요! ㅋㅋ
26 귀엽다 ㅋㅋㅋ
그쵸? ㅋㅋ 감사합니다 ㅋㅋㅋ
82리준이가 시스콤이 잇군아~ㅋㅋㅋ
ㅋㅋㅋㅋㅋ 쓰다보니 그렇게 됐어요 ㅠ ㅋㅋㅋ
3333 아 리준이 왜케 귀엽지??ㅋㅋㅋ 저렇게 매력적일수가 없어요 ㅋㅋㅋ
리준이 매력에 푹 빠지셨군요 ㅋㅋㅋ 귀엽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ㅋ
123아 리준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뽀뽀한애가 료동생이구낰ㅋㅋㅋ
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료 동생이였어요 ㅋㅋㅋㅋ
828282 리준이~료동생~뭔가요~~~꺄하하하
ㅋㅋㅋㅋ 애들이 너무 귀엽죠? ㅋㅋㅋ 계속 지켜봐주세요 ㅋㅋㅋ
77 다음편도 기대하고 있을게요!
넵 감사합니다~~ ㅋㅋ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넵 ㅋㅋ 로하 다음편엔 등장합니당 ㅋㅋㅋ
8888 아이런. ㅋㅋ 준아.. 너 대박귀여움의상징이다.. 진짜 최고임.. ㅋㅋ 푸흐흐흐.. 오늘은 로하는 안나왔네용 ㅋㅋㅋㅋ
다음편에 는 꼭출연 ㅋㅋㅋㅋㅋㅋ
리준이가 귀여운 오해를 했죠 ㅋㅋㅋㅋ 담편도 기대해주세요 ㅋㅋㅋ
11111 ㅋㅋㅋㅋ 리준이랑 라희 너무 귀여워요 ㅋㅋㅋㅋㅋㅋ 아로하가 안나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리준이랑 라희가 많이 나와서 좋았어요 ㅋㅋㅋㅋ
ㅋㅋㅋ 이번엔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애들만 나왔네요 ㅋㅋㅋ 귀엽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ㅋ
1231 리준이...완전....기엽기엽 ㅠ0ㅠ, 저도 아기 리준이같은애 갖고싶음 ㅠ0ㅠ
저두요! ㅋㅋㅋㅋㅋㅋ 저도 리준이 같은 아이 ㅠㅠ 사실은 딸이 더 좋지만... ㅋㅋ
100 ㅋ ㅋㅋㅋㅋ 설마 료가 뽀뽀햇다는애기 헤라인가??ㅋㅋㅋ 둘다 넘귀엽당 잘봣어여~
맞아요 헤라 ㅋㅋㅋ 애들 넘 귀엽죠?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