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밤 숲가에 서서 / R 프로스트(1875~1963)
이 숲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듯도 하다. 하지만 그의 집은 마을에 있어 그의 숲이 눈에 쌓이는 것을 내 이렇게 멈춰 서 지켜봄을 그는 알지 못 하리 내 작은 말은 일 년 중 가장 어두운 밤 가까이 농가도 없는 곳에 숲과 얼어붙은 호수 사이에 이렇게 멈춰 섬을 이상하게 생각하리라.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듯 말은 목방울을 흔들어본다. 방울소리 외에는 솔솔 부는 바람과 솜처럼 부드럽게 내리는 눈 내리는 소리뿐 숲은 어둡고 깊고 아름답다. 그러나 나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 잠자기 전에 몇 십 리를 더 가야 한다. 잠자기 전에 몇 십 리를 더 가야 한다. 단순치 않은 사연이 나와 그 사이에, 두 사람의 애틋한 추억이 저 숲에 깃들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말조차 이상해할 만큼, 읽는 눈이 의아해할 만큼 이 인물은 엉뚱한 곳에 박힌 듯 서 있는 것 같다. 사노라면 정말 이런 장소, 이런 때와 만나게 된다. 다시없을 추억의 순간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삶은 문득 애잔하고 가슴 저린 것이 된다. 그 순간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하지만 우리 모두와 마찬가지로, 추억이 덧없어서가 아니라 빵과 꿈으로 바뀌지 않는 것이기에, 바뀌어선 안 될 것이기에 이 인물도 발걸음을 옮기려는 것이리라. ‘몇 십 리’를 남은 인생행로라, ‘잠’을 죽음의 안식이라 배우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까지 거창한 시인 것일까. 아름다움의 순간에 마냥 머물고 싶지만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데서 오는 아쉬움을 짚어보는 것으로도 심금은 운다. 우리를 살게 하는 건 어쩌면 온갖 내일이 아니라 몇몇 옛날인지도 모른다.
-이영광·시인
|
첫댓글 .................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