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도 안 지났는데… 팬데믹 이후 최대 수출물류난
홍해 사태에 기후 이슈… 설상가상 미중 무역 전쟁까지 겹쳐
예년 성수기 3분기부터지만… 항만 정시성 훼손에 일찍 시작
해상운임이 다시 급등하고 있다. 무역업계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인천항에 입항한 고려해운 컨테이너선. [사진=인천항만공사 제공]
2022년 8월 이후 2000대로 내려가 한때 1000선을 밑돌았던 해상 컨테이너 운임 지표 상하이컨테이너선운임지수(SCFI)가 최근 다시 3000선을 돌파해 상승하고 있다. 해운시장이 예년보다 이른 성수기를 맞이하면서 이미 높은 수준으로 올라선 수출운임 부담이 쉽게 잦아들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상하이항운거래소(SSE)에 따르면 전 세계 22개 해운사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12개 글로벌 노선의 운임 정보를 지수화한 중국컨테이너운임지수도 지난 5월 들어 전월 대비 14.3% 오른 1358.71을 기록했다.
홍해 사태로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선박들이 늘어난 가운데 하위지수인 서아프리카 서비스가 전월 대비 53.3% 상승하며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남미 서비스와 남아프리카 서비스가 각각 50.6%, 29.6%씩 오르며 그 뒤를 이었다.
국제물류 전문가들은 아시아-유럽 항로 운임이 6월 초에 큰 폭의 일괄운임인상(GRI)을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요 강세가 계속됨에 따라 6월 말까지 추가적인 운임인상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아시아-북미 항로는 중국발 물량 증가로 인한 운임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6월 15일부 운임인상 계획이 발표된 것으로 파악됐다.
동아시아~미주항로의 단기운임은 올해 초 홍해 사태로 인해 급등한 후 내림세를 보이다가 4월 말 들어 미국 동부 해안으로 가는 1FEU(40ft 컨테이너 하나)당 단기운임이 5730달러를 기록하며 한 달 전의 4170달러보다 약 37.4% 급등했다.
같은 기간 서안의 단기운임도 3300달러에서 4610달러로 39.7% 상승하는 등 미 항만으로 향하는 해상 컨테이너 단기운임이 평균 1500달러, 약 30% 이상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대 해운업체 MSC는 5월 15일에서 31일까지 미 서안으로 향하는 40ft 컨테이너의 운임을 8000~1만 달러로 책정했고, 중국 오리엔트스타그룹도 수요 급증에 대응해 6월부터 운임을 1000달러 인상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
상하이 점프 국제해운사의 슝하오 부실장은 홍콩 언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상하이에서 유럽으로 수출품을 운송하는 비용은 1TEU(20ft 컨테이너 하나)당 7000달러가 넘으며, 이는 한 달 전보다 약 1000달러 증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글로벌 해운시장이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함에 따라 물량 증가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동안 해상운임이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이유 중 하나다.
심지어 일부 전문가들은 향후 컨테이너 운임이 더 상승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팬데믹 때와 마찬가지로 선복량을 확보하기 위해 일부 해운업체가 프리미엄 운임을 지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글로벌 화물예약 플랫폼 프레이토스의 리서치 책임자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높아진 수요와 제한된 가용량으로 화주들은 몇 달간 급등한 요금과 증가한 체선을 마주할 수 있다”며 “다만 이러한 가격 폭등과 물류 애로의 기간과 규모는 팬데믹 때보다는 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상하이에 근거지를 둔 징한 스테인리스 프로덕트의 고위 임원 옌쥔은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 긴장 고조에 대한 우려는 제조업체들이 완제품 선적을 가능한 한 빨리 준비하도록 했다”며 예멘의 후티 반군이 선박을 공격하면서 생긴 홍해에서의 혼란도 수출업체들이 선적을 서두르게 만드는 주요 관심사라고 덧붙였다.
●아시아 지역 항만까지 물류 대란 옮아 = 이처럼 동아시아발 아메리카행 항로의 해상운임이 급등한 것은 악재가 겹치며 해운 성수기가 예년보다 일찍 도래한 까닭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화주들이 선적을 예년보다 일찍 시작하면서 보통 3분기부터 시작됐던 성수기가 앞으로 당겨졌다는 진단이다.
우선 홍해 사태로 인해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던 선박들이 희망봉 우회를 택하면서 이 지역을 오가는 해상물류의 운송 기간과 비용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화물의 정시성이 떨어지는 가운데 제때 화물을 운송하기 위해 화주들이 선적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여기에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중국 동부 해안에 폭우로 인한 기상 악화가 겹치면서 미주항로로의 해상운임도 급등했다.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 대중국 무역 관세를 발표하면서 중국 수출업체들이 관세가 부과되기 전에 물품 선적을 서두르면서 중국에서 미국시장으로 가는 수출선박 행렬은 더욱 바빠졌다.
그간 해운 전문가들은 홍해 사태와 파나마 운하 가뭄을 겪으며 수급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컨테이너와 선복량 수준을 예측했다. 그러나 선사들이 추가 선박 투입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예측이 빗나갔다.
HSBC 글로벌 리서치는 지난 6월 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원양항로 해운 성수기가 앞당겨지는 시기와 강도를 과소평가했으며, 이는 최근 컨테이너 현물 운임 상승을 부추겼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2024년 하반기 컨테이너 운임에 하방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해당 보고서는 “우리는 6월의 강력한 단기 선물 예약과 건강한 대형선박 이용률을 고려할 때 스팟 운임이 더 상승할 모멘텀이 있다고 본다”며 “항만 혼잡과 장비 부족은 단기적으로 고착화될 수 있으며, 완전히 긴장이 풀리는 데에는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중남미 항로, 환태평양 항로, 아시아~유럽 항로 등 주요 항로가 모두 선복량 부족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들은 선박 운항 일정 지연 현상을 심화시켜 선박의 정시성을 지속적으로 악화시키고 있다.
팬데믹 이전에 75~83% 수준이었던 선박 정시성 지수는 팬데믹 동안 30% 수준까지 하락했으나, 2022년~2023년 기간 동안 57~67%까지 개선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2023년 말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 이후 50%대로 떨어졌다.
홍해 사태가 소강되고 지난 3월 들어 소폭 개선됐음에도 전반적으로 선박 정시성은 낮은 수준을 보여왔다. 심지어 최근에는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인한 중국발 밀어내기 화물이 급증하며 다시금 50% 미만으로 떨어지고 있다. 특히 양대 운하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유럽과 북미 항로의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선박 운항 일정 지연 현상을 줄이기 위한 기항지 축소로 인해 상하이, 싱가포르 등 특정 환적항의 물량이 급증하면서 아시아 지역 항만으로 혼잡이 전이되는 모습도 나타났다. 항만 혼잡이 심화 중인 가운데 피더 노선·물량 급증은 물론 선박 작업시간 증가와 중국 연무 현상,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폭우 등 기상 악화 영향 등이 겹친 결과다.
이에 따라 상하이, 닝보, 칭다오에서 항구의 접안 대기일이 최대 2일까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항만의 대기일이 1~2일, 최대 7일까지 증가했다. 스리랑카의 콜롬보항도 환적 화물의 급증으로 인해 인근 항으로의 대체기항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으로 주요 항로에서 발생한 병목현상이 장·단기 운임의 불균형을 불러일으키면서 컨테이너와 선복량 부족도 우려되고 있다. 글로벌 해상항공 운임 분석 플랫폼 제네타(Xeneta)는 과거 팬데믹발 물류 대란과 유사하게 단기운임이 급등하고 장·단기 운임 간 격차가 확대되는 추세를 근거로 향후 해상운임의 불균형으로 인한 컨테이너 부족 사태를 우려한다고 밝혔다.
[한국무역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