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뒷문을 열고 들어서려는데 칠판에 뭐나 적으시던 선생님의 몸이 쓰윽 내 쪽
을 향하더니 콜롬보의 눈보다도 더 예리한 눈초리가 내게 와 박힌다.
반사적으로 내 머리는 자라 목처럼 안 으로 움츠러들엇다.
선생님의 눈은 등에도 하나 더 달려 있는게 분명하다.
'어이구,일찍도 나타나셨군!!'
하고 짖궂게 나를 놀리실 것을 에상하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데
왠일인지 조용하다.
기다리다 못해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 보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선생님은 아무 일도 없다는긋 그냥 필기만 계쏙하고 계셨다.
'날 완전히 포기하셨나?'
고개를 갸우뚱하며 등 굽은 호호 할머니마냥 걸어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꽁!
앉자마자 인찬이의 뒤통수를 쥐어박았다.
"뭐야? 너,아침부터 사나이 머리통에 아녀자가 손을 대다니!"
인찬이가 조그맣게 투덜거렷다.
흠, 선생님이 무섭긴 무서운가보다/
"너 땜에 늦었잖아?너 부르는거 기다리다가!"
"쳇,아무래도 난 여지껏 코흘리개 세대의 행동 방식을 취했던 것 같다. 이제
너랑은 상황 끝이다/
"뭐?,상황 끝?"
나도 모르게 큰소리가 튀어나왔따.
아이코,이번에야말로 선생님께서 날 완전히 포기해주시실.....
하지만 선생님께선 결코 날 포기하진 못하시겟다보다.
"이 녀석,한번 쯤 봐주려고 햇더니 영 안되겠군~오늘도 화장실 청소 실시다.
알겠나?"
"네에......"
슬픈 5월의 아침이다.일을 이 꼴로 만든 인찬이 녀석이 미워 죽겠다.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속이 풀리지?
"너 이 따 두고 봐!"
인찬이를 째려보며 복수를 다짐했따.
섹쨰시간, 그기어 행동 개시할 시간이다.
"배 안 고프니?"
인찬이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쿡 찌르며 소곤댓다.
"고프지만 참을 거다. 미리 도시락 까먹는 것도 이제 그만 끝내기로 햇어."
"어머,그러니?안됐따!너 좋아하는 새우튀김 싸 왔는데 나 혼자 먹어야겠데 뭐."
도시락을 무릎 위에 꺼내 놓고 새우튀김 하나를 손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었따.
그러자 아니나다르까 작심 삼일은 커년 잠심 3초인 인찬이의 목구멍에서 꼴깍꼴깍 침
넘어 가는 소리가 들렸다.
"헤,딱 하나만 먹어보자."
"좋아!"
새우튀김이 인찬이의 입에 들어간순간,
"선생님!오인찬 도시락 까먹어요!"
의기양양하게 큰 소리로 외치자 선생님의 입이 8자 뉘어놓은 모양새가 된다/
"서...선생님...사실은 광주리가....."
허둥지둥 늘어놓는 인찬이의 변명을 싹둑 자르는 선생님의 일침이 날아든다.
"사내 녀석이 변명하는 거냐!?오인찬!너도 강주리와 함께 실시다!"
끼끼!안됐다.오인찬.이게 바로 물귀신 작전이라는 거다.
인찬이는 정말로 그날 이후 '광주리─학교 가쟈!'를 끝내버렸다.
수업 시간에도 예전과는 비교 할수 없이 조용했고 짖궂은 장난과도 이별을 고한듯
아주 얌전해졌다.
인찬이의 이런 갑작스런 변화의 원인이 뭘까?....
궁금해서 못 견디겠다.
1교시가 긑나자마자 인찬이의 얼굴을 요리조리 살피며 심문을 시작했다.
"저 집에 무슨 일 있니?"
"아니."
"혹시 너의 집 강아지가 아프니?"
"아니."
"그럼 혹시 너 충격 받은 거 있니?"
"아니."
호기심과 의혹으로 눈을 빛내며 질문을 던지는 나와는 달리 인찬이의 태도는 심드렁하니 맥이 없다/
"그럼 너 혹시 죽을 병에라도 걸렸니?"
"뭐?"
그제야 인찬이의 눈이 튀어나올듯이 커지며 목소리게 힘이 실린다.
"야!광주리.너 그 머리로 무리하는거 아니냐?괜히 요량초과해서 팡 터지는 사태 벌어질라,조심해!"
흥,용량초과해 파팡 분해되는 한이 있더라도 이대로 넘어갈순 없다.십 년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이웃집 고양이 보듯 하는데 이 절절한 배신감으로서라도 도저희 그냥 지나칠수는 없다 이 말씀이야.기필코 수사해 그 원인을 낱낱이 밝혀내고야 말걸?"
"뭐?한서인에게?"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기도 전인 그날 방과후,제삼자인 봉순이의 입을 통해 나는 뜻밖에 사실을 접했다.
"정말로?정말 인찬이가 서인이에세 편지 주는 걸 봤어?"
"으응....내눈으로 직접."
맙소사!그거였다.사냥꾼에세 사로잡힌 꽃사슴처럼 크고 맑은 눈,투명해보이는 피부에 체리빛 입술을 가진 4월의 전학생 한서인.아,그러고 보니 생각하는 일이 있다.
그 애가 전학 온 4월의 어느 날엔가 등교길에 인찬이가 불쑥 그 애 얘길 꺼냈었다.
"그 애 눈은 참 이상한 느낌을 붜."
"누구?"
"전학 온 애 말야.한서인."
"아,그애?"
"두려움으로 가득 찬 듯한 눈이야.슬퍼보이는거 같기도 하고..."
"어쭈!시 한편 나오겠네?"
"야,년 친구가 진지하게 말하면 진지하게 받아들일 줄좀 알아라!"
인찬이는 그렇게 쏘아붙이곤 성큼성큼 앞서 걸었었다.
그래,그 두려움으로 가득 찬 꽃사슴 같은 눈의 한서인에게 흠뻑 빠져있단 말이지?
기분이 묘해졌다.
왠지 심술이 나는 것 같지도 하고 질투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이제 껏 우리는 서로 상대를 남자로도 여자로도 의식하지 않고 그더 얘기든 장난이든 함께하는 걸 즐겼는데....
친구로서의 인찬이와 나 사이엔 해질녂 농촌 풍경처럼 편안함이 있었다.
"넌 인찬이를 어떻게 생각하니?"
잠시 감상에 빠져 있는데 봉순이가 느닷없는 질문을 던졌따.
"어떻게 생각하냐구?그.....글쌔?"
"너희 둘은 곧잘 싸우면서도 늘 친하게 붙어다녔쟎아?"
"그거야 뭐.....이웃집 소꿉 친구니까....하지만 이제 관심 꺼 버릴꺼야."
"왜?"
왜냐고 묻는다면 딱히 대꾸할 말이 없다.대충 얼버무릴수 밖에.....
"왜냐면....이젠 나도 좀 어른스러워야 되지 않겠니?맨날 말썽 100단짜리하고나 어울려서야 뭐가 되겠어?"
"그래도 그앤 다른 친구들 다툼에 곧잘 중재도 잘하고 남을 도울줄도 알고...멋진 애 같아.."
"어머!어 인찬이 팬이었니?"
"팬은 무슨...뭐 그냥 그렇다는거지..."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돌리는 봉순이의 옆얼굴에서 쓸쓸함이 스쳐지나가는걸 나는 놓치지 않았다.
"너한테 걸핏하면 고릴라라고 놀려 대는데도...그래도 멋진애로 보여?"
"그거야 내가 원래 뚱뚱하고 이쁜 구석이 없으니까."
"너...인찬이 좋아하는 거지?"
"뭐?아냐.아냐 얘."
흠...강한 부정은 긍정을 의미한다 햇겟다?순간 내 머릿속의 심리 분석기가 작동을 시작했다.
'삐릿...삐릿!봉순이가 인찬이를 좋아하는 것이 분명함'
오호,통재라!분석결과는이렇게 나왔다.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부드럽고 착한 마음씨를 가진 봉순이와 날렵한 외모의 장난기가 줄줄 흐르는 인찬이가 나란히 선 그림을 잠깐 머릿속으로 그려본다.아니다 영 아니올시다다.갑자기 봉순이가 측은해진다.인찬이 녀석을 서인이에세 편지 공세를 퍼붓고 있다는 판에 봉순이 혼자 벙어리 냉가슴
앓고있다니..........
갑자기 튀어나온 인찬이와 봉순이의 문제로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안녕!주리야."
"안녕"
삼거리에서 봉순이와 헤어져 집을 향해 걸으면서도 기분은 아직도 멍한 상태/
에이 모르게싿 하며 고개를 든 순간,콰당!둔탁한 소리와 함 깨 눈앞에 별들이
우수수 떨어졌따.동시에 나는 몸을 가로등에 쿵!부디지며 나뒹굴엇다.
"야 .멍청아!"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소리가 귀를 뚫고 들어왔다.반사적으로 내 눈은 소리나는 쪽을 향했고,뉘어진 자전거에서 빠져 나오며 고래고래 소리치는 고등학생 쯤의 남학생에게 가 꽃혔다/
"두눈 똑바로 뜨고 다니고 싶지 않거든 걸음이나 지그재그로 걷지 말아야지?이 멍청아."
가뜩이나 등이랑 엉덩이가 얼얼해 정신이 나갈 지경인데 계속해서 멍청하다고 소리치는 통에 난 정말로 멍청해저버렸다.
그 신경질 적인 남학생은 씩씩거리며 툭툭 옷을 털더니 날쌘 제비처럼 자전거에 올라타 날 한번 더 고약하게 째려보고는 훵하니 가버렸다.
띵한 머리를 애써 추스리자 무슨 구경이라도 난 듯 쳐다보는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창피한 마음에 얼른 몸을 일으키는데 온몸이 욱신거려왔다.분하다,분해!좋아 창피한 김에 스트레스나 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