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보장법'과 싸우는 장애인의 겨울
경기도 광명시에 사는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인 최모씨(여·36세)는 노점상을 하며 하루하루를 근근히 연명해 가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살며 그럭저럭 생계를 유지하던 그에게 정부가 도입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그의 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이 제도가 시행될 즈음 한 행정관청 담당자는 그녀에게 찾아와 "노점과 생활보장금 수급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체적 어려움이 생의 짐이었던 최씨는 '수급권'을 선택했다. 하지만 정부가 주는 돈은 월 26만원. 여기다 장애인 수당 4만5천원을 합하면 한달 수입은 고작 30만5천원이었다.
그러나 그의 한 달에 지출되는 돈은 아파트관리비 16만원, 전화요금 2만5천원, 쌀과 반찬값이 9만3천원, 여기다 약값 13만원에 통원치료를 받기 위해 매주 광명에서 부천까지 오갈 때 드는 교통비 12만원 등 모두 63만9천원이다. 매달 33만원 정도가 마이너스인 셈이다.
지난 3일부터 명동성당에 텐트를 치고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한 농성'에 돌입한 그는 "처음에는 실무과정에서 착오가 있으려니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제도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최저생계비가 워낙 낮게 책정되었을 뿐 아니라 장애로 인해 추가로 지출되는 비용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던 겁니다"고 말한다.
최저생계를 보장한다는 제도가 너무 원망스러워 수급권을 반납하고 노점을 다시 시작하려 했지만, 이미 반납된 노점 자리를 다시 얻기란 '하늘에 별따기' 였다.
그는 "수많은 수급자가 말도 안 되는 제도 때문에 고통받는 다는 현실은 한편으로 저에게 힘을 갖게 만들었습니다"며 농성을 결심하게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지난 5일 장애인실업자종합지원센터와 서울지역실업운동연대의 실무자들과 함께 국무총리에게 생계급여 반납하려 했고 7일 오전 보건복지부장관에게도 똑같은 '투쟁'을 벌였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항하는 한 장애인의 눈물겨운 싸움은 추운 겨울의 한가운데 놓여있는 극빈자들의 절박한 심정과 현주소를 웅변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