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겼습니다.
2,000만원 배상판결이 났지만 집행은 안해도 좋다니 끝난거지요.
사과문 하나만 올리면 되는데 뭐라고 하죠?
그래요?
관기라고 해서 미안하다, 관기 아님을 보증한다.라고 하죠 뭐.
민사재판이 끝나고 걸려온 전화였어.
그 전에 양쪽은 소 취하를 전제로 한 협의가 있었지.
우리가 요구한 건 꼭 지금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친박으로 들어온다는 약속을 해 달라는 거였고 저쪽은 사과문을 공개적으로 올려 달라는 거였어.
그때나 지금이나 사과문에 목을 맸지.
미묘한 입장 차이가 있었고 사과를 먼저 하라는 등 절차상의 문제와 자존심 때문에 이 협상은 더 이상 진척되지 않았어.
판결이 나고 사과문을 올린 후 이 문제는 수면 아래로 잠복하고 말았어.
여자 입장에서 보면 관기니 애첩이니 하는 말은 자존심도 상하고 수치심을 느낄만한 말이지.
때문에 공개적으로 말은 못해도 미안한 마음이 있었어.
그랬다고 그런 말 한마디로 꼭 구속까지 가야 하느냐는 의문이 있지.
구속보다는 결심공판에 참석시키기 위한 구인 정도면 이해가 갈만도 한데 좀 지나쳤어.
실수라면 실수일 수 있는 말 한마디를 걸어서 잡아넣기 시작하면 누구 하나 말에서 자유로울 사람이 없지.
예를 들어 듣보잡이란 말이 관기보다 강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어렵지.
[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란 말도 가만 보면 상대의 자존심과 수치심을 자극하는 말이니까.
그럼에도 그런 말 때문에 잡아넣었다는 말은 들어 보지 못했어.
그렇게 보면 명빠들의 도가 넘는 박근혜 모욕들은 다 구속깜이지.
돌이켜 보면 이명박은 후보시절부터 무차별로 박빠들을 고소해서 벌금을 물렸지.
박근혜는 네티즌을 고발한 일이 없어.
명백한 오보를 낸 언론에 대해 고발한 일은 있지만.
세계가 한국의 언론 환경이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는 건 이런 이명박의 성향과도 무관치 않겠지.
박근혜는 자신에 대한 비난이나 욕설을 정치인으로서 당연히 감수해야 할 부분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거야.
명빠들은 이런 박근혜의 착한 심성을 악랄하게 이용하는 거고.
비겁한 놈들이지.
물론 결심공판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절차상의 문제는 있었지만 그 정도로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구속을 집행할 만한 사유가 되느냐는 생각해 볼 문제지.
더구나 피고인은 연락하려고만 하면 곧바로 연락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 활동이 왕성했는데.
도피란 말을 하는 건 어불성설이지.
변호인까지 선임되어 있는 마당에 왜 변호인에게 연락하지 않고 곧바로 영장이 발부되었는지도 의문이야.
민사가 해결됐는데 형사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단순하게 생각한 부분도 분명 있었겠지만.
민사판결이 나오기 전에 판사는 조정을 시도했지.
정치인에게 한마디 했다고 고발하는 이런 재판은 유례가 없다는 거였어.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체포 영장이 발부되었다는 건 놀라운 일이지.
형사 판결이 나오더라도 구속이나 실형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는 사안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구속이 되었더라도 곧 풀려 날 거라고 확신할 수 있어.
여기에 정치적인 배경이 있다고 생각하기는 싫고 또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정치적 의도를 의심해 볼만한 몇 가지 정황은 있어.
첫째는 지금 모처에서 고전하는 어떤 후보와의 협상이 무산되었다는 점이야.(선거 기간이라 실명은 생략)
부산일보와 세계일보는 19일에 그 후보를 지지할거라는 보도를 냈었지.
그리고 나면 20일 쯤 친박연대의 이규택이 그 후보를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었어.
결국 지지성명 대신 이규택이 직접 현장으로 가고 말았지만 여기에는 말로 다할 수 없는 복잡한 속내가 있었어.
왜 이규택까지 움직였을까 생각해 보면 무슨 일인지 짐작이 갈거야.
지난주까지도 후보측은 반드시 이긴다는 자신감에 차있었던 것 같아.
그러던 것이 지난주를 고비로 노사모가 집결하기 시작했지.
일단 노사모가 동원되면 세 싸움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상황이 갑자기 이상해 질 수 있어.
이걸 간과했던 거야.
지금으로서는 노사모를 가장 확실하게 견제해줄 세력은 박사모뿐이야.
물밑 접촉으로 대강의 합의를 이뤄 놓고 두 번째 현장행이 있었는데 우리의 조건은 예나 지금이나 친박 선언이지.
내게 친박 선언문을 써달라는 요구가 있어서 글에 설탕을 뿌려 가면서 친박선언문을 써 줬어.
그 문건은 일찌감치 후보측에 팩스로 전달된 상태였고 어느 정도 합의도 돼 있었어.
그 외 두 가지 조건을 더 붙였는데 그것까지는 공개가 어렵고.
대충 합의가 된 일이었는데 저쪽에서 큰 실수를 했어.
바빠서 그랬는지 의도적이었는지는 몰라도 약속 시간보다 2시간이나 늦게 나타난거야.
당연히 협상은 깨졌지.
우리는 국회의장을 노리는 후보가 친박 선언을 하면 향후의 행보가 어렵다고 생각하는구나 하고 판단했어.
상대는 노회한 정치인이고 계산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여우니까.
그러나 그런 그도 한 가지 간과한 게 있었지.
박사모의 전투력이야.
친박 선언이 싫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가만 보면 아직도 친이들은 친박으로 오는 것에 대해 엄청 부담스럽게 생각한다는 걸 알 수 있어.
우리 입장에서는 기회 있을 때마다 미끼를 던지는 거고.
어쨌든 이번 일은 없었던 일로 했어.
그래봤자 우리에게 손해날 일은 없으니까.
일부 언론은 협상이 깨진 걸 모르고 그대로 보도했던 거야.
그러나 그게 오보는 아니야.
친박 선언이 나와야 지지해 줄텐데 선언이 안 나왔으니 아무 일도 안 일어 난 것뿐이지.
만일 그 후보가 진다면 친박 선언을 망설인 게 가장 큰 패인이 될거야.
굴러들어온 복을 차버린 꼴이니 누굴 원망하겠어.
그 후 그쪽에서는 밑에서 실수한 걸 가지고 뭘 그러냐, 요구사항 다 들어 줄께등의 말로 재협상을 요구했지만 그때는 이미 불개입 선언이 나온 뒤였지.
그런데 만일 이 협상이 순조롭게 잘 돼서 박사모가 전투에 뛰어 들었다면 과연 구속 영장이 집행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군.
안그래도 오적이니 뭐니 해서 미운 털이 박혔는데 딜 시도 자체가 괘씸했을 지도 모를 일이야.
두 번째는 김무성에 대한 성토였지.
사실 피고인과 김무성은 호형호제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어.
원내대표 건과 그밖에 몇 가지 일들을 거치면서 이런 관계는 깨져 버렸지.
물론 김무성이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진 않았을 거야.
다만 그런 틈새를 비집고 친이에게 힘을 실어준 김무성을 보호하려고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은 할 수 있겠지.
세 번째로는 박근혜의 강경한 원안 고수 + 알파 발언이야.
친이로서는 대책이 없어.
그랬다고 직접 박근혜를 치기에는 너무 부담이 크지.
따라서 박근혜의 이미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상쇄 시킬 수 있는 방법이 뭘까를 생각했을 수 있어.
물론 이런 일을 의도적으로 만들긴 쉽지 않지.
만들었다기 보다는 기왕 영장이 발부되었으니 “그렇다면” 하는 쪽이었을거야.
어찌되었든 미묘한 시기에 미묘한 일이 터지고 말았어.
껀도 안 되는 일이 큰 파문을 일으키고 말았지.
그랬다고 이 껀으로 오래도록 구속시키기에는 너무 부담이 클거야.
원고 역시 구속할 사유는 아니라고 하는 마당이니까.
따라서 소 취하를 하든 안하든 길어야 1주일이야.
변호사들도 움직이고 있으니 절차를 감안하면 그 정도면 풀려난다고 봐야지.
이번 일이 터지자 일부에서는 잘됐다고 환호했다지.
이번 일은 친이를 상대로 싸우다 터진 일이기에 훈장이 될지언정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본인은 평소에 늘 내게 말했지.
언제나 대문 열어 놓고 삽니다.라고.
어떤 탄압이 와도 의연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단 말이지.
본인으로서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는데 아마 훈장 하나 달았다고 생각할거야.
그 정도로 흔들릴 사람도 아니고.
무슨 횡령이니 하는 명목으로 고소를 당한 모양인데 그런 일들은 모두 혐의 없음 판정이 나온 상태야.
혐의가 없기 때문에 고소한 이들 중 무고죄로 17명을 고소해 놓은 상태인데 이번에 환호한 사람들 중에도 17명에 포함된 이들이 있을거야.
이번에는 그들도 각오를 단단히 하는 게 좋아.
안그래도 이번엔 그냥 묵과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피력해 왔는데 이런 일까지 당했으니 용서는 없다고 봐야지.
환호가 굴욕으로 바뀔 날이 곧 올거야.
남의 불행을 즐긴 댓가지.
일부에서는 박사모가 흔들릴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그런 걱정은 안해도 돼.
박사모가 그 정도 일로 흔들릴 조직은 아니니까.
지금 예측으로는 1주일 정도만 기다리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일상으로 돌아가게 될거야.
따라서 박사모가 흔들릴 일도 없고 흔들려서도 안돼.
흔들리기에는 박사모의 뿌리가 너무 깊지.
박사모는 앞으로 더 단단해 질거야.
태풍이 불어올수록 나무는 더 견고해 지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