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대구탕
가끔
부대찌개를 먹고 나면 기분이 슬슬 나빠질라 한다.
차림표에는
6,000원이라
해 놓고 계산 할 때는 공기밥 값을 따로 치니,
결국
7,000원 한다는 얘기다.
처음부터
김치찌개나 된장찌개처럼 밥값 포함해서
가격
책정을 해 놓으면 안되시나?
마치
물건값 9,900원 책정해 놓은것처럼 속보이는 행위같다.
이
죽일놈의 부대찌개! 앞으로는 먹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가끔 생각이 나니 나도 참....
밥값
따로 받는 식당들은 삼각지에 있는 대구탕 골목에 가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곳의
대표주자 ‘원 대구탕’ 과 ‘자원 대구탕’ 1인분에 6,000원 한다.
그러나
밥값은 따로 받지 않는다.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날 관람을 마치고
자원
대구탕(02-793-5900)을 찾았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있는 이촌 역에서
한정거장만
더 가면 되고, 택시로는 3,000원 내외.
원래는
이 골목 안쪽에 자리 잡은 복 집을 가려고 했었는데
문을
닫아버린 바람에 오래전 자주 들렸던 대구탕이 그날의 메뉴가 되었다.
어둡고
한적한 삼각지 분위기와 다르게 대구탕 집집마다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
왁작한 분위기에 덩달아 휩쓸릴수밖에 없고
자연스레
음식도 맛있어진다.
음식
맛 반, 분위기 반이다.
탕은
큰 그릇에 많은 양을 끊여야 더 맛을 낸다. 특히 이집의 대구탕이 그렇다.
3인분부터
대구머리가 들어가니 국물 맛의 시원함이 둘이 갔을 때 보단 한결 낫다. 먹성이 좋다면 둘이가도 3인분을 시켜볼만 하다.
폴폴
끓기 시작하면 맨 위의 녹색기가 살아있는 미나리부터 해치워야 한다.
미나리를
좋아한다면 이쁜 아주머니께 더 달라고 하면 된다.
내장은
싱싱함이 생명이다. 가끔 싱싱하지 않아 부셔지거나
고니가
맑지가 않고 흰빛을
띄는 집도 있지만
이집의
고니와 애는 참 싱싱하다.
명태고니와
애를 먹고 나면 대구가 잘 익어있다.
대구는
오랫동안 익힐 필요가 없다. 익었다 싶으면 바로 건져서 먹어야
속살
맛이 살아있다. 차분하게 대화 하면서 먹는 분위기는 아니다.
하고
싶은 얘기는 잠시 뒤로 미루고 일단 먹고 보자.
국물은
짜지 않아 밥 없이 떠먹어도 될 정도다.
시원한
국물에 속이 확 풀린다.
대구몸통을
어느 정도 먹었다 싶으면 대구머리로 손이 간다.
대구머리에서
국물맛이 우러나니 처음부터 먹는다면 같이 간 사람에게
역적이나
다름없다.
몸통을 푸짐한
맛으로 먹는다면 머리는 재미로 먹는다.
이쪽저쪽
살들을 발라먹고 쪽쪽 빨아먹는재미가 쏠쏠하다.
정신없이
먹고나니 그제서야 같이 간 사람들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한다.
“자
한잔 합시다”
소주한잔
털어 넣고 시원한 국물 떠먹고 즐겁게 먹다보니 취하지도 않는다.
국물
맛이 든 큼직한 무우까지 먹고 나면 배가 불러온다.
그렇다고
여기서 숟가락 놓아서는 안 된다.
각자
그릇에 국물을 퍼내고
밥을
볶아 먹어야 완전한 대구탕을 먹은거다.
볶음밥
공짜라고 사람수대로 볶는다면 필시 남긴다.
음식은
항상 부족하다 싶게.
냄비에
있는 국물이 많으면 죽이 되니, 국물은 아주 조금만 있게 해서
밥을
볶아야 한다. 물론 아주머니께서 알아서 해 주시지만...
볶음밥까지
먹고나니,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찬바람이
뼛속까지 스며드는 겨울에 더욱 생각나는 따끈한 국물요리.
대구탕드시고
행복하세요~~ 맛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