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3가역 인근 관수동의 굴보쌈골목을 찾아가면 굴을 큰 부담없이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골목에는 굴보쌈을 간판으로 내건 식당이 옹기종기 이마를 맞대고 있다. 어느 집이건 들어가도 손님상위에는 굴보쌈 접시가 놓여 있다.
붉은 보쌈김치위에 윤이 나는, 싱싱한 회갈색 굴과 푹 삶은 돼지고기가 얹혀져 있다. 보기만 해도 입에 군침이 돈다. 보쌈 김치위에 굴 한점과 돼지고기를 얹어 함께 먹으면 매콤한 보쌈김치와 부드러운 굴이 쫄깃한 고기와 어우러져 오묘한 맛을 낸다. 향긋하면서도 개운하다.
보쌈김치에 돼지고기와 삭힌 홍어회를 얹어 먹는 홍어삼합이 안부럽다.
특히 보쌈김치 맛이 별미다. 절인배추에 잘 양념된 빨간 배추속을 버무려 만든 것인데 그 배추속을 만들때 수분기를 꽉 짜내서 채썬 무를 넣기 때문에 아삭거리는 맛이 강하게 난다. 돼지고기도 쫄깃하면서 육질이 부드러운데 된장과 생강 등 기본 재료만 넣어 푹 삶아낸 것이라고 한다.
굴은 경남 통영에서 양식한 것이라고 한다. 일부 미식가는 갯벌에서 자란, 알이 작은 서해안 굴을 더 높이 쳐주지만 "쩍"이라고 부르는 껍질가루가 살점에 붙어있기 때문에 먹기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맛의 차이를 까다롭게 분별해내야 하는 음식평론가가 아닌 바에야 오히려 살점이 큰 통영굴이 부드러우면서도 향긋한 굴의 풍미를 만끽하는데 더 적합하다.
원래 이 골목은 10여년전만 해도 감자탕골목으로 통했다. 그런데 한집두집 굴보쌈을 내놓기 시작했고, 반응이 좋자 일제히 굴보쌈으로 주 메뉴를 바꿨다. 그런 전통 때문인지 굴보쌈을 시키면 서비스로 통감자와 돼지 등뼈가 푸짐하게 담긴 감자탕을 서비스로 준다. 함께 곁들여져 나오는 계란찜도 먹을 만하다. 한편 굴이 맛이 떨어지는 한여름에는 메뉴가 바뀐다. 굴 대신 오징어를 보쌈김치위에 올린다.
골목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술손님이다. 2년전부터 이 골목에서 어머니로부터 굴보쌈 전문점인 식당 흥부가를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는 박진수(35)씨는 "굴보쌈을 안주로 한잔 걸치며 퇴근길의 허기를 달래려는 분들이 많다"며 이처럼 저렴한 가격에 싱싱한 굴을 푸짐하게 먹을 있는 곳도 그리 흔치 않다ꡓ고 말한다. 굴보쌈은 중자가 2만원, 대자가 2만5000원인데 중자만 시켜도 3,4인은 먹을만큼 양이 많다.
찾아가는 길
5호선 종로3가역 15번 출구로 나와서 걸어가면 동남약국이 나타난다. 약국을 끼고 골목으로 들어가 10m쯤 가면 오른쪽에 골목길이 또하나 보인다. 골목길에 초입에 서면 굴보쌈 간판이 어지럽게 엉켜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서울 종로구 관수동 40번지 TEL.02)2269-8110 가는길: 종로3가역 14번출구로 나와서 서울극장쪽으로 가다가 오른쪽 좁은골목으로 200M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