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자세히 써야 피해를 줄일 것 같아 자세하게 묘사하겠습니다.
얼마전 우리 남동탁구장에 왠 키가 좀 크고 멀쑥하게 생긴 남자가 하나 찾아왔습니다.
양복에 와이셔츠 바람에 탁구장 라켓과 탁구장 운동화를 신고 탁구를 치더군요.
탁구를 꽤 칩디다. 그래서 한 번 붙어봤습니다.
실력은 인천기준으로 약 4부 중 정도 되는 실력 같았습니다.
인천 5부인 제가 맞쳐보니 조금 빡빡하더라구요.
근데 이 사람이 자기를 길병원 정형외과 의사라고 소개하더군요.
그러면서 바로 우리 구장 근처 아파트에 산다고 하면서 앞으로 우리 구장에서 동호회 활동을 하겠다고...
근데 일반적인 의사들의 행동과 조금 달랐습니다.
우선 보통 의사들은 햋빛을 잘 못받아서 얼굴이 하얀편인데 이 사람은 얼굴이 검은 편입니다.
그리고 보통 의사들은 흰색 와이셔츠를 즐기죠. 물론 다 그런 건 아닙니다만...
근데 이 사람은 검은색 와이셔츠를 입고 있습니다.
통상 의사들은 탁구장 같은데 와서 서로 잘 모르는 처지에 자기 직업 잘 안 밝히죠.
그리고 말수도 보통 적은편이구요. 의사들의 특징이죠. 자칫 친한척 하면 의사라는 이유로 뭐 이것저것 귀찮아질 것 같아서 겠지요.
근데 이 사람은 자기가 말이 더 많습니다.
그리고 동호회 가입하면 친구가 운동복을 하는데 단체복을 스폰하겠다는 둥 다음 월례회 때 뒷풀이로 집에 양주가 많으니 몇병 가지고 오겠다는 둥 선심성 이야기를 많이 하더군요.
그런 부분도 의심쩍은데 제가 직업이 직업인지라 4시반에 퇴근을 해서 집에 오자마자 옷 갈아 입고 갔으니 5시반도 채 안 된 시간인데 그 사람 벌써 몇게임이나 한 뒤였습니다.
의사가 평일날 그 시간에 그렇게 퇴근해서 탁구를 즐길 수 있다? 많이 의심스러웠습니다.
게다가 처음 온 날인데 우리 구장 두 어명이 호프 한잔 하는데 따라가더군요.
아무래도 통상적인 의사들의 행동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정 성록이며 나이는 양띠라고 소개 했습니다.
제가 동호회 등록하겠다고 신상정보를 받았는데 주민번호를 받을 것을 그저 대충 생각하고 생년월일만 받았습니다. 우리 구장에 경찰이 있는데 생년월일만 가지고는 찾기가 어렵다더군요.
이름은 어차피 가명일테니까요.
근데 집에 돌아오는길에 자꾸만 그 이름이 귀에 익은 것 같아 생각을 하다보니 문득 작년 쯤 오케이핑퐁에 탁구 치다가 택시비 꾸어서 도망가는 쪼잔형 사기꾼에 대해 올라온 글이 생각났습니다.
행동도 그 때 적힌 것과 꼭 같고 이름까지 같은 것 같았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길병원 홈피에 들어가서 스텝을 알아봤습니다.
네 정형외과 아니 길병원 전체에 정성록이란 스텝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급히 같이 호프 마시러 갔던 회원에게 조심하라고 전화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사람이 바로 지금 현재 길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 2주일 후 가기로 계약되어 있다고 말을 바꾸었다는군요.
게다가 의사치고 너무 붙임성이 좋고 말이 많은 것에 대해 원래 자기는 의사란 직업 때문에 조금 거만하고 상당히 사람들에게 쌀쌀맞고 그랬었는데 5년전에 여동생이 병을 얻어 죽었는데 마지막 유언이 "오빠! 그렇게 살지마! 사람들에게 잘하고 살어!" 라는 말이었다며 그래서 성격을 고쳤다는 소설같은 이야기까지 술자리에서 했더군요.
그리고 집사람은 제주도에 놀러갔다고(저한테는 외국 갔다고 했었습니다.) 내일 쯤 돌아올거라고 그러고 갔답니다.
그 다음날 입니다.
탁구장을 가다보니 탁구장 앞에 있는 버스 정류장 앞에 서있습니다.
저는 경계심에 못본척하고 지나갔습니다.
구장에 가보니 그 사람 두시간 넘게 거기 서있었다는군요.
근데 탁구장에 안 들어 옵니다. 그러다 또 한시간쯤 되었나 잠시 탁구장 복도에 나타납디다.
유리창 밖에서 구경만 하더니 제가 담배 한대 피러 나갔더니 자기도 담배를 피면서 혼자말처럼 마누라가 돌아왔는데 집에를 안 들어오고 있다고 혼자서 꿍시렁꿍시렁 대더니 또 구장에 안 들어오고 다시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갑디다.
제가 급히 회원들에게 경계경보를 내렸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무려 다섯시간이 넘도록 탁구장 앞 버스 정류장을 배회하고 있다가 우리 구장 회원 하나가 집으로 돌아가려고 나가는데 불러서는 친한척하며 본색을 드러냅니다.
자기 마누라가 돌아왔는데 마누라가 아직 집에 안 오고 밖에 있어서 데리러 가야겠는데 마침 지갑을 깜빡하고 안 가지고 왔다고 택시비하게 만원만 빌려달라고 합니다.
저의 경계경보를 받은 우리 회원들이 그게 통할리 없습니다.
돈이 없다고 하니까 에이 가방에 지갑이 있는 것 같은데 왜 그러냐고 좀 빌려달라고 해서 우리 회원이 약간 화를 내며 아니 언제봤다고 돈을 빌려 달라고 하느냐 돈 없다. 그러고 집에 갔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또 우리 회장한테 전화해서 어제 같이 술마시고 한 길병원 의사인데 오늘 탁구장에 안오느냐고 오면 좀 보자고 그래서 이미 저의 경계경보를 받은 회장이 오늘 탁구장 안간다고 딱 잘라 거절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11시가 넘어서 탁구장에서 나와보니 10시가 넘도록 있던 그 사람 안 보입니다.
그리고는 그 다음날 부터 감감 무소식이었습니다. 바로 월례회 날이었는데 양주가지고 오기로 한 사람이 아예 얼굴도 안 비칩니다.
이틀동안 탁구친 일일회비도 안 내고 잠적했습니다.
우리는 사기꾼임을 확신했습니다.
그리고는 우리끼리 진짜 쪼잔한 사기꾼이 사기미수에 그쳤다고 한참동안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 뒤로 우리 구장에서는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문단속에 신경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제 인터넷 탁벼시 아시죠? 탁구벼룩시장 말입니다.
거기에 탁박사(탁벼시 운영자)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거기서는 자신이 양주에 있는 어떤 큰 교회 집사라고 소개하면서 교회에서 쓰려고 한다고 각종 용품과 탁구대등 약 130만원어치의 물건을 구매하겠다고 하면서 결재는 내일 교회에서 연락이 올 것이라고 하고 자신의 전화번호와 교회 전화번호까지 꼼꼼히 적어주며 사무실을 나갔답니다.
약 20분 쯤 후 다시 그 사람이 들어와서는 양주에서 그곳까지 교회 셔틀버스가 다니는데 조금 기다리다 가겠다고 했다더군요.
그래서 커피까지 한잔 대접해가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답니다.
잠시 후 자신이 시간이 너무 어중간해서 안되겠다고 그냥 가야겠다고 일어서면서 탁박사님을 계단 복도에서 잠시만 따로 보자고 했답니다. 따라갔더니...
자신이 이러저러한 일로 급하게 나와서 급히 택시를 타고 일을 보러 가야 하는데 지갑에 돈이 없다고 차비하게 만8천원만 빌려달라고 했답니다.
좀 찜찜했지만 큰돈이 아니라 빌려줬답니다. 나중에 밥 한번 살께요. 하며 웃으며 떠나간 그사람은 그 이후 연락이 없고 그가 적어준 전화번호는 모두 결번이었답니다.
작년에 이렇게 쪼잔하게 택시비 빌리는 사기를 치는 사기꾼이 서울 경기도 일대를 쓸고 지나갔다는 글이 오케이핑퐁에 올라왔었지요.
아마도 우리구장에 왔던 그친구와 동일범이 분명합니다. 요즘 다시 업무를 시작했나 봅니다.
여러분! 모두 조심하세요.
탁구장에 와서 탁구를 나름 치면서 의사라던가 뭐 특별한 직업을 이야기하며 유독 말이많고 그런 사람이 돈 만원에서 2만원 사이의 택시비 빌려달라고 하면 절대로 빌려주지 마세요.
돈 1~2만원 당하고 경찰에 신고나 고소라도 하자니 웃기기도 하고 왔다갔다 차비도 안 나올 것 같고 사람들이 대부분 신고도 안하고 웃고 마니까 계속 그런 범죄를 저지르는 것 같습니다.
탁구 동호인 여러분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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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용/장현용 [ 2010/04/22 (14:43) ]
갑자기 저도 생각이 나네요~ 예전에 머리를 하러간다고 어떤 분이 만원만 빌려달라고 해서 빌려줬는데... 그 다음부터 탁구장에 안 오더군요.
탁구친구/성길용 [ 2010/04/22 (14:45) ]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선량한 탁우들의 피해방지도 필요하지만, 그 사람 본인을 위해서도
사기행각을 그치도록 서로 협력해야 하겠네요.
푸른비/남궁은희 [ 2010/04/22 (15:42) ]
저는 25년전 대전에서 OB베어스(야구)원년 선수라는 사람에게 3만원 사기 당했는데 나중에 기회되면 글로 써보려고 합니다.
제가 알고 있는 탁구동호인은 같은 탁구동호인을 상대로 주식투자(개개인에게 친분을 빌미로)하게 하여 수천만원 손해보게 한 경우도 보았답니다.
무서운 세상이니 각자 조심해야겠죠.
특히 오픈대회 탁구대회 참가하는 선수들은 지갑 주의 하시기 바랍니다.
파워탑스핀/김남 [ 2010/04/22 (23:56) ]
세상에 참별별사람 다있네요.^^
러크러크/조영명 [ 2010/04/23 (07:30) ]
야임마, 걸케 살지마! 한마디 하고 싶고 충고 감사^^
면장/윤화중 [ 2010/04/23 (10:08) ]
벌써 4-5년 전인가?
부천 원종동 탁구장에서도 항공사 부기장이라고 하고선 나타나서 사기 치고 달아난 사람 같은데요 ~ 잘생기고 ... 키도 크고 ... 탁구도 잘쳤는데 ~
도로묵/김상경 [ 2010/04/23 (11:48) ]
광주에서는 탁구장에다가 물건 나둬도 알아서 돌려받고,
시합중에 물건 나두고 다녀도 며칠 지나면 다 알아서 돌려받는데요.
이쪽은 그런 사람 없는데..ㅎㅎ..
제가 가끔 물건을 나두고 다녀서 경험해봐서 말하는 겁니다.
도로묵/김상경 [ 2010/04/23 (11:53) ]
그 정도는 금액이 별로 많지 않으니 동냥한셈 치면 기분 나쁘진 않겠네요.
기분 상한게 오히려 손해입니다.
夢海/이석균 [ 2010/04/23 (13:05) ]
면장님 말씀하시는 그 사람 맞을 겁니다.^^
유진코난/최옥두 [ 2010/04/23 (16:58) ]
그 친구 작년말에 강북(동대문,강북,성북구등)지역에서 행각을 벌이다 몇달전에 경찰에 인계했는데 조금살다 나와서 또 반복을...쯔쯔...부기장도 같은 동일 인물입니다. 레퍼토리가 똑 같아요~ 의사,부기장,마누라 핑계, 일회비 안내고 술자리에 대충 참여해서 공짜술 먹고등등...
하비(HOBBY)/오석길 [ 2010/04/23 (23:06) ]
작년인지 몇년전인지 그때도 오핑에 이런글이 올라왔었는데 또 그놈이
작업을 시작했나보네 참 으로 인생이 불쌍한놈이네 정보 감사함.
건즈앤로지스/김찬모 [ 2010/04/24 (11:05) ]
저도 쪼잔한 사기꾼한테 당한경험이 있습니다..
장편의 글에 감사드립니다.
절대중펜/김용두 [ 2010/04/25 (10:40) ]
참~~재주도 용~~타~~~ㅉㅉㅉ
독락인/이태범 [ 2010/04/25 (18:37) ]
작년말에서 올해 1월 1일까지 한 5일 제가 다니는 서울 강북소재 탁구장에 나오다 같은 짓의 쪼존한 현금갈취로 다른 탁구장에서 저희 탁구장 회원에 의해 경찰에 잡혀간 사람이 맞는 것 같네요. 그새 풀려났나 보네요. 정형외과의사도 유니폼 스폰한다는 것도, 먼저 자기 직업을 얘기하는 것도 똑같네요.조심들 하시기 바랍니다.
독락인/이태범 [ 2010/04/25 (18:41) ]
정성록이라는 본명은 맞습니다. 잡으러 간 저희 탁구장 회원이 지구대에 가서 조회하니 본인 이름이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