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더 많은 준비를 하고
나보다 더 힘든 코스를 선택하고
어렵게 어렵게 포기한 우리진철 독수리 5형제를 생각하면 글 남기기가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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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생각 조경숙님이다...
그래서, 그냥 생각 나는대로 적어볼까 한다.
행여 글읽은 우리진철 선수 1명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으로~~~~
트레일런은 말 그대로 정해진 도로가 아닌 산길, 야산 들판을 뛰어다닌다. 포장도로가 주는 단순함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서 힐링이 되고, 훈련이 되고, 또한 무릎부상이나 기타 위험도는 그냥 도로를 반복적으로 뛰는 훈련보다는 더 괜찮다고 생각된다 – 그런점에서 월아산 임도는 최고이다...
주변에서는 늘상 듣는 이야기가
[마이했다 아이가 인자 고마해라]다. 사실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오십 중반을 지나면 1년 1년이 다르다는 걸 몸으로 느낀다. 또한 일상의 업무는 운동을 할 수 있는 시간 내기가 쉽지도 않다. 그래도 잘하거나 남보다 뛰어난 기록보다는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고 내 좋아하는 철인3종을 즐길 것이다. 그래서 [고마해라, 적당히 해라]라고 하면 나의 답은 [적당히 하께]이고 사실 목숨걸고 하지않는다...
긴 부상의 터널에서 빠져나왔지만 공백이 길어서인지 몸이 예전 같지가 않다. 합천과 의령 하프마라톤 겨우 완주하고, 그것도 운동을 한지 처음으로 기록이 1시간 50분을 넘는다....
예전같으면 합천이나 의령은 사이클 이동하고도 1시간 40분대 였는데...
올들어 언제부터인가 거제지맥 이야기가 솔솔 나온다.
작년, 제작년에 하프코스를 참여하였기 때문에 새로운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이란 것이 경기를 접수해 놓고 운동 하는 것 하고 그냥 하는 것하고 차이가 난다(다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별 고민 없이 하프를 신청한다. 올해는 특히 100Km가 신설되어 도전심이 강한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사실 나도 그런 타이틀하나쯤 가지고 싶은 욕심이 없지는 않았지만, 첫째는 완주할 자신이 없고 둘째는 설령 완주하더라도 몸에 오는 데미지는 엄청 클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냥 이런저런 유혹을 뿌리치고 50Km를 고수했다.
경기접수 후 진철훈련에 꼬박꼬박 참여하려 애를 썻다
그런데 올해는 진철의 합동훈련이 잘 되지않는다. 아이언맨 준비한 팀, 거제지맥준비하는 팀, 또 우리진철의 젊은피들은 자기네들끼리 간혹 운동하는 듯하다. 물론 시간이 맞지않아서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내 생각으로는 가급적 서로 조금씩 양보해서 같이 훈련하면 훈련효과도 좋고 서로간의 신뢰가 쌓여 더 좋은 진철이 되리라 생각된다.
그래도 난 우리진철 모두를 사랑한다
이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훈련이 카톡이나 공지에 뜨면 일단 나의 일정하고 문제가 없으면 출전하는데...
우찌된 노릇인지 훈련만 하면 퍼진다...
종합운동장 돌다가 퍼지고, 퍼져서 식사도 같이 못하고 집에와서 샤워하고, 7산을 하다가도 퍼져 중간에 혼자 복귀하고, 월아산 갈때는 뒤처지고, 잘라묵고....
마지막 진마클 월아 2회전한다 했을 때는 1회전도 못하고 퍼지고....
정말 훈련이 아니라 민망할 정도였다.
다시 거제지맥을 기록을 보니, 2016년 39Km – 5시간 52분대 + 2017년 39Km – 6시간 29분 그래서 올해는 50Km여서 10Km더 길어졌다 해도 9시간대에 들어오겠다는 생각을 했다.
출발 하루전
우리 진철 독수리 오형제는 일정을 맞추어 밤늦게 진주에서 오려나 보다
그러나 나는 일과를 마치고 밤 8시경 거제에 도착하여 물품수령하고 그냥 차안에서 알람만 맞춰두고 쪽잠을 잔다(숙소나 찜질방보다는 편안할 것 같아서 – 그러나 차안에서 잠을 잔다는 발상이....그래도 잔다, 억지로 잔다) 2시50분정도 주변이 시끄럽고 놀라서 일어나보니 객꾼전화가 온다. 어이쿠 늦었구나...그래도 챙겨주는 진철이 있어 참 반갑고 고맙다. 결국 허겁지겁 셔틀버스에 올라 출발지인 여차해수욕장에서 우리팀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는 출발..
대회날
새벽4시 조금 지난시간
출발신호와 함께 천천히 출발한다, 100Km독수리 오형제도 출발하면서 잊어버렸다.
어차피 혼자이고 이번에는 [외로운 독주]를 생각하며 천천히 시작했다. 헤드랜턴을 준비했는데 트레일런을 하려면 헤드랜턴 정도는 투자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나는 야영용 랜턴이어 조금 무겁다) 첫고개 망산을 오르니 [아하 쉽지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훈련이 초파일이고 그 이후로는 운동을 하고 싶어도 일정이 나지않아 하지 못했는데, 못한 것이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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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전에 찍고는 주로에서 본적이 없다...
트레일런이나 울트라는 먹는것만큼 간다는 말을 들었다, 그냥 단시간이면 파워젤이나 아미노바이틸장도로 해결하지만 5시간 이상 걸리는 경기는 보급이 엄청 중요하다는걸 말하고 싶다.
이번에는 파워젤 먹는 연습도 했다
날이 밝아지고 시간이 지나니 출발할 때 수많은 달리미들은 이제 거의 보이지 않고 비슷한 주자들만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한다.
그들이 걸으면 걷고, 뛰면 뛰고 앞 주자와의 간격을 내 페이스로 삼고 동반주 아닌 동반주를 한다, 혹시 실력자가 오면 자리 비켜주고...따라가기 힘들면 그냥 보내주고
이것이 나의 작전아닌 작전이었는데
어디쯤인가 좋은생각 조경숙님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분을 보니 100Km이다.
참 대단하고 모질다는 생각이 든다. 반가운 인사도 나누고 동반주 되는가 싶더니 이내 또 사라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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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숙님이 찍었다
어느듯 50과 100Km갈림길...
힘은 들었지만 100Km이정표를 위안삼아 되돌아 온다
그러다가 동반주하는 젊은 피...진마클 후리지아를 잘 안다고 했다. 갑장이란다. 전주에서 왔는데 지난해 거제지맥이 첫 출전이라는 달리미였다...그러면서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 나누다가 자기는 한참 전부터 나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뛰었다면서 동반주를 요청한다...
나 역시 반가운 친구 만난거여서 OK하고 같이 뛴다...
얼마를 달리니 우리를 추월하는 한놈....
대단하다...퍼질 때 되었는데 참 잘달린다...그놈 뒷모습만 보고
또 달리다가 보니 젊은 여성이 달리는데 아무래도 안면이 있다. 이야기 나누다보니 지난해 여성 4위를 한 노OO 이었다...몇마디 나누다가 동반주 한다 3명으로 늘었다
주로에는 앞에도 뒤에도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가라산 오르기전 CP. 600m가라산을 두고 정비를 하니 앞에 가던 그놈...
이름표를 보니 [오타나베]...일본인이다.
말을 걸어보니 한국말을 잘하는 서울직장인 이며 트레일런을 즐긴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4명이 동반주 하지고 도원은 아니지만 [도원결의]를 하고 가라산을 오른다...
마지막이어 힘들다
200에서 쉬고...400정도 오르니 4명중 내가 가장 힘든 것 같다
무릎부터 엉덩이까지 걸음 옮길 때 마다 쥐가 돌아다닌다. 주저앉고 싶지만 말 그대로 고지가 바로 저기였다.
그렇게 그렇게 가라산 능선을 겨우 밟고 마지막 CP에서 방명록에 한글자 남기고 바람의 언덕까지 오는데..
아차... 내리막이 내리막이 아니다 짧은 오르내리막이 힘든 달리미를 더 힘들게 한다. 다행히 나는 가라산에서 몸이 되살아나서 달릴만했다...
이미 시간은 11시를 지났고 멀리 바람의 언덕 풍차가 보인다...
4명은 손에 손잡고 피니시를 통과 한다 11시간 18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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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일본인 와타나베, 인천의 노oo, 농부, 전주 달리미...
마치고나니 광주의 소민성씨가 반겨 맞아준다...태양의 철인에서 만나고, 지난해인가 거제지맥에서 만나고...
참말로 운동이 뭔지, 깎듯이 선배 대우 해주는 그가 고맙다.
내가아는 이미진선수는 단체전과 개인전 모두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했다고 한다. 축하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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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은 보지말기를...
피니시 주변에서 쉬고있으니 100Km참가자들이 힘든 결단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코스를 보니 참가 신청한 그들의 위대함이 느껴진다.
나는 월아산 몇 번 뛴걸로 거제지맥을 우습게 알았다가 호된 신고를 치러야 했다.
이젠 좀 더 겸손해지면서 경기준비를 해야겠다. 마라톤이나 트레일런이나 아이언맨이나....
준비없는 출전은 무모한 도전이고 그 결과는 참혹하다
끝으로
동계훈련하고 거제지맥 준비를 너무 철저히 하여 부상으로 중도 포기를 한 대발이...
충분히 완주 가능하지만 의리 때문에 포기해버린 대포...
산이면 충분하리라 했던 산꾼 객꾼....
짬밥은 작지만 패기는 전국구인 성희....
부상병동이지만 정신력은 전국최강인 순디.....
그들은 나보다 더 위대하고 훌륭하다...
실패는 아무것도 아니다, 도전자만이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메달이 실패이기 때문이다...
농부생각....
첫댓글 "고마해라, 적당히해라" 는 말이
낯설지가 안네유ㅋㅋ
고수가 돌아왔서 반갑고 무사 완주를 축하합네다.
부럽기도하구...
아이고 저는 아입니더...폴스형님이 출전했시모 바로 입상인데~~~~
고생했다~~
요거는 인자 하지마이소~
빨리 회복하시고 힘!
넘보원이 산에 눈 돌리가꼬 철인 출전하면 바로 하와이티켓인데....
할 만 했지요?
저는 부러워죽겠어요.ㅎㅎ
내년에 함 해라....니는 할만 하끼다...
행님 완주 축하드립니다
부럽습니다~~
좀 아쉽제???그래도 니는 앞으로 무조건 된다....
대단하신 분들이 진철에는
천지 삐까리네예 ~~~
농부 빼모 전부다 대단합니더~~~
아따~수고하셨슴다~
마이 했다아이가~~ㅎ
인자 좀 쉬면서 하이소 행님~
안그래도 쉬어가면서 해야되것다..
거제지맥 참여하신 형님, 누님 고생하셨습니다~~^^
좋은글 잘봤습니다~~
다음대회를 기약하며 힘!!!
진주철인클럽 거제지맥 독수리 오형제😅
수고많으셨습니다.
이렇게 믓찐후기까지
대단하시고 존경스럽습니다.
거제 출전하기 전날밤
잠들기전에 왠지 모를 벅찬 감정에 눈물을 흘리며 잠 들었답니다.
그리고 방명록 글귀까지 긴레이스에 혼미해져
생각 안 나적지 못할까봐 폰에 메모까지 해두고 출전했는데 ㅋㅋ😆😅
너무 쉽게 포기해버린건 아닌지
제 자신이 살짝 미워지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아닌 제 안의 또 다른 제가
"많이 했다 아이가 인자 됐다. "라고 말합니다.
굽고 돌출된 허리척추를 보노라면
그래
이 상태로 도전한것만으로도
어디야
위로하며... ...
내년이 있자나 😆
우리에게
내일이 있다는게
얼마나 행복인지 모릅니다.
무사완주 추카드립니다.
저는 엉감생심 가까이 하지도 못할 것들을 행님은 많이 해 오시네요.
함께하신 진철팀 늦게나마 수고의 말씀 올리고 고생하셨습니다.
형님 후기를 이제서 보내요ㅠㅜ.
완주 정말 축하드립니다.
같이하여 넘 좋았습니다.
화대도 같이 가시죠ㅎ
농부형님 참 대단하네요.
평길도 어려운데 산길은 보통 정신체력 이 없이는 힘들다고 하던데
진철의 에이스 맞네요.
완주 축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