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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끼] 08 - 니 멋대로 해라
씬 1.화장실
거울 앞에서 동욱, 안경을 써본다. 마음에 안든다. 뺀다. 다시 써본다.
역시 마음에 안든다. 뺀다.
씬 2. 달래네
자영, 거울 앞으로 와 대충 핀 꽂고 사라진다.
이어서 거울 앞에 나타난 달래, 자영과 똑같은 핀을 찾아 똑같은 위치에 꽂고 흐믓해한다.
씬 3. 동방
아주 여성스런 티를 대본다. 거울을 이리저리 비쳐 보는.
하지만 역시 안어울린다는 생각의 루나.
씬 4. 캠퍼스
펼쳐진 신문. 보면 심각하게 어느 한곳을 보고 있는 대주.
대주의 눈길이 가 있는 곳. 오늘의 운세.
심각하게 고개 끄덕이는 대주.
씬 5. 거리
동욱, 달려간다. 시계를 보면서 늦은 듯.
횡단보도의 파란불 깜박거리기 시작한다. 그냥 뛰어가는 사람들.
시계를 보면서 갈까 말까 망설이는 동욱.
그냥 서서 기다리는 동욱. 불안한 듯 시계를 연신 보면서.
씬 6. 교수실 앞
달려오는 동욱. 교수실 앞에서 끼익 선다. 시계 본다. 정각 10시. 휴, 늦지 않은 한시름. 노크하는.
씬 7. 교수실 안
앉아 있는 남진, 자영, 유경.
동욱 : 안녕하세요.
남진 : (정각 10시 가리키는 시계를 보고 자영 향해) 내가 그랬지? 동욱인 늦지 않을 거라구. 정각에 딱 맞춰서 왔잖아.
자영 : 밖에서 기다리다 시간 맞춰 들어왔지 너?
동욱 : (좀 무안한)...
남진 : 앉아 봐.
동욱 : 아, 예. (앉고)
남진 : 오늘 너희 둘을 부른 건 말야...인턴 사원 문제 때문이다.
유경 : 인턴 사원요?
놀라 서로 마주보는 유경과 동욱.
남진 : 에이스컴 알지? 거기서 처음으로 우리 학교 인턴사원 추천원서를 보내 왔어. 김유경 이동욱! 너희 두사람으로 결정됐다.
자영 : 근데 사실 요즘 업계 사정이 워낙 어려워서...장담은 못하겠어.
남진 : 그래. 너무 기대하지는 말고...하지만 이런 기회도 쉽게 오는 건 아니 니까 한번 열심히 해봐.
학교 명예를 걸고...잘 할 수 있지?
둘 : 네...
유경 : (머뭇거리며) 근데...저희 둘 다 되기는...좀 어렵겠죠?
남진 : 글쎄...그건 해봐야 알겠지? 선의의 경쟁을 한번 해 보라구.
씬 8. 복도
교수실 나오는 유경과 동욱.
약간 상기된 동욱. 생각이 많은 유경. 함께 걸어가는데.
유경 : 야 이동욱 너무 좋아할 거 없어.
동욱 : ...?
유경 : 너 인턴사원의 인자가 무슨 인잔줄 아니?
동욱 : ...?
유경 : 참을 인자랜다 참을 인. 오죽하면 그런 얘기가 나오겠니? 일도 일같지 않은 데다 급여도 쥐꼬리만큼. 요즘엔 회사들이
전시효과만 노린거라니까. 이렇게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기회를 제공합네 하구 말야.예전처럼 정식채용으루 이어지는
것도 아니구. 잘못하다간 다른 기회까지 놓치게 되는 거지. (동욱 눈치를 보며) 아 정말 고민 된다. (떠보는) 넌 어때?
동욱 : 네...?
유경 : 그래도 하고 싶은 마음 있냐구.
동욱 : 해야죠 교수님이 추천해 주셨는데.
유경 : 어휴 답답. 꽉 막히긴. 아무리 추천이래두 니가 싫으면 그만이지 뭘. 하여간 넌 교과서야 교과서.
씬 9. 캠퍼스
아이들 모여 있고.
달래 : 인턴 사원? 너만? (성연과 대주 의식하고)
대주 : (확 대들며 말하려다 입 꾹 다물고 참는)...
동욱 : (미안한 마음에) 요즘 사정들 안 좋아서 장담은 못한대. 설사 된다 해두 정식채용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구.
성연 : (부러운) 그래두 그게 어딘데. 요즘엔 것두 잘 없잖아.
동욱 : (미안한)...
달래 : 벌써 취직 걱정해야 되는 거야?
아이들 : (입모아) 그러엄. 졸업반인데.
달래 : 어우 난 학교 오래 다니기 싫어서 2년제 왔는데.
루나 : 그러엄 어련하시려구...달래가 누군데.
대주 : (그래 맞아 하는 액션만, 말은 꾹 참고 있는)
동욱 : 야 황대주. 근데 너 웬일로 오늘 이렇게 조용하냐?
대주 : (꾹)...
달래 : 야 너, 어디 아퍼?
대주 : (꾹)...
민 : (눈치 채고) 쟤 또 오늘 뭐 봤다.
아이들 : ...?
민 : 오늘의 운세. 오늘은 또 뭐야? 입 벙긋하면 손재수가 있냐? 구설수에 오른대?
대주 : (고개 세차게 흔들고)
루나 : (대주 말 하게 하려고) 대주 넌 학교 들어올 때 커트라인에 간신히 걸렸지? 응?
대주 : (꾹)...
성연 : (같이 불질러) 맞어. 쟤가 우리과 점수 낮춘 장본인이야.
대주 : (억지로 참고. 말도 안된다는 손짓)
루나 : 어쨌든 오늘 잘 나가는 이동욱, 인턴추천도 받았는데 (대주 의식하며) 축하주라도 한잔 해야 되는 거 아냐?
대주 : (술? 하다가 참고)
민 : (루나와 죽이 맞는) 야 거 이젠 술 고만 하자. 몸에도 안 좋고.
대주 : (왜! 하듯 민을 원망스럽게 보고)
민 : 술 하면 대준데, 대주가 이렇게 입을 꾹 다물고 있는데 술은 무슨 술.
동욱 : 우리끼리라도 한잔 하지 뭐.
민 : 에이. 관둬. 대주 아니면 우리가 술 마실 일이 뭐가 있다구. 저렇게 입 꽉 다물구 있는데 술이 어디로 들어가.
대주 : (입 헤 벌리고 술은 마실 수 있다는 시늉)
루나 : 뭐? 술 마시면 더 안된다구? 알았어 걱정마 안마셔.
대주 : (못 참고) 우씨! 말 안하는 거랑 술 마시는 게 무슨 상관이야!
아이들 : 열었다! (민과 루나 하이파이브)
루나 : (cf톤 흉내. 여리고 귀엽게) 역시 내 맘대로 되는 건 남자 뿐이야.
아이들 : (아니 표루나가 저런 말을? 하는 표정으로)
루나 : (투덜) 나도 가끔은 여자이고 싶다구.
대주 : 푸하하하 지나가던 멍멍이도 웃겠다. 윽! 나 오늘 말 많으면 구설수에 오른다는데!
민 : 야 임마. 너 오늘의 운세 좀 그만 봐라. 지금 밀레니엄 시대가 다가오는 이 마당에.
대주 : 야 온고지신이라는 말두 몰라?
달래 : 쯧쯧...저거봐. 한번 입 여니까 말이 멈추질 않잖아.
대주 : 에이 안되겠다. 술이나 먹자. 술루 막아야 돼!
성연 : (일어서며) 난 오늘은 안되겠다.
루나 : 왜...약속 있어? 아르바이트?
동욱 : ...?
씬 10. 캠퍼스
가는 성연.
달려와 성연에게 따라 붙는 동욱.
동욱 : 너 오늘 아르바이트 없다구 했잖아.
성연 : (우뚝 서서 부드럽게) 넌 참 별걸 다 기억한다. 딴 볼일 있어.
동욱 : 미안해 성연아.
성연 : 뭐가...?
동욱 : 그냥. 무조건.
성연 : 너 그런 말이 어딨어?
동욱 : 인턴사원 말야...미안해.
성연 : (좀 기분 상해) 그게 왜 나한테 미안해? 괜히 나만 이상해지잖아.
동욱 : 아니...그게 아니고.
성연 : 아니면 됐어.
가버리는 성연.
시무룩해 성연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동욱.
저만치 뒤에서 보고 있던 민, 다가온다.
동욱의 어깨를 툭툭 치며 감싸는 민.
씬 11. 벤치
함께 앉아 있는 민과 동욱.
동욱 : 내가 말을 실수한 것 같애. 인턴사원 안된 것도 좀 그럴텐데...거기 다 대구...
민 : 야야 성연이 그런 애 아냐 임마. 자기 상황하구 얽혀서 좀 갑갑해서 그럴거야 신경쓰지 마.
동욱 : 아냐...내가 성연이 입장이래도...
민 : (답답하다는 듯) 너두 참...
동욱 : 너도 내가 답답하냐?
민 : 응?
동욱 : 너도 내가 너무 고지식해서 답답하냐구.
민 : 임마, 그게 니 장점이자 단점이야. 사람들 그런 거 다 한가지씩은 있잖아. 컴플렉스라고 해야 되나...뭐 그런 거.
동욱 : (아픈데 찔린 듯)...
씬 12. 택수방
노트북으로 뭔가를 치는 택수. 들어서는 유경.
얼른 모니터 화면을 가리며 돌아보는 택수.
유경 : (보려고) 뭐야 아빠?
택수 : 어허.
유경 : 아빠...혹시...성인 사이트...?
택수 : 얘가 얘가. 아빠 인격을 뭘로 보구. 자 봐라 봐.
유경 : (모니터 보고는 또 그거? 싶은) 소설이구나.
택수 : 됐냐 이제?
유경 : 계속 하시죠, 김.택.수 작가선생님. (나가고)
택수 : (괜히 놀림 받은 기분) 저 녀석이...
씬 13. 조각공원 (다음날)
모두 모여 있다.
대주 : 광고회사 자기 소개서는 튈수록 유리한 거야. 자기를 광고하는 일인테 한눈에 딱! 보여줘야지.
우선 광고를 하려면 제품에 대해 잘 알아야 해. 동욱이가 어떤 인간이냐...
달래 : 부드러운 남자!
루나 : 바른 생활 사나이?
대주 : (동욱을 유심히 보며) 음...근데 눈에 너무 힘이 없지 않나? 야 너 안경 써보는 건 어때? 샤프해 보이잖아.
동욱 : 글쎄...안경 쓰면 더 모범생처럼 보일거 같은데...
루나 :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
대주 : 야. 난 그 말 한번 들어보는 게 평생소원이다. 내가 태어나서 한번도 못 들어 본 말이 딱 두가지잖냐.
모범생이라는거 하고 못 생겼다는 말!
아이들 : 야유
동욱 : (언짢다)...
민 : 야야 본론 흐리지 말고...이것 저것 다 광고할 게 아니라 USP! 차별화 된 판매포인트.
뭔가 나만의 특별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 아냐.
루나 : 어쭈? 강민 너 광고과 학생 다 됐다?
민 : (으쓱해지고)
루나 : 광고 타켓도 파악을 해야지. 에이스컴 인사팀이 30댄지 40댄지. 그 사람들이 뭘 기대하는지 아는 것도 기본이잖아.
민 : 우와 표! 너 광고과 학생 다 됐다?
루나 : 따라하지마.
성연 : 성실성을 한눈에 보여주는 거 뭐 없을까?
대주 : (줄줄줄) 저는 평범한 중산층에서 태어나서 초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줄반장 청소반장을 역임했으며
이런거 말구. 뭐 좀 화끈한거. 진달래 뭐 없어?
달래 : (우씨 왜 나한테 그래)...
동욱 : (시계 보며) 야! 참! 특강! 늦었다!
대주 : (시계 보며) 에? 아직 2분 남았잖아!
동욱 : (걱정) 여기서 뛰면 딱 2분 30초야! 전에 재봤어! 야 종강했는데두 우리 위해서 특강해 주시는데 늦으면 어떡해!
(후다닥 일어나고) 늦었다 늦었어!
아이들 : 어휴 못말려.
씬 14. 강의실
남진 : 흔히들 카피와 비주얼을 낚시바늘과 미끼에 비유하지. 비주얼은 물고기를 유인하는 미끼, 카피는 물고기를 낚아채는 바늘.
비주얼로 인해 다가온 소비자를 낚아채는게 바로 카피의 역할인데...우리 일상에서 이 두관계가 잘 나타난 걸 예로 든다면?
대주 : 라운드 걸이요! 킬킬. (피켓 들고 상체 실룩실룩 흉내) 요염한 몸매로 시선을 끌고 1라운드 2라운드를 알리는 카피.
(아이들 킬킬 웃고)
남진 : (어깨 으쓱) 응 그것두... (하고 또 다른 것 없나 아이들 보면)
민 : 연애편지!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가 카피라면, 연인의 빨간 립스틱 자국은 비주얼.
남진 : 바로 그거야!
달래 : (뭔가 생각난 듯) 바로 그거다!
남진 : ...?
달래 : (당황) 아뇨...
씬 15. 캠퍼스
달래 : 바로 그거야!
아이들 : ...?
달래 : 자기 소개서를 카피와 비주얼로 확실하게 한눈에!
루나 : 예를 들면?
달래 : 발바닥을 스탬프로 떠억 찍는 거야!
성연 : 카피! 맨발로 뛰겠습니다!
민 : 어 좋은데...?
대주 : 불타는 발바닥? (아이들 모두 괜찮은 것 같고)
동욱 : 에이 너무 장난스럽잖아. 그래도 신입사원인데.
대주 : 넌 이래서 안돼 안돼.
동욱 : 그래도 자기소개서면 자기를 소개하는 건데 기본적인 틀이 있는 거잖아. 면접관들도 어느 정도 나이 지긋할 거구.
성연 : 광고회산 좀 다르잖아. 튀어야 된다구. 별의별 자기소개서가 다 있다든데?
민 : 그래 그건 성연이 말이 맞는 거 같다.
대주 : 얜 어떻게 광고과를 왔는지 몰라요.
루나 : 오히려 동욱이가 튈지도 모르겠다!
아이들 : ...?
루나 : 다 튀는데 혼자 얌전 떨어봐. 튀잖아!
아이들 맞어 맞어. 그것도 전략이다. 아예 넌 그거로 나가라.
동욱, 탐탁지 않고.
씬 16. 택수네 안방
들어오는 유경.
거실에 앉아 보물 다루듯 원고를 훑고 있는 택수.
유경 : 다녀왔습니다.
택수 : 어? 웬일이냐? 이렇게 일찍 오구.
유경 : 내일 인턴사원 면접, 준비할 게 있어서.
택수 : 그래? 유경아, 이리 좀 와봐.
유경 : ...?
택수 : (감격) 유경아, 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유경 : 으응.
유경, 별로 내키지 않는 듯 와 앉고.
택수, 타이핑한 원고 뭉치 보여 준다.
유경 : 푸른 발자국의 비밀...? 어후 너무 진부하잖아. 좀 첫눈에 딱 끌리구 호기심을 불러일으켜야지. 아빤 너무 정석이야.
그리구 추리소설이란게 배경이 다 남녀 관계 얼키구설키구 멜로가 섞여야 되는데 아빠 건 건조하잖아.
택수 : 아무래도 좀 그렇지?
유경 : 출판산 정한 거구?
택수 : 글쎄 아직 뭐.
유경 : 에이 아빠 또 전에 그 아빠 후배한테 가서 부탁할려구?
택수 : 부탁은 무슨 부탁. 지가 예전부터 원고 하나 달라구 나한테 매달리더라.
유경 : 아빠 그건 예의상 한 얘기지.
택수 : 잔소리 말구 유경이 너 읽구 평좀 해. 너 가장 가까운 내 독자야. 딸 덕 좀 보자.
유경 : 어후...맨날 읽어두 출판된거 한 권도 없잖아.
택수 : (아픈데 찔린) 이번엔 글쎄 달라.
유경 : 그 말도 벌써 다섯번째야...
씬 17. 택수네 거실
유경, 우찬 데리고 나오며 설득하고 있다. 원고 뭉치 내놓고.
유경 : 난 당장 인턴 면접 준비해야 되거든. 너 오늘도 카페 봐야 할 거 아냐 심심할 때 읽어 응?
우찬 : 이 많은 걸 언제?
유경 : (인심 쓴다는 듯) 좋다! 인턴되서 첫월급타면 니가 원하는 게임 씨디 다 사줄게.
우찬 : 정말?
유경 : 정말!
씬 18. 인터넷 카페(다음날)
라면 후루룩 먹는 달래. 달래에게 원고 들고 다가오는 우찬.
우찬 : (다가오며 비밀스럽게) 달걀 두개나 넣었어.
달래 : 정말...? (헤 웃고)
우찬 : 우리집 라면 맛 죽이지?
달래 : 비법이 따로 있나? 국물 맛이 좀 다른데?
우찬 : 물론이지! 그건 영업상의 비밀!
달래 : (삐죽)
우찬 : 대신 우리집 라면 매일 공짜로 먹을 수 있는 방법.
달래 : 공짜루?
우찬 : 그럼!
달래 : 매일?
우찬 : 그럼!
달래 : 어떻게?
우찬 : (원고 뭉치 꺼내고) 이거.
달래 : ...?
우찬 : 이거 우리 큰아버지 소설인데 읽구 얘기 좀 해줘. 어디가 재밌구 어디 가 이상한지.
너 만화광이라며. 그럼 안목 있을 거 아냐.
달래 : (으쓱) 그거야 뭐. 매일 보는게 만화니까. (원고 보며) 아저씨가 쓰신 거야 정말? 이름이...김 환?
우찬 : 그건 필명이야. (소리 죽여) 비밀이다 너! 큰아버지 아시면 나한테 섭섭할거야. 좀 봐달라시는데 내가 뭘 알어? (추켜 주는)
아무나 본다구 비평 못해. 볼줄 아는 사람이 봐야지. 얘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너같은 전문가가 보면 대번에 알거 아냐.
달래 : 대번에 알지.
우찬 : 계약 끝난 거다?
달래 : (확인하는) 라면 매일 공짜루!
우찬 : 그럼!
달래 : 계란두 두개씩!
우찬 : 응? 좋아 좋아! 인심 썼다! 내꺼냐 뭐.
씬 19. 자영이네 거실
소파에 앉아 책 읽고 있는 자영.
달래 , 연신 하품 해대며 나오는데, 한 손에 들린 택수의 원고. 책 읽고 있는 자영의 모습 달래의 눈에 들어온다.
부러움에 차 물끄러미 자영을 보는 달래. 소파에 앉는다.
자영 : (달래의 시선 느껴) 왜?
달래 : 아니. 그냥. 이모는 그렇게 책이 좋아?
자영 : (피식) 왜 또?
달래 : 아니...그냥. 책 좋아하는 여자, 얼마나 지적이고 멋있어. 아마 그래서 김남진 교수님이 이모를 좋아하나봐.
에구 난 이 소설 하나 읽기도 지 겨운데...
자영 : 웬일이니 니가 소설을 다 읽구? 넌 세계명작도 만화로 보는 애잖아.
달래 : 그러니 내가 죽을 노릇이지. 이모, 내가 왜 만화를 좋아하게 된 줄 알아?
자영 : 그야 글씨가 없으니까?
달래 : 맞아. 그러니 내가 미치지. 어우 이거봐 글씨도 너무 빽빽해. 포인트 10에 줄간격 160. 어휴....
얘기두 얼마나 지루하구 복잡한지...
자영 : 무슨 소설인데? 출판되지 않은 거야? 누구 거야?
달래 : 으응...그런 게 있어.
자영 : ...?
씬 20. 빈 강의실(다음날)
달래, 동욱의 얼굴에 가볍게 메이크업 해주고 있다.
입술 바르려고 하자 제지하는 동욱.
달래, 살짝인데 뭘.
좀 떨어져서 우두커니 보고 있는 성연, 덤덤한.
루나, 동욱의 머리 다듬어 주고. 스프레이 칙칙 뿌려가며. 킁킁 냄새 맡아 가며 에프킬라 어쩌구 하면
놀라서 기겁하는 동욱. 루나 깔깔 웃고. 보는 민.
양복 들고 나타나는 대주.
대주, 동욱에게 빌려온 양복 입혀 보고. 흰색, 검은색, 곤색 수트들... 넥타이도 이것 저것 매 보고.
민, 동욱의 양말 벗기고. 스탬프 들고 오는 루나.
민, 찍으려고 하지만 동욱, 한사코 싫다고 한다.
난감해 하는 아이들...그때 대주에게 슬며시 눈짓 보내는 달래.
먼저 나가는 달래...
씬 21. 강의실 복도
쿵 찍히는 발자국. 보면 대주다.
달래, 냄새 난다는 듯 코막고.
씬 22. 강의실 안
동욱 긴장된 표정으로 미리 정리해 온 면접 예상 답변지를 외우느라 정신없고,
눈치보며 슬며시 동욱의 추천 원서 봉투 안에 발바닥 찍은 종이를 끼워 넣는 달래. 오고가는 아이들의 의미심장한 눈빛들.
씬 23. 캠퍼스
아이들 동욱을 배웅한다.
대주 : (비장하게) 건투를 빈다 친구.
달래 : 이동욱 화이팅!
루나 : 너 떨어지면 돌아올 생각 아예 하지도 마.
성연 : (의미심장) 자기소개할 때 너무 당황하지 말구! 아무 생각 안나면 그냥 무조건 이렇게 말해.
맨발로 열심히 뛰겠습니다! 그럼 그냥 통과다!
씬 24. 면접실 밖
기다리고 있는 면접자들.
동욱의 긴장된 모습.
면접실 문 열리고 활짝 웃고 나오는 유경.
동욱 : (눈 감고 심호흡하고 있다)
유경 : (별거 아니라는 듯) 야, 이동욱, 들어가 봐라.
동욱 : 어, 누나.
옷매무새 다듬는.
씬 25. 결
씬 26. 면접실 안
들어서는 동욱. 90도 각도로 공송하게 인사하고 서 있는.
면접관1 : (자기소개서 훑어 보고) 음. (읽는) 평범한 가정의 일남일녀중 장남이라...
동욱 : (긴장해서 서 있는데)
면접관2 : 근데 왜 안앉아요?
동욱 : 네? 앉으라고 안하셔서...
면접관2 : 하하하 앉아도 돼요.
동욱 : (민망해 하며 앉는다)
면접관1 : 소개가 좀 평범한데...사람도 평범한가요?
동욱 : (대답할 말 찾는데)...
면접관2 : (동욱을 향해 들어 보인다. 발바닥) 이건 뭐지요?
동욱 : 네...? 어...? (당황하는데 문득 떠오르는)
성연 : (E, 의미심장) 너무 당황하지 말구! 아무 생각 안나면 그냥 무조건 이렇게 말해. 맨발로 열심히 뛰겠습니다!
동욱 : (에라 모르겠다) 맨발로 열심히 뛰겠습니다!
면접관1,2 서로 얼굴 보며 맘에 든다는 눈빛 교환하는데...
면접관2 : 음...좋아요. 비주얼, 카피.
면접관1 : 이제 보니 평범 속에 비범이 있는 친구로구만.
동욱 : (얼떨떨)
씬 27. 도서관
달래 발견한 대주 얼른 온다.
달래, 택수의 원고 읽다가 잠들었다.
대주, 달래 등을 톡톡. 달래, 놀라서 후다닥 일어난다. 대주, 턱에 침 묻었다는 시늉.
대주 : 우와 종이 다 불었다 다 불었어! 저 타액 좀 봐!
달래 : (당황해서 입닦고 원고 보지만 대주 거짓말한 거다) 아니잖아...
대주 : (약오르지 하는 표정하며 옆에 앉는다) 뭐야?
달래 : 응 누가 좀 봐 달라는데 너무 지루해. 추리소설인데 재미도 하나두 없구 머리만 아퍼. 어휴 이거 언제 다 읽어?
대주 : 추리소설? 야 이런건 머리가 팍팍 돌아가야 진도가 나가는 법이야. 머리가 팍팍 나처럼! 이해 못하면 읽기 힘들지!
(대수롭지 않다는 듯 훑으며) 한나절이면 다 보겠네 뭐!
달래 : (듣던중 반가운 소리) 정말?
대주 : (허풍) 그러엄! 내가 읽어줘?
달래 : 정말? (감동해서 고개 끄덕끄덕)
대주 : (원고 보며 그제야 걱정) 근데 글씨가 좀 빡빡하긴 하다 응?
씬 28. 교수실 앞
홀가분한 기분 되어 걸어가는 달래.
씬 29. 교수실
달래 : 이모!
자영 : 어...(뭐 보느라 바쁘고)
달래 : 이몬 종강했는데두 뭐가 그렇게 바뻐?
자영 : 난 이제부터야. 니들 레포트 봐야지, 시험채점 해야지...
달래 : 헤! (관심 있게 보다가 포기하고) 이모, 김남진 선생님 말야, 취향이 어떨까...?
자영 : (정신 딴데 팔려) 어어 취향...?
달래 : 여자 말이야. 지적인 여자? 청순하고 귀여운 여자? 어떤 쪽을 좋아하실까?
자영 : (OL 그제야 고개 들고 꾸짖듯) 너...!
달래 : (시선 피하고 딴전)...
자영 : (못박는) 기대하지 마. 그 선생님은 대학 때부터 연상에 관심있었어.
달래 : 연상...?
자영 : 그래에 연상. (하는데 남진 들어온다)
남진 : 어?
달래 : (반가운) 안녕하세요?
자영 : (달래와 남진을 보고)...
남진 : (자기 가방 챙기며 달래와 자영을 번갈아 본다) 이제 보니 좀 닮았네?
둘 : ...
남진 : 그러구 보니까 핀도 똑같이 꽂구. 립스틱 색깔두 똑같구. 요즘엔 그게 유행이야?
자영 : (달래를 본다)...?
정말 자영과 똑같은 핀에 똑같은 립스틱 색깔.
달래, 입술과 핀 손으로 감추고.
남진 : (퉁박) 근데 광고하는 사람들 감각이 그게뭐야? 개성이 있어야지. 늘 남만 따라하다가는 자기색깔 잃어버리기 쉽상이라구..
(가방 챙겨 나 가며 달래에게) 다음에 보자!
달래 : (남진 나가고 난 뒤) 우씨...괜히 이모 따라했다가!
자영 : 달래 너...언제 내 핀 가져갔어, 립스틱은 또 언제...?
달래 : (말 자르고) 교수님, 저 가요.
후다닥 나가고.
씬 30. 동방
아이들 모여 있다.
민 : 아 이 녀석 어떻게 됐지? 왜 안와?
달래 : (걱정) 떨어졌나?
성연 : ...
대주 : (루나 보고) 다 너 때문이야!
루나 : 뭘...?
대주 : 뭐? 떨어지면 아예 돌아올 생각마?
성연 : 정말 그랬어? 걔 얼마나 곧이곧대로인데...
대주 : 그 자식 그거 가슴에 콱 박힌 거야 콱! 동욱아! 돌아만 와 다오. 모든 걸 용서해 주마!
하는 순간 문 열고 들어오는 동욱. 힘없이 서 있다. 고개 푹 숙이고.
아이들 : ...!
대주 : 떨어졌다...떨어졌어...
성연 : 동욱아...됐어...좋은 경험 했다 쳐. 난 그런 기회도 없었는데 뭘. 난 그것만도 부러워.
그 순간, 동욱, 고개 숙인 채로 입가에 슬쩍 미소 머금더니 그대로 고개 번쩍 쳐든다. 웃음 씨익.
민 : 어? 뭐야 이 녀석!
달래 : 된거다!
동욱, 고개 크게 끄덕! 아이들, 와아.
루나 : 너 붙더니 좀 이상하다? 연극두 할 줄 알구.
씬 31. 택수네
택수 : 잘됐구나. 동욱이랑 같이.
유경 : 잘 되긴 아빠. 결국 또 라이벌이지. 오늘 된 사람들 실기 들어간대. 거기서 다시 걸러 인턴되는 거구,
인턴 되기만 하면 정식채용 보장한대.
택수 : 너 바빠지기 전에 빨리 봐야 겠다?
유경 : 뭐...? (무슨 소린가 싶다가) 아아 아빠 소설? (우찬에게 눈짓하고)
우찬 : (당황하다 걱정말라고)
유경 : (우찬 보며) 조금 남았어 아빠. (우찬에게 독촉하는 의미로) 금방 다 볼 께. (우찬 알아들었다는 듯 끄덕끄덕)
택수 : 어때? 이번거는? 지난번 거 보다 구성이 좀 탄탄하지? 취재한 흔적이 보이지? 어디까지 읽었냐? 막 궁금하구 그래?
유경 : 으응. (얼버무리는) 근데 아빤 너무 정석이야. 그런 사건은 좀더 타이트 하구 복잡해야지. 멜러두 좀 섞이구.
택수 : 응? 멜러 들어갔잖아 이번엔. 그게 짝사랑이라서 좀 죽었나?
유경 : 응 그래 그렇긴 한데. (일어나며 회피) 어우 내일 출근하려면 일찍 자야지...
씬 32. 소강당이나 회의실 (다음날)
예비 인턴들 대여섯명 있고. 진지하게 담당자의 말을 듣는. 동욱과 유경의 모습도 보인다.
작은 칠판에 <이온음료 워터큐 기획안 작성> 씌여 있고.
담당자 : 물론 삼일이란 시간이 자료조사부터 작성까지 너무 짧다는 건 잘 압니다.
그 모든 걸 감안해서 여러분의 노력과 능력을 보는 것이니만큼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씬 33. 회의실 앞
사람들 나오고.
유경 : (불평) 삼일? 너무 심한 거 아냐? 자료조사만 해두 소비자조사에다 제품분석, 설문지 조사...
어휴 또 발바닥 불나게 뛰어다녀야겠네?
동욱 : 하는데까지 해봐야지 뭐 누나.
유경 : 넌 참 속두 좋다. 난 벌써부터 머리에 쥐가 나는데. 스트레스 받으면 난 손발이 다 저려.
동욱 : 누나, 그럴 때일수록 느긋하게 마음을 먹어야지. (심호흡 하며) 이렇게 한번 해봐. 심호흡을 크-게.
유경 : 숨 쉴 시간도 없다 난! (쌩 가버리고)
동욱 : ...
씬 34. 도서관
책 잔뜩 들고 오는 유경. 책상 위에 올려 놓고 한숨 푸욱. 들춰 보다가 이걸 언제 다 보나 하는 막막함에...
씬 35. 영상자료실
자료 찾고 있는 동욱. 열심히 메모도 해 가면서.
씬 36. 도서관
유경, 하품하며 자료 뒤지다 문득 잔뜩 쌓여 있는 자료를 보고는 신경질이 난다. 책을 신경질적으로 덮어 버리고.
씬 37. 학교 도서관
동욱, 앉아서 정리하고 있고.
민 : 어? 이동욱!
동욱 : 민아!
씬 38. 캠퍼스
동욱, 대주, 민 잠시 둘러 앉아 얘기 나누고.
민 : 할만해?
동욱 : 정신없지 뭐.
대주 : 난 니가 걱정이야. 사회란 건 말야, (손 비비며) 이런 것도 좀 하고 그래야 되는데 말야 동욱이 너 또 괜히 바른 소리해서
(하다가) 엉?
대주, 눈 둥그레져서 보면 달래 저기서 걸어오고 있다. 어울리지 않는 성숙한 정장 차림에 화장도 좀 짙게 하고. 나이 들어 보이는.
대주 : 진달래!
달래 : 어? 동욱이네? (그러다 손 흔들고 그냥 가는)
대주 : 진달래! 어디가! 어? 그냥 가?
달래 : 이 옷 입구 거기 앉으라구? (간다)
민 : 어우, 회사 들어갈 사람은 여깄는데 왜 쟤가 티를 내냐?
동욱 : (일어서며) 나도 가야겠다! 조사할 게 쌓였거든.
대주 : (놀리는) 맨발로 열심히 뛰어라!
동욱, 대주 툭 치고 급하게 간다.
씬 39. 교수실
들어오는 달래.
달래 : (자영을 찾는 척) 오교수님 안계신가...?
남진 : (관심 없고) 화장실 가셨다.
달래 : 화장실...? (괜히 실망스런) 그런 거까지 아세요?
남진 : (고개 들고) 왜? 그게 어때서? (달래 차림 보고) 어디, 예식장에라도 가니?
달래 : 아뇨. 좀 달라 보이죠 선생님?
남진 : ...?
달래 : 좀...성숙해 보이구...그렇지 않은가요...? 저 이러구 밖에 나가면 학생으루 안 봐요.
남진 : 에이 성숙해 보이는 게 아니라 갑자기 나이 들어 보이는데?
달래 : (실망) 에...?
남진 : 니들 때는 말이야, 청바지에다 맨얼굴이 이쁜 거야. 젊음 그 자체가 얼마나 좋은 땐데? 왜 화장을 해서 그걸 가려?
오자영 선생님도 말야, 젊을 땐 꽤 상큼하구 봐줄만 했거든? 근데 지금은 자신 없으니까 화장으루 카바하잖아.
우린 니들 그 젊음이 얼마나 부러운데!
달래 : (김 팍 새고)...
남진 : 참 니들 내가 특강 때 얘기했지. 다음주부터 우리 프러덕션 나오기로 한 거...
달래 : (다시 밝아져서) 네...
남진 : 방학이라구 마냥 풀어지지 말구 제대로 좀 배워 보라구 엉?
만만하게 보구 덤비진 마. 내가 니들 지옥훈련 스케줄도 짜고 있으니까.
달래 : (걱정) 호...
씬 40. 체육관
열심히 헬스하고 있는 사람들. 동욱, 뭔가를 조사하여 체크하는 듯 유심히 본다.
눈길을 따라가 보면, 뚱뚱한 사람이 열심히 마시고 있는 음료수가 무엇인지 보는 것이다.
또 다른 사람의 음료수를 열심히 본다.
그 사람은 동욱이 음료를 마시고 싶어하는 줄 알고 마실래? 하는 시늉을 한다. 동욱, 웃으며 가로젓고.
씬 41. 학교 도서관
헬스장 사람들에게 설문지를 돌리는 동욱.
씬 42. 동방(다음날)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서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동욱.
그때 성연 들어온다.
성연 : 뭐해?
동욱 : (몰두한 채) 이틀동안 조사한 거 통계내는 중이야.
성연 : 아아, 실기시험? (다가와 들여다 보며) 와! 이거 다 하려면 골치 좀 아프겠는걸? 내가 좀...도와 줄까?
동욱 : (그제야 보며) 고마워 말만 들어두.
성연 : 혼자 하시겠다? 변칙이라 이거지? 정정당당하게 겨루겠다? (읊는조로 놀리는) 바른생활 사나이 이동욱, 고지식한 이동욱..
동욱 : (웃으며OL) 그만해.
성연 : 이거 먹으면서 해. 도우넛이야. 와! 열심히 한다 이동욱! 불타는 발바닥!
씬 43. 유경의 방 (이하 밤)
유경, 의자 빙글빙글 좌우로 움직이며 전화 중.
유경 : 너무 힘들어 죽겠는거 있지? 이건 인간으로선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구. 벌써 이틀을 그냥 보냈네.
난 언니가 너무 존경스러워. 입사하는 것만도 이렇게 힘든데, 언닌 그 유명한 광고회사 카피라이터에다, 애까 지 키우랴..
참! 지난번에 내가 사준 텔레토비 인형 수빈이가 좋아하지? (사이) 정말? 자료를 언니가? (드디어!) 나야 그럼 좋지!
언니밖에 없다 정말! 나 지금 당장 가도 돼? (사이) 응. 응. (전화 끊고 성공했다는 듯 아쟈!)
씬 44. 광고회사 자료실
문 따고 들어오는 유경과 선배 언니. 불 딸깍 켜고.
유경, 자료실 보고 좋아서 감탄.
선배 : 녹차 한잔 줄까?
유경 : 응.
자료를 뒤지는 유경.
방대한 자료를 보고 이걸 다 어떻게 하지? 하는 눈빛의 유경.
그러다 <음료 기획안>이라는 하드커버가 눈에 들어온다.
유경 : ...? (꺼내 본다)
씬 45. 복사하는 곳
유경, 뭔가를 열심히 복사하고 있다.
차들고 다가오는 선배.
선배 : 복사하니?
유경 : (당황) 어...? 어...
선배 : (보고) 기획안이잖아?
유경 : 응, 참고 좀 하려구. 우리도 제품이 음료거든.
씬 46. 택수네 거실
택수 : (전화하는) 요즘 좀 어때? 출판사두 별로 안 좋지? (사이) 책은 무슨. (용기 내서) 안 그래도 지금 하나 끄적대고 있는게
있긴 한데 (사이) 아니 아니! 다 쓰려면 아직 멀었지 아직. 나중에 한번 봐주라 응?
그때 들어오는 유경.
유경 : 아우 피곤해 아빠!
택수 : 이제 오는 거야? 그래 선배언니 도움은 좀 받았어?
유경 : 별거 없어. 어차피 내가 해야 될 일들인데 뭐.
택수 : 참 너 아직 멀었냐?
유경 : ...?
택수 : 푸른 발자국.
유경 : (아차) 내일 내일까지만.
씬 47. 유경이 방
얼른 전화기 집어드는 유경.
유경 : 우찬아! 너 어떻게 된거야?
우찬 : (E) 뭘...
유경 : 뭐긴 뭐야. 소설. (거실의 택수 의식하며 소리 죽이는) 너 내일까지 해결해 놔.
우찬 : (E) 알았어 알았어.
씬 48. 인터넷 카페
라면 국물 마시다 쿡 막히는 달래.
우찬 : 벌써 며칠이야...? 오늘 약속한 날이란 말야.
달래 : 어...줄께. 다 봤어.
우찬 : 혹시...? 일부러 끄는 거지...?
달래 : ...?
우찬 : 공짜 라면 계속 먹을려구.
달래 : (젓가락 탁 놓으며) 당장 갖다 줄게.
씬 49. 캠퍼스
대주 : (핸드폰 받으며) 원고? 아아 그거? 다 읽었지 그럼! 평해 달라며? 정리만 하면 돼. (끊고 걱정 되는) 우씨...
씬 50. 인터넷 카페
택수, 흥얼흥얼 대며 유리잔들 닦고 있고.
대주, 들어온다.
대주 : 안녕하세요?
택수 : 응 어서 와라.
대주 : 저...아저씨...참 선생님...
택수 : 선생님...?
대주 : 에이 선생님 추리 소설 쓰신다면서요?
택수 : 응? 그냥 뭐...좀...
대주 : (원고 봉투 내밀며)
택수 : 뭐냐 이게?
대주 : 저...제가 아는 사람이 쓴 거거든요. 추리소설. 빨리 줘야 하는데 시간이 있어야죠 제가. 급하거든요.
전문가이신 선생님이라면 후딱 보실 거 같애서.
택수 : (원고 꺼내 보고 놀라는) ...! (실망하는 택수의 얼굴 위로)
대주 : (소리) 이거 빨리 줘야 되는 건데...앞이 어떻게 되는 거냐면요. 한남자가 여자를 짝사랑 해요. 그러니까 그게 스토킹 같은..
택수 : 됐다. 말 안해도 알아.
대주 : 예? 우와 역시. 맞아요, 이런 거 얘기 뻔하거든요. 전문가는 다르셔. 한마디만 하면 척! 우와아!
택수 : 근데...너 이거 누구한테 받은 거냐?
대주 : 예, 달래요 진달래.
택수 : 달래는?
대주 : 글쎄 이건 제 짐작인데요. (목소리 낮추어 비밀 알려주듯) 우찬이 같애요. 모종의 협약 같은게 있었던 게 아닌가....
라면값을 안내더라구요? 관리 잘하세요!
택수 : (씁쓸한)...
씬 51. 에이스컴 회의실
면접관 둘 있고. 그 앞에 예비인턴들의 기획안들이 놓여 있고.
예비인턴들, 진지하게 기다린다. 유경과 동욱, 앞에 서 있다.
면접관1 : (대조적인 둘의 기획안 두께를 보고) 같은 학굔데두 아주 대조적이네? 김유경씬 일목요연하고 비교적 군더더기두 없구..
물과 가깝다는 컨셉도 좋고.
그 말을 듣고 면접관2, 유경의 기획서를 유심히 본다. 유경은 우쭐하고.
면접관1 : (동욱을 보고) 자넨? 기획안을 해오랬지 책을 써 오라고 하진 않았는데...?
동욱 : (좀 당황스런)...
면접관2 : 김유경씨, 이거 어디선가 본 거 같은데요?
유경 : (놀라) 네? 무슨 말씀이신지...
면접관1 : ...?
면접관2 : (유경을 똑바로 보고) 내가 작년까지 하나기획에서 AE로 있었거든요.
유경 : (뜨끔하고) ...!
면접관1 : 그럼 뭐야! 기획안을 표절한거야?
유경 : (당황해서 어쩔줄 모르고) 아니 저 그게...아니라요...우연이겠죠. 사람 생각 다 거기서 거기....
면접관2 : 아무리 거기서 거기여도 그렇치. 제품분석에서.. 컨셉, 타겟까지 모두 똑같다는 게 말이 되나?
유경 : (당황함을 누르며) 브랜드만 다르지 맛은 비슷한 이온 음료의 제품 성격상 비슷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면접관1 : 참내.. (눈빛 날카로와지며) 그럼 기획안에 대해서 한가지만 물어보겠는데...
여기보면 이온음료 시장에 대한 자료가 있는데.. 이거 어디서 참고했나?
유경 : 네?... 아.. 통.. 통신의 광고사이트를 참고했습니다.
면접관1 : 아.. 그래요? 기획서에 보면 그 자료를 가지고 통계프로그램으로 분석한 게 나오는데...
허용 오차는 몇이지? 신뢰수준은?
유경 : (조금씩 얼굴 일그러지고) 네? .. 저.... 플러스 마이너스.. 9정도..
(점차 울먹이며) 죄송합니다. 시간은 너무 없고.. 에이스컴에는 입사하고 싶어서....
면접관1,2 허탈해하고...
면접관1 : 아주 위험한 학생이로구만.. 안그래도 광고표절문제가 심각한데..
기획안까지 표절하는 사람을 우리가 신뢰할 수 있겠어요?
유경 : 죄송합니다.
면접관1 : (동욱에게) 이동욱씨!
동욱 : (보면)
면접관1 : (동욱 기획안을 가리키며) 이건 완전 양으로 승부했구만...
우리가 기대한 건 제한된 시간에 필요한 것을 모아 뽑아낼 수 있는 순발력과 융통성이였어요.
동욱 : .........
면접관2 : (답답한 듯 면접관2 보고) 어느 학교야? 도대체 이 학교에선 뭘 가르친 거야.
동욱 : (조금 열받은, 누르며) 기본에 충실하라고 배웠습니다. 훌륭한 기획안은 풍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고 배웠습니다. 물론 결과 물로는 많이 부족하지만... 시간을 좀더..
면접관1 : 그래..시간을 더 줬다면.. 어디에 포커스를 맞추려고 했나?
동욱 : 워터큐는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 음료 시장 내에서 이온음료 자체의 시장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는 데
맞추려고 했습니다.
면접관2 : 그래서.. 그 많은 다른 여타 음료시장을 다 자료 조사했단 말인가?
동욱 : 네.
면접관1 : 너무 욕심낸 거 아냐? 3일동안?
동욱 : 물론 3일동안 무리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확신이 있는 컨셉을 제쳐두고, 쉽게 접근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면접관2 : 그래. 자네 말이 틀리다는 게 아니고, 정해진 시간 내에 마무리 할 수 있는 컨셉을 잡는 것도 일종의 능력이라고 보거든.
사실 아무리 좋은 기획안도 시일을 못 지키면 말짱 도루묵이잖아.
동욱 : 전 그런 능력은 실무를 익혀가면서 충분히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때에 따라서 요령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합니다만,
배우는 학생 입장에서 기본을 지켜가는 게 앞으로의 발전가능성이 있다고...
면접관2 : (OL) 참 고지식하구만...
동욱 : (못 참고) 인정합니다! 하지만 눈에 띄는 크리에이티브만을 요구하는 것도 문제는 있다고 봅니다.
가장 밑바탕부터 쌓아올려가는 과정도 중요하리라고 봅니다. (단호한 표정)
어찌할 수 없다는 표정의 면접관1,2.
의연하고 당당한 동욱의 표정에서.....
씬 52. 회의실 앞
나오는 동욱, 뭔가 홀가분한 느낌인 듯.
씬 53. 택수네 거실 간이바
아무도 없는데 혼자 앉아 위스키라도 한잔 하는 택수. 인생의 쓸쓸함이 고스란히 묻어 나는 택수의 모습...
술 한잔이라도 위로가 된다는 듯 입가에 미소가 언뜻 비치기도...
그때 들어오는 유경.
유경 : (힘없이)...
택수 : 이제 오냐...?
유경 : (앉으며 한숨)...아빠...(차마 말 못하고)
택수 : (떨어진 것 알아채고 잠시 침묵)...됐어...말 안해도 알겠다...
유경 : (고마움에)...아빠, 혼자서 웬 술...?
택수 : 유경아, 살다 보면 말이다...이런 쓴 맛을 즐길 줄 아는 때가 오는 법이다...
유경 : (공감)...
택수 : (유경을 보고) 결과에 너무 연연하지 마라. 그걸 위해 노력했던 그 과정에서 더 배우는 게 많은 거야.
그것이 발판이 돼서 다음엔 더 좋은 결과를 내는 거구.
유경 : ...
택수 : 유경아...아빠는 말이다...아빠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면 좋긴 하겠지만 꼭 그래서 소설을 쓰는 건 아니다...
이 아빤 소설을 쓸때가 행복해. 살아 있는 느낌이야. 내 속에 침잠해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거든.
유경 : ...
씬 54. 거리
거리의 네온사인. 안경점 앞을 지나간다.
문득 그 앞에 서는 동욱.
씬 55. 동방
아이들 모여 있고.
성연 : 얘, 왜 이렇게 안오지? (삐삐친다)
달래 : 무소식이 희소식.
대주 : (애들 떠보는) 우와 비상이다 비상! 동욱이가 취직하면 이제 우리 광끼 짱자린 어떻게 되지?
민 : (신문 읽으며) 황대주. 오늘의 운세. 헛된 꿈을 꾸지 말라. 횡액을 당할 것이다.
대주 : 횡 ...액...!
성연 : 얘 어떻게 된 거야 정말! 삐삐쳐도 연락도 없구.
대주 : 에이 걱정마 걱정마! 보나마나 문 딱 열고 들어와서 고개 푹 숙이구 씨익 웃으면서...지금쯤 철계단 올라오구 있을거야.
다 올라와서 옥상을 걸어온다. 문 앞에 선다.
문 쾅! 하는 순간 문 열린다.
대주 : (이어서) 열린다...!
아이들 : ...!
동욱 고개 푹 숙이고 있다.
아이들 : (됐나 싶은) ...!
대주 : (아주 자신 있게) 거 봐, 됐어 됐어!
동욱, 고개 들고 씨익 웃는다.
아이들 : (궁금함에 숨막히고. 기대하는 눈빛들)...?
대주 : 내가 쪽집게다 쪽집게! (자신만만해 딴전까지 피우고)
동욱 : (씨익 웃음은 사라지고. 기운 없는 거 아니고 미소 지으며) 나...떨어졌다...
아이들 : (놀라)...!
대주 : 에...? (안믿는) 에이. 이동욱! 너 진짜 많이 변했다! 이제 농담까지?
동욱 : (담담한)...
씬 56. 캠퍼스
올라오는 아이들.
달래 : 와! 시원하구 좋다 나오니까! (방방거리며 앞서 가고)
민 : (동욱 보고) 왜...뭣 땜에 떨어진거야...?
루나 : 야 말은 뭐 전문대 차별 안한다지만 현실이 그래?
동욱 : 이유야 뭐 많겠지만 결정적인 건...내가 너무 고지식해선가 봐.
성연 : 거봐! 너 자료조사 혼자 다 한다구 고집피우더니 결국 제대루 못한 거지? 그래서 안됐지? 그러게 도와준다니까.
동욱 : (대꾸하지 않고)...
씬 57. 캠퍼스
민, 팔 베고 누웠고. 아이들 둘러앉아.
동욱 : 그렇게 말하고 나니까 시원하더라구. 난 이런 사람이다 아예 인정을해 버리니까.
전에는 범생이다 답답하다 그러면 괜히 싫구 그랬는데 이제 별로 안 그럴거 같애.
성연 : 극복했다 이거지?
동욱 : (씨익 웃으며) 그래서...하나 마련했어...
아이들 : ...?
동욱, 뭔가를 꺼낸다. 아이들 뭔가 하고 본다. 안경이다.
동욱, 안경 쓴다.
민 : (일어나 앉으며) 오우! 좋은데?
동욱 : 어때? 괜찮아...? 고지식해 보일까봐 쓸까 말까 늘 망설였는데 이제 그냥 내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어.
대주 : 죽인다!
달래 : 고지식해 보여...
성연 : 아냐! 이동욱 넌 그게 매력이야!
동욱 : (그말에 기운 얻고)...
민 : 컴플렉스를 장점으로 이용한다? 그거 말되네...? 사람들마다 열등감 하나쯤은 다 있으니까. 어이 표! 너두 그런 거 있냐?
대주 : 루나가? 야 얘 어딜 봐서 그런게 있어 보이냐? 천하에 겁날게 없는 앤데. 표루나 얜 컴플렉스 없는게 컴플렉스다!
루나 : 황대주! 너 함부로 말하지마! 나도 알구 보면! (갑자기 새침해지며) 때론 여자이고 싶단 말이야!
민 : 아 여자로 보이고 싶은 거? 그건 포기하는 게 극복하는 길이다.
달래 : 나도 하나 있는데...
아이들 : ...?
달래 : 난 내가 너무 어리다는 거.
대주 : 뭐가 어려. 나랑 동갑인데.
루나 : 눈높일 높여라.
대주 : (인상) 김남진...?
달래 : 난 빨리 나이 들구 싶어. 좀 성숙한 모습으루. 내 청춘이 부담스러워.
아이들 : 어쭈...
동욱 : 민이 넌? 그런 거 있어?
민 : 난 그런 거 없어.
루나 : 있잖아. 돈!
대주 : 나도 있다 나두! 오늘의 운세 보는 거. 난 그거 안보면 하루종일 껄쩍 지근 하거든. 꼭 맞는 거 같단 말야 그게.
민 : 임마. 그건 컴플렉스가 아니라 징크스지.
아이들, 웃고. 대주 우씨...
그렇게 저물어 가는 아이들의 여름밤...
씬 58. 캠퍼스
펼쳐진 신문, 보면 오늘의 운세란을 열심히 찾는 대주. 그때 나타난 손, 신문을 확 빼앗는다.
이제 그런 것은 그만 보라는 표정의 민. 대주 우씨...
씬 59. 달래네 드레스룸
달래, 거울 본다.
자영, 와서 올림머리 보고 사라진다.
달래, 따라서 머리 올려보다가 안어울린다 싶어 다시 귀여운 머리로 한다.
씬 60. 화장실 거울
세수하는 동욱.
거울 위로 동욱의 얼굴 나타나고. 자신의 얼굴을 본다. 그리고 세수하느라 벗어놓은 안경을 쓴다.
잘 어울린다 싶은지 씨익 웃어 보는 밝은 얼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