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지금 스스로 자존심을 팽개치고 있다. ‘세계화’란 허울 좋은 구실을 달고, 제나라 문화 특히 우리말글을 짓밟고 있는 안타까운 모습이 곳곳에서 펼쳐진다. 영어공용화를 내세우는 사람도 있고, 영어마을을 만드는가 하면 버스에 대문짝만하게 영문자를 썼다가 된통 혼난 지방자치단체도 있다. 회사 이름이나 상품이름에도 뜻도 통하지 않은 영문자를 버젓이 쓰는가 하면, 언론과 책에는 어려운 한자말이나 외국어가 난무하는 무법천지가 되고 있다.
이런 때에 온몸을 던져 우리말글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스럽다. 나는 그들을 이 시대의 진정한 독립운동가라고 부르고 싶다. 말글을 지켜내지 못하고, 제대로 된 독립이 있을 수 없으며, 오히려 남의 식민지로 떨어지는 날이 올 수도 있음이다.
그런데 이런 우리말글 지킴이들에게도 조금은 안타까운 모습이 보인다. 모든 운동은 실천이 따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고, 실천을 하기 위해서는 투철한 마음가짐이 뒤따라야 하는데 이게 뒷받침되지 못한 말과 행동이 종종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집에서도 식구들과 함께 일본말 찌꺼기나 잘못된 외래어를 몰아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대학생인 우리 아이들도 이에 적극 따라주어 평소에 실천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흐뭇했다. 심지어는 아이의 친구들도 우리 아이들 앞에서 잘못된 말을 무심코 했다가 “아참, 말 잘못해 혼나겠다.”며 긴장한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다. 우리의 목표인 우리말글을 지키고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이렇게 생활 속에서 실천함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나는 종종 우리말글 관련 모임에 참여한다. 그런데 이 때 깜짝 놀라곤 한다. “펼침막”이라고 하지 않고, “프랭카드”라 했다가 다급하게 “현수막”이라고 고쳐 말하는 것을 보았고, “누리집” 아닌 “홈페이지”, “전자편지”가 아닌 “이메일”, “손전화”가 아닌 “핸드폰” 따위를 예사로 쓰며, 외래어나 외국어를 당연한 듯 쓰는 것을 보면서 “여기가 우리말글 지킴이들의 모임이 맞는가?”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다.
물론 그렇게 말한 분들이 무심코 실수한 것이란 믿음을 가진다. 하지만 우리말글을 지키는 것은 뼈를 깎는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임이 분명하며, 내가 먼저 변하지 않고 남을 변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작은 것부터 내 스스로 고쳐나가는 노력이 앞서지 않고는 한자나 영문자에 빠져있는 사람들을 이길 수가 없지 않을까?
그런 다음 흔히 민족문화를 부르짖는 단체나 누리집의 잘못도 잡아주어야 한다. 민족문화를 내세우는 사람들이 누리집에 버젓이 영문자나 외래어를 남발하는 사례가 많은데 우리의 이웃인 민족문화 단체부터 깨닫고 고치도록 하면서 세상의 변화를 꾀하여야 할 것이다. 앞에서 말한 토박이말로의 고침이 완벽하지 못하더라도 외래어나 한자말을 쓰는 것보단 백번 나은 것임을 알려내야 하는데 이는 우리말글 지킴이들의 적극적인 실천이 먼저여야 하는 것이다.
내가 운영하는 인터넷가게에서는 “마일리지(적립금)”를 “콩고물점수”, “경매”는 “내가 값 정하기”, “헬프"는 “도움마당”, “공지사항”은 “알림마당”, “사이트맵”은 “누리집지도”, “아이디”는 “누리집이름”, “비밀번호”는 “열쇠번호”, “이벤트”는 “잔치마당”, “포토갤러리”는 “맵시자랑”, “제휴문의”는 “같이하기 문의”, “검색”은 “찾기”, “로그인”은 “들어가기”로 쓴다. 장사를 하는 누리집에서는 어쩌면 모험일 수도 있고, 주변에선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오히려 손님들은 훨씬 좋은 반응을 보인다. 누리집의 특성을 아주 잘 드러냈다는 칭찬을 받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고, 많은 모자람이 있기도 하지만 일단은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쓰면서 조심스럽기도 하다. 열심히 노력하는 우리말글 지킴이들께 찬물을 끼얹는 것은 아닌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 잘난 채하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말글 지킴이들은 나의 뜻을 잘 헤아려 주실 것이라 믿는다. 앞으로는 우리 지킴이들이 이를 깨닫고 실천하는 흐뭇한 모습을 보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첫댓글 지금과 꿈을 넘나드는 게 환경 운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