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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의 뉴욕, 프랑스의 파리, 영국의 런던은 세계가 인정하는 문화의 도시이다. 그리고 이들 도시는 도시는 물론, 그 나라를 상징하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휘트니 뮤지엄,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과 퐁피두 센터,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와 테이트 모던 갤러리처럼. | 이제 서울도 뉴욕, 파리, 런던과 어깨를 나란히 견주는 ‘문화의 도시’가 되었다. 지난해 11월 개관한 삼성미술관 리움이 세계가 주목하는 새로운 문화 랜드마크가 되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건축가 렘 쿨하스, 마리오 보타, 장 누벨 3인이 디자인하고 삼성과 함께 수년간 호흡을 맞춰온 삼우설계가 파트너로 진행한 대형 프로젝트의 결과가 바로 리움이다. 여러 매체를 통해 이미 그 모습을 드러낸 리움이지만, 그 내부에는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믿기 어려운 첨단 기법이 숨어 있다. 자칭 ‘명품 미술관’을 표방했다는 미술관 측의 말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명품 컬렉션을 바탕으로 진열장, 조명 하나까지도 첨단기법을 동원한 섬세함이 배어 있다. 또한 휴대용 개인정보단말기(PDA)를 들고 작품 앞에 표시되어 있는 원을 밟으면 세세한 작품 설명이 PDA 화면으로 흘러나와 가이드 없이 혼자서도 미술관을 둘러볼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역시 세 명의 건축가가 각각 맡아 디자인한 건물 자체이다. 미술관 부지의 가장 높은 위치에서 전체를 조망하는 뮤지엄 1은 마리오 보타가, 경사면의 대지에 위치한 뮤지엄 2는 장 누벨이, 대지를 따라 자연스럽게 흐르는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는 렘 쿨하스가 설계했다. 각 전시관마다 건축가 고유의 스타일이 배어 있는 삼성미술관 리움을 스케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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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의 고미술관은 삼성미술관이 가장 심혈을 기울여 만든 전시관이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같은 우리나라의 대표 문화재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용인에 위치한 탓에 많은 이들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호암미술관과, 미술관 전용 건물이 아닌 탓에 상설관을 만들 수 없었던 호암갤러리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곳곳에 신경을 쓴 흔적이 여실히 드러난다. 고미술관이 소장, 전시하고 있는 고미술품의 수준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그 자체만으로도 감탄을 자아내도록 만드는 건물은 ‘예술’의 이름에 다름아니다. | 과거에 종교 건축이 그랬던 것처럼, 미술관 건축 역시 경건함과 숭고함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스위스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 디자이너, 마리오 보타의 건축 철학이 유감없이 반영되어 있는 까닭이다. 단순한 직육면체와 역원추형 건물 안에 있는 나선형의 계단 로툰다(Rotunda : 원통형의 벽체와 돔형의 지붕으로 구성된 건축물)를 따라 천장에서 들어온 자연광이 지하의 로비까지 전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내부 전시 공간을 하나로 묶어주는데, 그 느낌이 마치 유럽의 성당 계단을 오르는 듯하다. 직육면체 공간에 위치한 전시실과 로툰다 둘레의 원형 전시실은 수직 통로로 연결되는 기둥 없는 전시 공간. 마리오 보타가 건물 컨셉에 맞추어 직접 디자인한 전시실은 관객과 작품이 모두 주인공이 되는 특별한 공간이다. 관객이 다양한 시점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독립장 케이스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천장에 부착되어 전시물이 공중에 떠 있는 효과를 주는 독립장 케이스는 세계 최초로 시도된 것이라 한다.
또한 보타는 건물을 지을 때 주변 환경이나 역사를 최대한 고려하는 건축가로 알려져 있는데, 고미술관의 스카이라인을 고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요철 형태로 만들어 성곽 도시, 서울의 역사적 전통을 반영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도자기를 빚어낸 도공들의 수작업 느낌이 전해지도록 흙을 빚어 불에 구운 테라코타 벽돌 타일로 전시실 외벽을 장식했다. 이곳에는 국보 36점과 보물 96점을 비롯해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시대별 대표작을 고루 전시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용인의 호암미술관에서 선보였던 소장품들이 대거 이곳으로 옮겨져 있다. 청자, 분청사기, 백자 등 세계적으로 이름이 높은 도자기를 비롯해 고려 불화와 불상 등의 불교 미술, 우수한 세공 기술을 자랑하는 금속 공예품,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회화와 서예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한국 미술의 정수를 감상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건축물은 인간과 같다. 인간처럼 서로 다른 운명을 지니고 있는 것이 바로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건축가, 장 누벨의 말처럼 리움의 현대미술관은 ‘현대 미술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타고난 운명의 건축물’이다. 놀랍게도 현대미술관이 자리한 이곳은 원래 바위 지대였다. 고심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바위 속에 들어가 있는 심층 구조의 건물을 설계하는 것. 그 때문인지 녹슨 스테인리스 스틸과 유리를 이용해 만든 이곳은 마치 땅을 파서 그 위에 상자를 올려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지하에 있는 전시장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성큰 가든(Sunken Garden : 지하 정원)은 장 누벨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공간이다. 뿐만 아니라 지하 정원을 에워싸고 있는 개비온 월(Gabion Wall : 망태 안에 돌을 채워 만든 벽)은 국내 설계 파트너였던 삼우설계의 아이디어를 장 누벨이 받아들여 완성한 것으로, 벽면 기초 공사를 할 때 나온 암반석을 잘게 쪼개어 철제 프레임에 담아 쌓아 올려 만들었다고 한다. 현대미술관 실내의 주 요소는 다양한 크기로 제작된 직육면체의 전시 박스. 6개월 주기로 교체 전시되는 이곳의 컨셉을 반영해 자유분방하게 배치한 것이 특징으로, 전시의 성격에 따라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빛을 적절히 조절해 관람객이 새로운 전시 공간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곳에는 1910년대 이후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작품들과 1945년 이후 외국 현대 미술의 주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한국인의 보편적 정서를 표현한 이중섭, 박수근, 장욱진 등 한국 근·현대 미술품과 백남준, 서도호, 이불 등 해외 미술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비롯해 마크 로스코, 프랭크 스텔라, 매튜 바니 등 화집을 통해 접해온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도시를 이해하기 위해 건축가가 되었다는 영국 출신의 렘 쿨하스가 설계한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는 연간 3~4회의 기획 전시를 통해 해외 문화 교류를 추진하려는 삼성문화재단의 미래가 투영된 공간이다. ‘도시에 어울리는 건축물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렘 쿨하스의 말대로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는 주변의 고미술관, 현대미술관과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있다. 주변과의 조화를 최대한 고려한 외관과 달리 내부는 렘 쿨하스의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 ‘파격적인’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유리 건물 안에 블랙 콘크리트로 상자 모양의 전시장, 이른바 ‘블랙박스’를 만들어 놓은 것. 건물 내에서도 완전한 독립 공간을 이루는 블랙박스와 그를 품고 있는 17m 높이의 유연한 공간은 동선과 시점에 따라 서로 다른 공감각적 체험을 가능하게 한다. 블랙박스는 이름 그대로 빛이 들어가지 않고 인공적 조작과 통제가 가능한 공간으로,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서로 다른 두 전시공간과 연결된다. 어린이 교육, 문화, 복지 관련 시설과 다양한 기획 전시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된 이곳에서는 개관을 기념하여 2개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아동전시실에서는 한국 고대부터 국내외 현대 미술, 미디어 아트까지 미술의 흐름을 쉽고 재미있게 알 수 있는 <미술 작품과 떠나는 시간 여행>전이, 블랙박스에서는 리움의 건축가 3인의 건축 언어와 예술 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뮤즈-움? : 다원성의 교류>전이 진행 중에 있다. 에디터_배경수 사진_염승훈, 이한구 문의_02-2014-6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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