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대승불교 경전
14장 열반경
-중생 곁에 늘 함께하는 부처님, 불성사상의 정수
열반 4뎍인 상락아정
중생은 번뇌와 무명에 가리어져 뒤바뀐 마음을 낸다. 즉 <아>에 대하여 <나>가 없다고 생각하고, 항상한 것을 무상하고 다고 생각하며, 깨끗한 것을 더럽다고 생각하고, 즐거운 것을 괴롭다고 생각한다.
이는 번뇌에 가려져 그러한 생각을 내는 것이다. 마치 술에 취한 사람이 ‘세상이 돈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나>란 것은 곧 부처란 뜻이고
항상하다는 것은 법신이란 뜻이며
즐겁다는 것은 열반이란 뜻이고
깨끗하다는 것은 법이란 뜻이다.
비구들이 물었다.
“부처님께서 진정한 상락아정을 누리고 계신데, 세상에 더 오래 머물러 중생을 제도해주시지 왜 빨리 열반에 들려고 하십니까?”
부처님께 말씀하셨다.
“비구들은 무상, 고, 무아, 부정하다는 것을 참된 이치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돌이나 기왓장, 나무, 자갈을 진짜 보배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마땅히 그대들은 좋은 방편을 배우되, 가는 곳마다 <나>란 생각, 항상하다는 생각, 즐겁다는 생각, 깨끗하다는 생각을 염두(->상락아정)에 두고 수행할지니라. 또 먼저 익힌 사성제는 모두 뒤바뀐 것임을 알아야 한다.”
비구들이 다시 물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예전에 법을 설하실 때, ‘모든 법은 실체적인 <나>가 없으니 이것을 배워 <나>에 대한 관념을 버려라. <나>라는 생각을 버리면 교만심이 없어지고, 교만심이 없어지면 곧 열반에 들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부처님께서 다시 상락아정을 말씀하시는데, 이 이치를 저희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비구들이여, 매우 훌륭하구나. 중요한 것을 물었다. 비유를 들어 너희에게 말하리라. 어느 나라에 한 엉터리 의사가 있는데, 그는 약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의사는 누가 아프다고 하면 병에 대해 알지 못하니, 무조건 우유로 만든 약을 주었다. 그 나라의 황제도 의사의 약 처방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 무렵 지혜로운 한 의사가 나타났다. 지혜로운 의사는 모든 병에 우유로 처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황제가 그 말을 듣고, 엉터리 의사를 그만두게 하고, 새 의사를 옆에 두면서 이전의 우유로 제조된 약을 모두 버리도록 명령했다. 새 의사는 여러 가지 좋은 약을 조제해서 사람들의 병을 고쳤다.
그러던 어느 날 황제가 병이 났다. 의사는 황제에게 우유로 만든 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황제는 예전에 이 의사가 ‘우유로 처방한 약은 모두 잘못된 것이라고 해놓고 지금 내게 우유약을 먹으라고 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당황스러워했다. 황제는 의사에게 화를 내며 이해할 수 없다고 하자 의사가 말했다.
‘국왕이시여, 벌레가 나뭇잎을 파먹다가 글자의 형상을 이루기도 하는데, 벌레는 그것이 글자인 줄 모릅니다. 황제시여, 그전 의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병의 원인을 알지 못하고 우유로만 약을 처방하면서 약이 효과가 있는지 모르는 것과 같습니다. 우유로 제조된 약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독이 되기도 하지만, 좋은 약이 되기도 합니다. 지금 황제의 병에는 우유로 된 약을 써야 합니다.’
황제는 새 의사의 말대로 우유롷 조제할 한 약을 먹고 병이 완치되었다.
외도들이 <나>라고 하는 것은 벌레가 나뭇잎을 갉아먹고 글자를 이룬 것과 같다.
비구들이여, 나는 지혜로운 의사처럼 우유가 독이 될지, 좋은 약이 될지 잘 알고 우유를 처방약으로 쓴다. <나>가 해가 될 때와 이익이 될 때를 알아서 <나>를 설하는 것이다. 범부 중생과 외도들은 <나>라고 하는 것을 어떤 실체적인 것으로 알기 때문에 내가 무아라고 했던 것이다.
모든 법에 <나>가 없다고 하지만 진실로 <나>가 없는 것이 아니다. 어떤 것이 참된 <나>인지, 어떤 법이 진실하고 참되며 항상하고 즐거운 것인지를 잘 알아야 한다.“
-제 3 애탄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