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래기 / 최정신
보름나물을 하려고 시래기를 담근다 저도 뼈대가 있다는 듯 지난 가실을 빼앗긴 오기가 쉽게 꺽이지 않는다 우겨 넣어 하루를 달래니 고집을 접은 줄기마다 햇살과 바람 먹장구름 때론 지독한 열대야까지 진득한 가슴으로 품어 엄동설한을 묵힌 행적이 탱탱한 기억을 풀어 놓는다 풍경이 나부낀다 무꽃에 입 맞추고 남새밭 헤집던 나비 한 마리 봄빛 아래 천방지방 남실대던 날갯짓 순연한 날들이 보인다 남겨두고 온 초록이 가물거린다 들통에 물을 갈아 붓고 불을 켠다 빛바랜 색깔과 매캐한 향기가 초로(初老)의 친구처럼 낯설지 않다 온 전신을 적시는 습한 기운이 그렁하다 묵어서 쫄깃한 사랑으로 남은 시간을 건넌다
<최정신 시인> 경기도 파주 출생 <문학세계> 詩부문으로 등단 <시마을> 동인 <詩集> [구상나무에게 듣다] 시마을 작품選集 [내 마음의 외딴 방], [가을이 있는 풍경] 同人詩集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等
<감상> 시래기의 덕장은 처마밑입니다. 황태처럼 눈비 고스란히 맞지는 않았지만, 한해의 풍상을 은근하게 쪼이고 태어납니다. 버려질 땐 쓰레기 같았지만 새로운 상품가치를 스스로 마련해 놓는 질긴 운명으로 보여집니다 죽어서도 뼈대를 찾는다는 그 시선이 예사롭게 비쳐지지 않는 것은,그 맛과 그 향 제대로 알고 있는 깊이있는 식도락가의 평일 것입니다 제대로 삭아서 맛으로 태어난다 하더라도 통통하게 씹히는 맛을 즐거움 주려는 그 뼈대는 가히 전통이 깊습니다. 시래기 하면 어쩌면 어머니의 손맛과 통할 것입니다. 아니 어머니의 맛입니다. 그가 가져온 햇살, 바람, 먹장구름이 모든 것이 어머니의 정성에서 태어났으니까요. 우리의 오늘이 지난날 어머니의 손때와 걱정, 염려, 그리고 끊임없는 기도와 연결되지 않은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시인님의 그려주신 시래기가 주름살 깊이 파인 어머니의 주름과 검버섯 넓게 핀 손등과 팔뚝과 어떻게 다른지 쉽게 찾을 수가 없습니다. 묵어서 쫄깃한 사랑!!! 그 핵심의 국물 한 숟가락 맛나게 먹습니다.
꿈속의 꿈님 감상
마치, 추운 겨울...땅 파고 묻어놓은 묵은 김치를 꺼내...오밀조밀한 입에 아삭하며 베어 무는 느낌.....
맛 중의 최고의 맛은, 세월이 간으로 배인 맛. 아지노 모도 라는 일본제 인스턴트 양념이 아닌... 손맛과 재료에 첨가하는 세월, 시간이라는 양념이 동태 알처럼 촘촘히 박혀있는.... 그런 시를 읽는 기분,
버려도 될 것...푸성귀의 푸릇함을 버린..성숙한 여인의 뒷태 같은 시래기의 깊은 맛....을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시래기에서 건져낸....낯설지 않은 초로의 친구...그림자... 묵어서 쫄깃한 사랑..../
저도 뼈대가 있다는 듯/고집을 접은 줄기마다/
이 귀절에서...삶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뼈마디 같은 꼿꼿한 아집이나..집착 수준의 고집을 버릴 때, 얼마나 우러나오는 삶의 맛이 깊은지를 .....최정신 시인은 보여주는 것 같다.
겨울을 묵혀내....감칠맛 나는 시래기 나물.....보름나물用 이면 엄동설한의 어느 한가운데쯤......
나도 한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날갯짓 순연한 날들이 보인다/ 이런 마음을 닮고 싶다는 생각으로 치닫게 하는....
좋은 작품에 시선이 멈추고 갈 줄 모른다....
특히나.이종원 시인님의 부드러우면서...진심이 부쩍 우러나오는
우리의 오늘이 지난날 어머니의 손때와 걱정, 염려, 그리고 끊임없는 기도와 연결되지 않은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이런 멋진 감상을 반찬으로 곁들여 먹는 재미는... 시를 먹는 참 맛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은.....
최정신 시인님의 시 너무 멋지고..이종원 시인님의 감상..훌륭하고... 곁다리 슬쩍 내밀어 본 내가 부끄러워지는...금요일...
무지, 잘 감상하고 물러갑니다...두 분 모두 건강하셔요..행복하시구요........^^^사마난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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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시래기의 감칠맛의 시향이 과거와 미래가 공존함으로 제~안으로 드나듦 이 무잎의 나래가 펼쳐집니다~,,
시를 감상하는것도 한잔의와인의 취한듯 ~~~그렇게요..머물다 갑니다 .
무명치마님...ㅎㅎ바람부는 날 취해서
가시다 넘어지면 어쩌지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