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삶이 춤이 되다’ 최서영 입니다.
두려움
여러분은 두려움을 언제 느끼시나요? 각자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두려움은 다 다를텐데요. 제가 가지고 있던 두려움은 춤을 출 때 다른 사람들이 하는 저에 대한 평가였어요.
제가 춤을 출 때 남들의 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남들에게 제 춤에 대한 좋은 평가를 받고 싶었으니까요.
제 몇몇 주변 사람들은 지나가다 혼자 춤을 추는 사람을 보면 항상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저에게 얘기했어요. 춤을 잘 추면 ‘와 진짜 잘 춘다’ 라며 감탄을 했지만 춤을 못 춘다고 생각하면 좋은 말들이 나오지는 않았죠. 저는 혼자 춤을 추는 사람들의 자신감을 본받고 싶었지만 다른 쪽으로는 나의 대한 좋지 않은 말들이 들릴까봐 섣불리 앞에서 춤을 추지 못했어요.
저는 남들에게 저의 대한 평가가 좋지 않을까봐 늘 두려웠어요.
몸이 가는대로
제가 처음부터 남들의 시선이 중요했던 건 아니었는데요. 제가 7살 때 선생님께서 심심하지 않도록 반에서 틀어주신 음악에 맞춰 느낌가는대로 몸을 움직이며 춤을 췄던 적이 있었어요. 제가 춤을 추기 시작하자 주위로 사람들이 점점 몰려들었고 어느새 반 친구들뿐만 아니라 옆 반 친구들, 그리고 선생님까지 와서 제 춤을 보고 있었죠.
춤을 추던 그 때 당시엔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보고 있을까?’ 라는 시선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았어요. 그저 모두가 춤을 추고 있는 절 보고 있는 모습에 희열감을 느꼈죠.
그 나이에는 너무 어려서 그게 춤인지도 잘 몰랐을 테지만 전 순수하게 추는 저의 춤이 좋았고, 그렇게 춤을 추는 게 너무 행복했어요.
비교하다
초등학교에 들어가 방과 후 수업으로 방송 댄스 수업을 듣게 되었어요. 저는 그곳에서 저와 또래인 친구들과 함께 춤을 췄어요.
그런데 친구들은 춤을 한 번만 보고 잘 따라한다던가 아직 나가지 진도를 나가지 않은 부분까지 전부 춤을 알고 있었죠. 저만 뒤처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 뒤로 춤을 출 때는 대충 추는 척 하면서 동작들을 작게 추고, 춤을 잘 추는 애들 사이에 있을 땐 항상 뒤에 설려고 했어요. 춤을 좋아하는 건 누구보다 진심이었지만 좋아하는 것만큼 잘하지는 못하는 것 같아 자신감만 떨어졌죠.
저는 그 친구들과 저를 비교하며 제 자신을 스스로 깎아 내렸어요.
혼자서라도
그 뒤로 저는 남들 앞에서 춤을 추는 것조차 두려웠어요. 제 스스로 춤을 너무 못 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도 춤을 계속 추고 싶었던 저는 방에서 혼자 춤을 추기 시작했어요.
춤을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이 없다보니 제가 스스로 독학해야만 했어요. 저는 마음에 드는 안무 영상을 찾고 영상 재생 속도를 느린 배속으로 맞춘 뒤 동작들을 따라해 안무를 외웠어 요. 그리고 외운 안무를 거울을 보며 연습을 했죠. 제가 춤추는 모습을 남기고 싶어 촬영을 해보기도 했어요. 처음엔 생각한 것만큼 잘 추지는 않았지만 계속 연습하고 그걸 찍은 영상들을 볼 때면 점점 늘어 가는 게 보여 뿌듯했어요.
이제는 함께
간디 학교에 입학하고 난 뒤, 춤을 추고 공연에 올라갈 수 있는 기회 들이 많았어요.
간디 학교에서는 춤을 못 추더라도 하고 싶다는 의지만 있다면 누구든 춤을 추고 공연에 올라갈 수 있었어요.
수업으로 배운 현대무용 공연, 동기와 같이 준비하는 반 공연, 그리고 자발적으로 하는 여춤까지 함께 나갈 수 있는 공연은 다 나갔어요. 함께 추는 공연은 마음을 크게 먹을 필요가 없었어요. 제가 실수를 해도 크게 보이지 않았고, 다 같이 무대를 채우다보니 힘이 들지도 않았죠.
함께이기 때문에
반 공연은 소수의 인원이 아닌 다수의 인원이 함께 맞춰 준비하는 공연이다 보니 마찰이 많았는데요. ‘너무 강압적이다’ ‘하기 싫다’ 같은 여러 의견들이 나왔죠. 저는 이런 의견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워졌어요.
그 과정에서 반 공연을 좀 더 매끄럽게 이끄는 방법 또한 터득하게 되었죠. 안돼는 부분을 먼저 지적하기 보다는 잘한 부분과 더 나아진 부분을 칭찬해주고 그 뒤에 무작정 안돼는 걸 되게 하라고 하기 보다는 동작을 알려주며 이렇게 하면 좀 더 멋있을 것 같아 라고 말하는 것이었죠. 그리고 ‘야 한 번 해보자 다 서봐’ 이런 말보다는 ‘얘들아 우리 한 번 해볼까?’ 이 말이 듣기에 조금 덜 강압적으로 들리지 않을까? 하면서 말투를 많이 신경 썼죠.
내가 추는 나의 춤
일 년 동안 간디 학교에 다니며 2번의 기말 축제와 수 많은 공연들을 오를 때 마다 찍었던 영상들을 수시로 보며 춤을 좋아하는 만큼 더 잘 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댄스 학원에 가기로 했죠. 저는 댄스 학원에서 걸스힙합이라는 장르를 처음 알게 되었고 처음 배우게 되었어요. 저는 걸스힙합이라는 장르의 스타일이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걸스힙합의 노래 스타일과 패션이 가장 먼저 제 시선을 끌었는데요. 박자가 느린 노래부터 시작해 랩까지 제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었던 힙한 외국 노래들이 많았죠. 패션은 제가 평소 입고 싶어 했던 통이 엄청나게 큰 바지와 티셔츠 걸쳐서 입는 듯한 집업들 등등 걸스힙합 스타일에 완전히 빠지게 되었죠.
걸스힙합의 가장 큰 특징은 주로 골반과 가슴을 쓰는 유연한 동작들을 많이 사용합니다. 걸스힙합을 계속해서 배우고 추다보니 평소 추던 춤선과 다르게 제 춤선은 점점 걸스힙합 스타일로 변하게 되었어요. 바뀐 춤선은 바운스가 더 많아졌고, 다리를 벌리고 오므리며 골반을 자주 쓰게 되었죠. 또한 동작들이 다 커지게 되었어요.
지금부터 제가 걸스힙합 수업에서 처음 배웠던 안무를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삶이 춤이 되다
저는 포기가 가장 쉬운 사람이었어요. 제가 아무리 좋아하는 것이라도 가능성이 없어보인다면 포기했죠. 그런데 제가 잘 못 생각했었나봐요. 저는 포기를 잘한다고 하면서 지금까지 춤을 한 번도 놓은 적이 없었죠. 제 삶에 일부분이 춤인줄 알았는데 제가, 제 삶이 춤이었던걸 지금 깨닫게 되었어요.
진정으로 제가 좋아하는 걸 앞에 두고도 이제까지 두려움 하나 때문에 망설였던 제가 정말 바보 같아요. 못하면 배우면 되는거였고 그렇게 실력을 키워나가면 되는거였는데 말이에요.
기간이 길지 않아 준비를 빠듯하게 했던 탓에 비록 예고 입시에서는 합격하지 못해 아쉽더라도 예고가 춤의 전부는 아니니까요.
저는 계속해서 춤을 추고 싶어요. 앞으로 배울게 더 많이 남아있고, 부족한 점이 많지만 그만큼 더 많이 성장할 수 있고 오래 춤을 출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이제는 실력도 전보다 키우고 그만큼 춤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에 제 춤을 남들에게 당당히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더 이상 남들의 평가가 두렵지 않거든요.
이 자리에서 지금, 제가 짠 창작안무를 보여드리고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최서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