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호남 반도체투자에 대하여]
-글쓴이:장하석(런던대학교 교수,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 스탠버드대 출신 물리학박사) ----- [호남 반도체 투자 논의 핵심 요약]
-1> 인프라는 만드는 것: 포항제철, 미국의 사막(애리조나), 대만의 가뭄지대처럼 인프라는 갖춰진 조건이 아니라 국가가 전략적으로 만들어 내는 게 변수입니다.
-2> 호남의 강점: 전남은 전력자급률 213.4%이자 재생에너지 1위로 AI 시대(RE100)에 가장 알맞은 곳이며, 남아도는 전기를 현지에서 소비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입니다. 수자원과 인력은 국가 투자로 충분히 해결 가능합니다.
-3>분산의 필연성: 수도권은 이미 땅·전력·용수가 포화 상태입니다. AI 무인화 혁명에 따른 대폭 증설과 안보 위험 분산을 위해 비수도권(호남) 배치는 필수입니다.
-4>(한 줄 결론):정부가 구체적인 재정과 로드맵을 책임지고 인프라 빈칸을 채우는 것이 성패의 핵심입니다.
---- [본문]
□산업인프라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만드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광주·전남에 후공정을 넘어 전공정 팹까지 아우르는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구상이 윤곽을 드러냈다.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투자 규모는 향후 5~6년간 수백조 원, 10년 기준으로는 1,000조 원을 웃도는 국내 최대 규모다. 팹 1기 건설에만 30조 원에서 60조 원이 들어가고 최대 5기까지 들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자 야당과 일부 보수언론, 그리고 증권시장 일각의 관계자들이 일제히 반대논리를 펴고 나섰다. 전력이 모자라고, 용수가 부족하며, 인력을 끌어올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야당 인사는 태양광이 해가 지면 멈추고 구름이 끼면 발전을 못 하는데 최신 팹은 100분의 1초의 정전도 견디지 못한다고 지적했고, 영산강 유역은 지금도 생활용수와 공업용수가 빠듯하다고 주장했다. 이 비판들은 겉으로는 냉정한 현실론처럼 들린다. 그러나 그 밑바닥에는 하나의 공통된 전제가 깔려 있다. 인프라란 그 땅에 이미 갖추어져 있어야 하는 '주어진 조건'이며, 그것이 없는 곳에는 산업도 없다는 전제다. 바로 이 전제가 틀렸다. 산업입지의 역사가, 마추카토가 정립한 국가의 본질이,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세계 주요국이 벌이고 있는 반도체 쟁탈전의 숫자들이 그 전제를 통째로 반증한다. 인프라는 입지를 결정하는 상수가 아니라, 국가가 전략적으로 입지를 정한 뒤에 뒤따라 만들어내는 변수다.
□반세기 전 영일만의 숫자가 말하는 것
비판의 성격부터 정확히 규정해보면, 그것은 기업이 알아서 따질 문제를 정치가 압박한다는 관치론과, 반도체 같은 첨단 제조는 모든 여건이 완비된 곳에만 들어설 수 있다는 입지결정론으로 요약된다. 그런데 이 사고방식이 한국 산업사의 어느 자리에 놓이는지를 보면, 그것이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라 늘 같은 자리에서 반복되어 온 회의론임을 알 수 있다.
1960년대 말, IBRD의 한국 담당이던 영국인 자페는 종합제철소 계획을 두고 경제성이 없다고 단언했고, 대한국제제철차관마저 무산되었다. 모래바람만 날리던 영일만은 누가 보아도 일관제철소가 들어설 자리가 아니었다. 당시의 입지결정론은 명백히 그곳을 부적격지로 판정했다. 그러나 국가는 대일청구권 자금 1억 3,000만 달러를 전용해 1970년 4월 착공에 들어갔고, 1973년 7월 그 황량한 모래밭 위에 조강 연산 103만 톤의 일관제철소를 세웠다. 그것은 한국 중화학공업의 척추가 되었다. 비단 포항만이 아니었다. 1974년 산업기지개발촉진법으로 지정된 창원·여천·온산·옥포·구미는 국가기록원의 기록이 증언하듯 하나같이 한가한 어촌이거나 이름조차 생소한 농촌이었다. 인프라가 있어서 산업이 들어간 것이 아니라, 국가가 산업을 들이기로 결정한 뒤 인프라를 만들어 넣은 것이다. 1970년에 제정된 지방공업개발법은 개발지구를 지정하면 정부와 시·도가 용지 정리와 진입도로와 용수를 지원하도록 국가의 의무로 못 박았다. 경부고속도로 역시 1968년부터 1970년까지 경제성이 없다는 비판 속에 강행되었다. 다시 말해 한국 산업화의 출발점에서 산업입지는 시장이 고른 것이 아니라 국가가 전략으로 정하고 인프라로 떠받친 것이었다.
오늘날 호남을 향해 던져지는 "전력도 용수도 인력도 없는 곳에 무슨 반도체냐"는 물음은, 반세기 전 영일만을 향해 던져졌던 "기술도 자본도 시장도 없는 곳에 무슨 제철이냐"는 물음과 문장 구조가 똑같다. 그때 그 회의론이 옳았다면 한국에 포항제철은 없었을 것이고, 그 위에 올라선 조선도 자동차도 전자도, 나아가 그 전자산업의 후예인 오늘의 반도체 강국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마리아나 마추카토의 기업가형 국가론
이 비판의 전제를 이론적 차원에서 해체해 주는 것이 이탈리아 출신 경제학자 마리아나 마추카토의 기업가형 국가론이다. 그의 통찰은 통념을 정면으로 뒤집는다. 흔히 사람들은 혁신과 가치 창조는 민간기업이 담당하고 국가는 그저 시장이 실패한 자리를 메우거나 규제로 훼방을 놓는 존재라고 여긴다. 마추카토는 이 통념이 사실과 다르다고 말한다. 누구도 수익을 장담할 수 없어 민간자본이 선뜻 들어가지 못하는 가장 근본적이고 가장 위험한 영역에 가장 먼저 발을 들이는 행위자는 역사적으로 국가였다는 것이다. 그가 즐겨 드는 사례에서, 오늘날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만드는 핵심 기술들, 곧 인터넷의 골격과 위성항법과 음성인식과 손끝으로 화면을 다루는 기술의 뿌리는 모두 국가가 위험을 무릅쓰고 장기간 자금을 댄 공공연구에서 비롯되었다. 민간기업은 그렇게 국가가 개척하고 위험을 흡수해 놓은 토대 위에서 비로소 상업화에 나섰다.
마추카토의 논점은 단순히 국가가 돈을 댔다는 사실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국가가 시장의 실패를 사후에 교정하는 소극적 존재가 아니라, 시장이 갈 방향 자체를 능동적으로 형성하고 새로운 영역을 열어젖히는 적극적 창조자라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호남 반도체 투자를 둘러싼 논쟁의 구도 자체가 다시 그려진다. "기업이 알아서 따질 일을 국가가 왜 끌고 가느냐"는 비판은, 국가를 기껏해야 길을 비켜주거나 방해하지 말아야 할 존재로 가두는 낡은 시각에 갇혀 있다.오늘날 미국과중국을 보아도 그것을 그야말로 낡은 시각이다. 팹 1기에만 미들팹이 30조 원에서 메가팹이 60조 원, 클러스터 전체로 1,000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자본과 장기간의 회임기간과 막대한 불확실성을 동반하는 이 사업에서, 전력망과 용수 인프라와 인력양성 생태계라는 거대한 토대를 깔아주는 일은 어떤 단일 기업도 홀로 감당할 수 없다. 바로 그 토대를 책임지고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마추카토가 말한 기업가형 국가의 본령이다. 인프라가 없으니 안 된다는 비판은, 사실은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말라는 요구와 다르지 않다.
다만 마추카토의 이론은 호남 투자를 무조건 정당화하는 면죄부가 아니다. 그가 강조하는 또 하나의 핵심은, 국가가 위험을 떠안아 가치를 창조했다면 그 결실 또한 사회가 정당하게 나누어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위험은 사회가 지고 이익은 소수가 사유화하는 구조를 그는 날카롭게 비판한다. 이것은 증권업계일각의 지나친 주주자본주의적 시각에대한 비판이기도하다. 이 통찰을 호남에 적용하면, 국가가 막대한 재정으로 전력과 용수와 인재의 토대를 깔아 기업을 유치한다면 그 과실은 기업의 이윤과 수도권 자본의 배당으로만 흘러가서는 안 되며, 호남의 양질의 일자리와 산업생태계와 균형발전이라는 공공의 가치로 환류되어야 한다. 호남 투자는 시혜도 특혜도 아니라, 국가가 떠안은 위험의 과실을 어떻게 온 사회로 되돌릴 것인가라는 마추카토적 질문에 대한 정면 응답이어야 한다.
□AI 군비경쟁의 숫자, 그리고 고태봉의 무인화 혁명론
이 논쟁을 한낱 지역개발 사업의 입지 다툼으로 축소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시대의 좌표를 가리키는 숫자들이 그만큼 비상하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는 인공지능을 둘러싼 사실상의 군비경쟁에 빨려 들어가고 있고, 그 경쟁의 가장 밑바닥에서 모든 것을 떠받치는 하드웨어 인프라가 반도체다. 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네 곳의 올해 설비투자 규모만 약 1,100조 원으로, 우리나라 1년 예산의 1.5배에 달하며 전년보다 80% 늘어난 수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분석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2024년 415테라와트시, 곧 전 세계 전력의 1.5%에서 2030년 약 945테라와트시로 두 배 이상 불어나 일본 전체 전력 소비를 넘어서며, AI 가속 서버 전력은 해마다 30%씩 증가한다. 같은 기관의 최신 갱신본은 데이터센터 전력이 2025년 485테라와트시에서 2030년 950테라와트시로 두 배가 되고, AI에 집중된 데이터센터 전력은 같은 기간 세 배로 뛴다고 내다본다.
반도체 수요의 숫자는 더 가파르다. 가트너는 AI 반도체 매출이 2028년 1,980억 달러에 이르며 5년간 연평균 30% 성장한다고 보았고, GPU와 AI 가속기 시장은 2024년 800억 달러에서 2029년 2,800억 달러를 넘어선다고 전망했다. A
첫댓글 (참고 자료1) -1>https://m.youtube.com/watch?v=Y6Pyfzcz8d8 -2>https://m.youtube.com/watch?v=haO2KUtcTa0&pp=iggCQAE%3D -3>https://m.youtube.com/watch?v=_jADpD9Mvf0&pp=ugUEEgJrbw%3D%3D
(참고자료2)-1>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6/07/03/R2FWJ3FBKJHLVG63ELZ2RL3SOQ/ -2>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6/07/10/7P3VGGVSUFA63AIZWEIACZ5BPQ/
(참고자료3)-1>https://www.chosun.com/opinion/chosun_column/2026/07/12/IILIGA6IQNBOTM3DVQJWBZGY6A/ -2>https://www.news1.kr/diplomacy/defense-diplomacy/6224162
-3>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44575 -4>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6/07/13/JI7QFEHBBJD27CYX5V6CJ5LOI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