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아철학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시작된 오랜 철학 전통, 곧 한계를 인정하고 그것이 지닌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전통에 속한다. 한계를 중시하는 스토아철학의 관점은 새로운 정복 과제를 향해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도록 부추기는 대신, 기본적으로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고 만족하게끔 만든다. 쾌락 쳇바퀴를 굴리는 걸 멈추고, 거기서 내려오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스토아철학은 우리 삶에 황홀한 행복을 끊임없이 불어넣지는 않는다. 대신 더 크고, 더 좋고, 더 비싸고, 더 많은 것을 바라는 헛된 환상으로부터 우리를 해방해준다.
이쯤에서 한 가지 언급하고 넘어갈 것이 있다. 이 세상에는 더 많이 원해도 되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절제에 대해 말할 때, 엘리트주의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매일 16킬로미터씩 걸어서 출퇴근하던 사람이 더 나은 삶을 위해 자전거를 원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하지만 나처럼 이미 물질적으로 충분히 풍요로운 덴마크 사람이 겨울용 경주 자전거와 여름용 경주 자전거를 산 뒤 세 번째 경주 자전거를 갖길 꿈꾸는 것은 지나친 것이다. 이 둘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토아철학의 관점에서도 욕망과 꿈을 가지는 일이 그 자체로 부당하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 꿈의 윤리적 가치를 깊이 생각할 의무가 있다. 즉, 절제의 기술을 배워야 할 이유가 우리에게 특별히 대단한 인내력이 있다는 걸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는 데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절제는 계속해서 쾌락 쳇바퀴를 달리는 행위, 새로운 쾌락을 끊임없이 찾아다니는 행동을 멈추는 데 쓰여야 한다.
덴마크가 매년 행복지수 세계 1위 국가로 거듭 뽑히는 것은 조금 의아한 일이다. 물론 행복지수라는 것도 사람마다 다른 주관적 만족을 단순하게 수량화한 것에 불과하긴 하다. 어쨋건 한 가지 이유를 꼽자면 아마도 덴마크 사람이 삶에 대해 갖는 기대 자체가 애초부터 낮기 때문은 아닐까?
기본적으로 덴마크가 이룬 높은 수준의 평등과 복지, 타인에 대한 신뢰가 높은 행복지수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언급한 삶에 대한 낮은 기대 역시 꽤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북유럽에는 '얀테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얀테의 법칙은 간단히 말해 '내가 대체 뭐라고?'라는 태도를 바탕으로 한다. 자기 분수를 잘 알고 자만하지 말아야 하며, 성공에만 목매는 일은 다소 천박하다고 여기는 생각이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이러한 얀테의 법칙과 삶에 대한 낮은 기대 덕에 덴마크 사람은 다른 나라 사람보다 실망과 실패를 잘 견디는 것 같다. 언제든지 부정적인 결과를 마주할 심리적 준비가 갖춰졌으니 말이다. 어쩌면 덴마크 사람은 일종의 스토아철학자처럼 살아간다고 할 수 있겠다. 우리는 역경에 대처하기 위해 모든 일이 얼마든지 잘못될 수 있다고 상상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전략을 '방어적 비판주의'라고 부른다. 고난과 실망스러운 결과에 대비하기 위해 미리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어적 비판주의는 대체로 우리의 불안을 줄여준다.
이 이론을 지지하는 심리학자 줄리 노럼은 <부정적 사고의 긍정적 힘>이라는 제목의 자기계발서를 쓰기도 했다.
출처 : 스벤 브링크만의 <절제의 기술>
첫댓글 북유럽에는 '얀테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얀테의 법칙은 간단히 말해 '내가 대체 뭐라고?'라는 태도를 바탕으로 한다. 자기 분수를 잘 알고 자만하지 말아야 하며, 성공에만 목매는 일은 다소 천박하다고 여기는 생각이다.
(사진:Report on the quality life European cities, 2023 보고서 캡처)
1위:취리히(스위스) (주민 만족도 97%)
2위:코펜하겐(덴마크) (96%)
3위:흐로닝언 (네덜란드) (96%)
4위:그단스크 (폴란드) (95%)
5위:라이프치히 (독일) (95%)
6위:스톡홀름 (스웨덴) (95%)
7위:제네바 (스위스) (95%)
8위:로스토크 (독일) (94%)
9위:클루지나포카 (루마니아) (94%)
10위:브라가 (포르투갈) (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