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주택총조사 조사요원 참여 수기>
살기 어려운 가정이 너무 많아...
동사무소에서 멋도 모르고 인구주택 총조사 요원으로 신청했다가 중도 포기한 자리를 새로 배치를 받아 나는 인터넷에서 사전교육을 받았고 또 구청에서 하는 1일 교육을 받았는데도 도저히 무슨 뜻인지 내용과 용어가 생소하여 나에겐 이해하기 어려웠다.
나는 40대에 대학 교육을 받았는데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 나와 함께 교육을 받는 분들을 보니 연령대가 너무 높아서 동사무소 직원에게 연령 제한을 해야겠다고 제안을 했더니 신청자가 많지 않아 무조건 받았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아직 인터넷조사도 안 했는데 하나, 둘씩 못하겠다고 포기하는 사람이 많이 나와서 다시 사람을 교체하는 일이 벌어졌다.
11월 1일 가구 기본조사를 위해서 거처번호 스티커를 조사가구의 대문에 붙이러 나갔더니 주소의 번지수와 가옥이 차례차례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 모른다.
스티커를 붙이는 첫 날 한 주인집 아주머니는 나라에서 세금 많이 물리려고 하는 일이라며 5개 붙인 스티커를 떼어 버렸고 다음날 인터넷 용지를 배부하는데 받자마자 휴지통에 바로 버리는 모습에 얼마나 속이 상했는지 모른다. 그분은 결국은 끝까지 속을 썩이더니 면접조사에도 응해주지 않았다.
대한민국 국민은 당연히 권리와 의무를 수행해야 함에도 어떤 분은 너무나 자유가 주어지다보니 방임이 되었단 말인가?
드디어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어 가가호호 방문을 하는데 낮에는 어린 애기 키우는 가정이 아니고는 거의 사람이 집에 없었다. 혼자 밤에 다니기가 무서워 남편의 도움을 받아 남편은 밖에 서 있고 나는 얼른 가서 조사를 하고 온 가족이 인구조사에 동참한 것이다.
꽉 닫친 대문을 두드리고 목소리를 높여 "인구조사 하러왔어요" 라고 외쳐보지만 깜깜 무소식이었다. 우리나라 컴퓨터 보급률이 아주 높은데도 젊은이들은 인구조사에는 관심조차 없었고 자동문 개폐기가 있는 대학생 원룸에는 무작정 대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어느 한사람이 나오거나 들어갈 때 틈을 타서 따라 들어가서 인터넷 용지를 배부하기도 했다. 어떤 때는 밤 10시가 넘어서 술을 먹고 비틀거리며 들어가는 아가씨를 붙들고 조사를 한 적도 있다. 어떤 집은 불이 켜 있는데도 문을 열어 주지 않았고 사람 만나기가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인구조사를 하면서 느낀 것이 많다. 지하방이나 옥탑 방에 사는 분들 대부분이 이혼한 가정과 노총각 노처녀들이었다. 어떤 가정은 어린 3자녀를 키우는데 친정엄마가 무슨 사연으로 이혼한 딸의 자녀를 다 맡아 생활을 책임을 져야하는지 걱정이 앞섰다. 왜 그리 이혼한 가정이 많은지 이번 조사를 하면서 나는 깜짝 놀랐다.
어떤 가정은 할머니가 쌍둥이 손자를 키우는데 중학생 된 아이가 애기 때 부모가 이혼을 하고 아빠는 그 상처로 술만 먹고 방황하다가 갑자기 쓰러져 사망하고 어린 손자는 소녀가장이 되었다고 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셨다.
나는 사람 만나기가 힘든지라 골목길을 지나는 사람이면 “인구조사 했어요?” 라고 묻고는 내 구역이 아닌데도 무조건 조사서에 기록해서 그 구역에 맞는 분에게 넘어 가도록 해주었다.
저녁에 어느 가정을 방문했더니 지적 장애 2급인 손자를 키우는 할머니가 조사를 하고 나니 자기네 가정사를 한없이 들어 주기를 원하는데 시간이 없어 나오려니까 도움을 청하며 “나 김치 좀 줘”하시기에 마침 봉사하는 사무실에 김치가 있어 얼른 가져다주었고 지금도 매일 반찬을 공급해 드리고 있다. 자원봉사자로서 평소에 어려운 이웃에게 반찬 봉사와 이, 미용 봉사를 하기 때문에 자연히 이번 조사를 하다가 반찬 공급이 필요한 불우한 가정을 발굴해 두었다.
학력 문제로 상처를 주는 일도 있었다. 어느 가정에 50대 아주머니가 남편은 중졸이라고 하길 래 실례지만 사모님은요? 하고 물었더니 짜증나게 그것은 왜 필요해! 하면서 야단을 쳐서 지혜롭게 잘 넘기긴 했지만 못 배운 것도 서러운데 너무나 자세한 조사에 화를 내시는 분도 있었다.
11월 이었는데도 날씨가 너무 추워 아침 일찍, 저녁 늦게 다니다가 감기로 고생하는 요원들도 많았다.
짧은 나의 소견이지만 인터넷을 하시는 분을 뽑고 차라리 여름 방학 때 대학생들에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사생활 침해라는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없고 비밀이 많은 가정은 더 참여하지 않을 것 같아 설문지 질문에도 연구가 더 필요할 것 같다.
일은 힘들었지만 나의 사명인 이웃사랑을 실천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데 대해 감사할 따름이다.
동대문 휘경1동 동양아파트 102동 409호 장현옥
핸드폰: 010-3920-5101
첫댓글 음 너무 수고 많았어요
누가 썼는지 잘 쓰는 글입니다.....일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