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 Index NASDAQ, 꿈의 대가
고국의 젊은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드리는 글입니다. 예이츠 시처럼, 제가 부자라면 비단과 보석을 그대 발 앞에 깔아드리겠지만, 나 가진 것 없으니 그대들 발 앞에 내 꿈을 접어 깔아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덧붙이는 내 말, 꿈은 공짜니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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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보기술과 그에 관련된 무형자산이 어떻게 기업생산성과 주식가치에 영향을 미치나 그딴 문제를 연구했다니까, '음, 그럼 정보기술과 주식에 대해서 혹시 뭔가 알겠군'하고, 친구들 동료교수들 중에 인터넷주식의 향방 그리고 NASDAQ 지표의 향방에 대해서 묻는 사람들이 있다.
내 답은 항상 내가 그걸 알면 왜 연구실에 쪼그려 앉아서 인생을 낭비하니? 지금쯤 남태평양 섬으로 은퇴했지.
너무 미안하니깐 그래도 덧붙이기 위해 내가 고안한 말이 Dream Index 라는 말이다. 한가지 내가 아는 것은 NASDAQ Index 는 Dream Index 라는 것이다. 그 Dream 이 실현이 되는 게 인터넷 주식을 Short 한 사람들을 제외하면 누구에게나 이로울 것이다
(잠시 광고: 내게 돈을 주고 서비스를 부탁하는 사람에게는 진짜 아는 것을 얘기해 줄 수는 있다. 나도 돈 들여 공부한 것이다. 인터넷 주식이 Dream Index 라는 것을 알면 돈 벌 방법이 있다. 궁금한 분 연락바람. 목에 힘주고 험 험.)
경제학자들은 대개의 사람들은 위험을 싫어한다고 (Risk Averse) 가정한다. 속담에도 이런 경향성을 지적하는 걸로 집닭이, 산꿩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천만원을 가질래, 아니면 동전을 던져서 이순신이 나오면 이천만원을 갖고 반대로 100 자가 나오면 국물도 없는 경우를 선택할래라고 물으면 대개의 사람들은 이천만원의 꿈보다는 확실한 천만원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나도 그럴 것 같다. 그런데 확률 1/2 인 이천만원을 선택하는 사람도 적지만 있다. 독자 여러분은 뭘 선택할 것인가?
그럼 내가 다시 물어 보자. 천만원을 그냥 가질래, 아니면 윷을 던져서 윷이 나오면 일억 육 천 만 원을 갖고, 그렇지 않으면 국물도 없는 경우를 선택할래? 이 대목에서는 나는 고민이 된다. 독자 여러분은 뭘 선택할 것인가? 참고로, 정상적 윷의 경우 한 번 던져서 윷이 나올 확률은 1/16 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복권을 산다. 복권의 기대치는 천원 짜리의 경우 오백원정도다. 다시 말해, 이억 몇 천 만 원을 들여 시중 복권을 모두 쓸어모아 사서 오천원짜리 부터 일억원짜리 까지 상금을 몽땅 독식한다면, 상금으로 받는 것은 일억 몇천만원으로 반밖에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복권을 살까?
친구 중에 여러 가지로 쓸만한데 아직도 법무부 공인 숫총각이 몇 있다. 그 중 하나는 아예 처음부터 재벌 딸에게 장가가기로 맘먹고 지금도 그런 꿈을 안 버리고 있어서 지금까지 찐한 연애 한 번 못해봤다고 한다. 열성적인 이응경 팬이어서 이응경의 진짜 가짜 비디오는 어떻게 해서라도 구해보는 이 친구는 또 자기는 백금녀의 남편이 되느니 이응경의 다섯 번째 첩이 되겠다고 한다. 가만 얘길 들어보니깐, 이 친구가 결혼을 하고 싶은 여자는 재벌 딸에다가 이응경만큼 생겨야 되는 일이다. 그런 여자야 있을수도 있겠지만, 내 판단으로는 그런 여자가 그 친구하고 결혼하겠다고 할 확률보다 그런 여자가 벼락에 맞을 확률이 조금은 더 클 것 같다. 무엇이 이 친구한테 이응경 같이 생긴 부잣집 딸 하고 결혼하는 꿈을 접지 못하게 하는 것일까?
뉴욕과 LA, 요즘은 실리콘 밸리에 까지 확산된 현상이지만, 웨이트리스들중 영화 배우들 뺨치는 미녀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내 판단으로는 얼굴과 몸매만으로도 자기 동네에서, 자기 출신 학교에서 젤 잘난 남자와 만나서 떵떵거리고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들이 왜 뉴욕의 뮤지컬과 할리우드의 영화계를 넘보며 기약 없는 스타의 꿈을 꾸고 있을까?
1960년대에 유색인종은 공중화장실도 백인 것은 쓰지 못하던 미국에서 마틴 루터 킹은 꿈을 꾸었다. 그 꿈은 I have a dream 으로 시작되는 암살되기 직전의 연설에서 한마디로 정리되었었다. 피부 색깔이 아니라 캐릭터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가 그의 꿈이다. 그의 꿈은 개인에게는 우주보다도 귀한 목숨을 빼앗아 같다. 꿈의 대가로는 가장 큰 것이다. 무엇이 킹 목사에게서 목숨으로 값을 치루어야 하는 꿈을 꾸게 했을까? 미국은 이제 피부 색깔이 아니라 캐릭터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 쪽으로 성큼 다가와 있다. 남한도 전라도 하의도 섬사람으로 목포 상고를 나온 김대중씨가, 서울의 귀족 집안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나오고 영남 패권세력의 지지를 받는 이회창씨를 제치고 대통령으로 당선되어서, 출신, 지역, 학벌이 아니라 능력과 캐릭터에 의해서 사람이 평가되는 사회로 어려운 발걸음을 막 시작했다. 김대중씨도 그 꿈의 대가로 인신구속과 목숨의 위협을 몇 번이나 넘어야 했다.
1980년대에 나의 선배들, 동료들, 후배들도 꿈을 꾸었다. 그 자유와 평등의 그 꿈을 위해 그들은 출세, 젊음, 심지어는 목숨까지 기꺼이 내 놓았다. 그 희생이 올올이 모여서 민주화가 되고 김대중씨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무엇이 1980년대의 젊은이들에게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자유와 평등의 꿈을 꾸게 했을까?
빌 클린튼은 실제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클린튼이란 성은 양아버지의 것이다. 그 클린튼마저 빌 클린튼의 엄마와 또 이혼했다. Arkansas 는 미국에서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교육 측면에서 가장 낙후된 동네의 하나다. 그런 동네에서 나고 자란,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소년이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을 꾸었다. 그런 소년이 미국 동부 귀족집안의 상원의원의 아들 현직 대통령 조지 부시를 꺽고 드디어 그 꿈을 이루었다.
그는 미국 역사상 최장기 호황과 경제의 정보기술혁명을 이끈, 자기 재선 선거 구호대로 20 세기에서 21 세기로 간 다리를 놓은 인물로 기록될 것이다. 내 의견으로는 캔사스의 깡촌에서 태어나 대통령이 되고, 미국의 두번째 시민혁명인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링컨과 비견되는 업적이다. 무엇이 1950년대 아칸사의 소년에게서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을 꾸게 했을까?
내가 공부한 경영학은 요즘 경기가 좋아서 덜 그렇지만, 다른 분야 특히 자연과학과 인문학은 우리 나라만이 아니라 미국 역시 박사들이 넘쳐나고 있다. 자연과학이야 적어도 공부할 때는 돈이 적게 들지만, 인문학은 거의 제 돈 들여 공부해야하고 박사학위를 받는 데 걸리는 기간도 자연과학이나 경제학 등보다 두 배 가까이 되는 경우도 많다. 정말 아주 잘해서, 대학교수 자리를 잡아봐야 웬만한 직장에서 대학 졸업자에게 주는 초봉보다 낫다. 또 피가 튀는 테뉴어 경쟁을 해야하고, 고 테뉴어라는 것도 내가 봐도 별 볼 일 없다. 무엇이 이들에게 대사상가로서의 꿈을 접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일까?
Business 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가장 재미없고 꿈이 없는 분야였다. Business Man/Woman 은 역시 재미없는 사람들의 대명사였다. 영화에 나오는 비즈니스맨들은 모두 재미없고 탐욕적이다. 1980년대 후반 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 <월 스트리트>에서의 마이클 더글러스가 약간 재밌어 지기는 했지만 탐욕의 때를 벗지는 못한다. 내가 기억나는 영화속의 멋진 비즈니스맨은 둘 다 톰 행크스다. 하나는 <백투더퓨처>를 만든 로버트 제네키스 감독의 <포레스트 검프>, 다른 하나는 노라 에프론 감독의 <유브 갓 메일>.
포레스트의 꿈은 소년적 짝사랑 제니와 사랑하는 것이다. 아둔한 그의 모든 삶의 성공은 제니와의 사랑을 꿈꾸며 버텨온 인생에 대한 운명의 선물같은 것이다. 그는 과일회사인 줄 알고 주식투자를 한 애플 컴퓨터의 주식 덕에 돈을 벌고, 고향으로 은퇴하고, 삶에 지쳐 쉬러 온 제니와 짧은 사랑을 나눈다. 제니는 죽지만 똘똘한 포레스트 2 세가 탄생한다. <유브 갓 메일>에서 재미있는 것은 현실에서는 잔혹한 비즈니스맨 톰 행크스 가 American On Line 통신망을 통해서 멕 라이언에게 비쳐지는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남자로 다가 온다는 것이다. 잔혹한 사내의 다정한 연인의 꿈이 정보기술이 엮어 놓은 세계에서 펼쳐지는것이다.
비지니스 세계에서 꿈의 부활은 정보기술 혁명의 가장 값진 성과이다. 빌 게이츠는 1970년대 말, 하바드 2학년을 때려치우고 거부가 될 위험한 꿈을 선택한다. 그는 30대에 세계 최고의 거부가 된 세계 최초의 인물이다. 1982 년 타임지의 올해의 인물은 퍼스널 컴퓨터였다. 그로부터 15 년 이후, 타임지의 올해의 인물로 1997 년 인텔의 앤디 그루브가 1928년 크라이슬러 이후 최초로 비즈니스 맨으로서 올해의 인물이 되었다. 하지만 비즈니스의 진짜 꿈둥이들은 클린튼 행정부에서 밀어붙인 인터넷의 상용화에 힘입어서 World Wide Web 시대의 이후에 탄생한다. 밀레니엄 마지막해의 타임지의 올해의 인물은 35 살의 Jeff Bezos (제프 베이조스), Amazon.com 의 창업자이다. 그는 종업원들로부터 사인 공세에 시달려야 하는 지구상 최초의 최고 경영자이다. 그는 거부의 꿈만 아니라, 스타의 꿈까지 이루었다.
제프 베이조스 역시 클린튼과 마찬가지로 양아버지의 성이다. 이 양아버지 마이클 베이조스는 15 살에 쿠바에서 탈출한 난민이다. 은행의 밤교대조로 일할 때 홀어머니인 제프의 엄마를 만나 결혼한다. 제프는 마이애미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똘똘한 소년이었다. 물리학자가 될 꿈을 꾸고, 아인슈타인이 말년을 보내 전설적인 물리학과를 보유한 프린스턴에 입학한다. 물리학의 농구선수들 (Physics Jocks) 에게 도저히 안되겠다고 판단, 전공을 좀 더 쉬운 (?) 컴퓨터과학으로 변경 졸업한다. 월스트리트 회사에 취직이 되어 여섯자리연봉을 (십 만 달러가 넘는 연봉을 그렇게 부름) 즐기던 30 살에 인터넷의 폭발적 성장을 목도하고 회사를 때려치운다. 그 회사를 때려 치울 때, 제프의 생각은 이거였다. 내가 80 살이 되어서 후회하지 않을 결정이 무엇인가? 수십만 달러의 연봉은 후회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인터넷 혁명을 놓쳐버린 어리석음은 후회하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으로 과감하게 회사를 때려치운다. 무엇이 수십만 달러의 연봉의 최고의 직장을 때려치우게 했을까?
양아버지와 엄마에게 달려가 돈을 요구, 언제나 제프를 믿어주었던 두 부모는 평생 예금 30 만 달러를 투자한다. 아마존의 6% 주식을 소유한 그들 부모들은 이제 10 억 달러의 재산을 가지게 되었다. 제프의 꿈을 믿은 대가이다. 꿈을 밀어붙인 제프는 100 억 달러의 재산가이다. (백억 달러면 우리 돈으론 11 조 원 쯤 되는 돈이다. 참고로 빌 게이츠의 재산은 100 조 원을 오락가락 한다.)
야심적인 제프와는 달리 eBay 의 Pierre Omidyar 는 자유와 평등의 공동체 (피에르 자신의 표현으로는 Libetarian, Communitarian Community)의 꿈을 꾼 사내다. 그의 경매 사이트는 아내의 수집 취미 활동을 돕기 위해서 취미로 만든 것이다. 취미 활동이기 때문에 첨에는 당연히 무료, 그런데 참가자가 많아지고 빌린 웹서버 회사에서 돈을 내라고 하자, 경매 한 건 마다 5 센트 씩 받기 시작했다. 어느 날 직업에서 나오는 돈 보다, 취미 경매 사이트에서 나오는 돈이 많아지자, 취미를 직업으로 바꾸고 eBay를 설립했다. eBay 는 그 설립정신에 따라 아직도 운영된다. 재밌는 것은 아마존과는 달리 이베이는 설립하자마자 이윤을 내고 있는 극히 소수의 인터넷 회사이다. eBay 는 초기부터 사회 사업을 시작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서 그는 또 개인적으로 사회사업단체를 만들었다. 사람들에게 권력을 주는 것 (Empowering People) 이 그의 사회 사업의 목적이란다. 모든 권력을 인민에게? 모든 권력을 소비에트로?
eBay 는 자유와 평등의 공동체 정신이 비즈니스 가치를 강화시키는 조건이 있다는 것을 웅변하는 매우 매우 중요한 현상이다. 이 문제는 수십편의 논문과 몇권의 책으로 따로 아주 길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눈치 챈 사람도 있겠지만, 내 중요 연구과제의 하나다. 결론을 미리 말한다면, 정보기술과 지식무형자산의 경제에서는 공산주의 생산양식이 가능하다는 것 이다. 풍차는 봉건 영주의 시대, 증기기관은 자본가의 시대, 컴퓨터와 그 네트웍은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들의 연합 생산체를 가능하게 한다. 피에르 오미디아의 자유와 평등의 공동체라는 꿈에 대한 경제 논리적 정당성과 조건을 밝히는 연구이다.
실천가 피에르 오미디아가 잔혹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실천으로 월 스트리트에 증명했듯이, 학자인 나도 주류 경제학의 아성인 Econometrica, Journal of Economic Theory,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그리고 American Economic Review 에 이 연구 결과들을 발표할 꿈을 꾼다.
(또 광고: 저랑 같이 이 연구 할 사람 연락주세요. 의지만 있으면 인종, 학력, 출신 지역, 성별, 나이 아무 것도 안 가림. 자유와 평등의 공동체의 경제학에 대한 연구를 하려면 당연히 자유와 평등의 공동체 정신에 입각해서 해야 하므로. . .)
복수와 쾌락, 사랑과 연애, 부와 권력, 지식과 명예, 자유와 평등의 공동체 . . . 어떤 꿈이라도 멋진 것이다.
살아 있다는 것은 꿈을 꾼다는 것이다. 연말 연시 좋은 꿈꾸세요.
(1999년 12월 25일)
첫댓글 십년전에쓴 어느 젊은학자의 글입니다. 경영학을 전공하는 내아들에게 들려주고픈 얘기였죠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