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이 어두운 골목을 환히 비춘다면, 어두운 골목에 달빛이 환히 비친 것이다. 다만 '비추다'에는 '빛을 받게 하거나 빛이 통하게 하다, 빛을 반사하는 물체에 어떤 물체의 모습이 나타나게 하다'라는 뜻도 있으니 달빛에 상대의 얼굴을 비추어(비춰) 보는 것이지 비쳐 보는 것은 아니다. '거울에 비추어 본다'라고 할 때도 마찬가지다.
또한 '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라고 할 때는 '비추다'를, '얘는 어째 코빼기도 비치지 않아'라고 할 때는 '비치다'를 쓴다. 그러니 '시간이 없으면 잠깐 얼굴만 비추고 가'라는 표현은 '~ 얼굴만 비치고 가'라고 써야 맞는다.
'비치다'가 '비추다'의 당하는 말은 아니지만 내용상 빛을 받아 모습이 환히 드러난다는 뜻이니 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어 '비쳐지다'나 '비춰지다'로 쓸 필요는 없다. '어두운 골목에 환히 비친 달빛'이라고 쓰면 되지 굳이 '어두운 골목에 환히 비쳐진 달빛'이라고 쓸 이유는 없다.
'비추다'는 '비추어(춰), 비추니, 비추는 비춘, 비출, 비추었(췄)다'로, '비치다'는 '비치어(쳐), 비치니, 비치는, 비친, 비칠, 비치었(쳤)다'로 쓴다.
참고 도서 《동사의 맛》 김정선 지음
첫댓글 오묘한 우리의 말, 크으
알수록 깊은 와인같네요.
글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깊은 와인 맛도 보아야 느낄 수 있을 텐데요. 안 보시는 분이 많아서~~~~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