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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설명 : 국내 감자칩과 감자튀김에서 발암물질로 의심되는 ‘아크릴라마이드’가 검출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 제품에서 검출된 양은 외국보다 낮은 편이다. /이기원기자 kiwiyi@chosun.com |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국내 감자칩과 감자튀김에서도 발암물질 논쟁이 불붙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이화여대에 감자칩과 감자튀김에 관한 연구용역을 준 결과 발암물질로 의심되는 ‘아크릴라마이드’ 성분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것이다.
◆ 아크릴라마이드란?
원래 플라스틱·염료 제조, 수질 정화 공정에 사용하던 무색 투명한 화학물질이다. 자연 상태에는 거의 없고, 대부분 인공적으로 합성된다. 생쥐에게 투여했을 때 암과 신경 중독을 일으켰다는 보고가 있지만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뚜렷하게 입증되지 않았다.
지난 4월 스웨덴 스톡홀름대학 연구팀이 감자칩과 감자튀김에서 아크릴라마이드를 검출하면서 이 물질이 음식물 속에도 들어 있다는 사실이 처음 알려졌다. 그 뒤 노르웨이·스위스·미국·일본·한국 보건당국이 비슷한 실험을 했다. 이들 모두 스웨덴과 마찬가지로 아크릴라마이드가 검출됐다. 미국은 170~2287ppb, 일본은 460~3544ppb가 검출됐다. 우리나라는 300~1600ppb가 검출됐는데, 외국에 비해서 낮은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평소 감자 섭취량도 외국보다 적어 영향도 더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1ppb는 어떤 물질이 1㎏ 속에 100만분의 1g 들어있을 때 쓰는 단위이다.
◆ 왜 하필 감자튀김에서 많이 나오나?
아크릴라마이드는 호밀·밀 등 곡류를 원료로 만든 시리얼과 빵에서도 일부 검출됐지만, 감자칩과 튀김에서 가장 많이 나왔다. 같은 튀김이라도 새우·오징어·생선 튀김에서는 나오지 않았다. 학자들은 도대체 왜 곡류에서만 아크릴라마이드가 나오는지, 하필 감자에서 많이 나오는 이유는 뭔지 몰라 애를 먹었다.
지난달 영국 리딩대학 연구팀은 감자를 120~180도에서 조리할 때 감자 속 아스파라긴산(단백질)과 글루코스(당분)가 결합해 아크릴라마이드로 변한다는 연구 결과를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곡류는 아스파라긴산과 글루코스가 함께 들어 있는 대표적 식품이다. 특히 감자는 100g당 아스파라긴산 함량(380㎎ 미만)이 높은 편이다.
고구마는 해외 실험 대상에서 빠져 아크릴라마이드 검출량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100g당 아스파라긴산 함량(220㎎ 미만)이 감자보다 적어 아크릴라마이드 검출량도 다소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호밀·밀 등을 굽거나 튀긴 음식에서도 아크릴라마이드는 소량 검출됐다.
음식물을 삶거나 찔 때는 100~110도 이상 온도가 올라가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아크릴라마이드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튀기거나 구우면 온도가 120도 이상 올라가기 쉽다. 기름·조미료·양념 등은 아크릴라마이드 생성과 관계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 먹느냐 마느냐?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암 발병원인 가운데 식품이 35%로, 흡연(30%)보다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발암물질이 들어있는 음식을 먹었다고 누구나 곧바로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가리고 따지다 보면 먹을 것이 얼마 남지 않는다. 실험실 생쥐에게 암을 일으켰다고, 인간도 똑같은 영향을 받을 거라고 말할 수도 없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확실치 않기 때문에 ‘먹으라, 먹지 말라’ 단언할 수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추가 연구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감자는 영양학적으로 우수하고, 인류는 패스트푸드가 등장하기 수백년 전부터 감자를 튀겨먹었으므로 이제 와서 별안간 ‘절대로 감자튀김을 먹지 말라’고 호들갑을 떨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 FDA는 “야채와 과일을 중심으로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감자튀김과 감자칩은 되도록 120도 미만의 저온에서 조리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우리 식약청은 해외에서 논란이 된 감자칩과 감자튀김을 우선 검사했고, 연말까지 건빵·튀김·과자 등 시중 음식물 20종류를 더 검사한 다음 소비자를 위한 권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 국내 현황 =패스트푸드업체들은 보통 감자를 170~180도로 튀긴다. 전체 패스트푸드 업계의 연간 감자 소비량은 따로 통계가 없다. 패스트푸드업체들은 “아크릴라마이드가 발암물질인지 여부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데다 이 물질을 줄이는 방법도 확실치 않아 대책을 세우기 어려운 고충이 있다”며 “좀더 정밀한 연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양질의 감자를 사용하고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수혜기자 goodluck@chosun.com>goodluck@chosun.com/ 도움말=오상석·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이종호·연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소유섭·식약청 보건연구관, 한영실·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 튀김, 맛있지만 심혈관계 질환 일으킬 수도
튀김의 영양학
갓 튀겨낸 바삭바삭한 튀김은 식용유 광고의 단골 소재다. 튀김이야말로 식용유를 이용해 만들 수 있는 온갖 맛있는 음식의 ‘대표선수’이기 때문이다. 비타민 A 등 지용성 비타민의 흡수율을 크게 높여주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건강에는 유리하지 않다. 칼로리가 높아 살이 찌기 쉬운데다, ‘트랜스지방산’이라는 인체 유해 물질이 생겨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어린이 주먹만한 감자 한알(100g)을 삶거나 쪄 먹으면 65㎉에 불과하다. 감자 다섯알을 한꺼번에 쪄먹어도 밥 1공기(300㎉)와 비슷한 정도다. 반면 패스트푸드점에서 파는 ‘프렌치 후라이(길쭉하게 잘라 튀긴 것)’는 324㎉, 얇게 썰어 튀긴 ‘감자칩’은 532㎉이다. 튀길 때 쓰는 기름 때문인데, 기름이 닿는 표면적이 넓을수록 칼로리도 치솟는다. 칼로리 측면에서만 보면 식용유 대신 올리브유·마가린·옥수수기름·해바라기 기름 등을 써도 별로 줄지 않는다.
이처럼 칼로리가 높은 튀김을 많이 먹으면 우선 살이 찐다. 이어 혈액 내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아진다. 한번 튀긴 기름을 여러 번 다시 사용할 경우, 지질과산화물이 생겨서 세포벽이 손상된다. 노화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트랜스지방산은 콜레스테롤 못지않게 건강에 해로운 물질이다. 트랜스지방산은 식물성 기름에 수소를 첨가해 고체·반고체로 가공할 때 생기는데, 마가린과 쇼트닝이 대표적이다. 튀김에 쇼트닝을 쓰면 식용유를 쓸 때보다 트랜스 지방산의 함량이 많아진다. 트랜스 지방산은 몸무게를 늘게 만들고, 몸에 ‘좋은’ 고밀도지단백(HDL)을 감소시켜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킨다. 유방암·간암·위암·대장암·당뇨병 발병에도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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