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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다람쥐 숲의 둥지전쟁
연출 유회상·이광록 / 글 허수빈 ● 초고속 촬영, 하늘다람쥐의 활강 하늘다람쥐는 앞발과 뒷발 사이에 비막을 갖고 있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날아서 이동하는데 짧게는 5m, 길게는 30m이상까지 가능하다. 엄밀히 말하면 ‘비행’이 아닌 ‘활강’을 통해 이동하는 하늘다람쥐. 새처럼 위아래로 날지는 못하지만, 높은 나무에 올라가 비막을 펼쳐서 자신이 원하는 지점에 정확히 내려앉는 포유류다. 순간에 이루어지는 하늘다람쥐의 활강 메카니즘을 정확히 보여주기 위해 초당 2000프레임을 촬영하는 초고속 특수카메라를 이용했다. 하늘다람쥐의 힘찬 도약, 비막이 펼쳐지는 과정, 균형을 잡는 꼬리의 역할, 착지하는 순간의 근육 움직임 등을 생생하게 포착했다. 하늘다람쥐는 몸무게 100g, 몸길이 10cm에 불과한 젖먹이 동물이지만 숲 속 밤하늘의 주인공이다. ● 하늘다람쥐 가족의 생존과 성장 제작진이 하늘다람쥐를 만난 곳은 충북 충주의 어느 산골마을, 하늘다람쥐는 사시나무 숲에 둥지를 마련하고 새끼를 낳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늘다람쥐는 겨울에 짝짓기를 하고, 4개월의 임신기간을 거쳐 이른 봄에 출산한다. 소형 무인카메라로 하늘다람쥐의 독특한 둥지꾸미기, 2마리 새끼의 출산, 젖먹이기, 생후 30일 경과 후 처음 눈을 뜨는 과정, 설치류 특유의 이빨을 가는 습성 등 둥지 안 생활을 세밀하게 영상에 담았다. 생후 50일이 지나 둥지 밖으로 나오고, 뽕나무 새순을 따먹는 먹이활동을 하며, 어미와 함께 활강 연습을 하는 하늘다람쥐 가족의 육아와 성장을 보여준다. ● 작은 나무구멍에서 발견하는 자연의 순환과 재활용 하늘다람쥐의 집은 딱따구리가 파놓은 조그만 나무구멍이다. 하늘다람쥐는 지름 10cm, 면적 0.005평에 불과한 나무구멍에서 잠을 자고 새끼를 키운다. 나무구멍은 추위와 비를 피하고 천적의 공격을 막아주는 숲 속의 타워펠리스다. 바깥으로 노출된 다른 둥지에 비해 장점이 많은 만큼 숲 속에서 나무구멍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치열하다. 특히 번식기에는 하늘다람쥐, 다람쥐, 딱따구리, 동고비, 박새, 곤줄박이 등이 하나의 나무구멍을 놓고 쟁탈전을 벌이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알을 품고 있는 청딱따구리의 둥지를 찾아간 하늘다람쥐, 하늘다람쥐의 집을 엿보는 곤줄박이, 사시나무 숲에서 이뤄지는 동고비와 하늘다람쥐의 동거 등을 영상에 담았다. 구멍둥지의 건축가는 딱따구리지만, 해마다 주인은 바뀌어 분양된다. 작은 나무 구멍은 경쟁의 대상이면서 생명의 순환과 재활용의 미덕이 담겨있다. ● 위협받는 하늘다람쥐의 둥지 제작진의 카메라에 어린 새끼를 물고 이사를 하는 하늘다람쥐와 청설모가 포착됐다. 또 한편에서는 생후 한 달쯤 된 청설모 새끼들이 나무에 매달려 어미가 물어가기를 기다리는 모습이 보였다. 이사를 하거나 이소할 시기는 아니었고, 숲 속에서 무언가 급박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바로 간벌이다. 나무를 솎아내는 간벌은 나무간의 성장공간을 확보해주는 긍정적 기능도 있지만, 4월-6월 번식기에 집중되는 간벌은 나무구멍을 둥지로 삼는 숲 속 동물들에게는 치명적이다. 제작진이 촬영하던 천연기념물 까막딱따구리의 둥지조차 어느 날 베어져 토막 난 채 발견되기도 했다. 간벌엔 사전 생태조사가 전혀 없고, 번식기도 고려되지 않는다. 하늘다람쥐의 둥지는 나무구멍이지만 청설모가 가지 위에 만들어놓은 집을 이용하는 경우가 다수 관찰됐다. 숲 속 나무구멍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자연조건에서 구멍둥지의 부족은 경쟁과 차선책이 마련되지만, 번식기에 생태조사 없이 이뤄지는 인위적인 간벌은 하늘다람쥐를 비롯한 숲 속 동물에겐 피해갈 수 없는 재앙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