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심도학사에서 정지석 목사님(기독교 장로회)이 강의하신 내용입니다.
퀘이커 공동체에 대한 오해와 진실
퀘이커(Quaker)라 하면 무슨 특별한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사람들이란 선입견이 있는데, 그것은 오해이다. 퀘이커들은 보통
기독교인들처럼 사회 생활을 하며 산다. 그러나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퀘이커'란 이름은 이상한 종교 집단으로 저들만의 공동체
생활을 하는 인상을 준다. 퀘이커는 흔히 '퀘이커 교도'라고 불린다. '교인'이란 말보다 '교도'란 말은 무언가 비정상적인
종교 집단이란 느낌을 풍긴다. 누가 처음 퀘이커 이름 뒤에 '교도'란 이름을 붙였는지는 모르지만, 일반 기독교인과는 다른
종교 집단의 신앙인이라고 느꼈던 것임에 틀림없다. 나도 처음 퀘이커 교도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무언가 가까이 가서는
안될 이단적인 종교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퀘이커리즘을 박사 연구 주제로 삼아 연구한 학자로서 내가 보건대 퀘이커들은
영적인 신앙과 함께 매우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한가지 예로서 영국 지식인들의 최고 영예라고
일컬어지는 왕립학회 회원 가운데 퀘이커들이 많다고 한다. 퀘이커는 상당히 품격있는 기독교 신앙인이다.
퀘이커 공동체에 대한 오해는 세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퀘이커는 집단적으로 공동체 생활하는 종교 집단이다. 둘째,
공동체 규율이 엄격하고 위반하면 제명된다. 셋째, 일반 사회에 대해 폐쇄적이고 은둔적이다. 이와 같은 오해는 퀘이커리즘의
역사적 배경과 관련이 있다.
퀘이커들은 초기 운동 당시 기존의 기독교와는 다른 영적 개혁 운동으로 일어났고, 그에 걸맞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예배와
삶을 추구했다. 그러나 의도적인 종교 공동체를 형성했던 것은 아니다. 그 후 시간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면서 초기의 강력한
카리스마 운동이 점차 희미하게 되는 것에 영적 위기를 직감한 퀘이커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형식화시켜 고유한 것으로 보존하고자
하는 노력을 했다. 이것은 일반 사회와 교회 흐름과는 다른 독특한 퀘이커 공동체 문화로 나타났다. 예를들면,
퀘이커들은 검정색 옷을 입는다는지, 금욕적 생활 윤리를 강조하고 이를 위반할 시에는 퀘이커 공동체로부터 제명하는 엄격한
공동체 생활을 형성했다. 이때 퀘이커는 자신들만의 신앙과 삶의 방식을 고집하는 종파적 신앙공동체 모습을 가졌다.
이것은 종파적 신앙 공동체들이 보여주는 일반적인 특징이다. 그러나 19세기이래 퀘이커들은 자신들만의 고유한 신앙
공동체 생활에 자족하기보다는 사회개혁과 복음 전파 운동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초기 퀘이커리즘의 정신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퀘이커들은 일반 사회와는 떨어져서 형식적으로 구별된 신앙 공동체 생활을 거부한다. 이런 것은 퀘이커 영성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일반 사회 생활 속에서 보통 사람들처럼 살면서 하나님 나라의 실현을 삶으로 증거하는 '평범한 혁명가'
(ordinary revolutionary), 이것이 퀘이커들이 추구하는 신앙이요 삶이다. 그러므로 퀘이커들만의 종교 공동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퀘이커를 공동체 생활하는 종교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것은 아마도
아미쉬 공동체(Amish community)와 퀘이커를 혼동하거나 비슷한 부류로 이해했기 때문일 것이다. 메노나이트에 속하는
아미쉬는 지금도 자신들만의 신앙 공동체를 유지사면서 산다. 남녀모두 검은 색 복장을 주로 하며, 사치스런 현대 기술 문명을
사용하지 않는다. 미국 펜실바니아 랭카스터 아미쉬 마을에 가면 지금도 마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아주 보수적인
아미쉬들은 전기와 전화도 사용하지 않는다. 자녀 교육은 아미쉬들이 만든 학교에서 한다. 현재 미국 아미쉬들이 많이 사는
곳은 펜실바니아 랭카스터 지방이다. 이곳은 퀘이커들이 먼저 정착했던 땅이며, 종교의 관용 정책을 실행했던 퀘이커 지도자
윌리엄 펜이 유럽에서 박해받던 메노나이트들에게 땅을 주었다. 아미쉬들은 오늘날까지 아주 독특한 종교 공동체 마을을
형성하며 살고 있다. 이들의 독특한 공동체 생활은 텔레비전과 영화로도 종종 소개되어 일반 사람들에게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사람들은 퀘이커와 아미쉬를 종종 같은 부류로 혼동하여 생각한다. 이런 오해가 퀘이커 교도들 역시 종교 공동체
생활을 하는 집단으로 인식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현대 퀘이커들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동류끼리의 공동체 생활을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퀘이커들은 공동체의 영성을 중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