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됨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한 웨슬리의 통찰
18세기 영국 사회는 형식적 종교와 영적 침체 속에 빠져 있었다. 교회는 존재했지만 생명력은 약해졌고, 예배는 있었지만 회개의 눈물과 성령의 역사는 메말라가고 있었다. 바로 그러한 시대 속에서 John Wesley는 “참된 교회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앞에 다시 복음의 본질을 붙들었다. 웨슬리는 단지 제도적 교회를 세우려 하지 않았다. 그는 하나님 나라의 생명을 드러내는 살아 있는 교회를 꿈꾸었다.
오늘날 한국교회 역시 비슷한 질문 앞에 서 있다. 건물의 크기나 조직의 안정성만으로 교회의 본질을 말할 수 있는가? 웨슬리는 참된 교회의 표지를 성경과 성령의 역사 속에서 찾고자 하였다. 그는 특히 “말씀”, “성례”, “거룩한 삶”을 중심으로 참된 교회의 본질을 이해하였다. 이러한 웨슬리의 통찰은 오늘의 교회가 다시 회복해야 할 영적 방향을 제시해준다.
1. 참된 교회는 하나님의 말씀이 살아 움직이는 공동체이다.
웨슬리에게 있어서 교회의 가장 중요한 표지는 하나님의 말씀이 살아 역사하는가에 있었다. 그는 교회를 단순한 종교 기관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이 선포되고 인간의 심령이 변화되는 은혜의 현장”으로 이해하였다.
당시 영국 국교회는 형식적인 설교와 이성 중심의 신앙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웨슬리는 성경 말씀이 인간의 영혼을 흔들고 죄인을 회개시키며 거듭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래서 그는 교회 안에만 머물지 않고 광산촌과 거리로 나아가 복음을 전하였다. 그에게 설교는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성령의 불이 임하는 사건이었다.
웨슬리는 특히 “성경은 구원의 길을 보여주는 하나님의 책”이라고 믿었다. 그는 스스로를 “한 책의 사람(homo unius libri)”이라고 고백하였다. 참된 교회는 세상의 유행이나 인간적 철학보다 하나님의 말씀을 중심에 두는 공동체라는 뜻이다.
오늘날 교회가 위기를 경험하는 이유 중 하나도 말씀의 능력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사람의 기분을 맞추는 설교는 많지만 죄를 깨닫게 하고 삶을 변화시키는 복음의 선포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웨슬리는 교회가 다시 말씀 앞에 무릎 꿇어야 한다고 말한다.
참된 교회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말씀으로 세워진다. 하나님의 말씀이 선포될 때 죽어가던 영혼이 살아나고, 절망 가운데 있던 이들이 소망을 발견한다. 교회는 세상의 성공 논리가 아니라 복음의 진리 위에 설 때 비로소 교회다워진다.
2. 참된 교회는 은혜의 수단을 통해 성도의 삶을 거룩하게 세워가는 공동체이다.
웨슬리는 교회의 중요한 표지 가운데 하나로 “은혜의 수단(Means of Grace)”을 강조하였다. 그는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은혜를 전달하시는 통로로서 기도, 성경읽기, 금식, 성찬, 공동체 모임 등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특별히 웨슬리는 성찬을 사랑하였다. 그는 성찬을 단순한 의식으로 여기지 않았다. 성찬은 살아계신 그리스도를 만나는 은혜의 자리였다. 그래서 그는 가능한 자주 성찬에 참여할 것을 권면하였다. 참된 교회는 성례전을 형식적으로 행하는 곳이 아니라, 그 안에서 하나님의 은혜가 실제로 경험되는 공동체이다.
또한 웨슬리는 신앙의 개인주의를 경계하였다. 그는 속회(Class Meeting)와 밴드 모임(Band Meeting)을 통해 성도들이 서로의 삶을 나누고 죄를 고백하며 함께 거룩함을 추구하도록 했다. 그는 “성결은 결코 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믿었다. 즉, 참된 교회는 혼자 신앙생활하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이 아니라 서로를 돌보며 영적으로 성장하는 가족 공동체이다.
오늘의 교회는 많은 활동과 행사 속에서도 정작 영혼의 변화는 약해질 때가 있다. 웨슬리는 교회가 다시 은혜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외친다. 기도의 자리가 회복되어야 하고, 눈물의 회개가 살아나야 하며, 성도의 교제가 다시 깊어져야 한다.
참된 교회는 단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 아니다. 성도들이 하나님 안에서 점점 거룩함을 닮아가는 공동체이다. 예배를 드리고도 삶이 변하지 않는다면 교회의 본질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웨슬리는 교회의 참된 생명은 성도의 거룩한 변화 속에서 드러난다고 강조하였다.
3. 참된 교회는 세상 속에서 사랑을 실천하는 공동체이다.
웨슬리의 교회 이해는 단지 예배당 안에 머물지 않았다. 그는 참된 교회는 반드시 세상 속에서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고 믿었다. 웨슬리에게 신앙은 사회적 책임과 분리될 수 없었다.
그는 가난한 자들을 돌보았고, 병든 이들을 방문하였으며, 감옥 사역에도 힘썼다. 또한 교육받지 못한 이들을 위해 학교를 세우고, 노동자와 빈민들의 삶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웨슬리는 “복음은 개인 영혼만이 아니라 사회까지 변화시킨다”고 보았다.
특히 그는 “사회적 성화(Social Holiness)”를 강조하였다. 이는 거룩함이 단지 개인의 내면적 경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웃 사랑과 정의의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참된 교회는 세상과 단절된 종교 집단이 아니라 세상의 아픔 속으로 들어가는 공동체이다.
오늘날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신뢰를 잃는 이유는 사랑의 능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일 수 있다. 웨슬리는 교회가 다시 가난한 자의 친구가 되고, 눈물 흘리는 자의 이웃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교회는 높은 곳에 군림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섬김으로 낮아지는 공동체이다.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고 말씀하셨다. 사랑 없는 교회는 아무리 조직이 크고 화려해도 참된 교회의 모습을 잃어버릴 수 있다. 웨슬리는 복음의 진정성은 사랑의 실천으로 증명된다고 보았다.
맺는 말
John Wesley는 참된 교회의 표지를 단순한 제도나 외형에서 찾지 않았다. 그는 말씀의 능력, 은혜의 수단을 통한 거룩한 변화, 그리고 세상 속에서의 사랑의 실천 속에서 교회의 본질을 발견하였다.
오늘의 시대는 교회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교회는 왜 존재하는가?” “교회는 세상 속에서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웨슬리는 그 질문에 분명하게 답한다. 참된 교회는 살아 있는 말씀 위에 세워지고, 성령 안에서 거룩함을 추구하며, 세상 속에서 사랑을 실천하는 공동체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큰 건물이 아니라 더 깊은 영성이다. 더 화려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더 뜨거운 복음의 생명력이다. 웨슬리의 외침처럼 교회가 다시 본질로 돌아갈 때, 하나님께서는 오늘도 교회를 통해 새로운 부흥의 역사를 이루실 것이다.
김동환 목사
신학박사 (PhD, Birmingham Univ.)
영국 메도디스교회 정회원 목사
감신대 객원교수
웨슬리 목회연구원 원장
주요저서: 목사 웨슬리에게 목회를 묻다(KMC) 설교를 묻다(KMC) 속회를 묻다(KMC)풀어쓴 웨슬리표준설교44(하늘숲)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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